은행은 사라질 것이다 

by 정경화

2화. 상상하지 못했던 은행이 온다, 토스뱅크

올 가을 토스뱅크가 온다. 2021년 6월 9일 금융위원회가 토스뱅크 본인가를 의결하면서, 토스뱅크 팀은 영업 개시를 향해 가열차게 달리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이어 국내 세번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핀테크 유니콘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지분 34%를 가진다. 

토스가 만드는 은행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뜨겁다. 기사도 연일 쏟아지고 있다. 토스뱅크가 지금까지의 은행들과는 어떻게 다를 것인지 호기심을 자아낸다. 은행을 품은 토스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모하고, 토스뱅크는 토스의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을까.

토스가 은행이라는 전통 금융업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2019년이었다. 기술을 통해 금융업을 혁신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IT 회사에 한해 은행 지분을 10% 넘게 가질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된 시기다. 앞선 두 인터넷은행은 출범 2년차를 맞이했다. 토스는 1,300만명에 이르는 금융소외계층에 꼭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챌린저뱅크*를 목표로 인터넷뱅크 설립을 선언했다.

이승건 토스팀 리더는 2019년 12월 은행업 예비인가를 받은 뒤, 이런 포부를 밝혔다. 

토스는 2015년 시장에 등장해 새로운 송금의 정의를 내렸습니다. 그 경험과 혁신의 DNA를 토스뱅크에 충분히 이식해,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은행을 만들려고 해요. 기술 혁신을 통해 기존의 인터넷은행조차 만족시키지 못했던 고객들에게 서비스할 겁니다.

토스가 은행에 던진 질문

이후 본인가 획득까지 1년 반이 흘렀다. 그동안 토스뱅크 팀은 ‘고객’에 집중해 쉼없이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이 은행을 이용하면서 불편을 느끼는 지점이 어디인지,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관찰했다. 

하나. “왜 은행은 여전히 문턱이 높을까?” 

제1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지 못하고, 이자가 턱없이 비싼 제2금융권을 이용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카드빚이 밀렸거나 대출금을 갚지 않는 이들만이 아니다. 몇년간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대출 받은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 당하는 주부, 사회초년생, 소상공인이 부지기수다. ‘서류가 얇은 사람’을 뜻하는 신파일러(Thin Filer)가 어림잡아 1,300만명에 이른다. 대출을 필요로 하는 사람 둘 중 하나는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돌아선다. 

둘. “왜 은행 상품은 여전히 어려울까?”

은행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상품은 크게 예・적금과 대출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은행마다 엇비슷하면서도 복잡한 상품들이 수십개에 달한다. 은행 창구에 찾아가 상담하기 전까지는 내가 당장 다음달에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 없다. 소득 조건이나 담보 가치는 물론이고, 수시로 달라지는 여러 규제 정책에 따라 대출 한도와 금리가 바뀌기 때문이다. 단순해 보이는 예∙적금도 가입 기간과 금리, 우대 조건을 따져 보면 어떤 상품이 내게 가장 유리한지 고르기가 쉽지 않다. 

토스는 은행으로부터 결핍을 느끼는 고객들을 발견했다. 고객의 결핍은 곧 시장이 풀지 못한 문제라고 봤다. 토스의 인터넷은행 도전은 바로 이 두가지 문제를 풀 큰 기회에 도전한 셈이었다. 바로 고객 포용경험 혁신의 문제다. 

토스가 누구보다 자신있는 분야였다. 토스는 2015년 간편송금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 이래, 금융과 관련된 고객의 경험을 쉽고 간편하게 혁신해 왔다.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로 고통받던 송금의 경험은 사라졌고, 이제 모든 은행과 핀테크 서비스가 쉬운 송금 UX를 제공하고 있다. 2016년 토스의 신용등급 무료 조회 서비스는 고객이 자신의 신용평가 결과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기존의 관행을 깼다. 금융 시장의 문제를 고객 관점에서 풀어내는데 토스는 누구보다 익숙했다. 

‘고객 중심 Customer centric’ 이라는 토스의 핵심 가치는 토스뱅크에서도 고스란히 발현되고 있다. 여타 은행과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는 것은 토스뱅크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토스뱅크는 고객이 은행 상품을 탐색하고 이해하며, 가입 후 해지하는 그 순간까지 모든 과정을 차별화된 ‘뱅킹 경험’으로 제공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신용평가모형의 빈틈을 채우다

첫걸음은 중・저신용자를 토스뱅크의 고객으로 껴안는 것으로 시작한다. 지금껏 고신용자 고객만 누려온 제1금융권의 대출 기회를 중・저신용자에게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실현하는 것이다. 대출을 받은 적이 없다는 이유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시장의 모순을 해소하는 데 앞장선다. 출범 첫 해부터 신용대출의 30% 이상을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하고, 앞으로 3년간 그 비중을 40% 이상으로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앞선 두 인터넷은행의 목표치를 한참 뛰어넘는다.

금융 이력이 부족한 고객에게도 문을 열고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비금융 정보까지 반영한 정교한 신용평가모형이 필요했다. 신용평가는 고객이 원금과 이자를 제때 갚아 나갈 수 있을지 예측하는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신용평가가 이뤄져야 적정한 대출 금리와 한도를 산출하고 대출의 부실률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캐피털사도 수십년간 수천만명의 신용평가를 해왔지만 빈틈이 있었다.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은 우량 고객만을 대상으로 신용평가 데이터를 축적했고, 제2금융권은 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중・저신용 고객만을 분석했다. 두 업권을 모두 아우르는 평가는 이뤄지지 못했고, 대출금리의 업권 간 편차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토스뱅크는 그 틈새를 파고들기로 했다. 신용평가모델을 만들면서 지난 수년간 전 업권에서 대출을 신청하고 심사 받고 실행했던 모든 데이터를 모았다. 이에 더해 지금껏 토스 플랫폼이 축적한 고객들의 비금융 데이터도 고객 동의를 거쳐 반영했다. 토스에는 카드・계좌 내역부터 부동산 정보까지 고객의 대출 상환 능력을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안정보가 모여 있다. 은행 한 곳은 고객이 해당 은행을 통해 거래한 내역만 갖고 있지만, 토스에는 모든 계좌와 카드를 등록하기 때문에 더욱 입체적인 평가 모형을 만들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낮은 신용등급을 받아온 사람들 가운데, 사실은 성실하게 대출금을 갚을 능력과 의지가 있는 분들을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은 지금까지 낮은 신용등급을 받아온 사람들 가운데, 알고 보면 성실하게 대출금을 갚을 능력과 의지가 있는 이들을 찾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이 대출 이력이 없던 사회초년생이라도 수년간 아르바이트 급여가 입금된 이력이나 통신비를 연체하지 않고 납부한 기록이 있다면 더 우량한 신용평가를 받을 수 있다. 최근 코로나 때문에 월 소득이 줄어들었음에도 거래처에 꼬박꼬박 대금을 지급한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놀라웠다. 전체 대출 신청자의 80% 이상이 과거 신용등급제 기준으로는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였는데, 토스뱅크의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해보니 중・저신용자 가운데 약 30%의 신용등급이 한단계 이상 올라갔다. 신용등급이 상향된 이들 중 절반은 고신용자로 분류됐다.

홍민택 토스뱅크 리더는 본인가 획득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디서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은행이 아닌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만 했던 분들에게, 공정하면서도 합리적인 신용대출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제1금융권의 문턱에서 좌절했던 사회초년생, 소상공인이 토스뱅크에서는 ‘고객’이 됩니다.

핀테크 유니콘이 만든 은행은 무엇이 다를까?

“Banking is Necessary. Banks are not.” (금융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사라질 것이다) 

1994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했던 말이다. 30년이 흘러 토스뱅크에서 그의 말이 실현되고 있다. 토스뱅크는 따로 앱을 출시하는 대신, 토스 플랫폼 안에 들어간다. 고객은 은행 지점에 찾아가기는 커녕 스마트폰에 앱 하나 새로 깔 필요도 없다. 하지만 저축(수신)과 대출(여신)로 대표되는 뱅킹 서비스는 토스뱅크에서 더욱 새로워진다. 

토스는 지난 3월 토스증권에 이어 올 가을 토스뱅크를 품고 금융 수퍼앱으로 도약한다. 송금, 결제, 조회에 더해 투자와 뱅킹까지 모든 금융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제공하는 이른바 ‘원앱(One-app)’ 전략이다. 지금까지의 은행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여기다.  

2000만명 넘는 토스 고객은 새 앱을 설치하는 귀찮음을 감수하지 않아도, 곧바로 토스뱅크의 고객이 되어 계좌를 만들 수 있다. 토스뱅크라는 앱을 따로 만들고 이를 알리는데 들어갈 마케팅 비용을 아껴 고객에게 돌려주고자 한다. 토스 역시 고객과 새로운 서비스가 만나는 접점을 넓히고 계열사 혹은 서비스 간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요즘 토스뱅크 팀은 서비스 출시 준비에 여념이 없다.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기는 이르지만, 한가지 토스뱅크의 제품 철학만큼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어렵고 복잡한 상품을 만들어 놓고 고객에게 두꺼운 설명서를 떠넘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토스의 직관적인 UX만큼이나, 최고의 혜택을 모아 심플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토스뱅크라면 아무런 고민 없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신뢰를 쌓기 위한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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