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FINANCE LIFE

돈이 들어오니까 막힌 변기도 뚫는거죠

2020.11.21
김예지

작가&청소부 김예지의 머니 스토리

 

엄마가 먼저 물어보셨어요. “너 청소일 해볼래?”

청소일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6년 반이 지났어요. 그 전에는 온라인쇼핑몰 회사에서 상품 스타일리스트로 1년 동안 일했는데요. 일러스트레이터로 전업을 하고 싶어서 퇴사를 했고, 여러 디자인 회사에 지원을 했는데 다 떨어진 거예요. 

그때 엄마가 같이 청소일을 해보자고 하셔서 시작했죠. 엄마 말을 들어보니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청소일이 더 나은 것 같았거든요. 일단 디자인 회사에 인턴이나 신입으로 입사하는 것보다 벌이가 괜찮을 것 같았어요. 디자인 계열의 일이 워낙 박봉이거든요. 또 청소일은 유동적으로 시간을 조정할 수 있잖아요. 남는 시간에 그림 포트폴리오도 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죠.

엄마와 저는 일종의 동업자 관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제가 대표인데도 엄마가 지시를 많이 내리세요. 굉장히 정석이시거든요. 아직도 제 일처리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많으신 것 같아요. 매일 ‘제대로 안 하냐?’ 이러세요.

김예지

 

청소일을 시작하고나서 한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청소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한 건데, 정작 그림 일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던 거죠. 그림을 SNS, 포트폴리오 사이트에 올려 보기도 하고 다양한 곳에 뿌려도 봤는데... 특색이 없었나봐요. 그림 그리시는 분들도 워낙 많아서 경쟁력도 떨어지고요.

청소일도 너무 힘들었어요. 청소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이 엄청 부었던 기억이 나요. 청소일을 하면 악력을 되게 많이 사용하게 되거든요. 걸레를 잡을 때도, 빗자루질을 할 때도 계속 손을 꽉 쥐고 있으니까요. 아침마다 손이 부어서 되게 고생했어요. 굳은살도 많이 생겼고요. 예전 남자친구는 제 손을 잡으면서 손이 왜 이렇게 거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이 일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청소일을 하면서 진짜 많이 울었죠.

토스 마이머니스토리

 

청소일 4년차가 되었을 무렵부터 책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맞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할 때였어요. '다른 친구들처럼 회사 다니면서 커리어를 쌓아야 되는 거 아닌가?’, ‘4년의 세월을 허비한 게 아닐까?' 등등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았고요.

그런데 청소일을 하는 내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면 이런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겠다 싶었던 거죠. 그래서 하는 일에 대해서 정말 솔직하게 썼어요. 평소에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던 그런 비밀까지도 다요.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저 청소일 하는데요?>예요. 이 책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았다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맙다고, 나 혼자 너무 외로웠다고, 이런 얘기가 너무 필요했다고 하시면서요. <저 청소일 하는데요?>는 10쇄를 넘게 찍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내년에는 일본에서도 출간될 예정이고요. 두 번째 책 <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도 중국과 일본으로 수출될 예정입니다.

토스 마이머니스토리

 

청소업계에서는 일감을 세거나 부를 때 ‘물건’이라고 불러요. 

공장을 청소하는 80만 원짜리 물건, 빌라를 청소하는 5만 원짜리 물건…이렇게 물건 당 가격 차이가 되게 커요. 저희는 주로 병원, 학원, 공장, 사무실, 빌라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쓰는 공공시설을 청소하는데요. 공공시설 물건이 좀 큰 편이거든요. 계단, 엘리베이터 같은 곳의 청소를 하고 분리수거도 하죠. 만약 80만 원짜리 물건이 끊어지면 타격이 좀 있겠죠?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렇게 큰 물건이 끊어진 적은 없어요.

일감은 다양한 경로로 들어오는데요. 인터넷 청소 카페에 물건이 올라올 때 하나를 잡기도 하고, 청소하고 있는 건물 주인분이 다른 건물을 소개해 주시기도 해요. 혹은 어떤 건물의 주인분이 지나가다가 명함을 주시면서 청소해달라 하시는 경우도 있고요. 친한 부동산 사장님이 새 건물이 생겼으니까 해보라면서 소개를 시켜주실 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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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들어오니까 막힌 변기도 뚫는거죠.

청소일을 하면서 더러운 거 볼 때가 가장 힘들어요. 막힌 변기, 누가 옥상에 싸놓은 똥, 분리수거가 잘 안 되어 있는 곳에서 나오는 바퀴벌레, 구더기…그런 걸 볼 때면 '내가 이렇게까지 돈을 벌어야 되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지루함도 견디기 힘들죠. 청소일을 6년 반이나 했거든요. 매일 하는 일이 거의 똑같고 패턴화되어 있어요. 가끔 지루함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때도 있어요. 이 일에서 벗어나고 싶고, 갑자기 차 타고 훌쩍 떠나버리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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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화났던 적도 많아요. 

청소를 하고 있으면 가끔씩 뚫어지게 쳐다보는 분들이 계세요. 처음에는 그 시선이 너무 힘들었어요. ‘내가 동물원의 동물도 아니고 왜 저렇게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지?’,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건가?’ 처음에는 그런 시선들이 큰 부담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단련됐죠. 그런 것들이 내게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걸 경험을 통해서 알았거든요. 이제는 그냥 쳐다보나 보다 그러고 말아요.

사실 이 모든 힘듦은 돈을 버니까 참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청소일을 해야 벌어먹고 사니까요. 도망간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그런 현실적인 마음으로 꾹꾹 눌러서 계속 하는 거죠. 

이 일을 하면서 제일 기쁠 때도 역시 돈이 들어올 때예요. 청소를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가 있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요. 사실은 매번 너무 똑같은 일을 하고 있어서 보람을 느낄 새가 없어요. 왜냐하면 기껏 청소를 해놓아도 다음 날 가면 다시 더러워져 있으니까요. 보람이라는건 제가 직접 변화를 크게 일으켜야 느낄 수 있는 것 같은데 청소일을 하면서는 잘 못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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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마지노선에서 살아보셨어요?

돈 때문에 항상 힘들었어요. 경제적으로 늘 마지노선에서 살아왔거든요. 급식비를 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태. ‘난 정말 가난해’라고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풍족한 것도 아닌 상태. 저희 부모님은 급식비만 내주시고 ‘너 외투 사줄 돈은 없어’라는 식이었고요. 

미대 다닐 때는 학자금 대출 받아서 등록금을 냈는데, 사회초년생 때 그 대출금 갚느라 엄청 힘들었어요. 첫 직장이 매우 박봉이어서 원금이랑 이자 내면 남는 게 없었거든요. 그때 용돈이 30만 원이었는데요. 친구가 그 돈으로 어떻게 사냐고 그랬어요. 그 친구는 자기가 대학 다닐 때 용돈이 70만 원이었다면서요. 그땐 (속된 말로) 거지같이 살았죠.

온라인 쇼핑몰에서 일할 때도 예쁜 소품이나 옷을 많이 보게 되잖아요. 촬영할 때 다른 직원들은 “이거 예쁘다” 하면서 사는데, 저는 못 사는게 서러웠고요. 다른 사람은 다 누리는데 나는 누리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만약 살 수 있는 처지였으면 ‘괜찮아, 필요 없어’라고 했을 텐데, 친구들은 쉽게 사는 반면 나는 사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 서러웠던 것 같아요. 

김예지

 

지난 몇 년간 청소일도 하고 책도 쓰면서 스스로 누릴 수 있는 수준으로 수입이 올랐어요. 

조금만 노력하면 살 수 있는 것이 많아졌기 때문에, 소비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사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다’라고 생각이 변했어요. 예전에는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뭔가 사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거든요. 지금은 ‘못 사는게 아니고 필요하지 않으니까 안 사는 거야’ 이렇게 변한 거죠. 

그리고 얼마 전에 집도 샀거든요. 살면서 돈 때문에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대출을 많이 끼고 사기는 했지만요.

김예지

 

금융은 뭘 알아야 하는지조차 잘 모르겠어요.

저는 돈에 관심이 많아요. 돈을 굉장히 좋아하고, 또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돈이 중요한 게 아니고’라는 말을 되게 싫어해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면 뭐가 중요한 거야?'라고 반문하고 싶어요. 돈의 노예만 되지 않는다면 돈에 관심을 갖는 건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돈을 잘 관리하려는 것도 인생에서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하고요.

단점은 돈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거에요. 사실 제 돈도 엄마한테 거의 다 맡겨 놓았거든요. 이제는 스스로 돈을 관리하면서 경제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그런데 정말 금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이기 때문에 ‘뭐부터 시작해야 되고 누구한테 물어봐야 돼?'하는 막막함이 있어요. 가령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는 에OO 로 공부해’ 이런 게 있잖아요. 그런데 금융은 무엇을 알아야 되는지조차 잘 모르겠는거죠. 혼자서 거대한 지식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느낌이랄까…

저 같은 금융 초짜들이 금융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플랫폼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유튜브에 나와 있는 금융 강의는 좀 딱딱해서 재미있는 교육 영상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개념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금융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풀어주면 되게 재밌을 것 같고요. 실생활에서 돈을 아낄 수 있는 꿀팁도 좋을 것 같고요. 사실 또래 친구들 중에는 경제 관념이 없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이 친구들을 위해 10대, 20대, 30대에 각각 어떠한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지 알려줘도 좋을 것 같아요. 연령대별로도 필요한 활동이 다 다르니까요.

김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