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FINANCE LIFE

돈 잘 버는 병재가 부럽고 배가 아파요

2021.01.09
토스 마이머니스토리

유병재 매니저 유규선의 머니 스토리

 

실장님이 아닌, 매니저로 불러주세요.

안녕하세요, 유규선입니다. 그동안 자기소개할 때는 꼭 이름 앞에 ‘유병재 매니저'를 붙여서 소개해왔어요. “안녕하세요, 유병재 매니저 유규선입니다."라고요. 그런데 최근 방송에 출연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연예인이 아닌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신기하게 유명세를 얻는 것이 매니저로 일하는 데에도 꽤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만약 매니저 업무와 연예인 업무가 겹친다면? 고민 없이 매니저 일을 택할 겁니다. 전 이 일이 너무 재밌거든요. 천직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요. 우연한 계기로 매니저가 됐어요. 처음에는 방송작가로 일을 시작했고요. 혼자서 활동하던 병재의 매니저 일을 봐주다 보니, 매니저의 길로 들어서게 됐어요. 그런데 막상 매니저가 되어보니 이 일이 엄청나게 재밌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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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가 일종의 ‘기획자'라고 생각하는데요. 작가와 마케터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을 하지만, 매니저는 ‘사람을 기획하는 일’을 해요. 연예인과 가장 가까운 실무자이자, 그 연예인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내가 맡은 연예인을 잘 파악해서 그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매니저로서 꼭 가져야 할 핵심 역량이에요. 제가 기획한 연예인의 캐릭터가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고, 계획한대로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을 확인하는게 정말 재밌어요. 주변 친구들 몇 명을 웃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희열이었고요. 

팀원으로 들어온 후배들에게 일을 가르칠 때도 꼭 주문하는 것이 있어요. “네가 이제부터 어떤 연예인을 담당할 건데, 그 사람이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어떻게 활동하면 대중들이 좋아할지를 생각해 봐.”라고 해요. “운전을 이렇게 해야 해.”, “그 연예인은 어떤 음료를 좋아해.” 이런 게 아니라요. 어떤 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야 본인이 담당하는 연예인이 대중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하고 기획해보게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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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연예계에서 매니저라는 직업이 하대받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에도 일하는 중 전화 통화를 하다 보면, “매니저라고 불러야 할까요? 실장님이라 불러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거든요. 저는 실장님보다 매니저라는 직함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기분 나쁘게 듣는 분들도 많다더라고요. 이상하다 생각했어요. 매니저라는 직업은 멋진 직업이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타이틀인데 왜 스스로 무시할까… 싶었죠. 조심스레 추측해보면, 옛날엔 아주 단순한 업무로 매니저 일을 시작해서 그런 것 아닐까 싶어요. 연예계에는 ‘운전만 할 수 있으면 매니저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더라고요. 

매니저 채용을 위해 면접을 볼 때, “어떤 매니저가 되고 싶어요?”라고 질문하면, 대부분의 지원자분들이 제대로 된 답을 못 하세요. 그 사람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매니저라는 직업에 대해 제대로 정의한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성공한 매니저들도 더러 있지만, 그분들이 어떤 방식으로 성공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안 알려져 있으니까요.

‘매니저’로서의 업무와 성공방식을 정리하고 싶어요. “이게 정답"이라는 내용이 아니라, “매니저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고, 매니저로 일하면 이런 점이 좋다.”는 내용을 말하고 싶어요. 먼저 경험해본 사람으로써 충분히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매니저라는 타이틀의 가치를 더 올리고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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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가난한 집의 부유한 막내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가난했어요. 배를 곯진 않았지만, 늘 밥에 김치만 먹는 집이었죠. 외식 같은 건 생각도 못 했고요. 얼마 전까지 저희 가족은 부엌과 목욕탕의 구분이 없는 원룸에서 살았는데요. 다섯 식구가 한 집에 살았던 기억이 거의 없어요. 항상 누군가는 다른 곳에 가 있었죠. 누나는 할머니 집에 가 있는다든지… 

어머니 혼자 다섯 식구를 부양하셨어요. 식당 일 하면서 받은 월급 130~150만 원 정도로 우리를 먹여 살리셨고요. 돌이켜보면 참 신기해요. 그 돈으로 대체 어떻게 다섯 명이 썼지? 지금 제 수입보다 훨씬 적은데… 저는 이 돈을 혼자 써도 매번 모자란데 말이죠.

그런데, 막상 저는, 우리 집이 엄청 가난하다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왜냐면 전 가난한 집의 부유한 막내였거든요. 누나도 형도 모두 막내인 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해주려 했어요. 막내라는 특권으로 식구들 중 가장 빠른 기간 내 새 교복을 사 입었던 사건이 생각나네요. 중학교 입학식 날 보풀 일어난 헌 교복을 입고 갔어요. 누군가에게 물려받은 교복이요. 비싸서 새로 살 수 없었거든요. 저 중학생 때는 친구들끼리 교복 브랜드를 자랑하는 문화가 있었어서 누가 물어보더라고요. “교복 어디꺼야?” 몰라서 대답을 못했죠. 근데 어린 나이에 그게 너무 부끄러운 거에요. 집에 가자마자 가족들한테 “나 새 교복 사줘!” 투정을 부렸어요. 2학기 땐 새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갈 수 있었죠. 크니까 알겠더라고요. 철없던 막내 때문에 우리 가족들이 정말 많이 희생했구나… 요즘엔 가족들한테 고맙다는 표현을 많이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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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병재네 집도 저희 집과 상황이 비슷했어요. 병재는 누나만 둘인데요. 가난한 집에서 내리사랑을 받는 부유한 막내였죠. 가족들은 허리띠를 졸라 맸지만 병재는 원하는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자랐어요. 그래서 이 친구가 기부를 많이 해요. 그때 가족들의 도움 덕분에 자기가 가난을 잘 못 느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요. 병재의 선한 영향력 덕분에 저도 기부를 시작했어요. 비록 적은 돈이긴 하지만, 누군가는 이 돈으로 조금이라도 힘든 일을 덜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돈 벌고 제일 기뻤던 순간이요? 어머니 결혼시켜 드렸을 때예요.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새아버지를 만나셨어요. 결혼생활을 하신 지는 10년이 넘었는데, 결혼식은 2년 전에 올리셨거든요. 그때 누나랑 돈을 모아서 어머니 결혼식을 치뤄 드렸어요. 내가 직접 번 돈으로 엄마의 행복을 만들어드린다는 생각에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제 인생 최고로 가치있는 소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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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떻게 이런 집에서 살고 있지?

주 수입원은 샌드박스 소속으로 받는 월급이에요. 샌드박스에서 제작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할 땐 출연료 없이 광고 들어올 때만 돈을 받아요. 가끔 병재와 광고 촬영을 하면 모델료도 받고요. 제가 고양이를 5마리나 키우거든요. 얘네한테 좋은 것 사 먹이면서 병원도 데려갈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은 얻는 것 같아요. 반려동물 키우는 분들 아시겠지만 돈이 꽤 많이 들어가거든요. 

과거에 ‘난 평생 저 정도 돈은 못 벌 거야.’라고 생각했던 만큼, 지금 벌고 있어요. 가끔 병재랑 이런 이야길 해요. “우리가 어떻게 이런 집에 살고 있지..?” “집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네?” “뜨거운 물이 너무 잘 나오잖아?” 우리가 어렸을 때 살던 곳과 너무 다른 환경이니까 신기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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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엔 디터람스 턴테이블과 앰프를 샀어요. 집에서 LP를 듣는데 소름이 돋더라고요. 예전엔 이런 물건을 가지려면 몇 달간 돈 모으다가 ‘아… 사면 안 돼.’ 하면서 매번 포기했거든요.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이 정도 취미는 즐길 수 있게 됐어요. 놀라운 변화죠. 오디오로 음악 듣는걸 되게 좋아해서 스피커 모으는 걸 좋아해요. 방이 8평 정도 되는데 스피커를 6개 가져다 놨어요. 병재가 제 방을 지나갈 때마다 되게 한심하게 쳐다봐요. (웃음) 저 솔직히 막귀거든요.

수입이 늘어났지만, 저라는 사람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아직 사람이 변할 정도로 돈을 벌지도 못했고요. 평소 씀씀이도 과거와 별반 차이는 없어요. 예전에 병재와 저는 100만 원 벌면 100만 원 다 썼어요. 내일이 없는 것처럼요. 돈도 못 버는 애들이 맨날 먹고 싶은 거 다 사 먹고, 택시 타고 다니고… 순간의 행복이 먼저였던 것 같아요. 수입의 변화를 잘 체감하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예요. 만약 예전에 우리가 1,000만 원을 모으려고 치킨을 안 사먹을 정도로 돈을 아껴왔다면, 참아왔던걸 맘껏 할 수 있게 된거니 엄청난 차이를 느낄텐데요. 지금도 그때도 쓰는 돈 액수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 저희가 엄청 비싼 차를 타는 것도 아니고요.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병재도 저도 예전과 달라진 건 없다고 생각해요. 한 마디로 둘다 여전히 찌질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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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버는 병재가 부럽고 배가 아파요.

병재랑은 군대에서 만났어요. 병재가 개그맨 시험을 같이 보자 했는데 거절했어요. 병재는 결국 개그맨 시험에서 떨어졌고요. 돌이켜보면 차라리 잘 된 일이었다 생각해요. 이후 전 다른 일을 하면서 경험을 쌓았고, 병재는 독특한 경로로 개그맨이 됐으니 말이죠. 둘다 그때 다양한 경험을 해본게 큰 도움이 됐어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으니까요.

병재가 돈을 많이 버는거 보면 어떻냐고요? 늘 부럽고 배 아파요. (웃음) 심지어 저는 아무 상관없는 연예인이 얼마 받고 광고 찍었다는 소리 들을 때도 배가 아프거든요. 그런데 그건 단순히 ‘나도 저렇게 벌어보고 싶다!’ 정도의 푸념이고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가 지금 이 정도의 돈을 벌어도 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벌고 있어요. 제 또래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느낄 정도로요. 

그리고 저보다 병재가 훨씬 많이 벌긴 하지만, 전 병재가 버는 수입이 타당하다 생각해요. 이 친구가 저보다 훨씬 더 커다란 재능을 지니고 있기도 하고요. 병재는 저보다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한 대가로 그만큼의 수입을 얻고 있거든요.

연예인은 본인 것이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집을 나서는 순간 본인의 모습은 사라지죠. 예를 들어, 전 좋아하는 이성과 놀이공원에 가고 싶으면 그냥 가면 되잖아요. 그런데 연예인들은 못해요. 대중에게 공개하겠다는 큰 결심과 다짐을 하고 가야 하죠. 남들은 고민 없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일상인데, 연예인들은 다짐을 하거나, 포기하거나, 참아내야 하는 상황이 많아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만큼 희생해야 하는 것도 많은거죠. 그래서 전 병재를 포함한 모든 연예인들의 노고와 수입을 인정합니다. 

돈보다 소중한 것이 있냐고요? ‘유병재’라는 친구요. 병재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게 해준 사람이자,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도와준 친구예요. 저는 병재를 위해 제 모든 것을 포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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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돈을 벌지?' 이 질문은 앞으로 오래도록 곱씹어볼 것 같아요.

돈을 벌고 쓰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죠. 일단, 옛날처럼 버는 족족 돈을 다 써버리진 않으니까요. 제 행복을 지킬 수 있는 만큼의 돈은 쓰되, 나머지 돈은 가족들한테 쓰고 저축도 해요. 어머니도 은퇴하셨고, 이젠 제가 앞장서서 가족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데 돈이라는 게 막 쓸 땐 잘 몰랐는데… 수입이 일정해지고 나서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조급해지는 것 있죠. 어떻게 돈을 더 모아야 하지?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지? 내 수입이 끊겨버리면 가족들은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목표를 세우려고요. 앞으로 열심히 돈 모아서 우리 가족 사는 집 하나, 조용한 동네에 제 집 하나 가지고 싶어요. 저 혼자 살 집은 15~20평만 되면 딱 좋을 것 같네요. 제가 만든 카페도 하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희망사항도 있어요. 제 취향을 반영한 인테리어에, 오디오 잔뜩 채우고, 좋아하는 음악 맘껏 들으면서 여유롭게 살면 좋지 않을까… 그런데 그렇게 여유롭게 살아가려면 지금 죽도록 일해야겠더라고요. 제 자신과 타협했어요. 길게 보자. 현재가 더 중요하다. 지금은 여유를 즐기고, 그런 환경을 만드는건 나중에 생각해보자. 걱정은 더 늙어서 하자. 

“당신은 왜 돈을 버나요?” 물어보셨잖아요. 15년 간 사회생활 하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이더라고요. 이 답을 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스무살 때부터 ‘난 뭘 해야 하지?’ 고민을 하다가, 서른이 되어서야 찾은 답이 매니저였거든요. ‘난 왜 돈을 벌지?’ 이 질문은 앞으로 오래도록 곱씹어볼 것 같아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은퇴할 때까지 좋은 모티베이션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오늘부터 찾아봐야겠어요. 나에게 돈이 왜 필요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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