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 쉬워진다 일상

그건 사업이 아니라 아주 비싼 취미 활동이야

2020.12.17
토스 마이머니스토리

이동책방 주인 김예진의 머니 스토리

 

다마스 때문에 운전면허를 다시 땄어요.

작년 9월, 다니던 IT 회사를 퇴사하고 올해 3월부터 이동책방 ‘북다마스’를 시작했어요. 어릴 적부터 이동책방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동네를 돌아다니던 이동도서관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언젠가 나이를 먹고 돈을 벌게 되면 나만의 서재를 차에 싣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러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제는 이동책방을 시작해봐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 거예요. 제가 또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거든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제가 좋아하는 독립출판물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질렀습니다.

다마스는 태어나서 처음 구입한 차예요. 처음부터 이 차가 좋았어요. 일단 귀엽게 생겼잖아요. 가격도 합리적이고, 주차도 쉽고… 책도 450kg나 실을 수 있어요. ‘북다마스’라는 이름을 떠올린 것도 다마스를 구매하게 된 중요한 이유예요. ‘책을 담았다’는 중의적 의미도 있으면서 발음하기도 쉽잖아요. 이름 때문에라도 이 차를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1,065만 원을 주고 다마스를 구입했죠. 사실 이 차를 사기 전까지는 2종 보통면허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것도 장롱면허로... 다마스를 운전하려고 1종 운전면허를 다시 땄다니까요. 운전연습은 그때부터 시작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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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업이 아니라 아주 비싼 취미활동이야."

이동책방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 모두 어이없어 했어요. ‘와 재미있겠다, 빨리해봐.’ 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돈은 어떻게 벌건데?’, ‘나름 사업자등록증 내고 하는 건데 수익구조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어?’ 같은 반응들이었죠. 

매우 현실적인 성향의 친구는 사업으로 생각하지 말고, ‘아주 비싼 취미 하나 가진다.’ 생각하면서 시작하라 했어요. 책을 아무리 많이 팔아도 직장 다닐 때보다는 절대 돈을 더 벌지 못할 거라면서요. 그 친구는 작은 서점에서 일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 요즘에 책이 얼마나 안 팔리는지 잘 알고 있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긴데, 그때는 이동책방을 빨리 시작하고 싶어서 마음이 되게 조급했어요. 이 사업을 다른 사람이 먼저 시작할 것 같았거든요. 주변에서는 저런 ‘미친 사업’을 누가 하냐고, 너 말고는 아무도 안 하니까 천천히 하라고 하는데... 저는 ‘누군가 이거 할 것 같아. 빨리해야 돼.’ 이랬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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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북다마스를 시작하자마자 코로나가 덮쳤어요. 

원래는 대학교 축제나 북 페어를 돌아다니면서 책을 판매하려고 계획을 세웠었는데, 올 상반기에 모든 행사가 취소됐잖아요. 캠퍼스에는 학생들이 사라졌고요. 제 계획이 다 틀어진 거죠.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시내의 카페를 섭외해서 그 앞에서 책 판매를 시작했어요. 전국 각지의 카페를 순회하는 전국투어도 시작했지요. 안성, 대전, 광주, 전주, 남해, 여수, 부산, 대구, 제주도… 35일 간 스무 지역의 카페를 돌았어요. 제주도에 갈 때는 배에 다마스를 싣고 갔고요. 

책을 한 권이라도 팔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책이 팔렸어요! 전국투어를 하는 동안 360권의 책을 팔았고, 400만 원 정도의 매출이 나왔어요. 그중에 제 수입은 130만 원 정도였고요. 

이 돈은 저축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달간 생계유지는 할 수 있는 금액이에요. 지금 부모님 집에 얹혀 살고 있고, 돈 쓸 곳도 거의 없거든요. 요즘 같은 시기에 책을 사주시는 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감사했어요.

북다마스

 

애초에 북다마스를 먹고사는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북다마스 시작하기 전에는 디지털 웹 에이전시 기획자로 2년 반 동안 일했는데요.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운영을 대행해 주기도 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컨설팅을 해주기도 했어요. 

처음에 입사할 때는 이 일이 적성에 맞으면 오랫동안 다닐 생각이었는데요. 너무 바빠서 일이 재미있고 없고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더라고요.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새벽 2시에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거든요. 주말에는 쉬기에 바빴고요. 그때 현타가 온거죠. 내가 돈만 벌고 있다는 현타.

이동책방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뒤로는 수입의 대부분을 저축했어요. 결국 2년 정도 돈을 벌지 않아도 될 만큼 모아 놓은 상태로 북다마스를 시작했고요. 

애초에 북다마스를 먹고사는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일단 시작해보고, 해보면서 돈 벌 방법을 찾자고 생각한거죠. 2년 내에 사업이 잘 안 되면 다시 취직하면 되고, 사지 멀쩡하고 건강하니까 어디서든 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걱정이 별로 안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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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돈 벌려고 태어난 건 아니잖아요.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벌고 있는 거예요. 물론 책을 판매해서 돈을 벌기는 해요. 그런데 돈을 벌어야 한다는 목적으로 하는 일은 아니에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인 거지. 그 둘이 연결이 안 된다는 게 좀 서글프긴 하지만 어쨌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후회는 없어요.

사람들은 자신이 돈을 버는 진짜 이유를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생활을 유지하려고 돈을 번다.’, ‘여행을 좋아하니까 돈을 번다.’, ‘내가 원하는 물건을 사고 싶어서 돈을 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돈을 벌기 시작하지만, 막상 어느 순간부터는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돈을 버는 거죠. 돈 때문에 포기하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요. 

주객전도가 되는 건데요. 통장 잔고에는 돈이 가득한데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걸 못하는 건 너무 안타깝지 않나요?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서 태어난 건 아니잖아요.

김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