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못 하는 법은 딱 한 가지예요

by My Money Story

전업투자자 황준호의 머니 스토리

투자가 제일 쉬웠어요.

저는 전업투자자입니다. 대형 금융회사의 채권펀드매니저로 시작해 전업투자자로 5년을 지냈고요. 제도권 안팎에서 안전자산, 위험자산에 모두 투자를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자영업자의 매출을 관리해주는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했는데요. 가장 잘하는 것이 ‘투자’임을 깨닫고 퇴사했어요. 다시 전업투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스타트업에 몸 담았을 때 그로스 매니저, 인베스트먼트 매니저, 비즈니스 매니저까지 다 해봤는데요. 모두 저와는 잘 안 어울리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역시 ‘투자자’가 꼭 맞는 직업이란 확신이 든거죠. 최근 ‘사이렌 파트너스’라는 1인 투자 회사를 설립했어요. 앞으로는 투자자문사로도 확장해볼 생각입니다.

영화 <굿 윌 헌팅> 보셨어요? 그 영화를 보면 맷 데이먼의 여자 친구가 맷 데이먼에게 ‘너는 왜 이렇게 천재야?’라고 묻는데요. 맷 데이먼이 이런 대답을 해요. ‘피아노를 그냥 치는 애들이 있듯이 나는 이게 그냥 된다’고요. 저에게도 투자가 제일 쉬웠어요. 10만큼의 노력만 들여도 남들이 20을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계속 뽑아낼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얼마나 벌어 두었냐고요? 음… 앞으로 회사를 10년쯤 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

요즘 ‘일잘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일 잘하는 사람들 보면, 자신이 못하는 일은 빨리 제하고 잘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해요. 투자도 굉장히 비슷해요. 쭉정이들을 빨리 제거하고 좋은 것만 책상 위에 올려놓는 거죠. 

투자를 잘하는 방법은 많은데, 못하는 방법은 딱 한 가지예요.

투자 회사에 재직할 때 돈을 잃는 고객들에게서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어요. 바로 손실이 날 때마다 계속 버티기를 한다는 건데요. 투자를 잘하는 방법은 많은데 못하는 방법은 딱 이거 한 가지더라고요. 그만큼 투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손절’입니다. 대부분 이걸 잘 못해서 망하고요. 

사람들은 보통 10번을 투자하면 적어도 8~9번은 수익을 내야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데요. 큰 착각이에요. 경험상 10번 중 3번 정도 2배의 수익을 내면, 나머지 7번은 5%의 손실로만 막아도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었어요. 2011년 증권사에 몸 담았을 때 옵션 거래를 하면서 어렴풋이 깨달았는데요. 당시 10번 투자하면 4번 정도는 수익을 냈는데, 이때 번 것을 계산해보니 5배 정도의 수익이 났더라고요. 

이후 워렌 버핏식 투자를 연구하면서 이 방법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었어요. 워렌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를 방문 취재해서 컨텐츠 플랫폼 퍼블리에 3년 동안 글을 썼거든요. 주주총회에 가기 전, 6개월 동안 국내에 출판된 버핏 관련 책은 다 읽었고요. 그때 버핏이 강조하는 ‘잃지 않는 투자’에 대해 나름의 관점을 갖게 된거예요. 저는 ‘잃어도 되는데 많이는 잃지 마라’로 본 거죠. 이것만 잘해도 앞으로 투자하면서 돈 벌 일은 많겠다고 생각했고요.

물론 저도 손절은 어려워요. 돈 잃는 것도 서러운데, 이건 내 결정이 실패했다고 인정하는 거잖아요.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일이죠. 손절을 못해서 실패한 경험이요? 물론 있죠. 선물 상품에 투자했을 때 2억 원 정도 날린 적이 있는데요. 적절한 시점에 손절을 못해서 돈을 잃은 거예요. 계속 현업에 있었더라면 이런 결정을 안 했을텐데 오랜만에 돌아와서 호기를 부리다가 손실을 본거죠. 

그때 스스로를 용서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아요. 어떻게 용서했는지 아세요? 투자자 친구에게 전화해서 “나 2억 날렸다”고 하소연 했더니 그 친구가 “난 8억 날렸어.” 그러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까 마음이 너무 편해지는 거 있죠. 결국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임을 깨달았어요.

투자할 때 얼마나 확신하시나요?

저는 전업투자자로 일하면서 확신의 수준이 달라졌어요. 확신의 수준을 높이는 건 투자자에게 아주 중요합니다. 더 큰 금액을 투자할 수 있게 되거든요. 평소에는 돈 1억원을 넣더라도, 확신이 있으면 2억원, 3억원까지 넣을 수 있게 되니 같은 수익률에도 더 많은 돈을 벌게 되는 거죠. 

카톡 메신저 보면 ’00 주식을 사라’고 알려주는 리딩방들이 많잖아요. 이런 곳에서 돈을 못 버는 것도 같은 이치예요. 너무 간단하게 매수, 매도가 이뤄지기 때문에 학습을 통해 확신 수준을 높이는 과정이 생략되거든요.

워렌 버핏은 투자로 전 세계에서 가장 부자가 된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연평균 수익률이 25%가 채 안되요. 요즘엔 더 떨어져서 20%대 초반이고요. 리딩방에서 말하는 것처럼 매번 100%, 200%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그 방에 있는 사람들 중 분명 버핏 이상의 부자가 나왔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러지 못한 이유는? 100%, 200%로 올라갈 주식에 돈을 많이 넣지 못해서예요. 확신의 수준이 낮거든요. 직장인이라면 고작 1년 연봉 정도를 넣을 수 있겠죠. 왜냐하면 그 돈을 다 잃었을 때 2~3년 안에는 갚을 수 있는 금액이어야 하니까요. 

전업투자자로 나선 것도 확신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예요. 스포츠에 비유하면 쉬워요. 다른 직업이 있는 상황에서 퇴근 후 훈련만으로 NBA 스타가 될 수 있을까요? 

부자처럼 생각해야 돈을 벌어요.

수수료도 마찬가지인데요. 당신이 워렌 버핏 만큼 돈이 많다고 가정해보세요. 1조를 투자한다면 한 번 샀다가 팔 때 수수료율이 0.25%이니까 25억을 내야 하거든요. 부자들은 이 수수료가 크니까 매수, 매도를 가급적 안 하고 싶어해요. 

투자 규모가 작을수록 수수료를 체감하지 못하고 신나게 샀다가 팔았다가 하는거죠. 주식을 얼마나 사고 팔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를 ‘회전율’이라고 하는데요. 회전율이 높으면 그만큼 수수료로 나가는 비용이 커지니 돈을 벌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1억 이하로는 투자를 하지 말라고 권해요. 그게 아니면 1,000만 원이 있어도 1억처럼 생각하고 투자하라고 말씀드리고요.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해야 투자를 잘할 수 있거든요. 저도 퇴사 후 처음 전업투자를 시작했을 때는 돈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도 돈이 되게 많다 생각하고 투자했거든요. 그래서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부자들은 돈도 잘 안 써요. 워렌 버핏은 이발을 하면서 ‘정녕 여기에 30만 달러를 써야하나.’라고 투덜거렸다는 일화도 있죠. 이발비는 불과 몇 달러의 푼돈이지만 복리로 계산하면 수십년 후 30만 달러가 돼있을 수 있다면서요. 저도 올해 300만 원짜리 TV를 하나 구입했는데요. 올해 투자수익률이 2020년 11월 현재까지 180% 정도 되거든요? 그때 샀던 TV는 사실 840만 원의 가치가 있었던 셈이죠.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다 보니 나중엔 TV를 산 게 후회 되더라고요. 투자를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드는 만큼 평소에 쓰는 돈이 아까워 지는거죠.

앞으로 10년 동안 100배 더 부자 되는 게 목표예요.

무척 허황되게 들리죠? 10년 동안 돈을 100배로 불리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되나 싶고요. 

쇼핑몰로 바꿔서 이야기 해드릴게요. 올해 매출 1억 원을 냈는데 내년에 10억 원을 달성하려고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볼 거예요. 지금까지 하던 대로 똑같이 해서는 1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없겠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겠죠. 그러면 쿠O에 입점을 하던지, 추가적으로 벤더를 확보하는 것 같은 대안을 마련할 거고요. 그런 식으로 행동하게 되면 내년에 10배는 아니더라도 2배나 3배까지는 매출을 상승시킬 수 있게 됩니다. 

10년 동안 100배 부자라는 목표도 마찬가지예요. 얼핏보면 굉장히 도전적이고 심지어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분명히 가능성을 봤어요. 앞으로 10년 동안은 이 목표에 매진하기로 결심했고요. 그리 어렵지 않은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돈이 있으면 기회의 문이 열려요.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달라지고,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바로 연락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요. 돈을 벌어서 그런 기회와 사람을 얻고 싶은 겁니다. 그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다보면 또 좋은 사업 기회가 생길 것 같고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갔을 때 굉장한 걸 보았는데요.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회, 그리고 주주들의 후손들끼리 굉장히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었어요. 그러니까 이 회사의 초창기 멤버들이 3대, 4대째까지 내려온건데요. 그중에는 10대, 20대도 많거든요? 그 친구들이 파티를 열기도 하면서 서로 긴밀하게 교류 하더라고요. 그 커뮤니티가 무척이나 부러웠어요. ‘저건 돈 주고도 살 수 없겠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적어도 50년은 가지고 있어야지 들어갈 수 있는 커뮤니티겠다.’라는 느낌을 받은 거죠. 

평생 투자하려면, 공부하세요.

금융회사의 실력고객의 자산을 얼마만큼 증대시켜주는지에 달려 있는데요. 일차적으로는 좋은 투자 정보를 제공해야겠죠. 고객이 투자자로서 나름의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요. 투자에 대한 올바른 시각이 잡혀 있지 않으면, 어떤 정보를 접하더라도 제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거든요. 금융회사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제공하기보다 고객들이 좋은 요리사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돼요. 좋은 투자 철학을 갖게 하고, 올바른 꿈을 심어주고…

투자자들도 공부를 해야 돼요. 먼저, 출처가 확실한 보고서를 읽어야 합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뉴스는 대개 어느 은행의 지점장이 말했다거나, 어느 보고서를 짤막하게 인용했다거나 하는 식이거든요. 여러 증권사의 리포트를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증권사에 가입을 하면 해당 증권사에서 발행한 리포트는 무료로 볼 수 있거든요. 유료로 볼 수 있는 보고서까지 읽으면 더 좋고요.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한 분들에게는 피터 린치 같은 전설적인 투자자들의 책을 읽는 것도 추천드려요. 투자 대가들이 어떤 식으로 사고 파는지 알 수 있고, 평생 지속할 수 있는 나만의 투자법을 찾을 수 있거든요. 

주식 시장에는 한번의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로 넘쳐나는데요. 공부를 해야 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어요. 우리는 평생에 걸쳐서 투자를 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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