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여성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by My Money Story

듣똑라 기자 이현의 머니 스토리

‘듣똑라’ 에 오면서 기자의 ‘가오’는 많이 내려놓았어요.

2020년 1월부터 ‘듣똑라’ 멤버로 활동 중인 이현입니다. 경제부 기자로 일하다가 듣똑라 팀에 합류해 팟캐스트와 유튜브로 경제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있어요.

듣똑라는 ‘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의 줄임말이에요. 저희와 동질성이 높은 2030 여성을 타깃으로 하여, 도움이 될 만한 뉴스나 지식을 소개해주기도 하고요. 어떻게 하면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지난 1년 동안 여성(WOMAN)과 돈(MONEY)을 합친 ‘워니(WONEY)’ 코너를 진행하고 있고요.

제 하루는 눈을 뜨면서 페이드인(fade-in)되는 것 같아요. 눈 뜨면 보통 뭐 먼저 하세요? 스마트폰 보지 않나요?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포털 뉴스를 보면서 보통 시작하잖아요. 사실 그게 저희에겐 일이에요. ‘지금 톱 뉴스가 뭐지?’, ‘밤새 무슨 뉴스가 있었지?’ ‘내가 어제 보다가 잔 뉴스가 어떻게 업데이트됐지?’ 등등 머릿속에 업데이트하면서 시작하죠. 밥 먹고 씻고 운전해서 출근하는 동안 다른 팟캐스트도 들어요. ‘어? 여긴 이런 이야기를 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혼자서 또 아이템을 정리하죠. 출근하면 다른 동료와 함께 업무를 보거나 대본을 쓰거나 녹음을 편집하는 등 다양한 걸 처리해요. 그러다 정리가 안 되면 집에 싸들고 가서 마저 하는 경우도 있고요.

매일매일 뉴스를 취재하고 내보내야 했을 땐 스트레스가 정말 심했어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신문을 봤는데, 같은 이슈를 취재하는 다른 회사 기자의 단독 기사를 보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기도 했거든요. 뉴스를 치열하게 쫓아가는 게 예전 일상이었다면 지금은 상황이 달라요. 다른 기자가 치열하게 쓴 기사를 멀리서 보고 ‘오호, 여기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저기서는 저런 이야기가 나오네. 기사들을 합쳐보면 지금 사회가 약간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것 같은데? 이 이야기를 듣똑라에서 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접근해요. 제가 생각하거나 찾아보는 콘텐츠가 더 넓어진 느낌이랄까요?

제가 합류하기 전부터 듣똑라는 이미 팟캐스트에서 어느 정도 브랜딩이 되어 있었어요. 팬층이 꽤 공고히 쌓여 있었고, 채널의 정체성이나 장점이 뭔지 분명한 편이더라고요. 저희 또래 또는 더 어린 MZ 세대에게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을 이야기했더니, 그걸 좋아해 주더라는 교훈도 쌓여 있었고요.

저희는 소위 기자로서의 ‘가오’를 많이 내려놓았다고 생각해요. 그냥 “제가 조금 더 아는 사람이니까, 편하게 말씀드릴게요”라는 식으로 다가간 게 유효하지 않았나 싶어요. 팀도 수평적인 분위기예요. 저희가 지금까지 일해온 방식으로는 언론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데에서 출발한 거니까요.

경제부 기자로 일했지만, 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어요.

대학 때 방황을 많이 했어요. 경제학을 공부했는데, 전공과 너무 안 맞았거든요. 다행히 복수 전공 제도가 있어서 정치외교학도 공부했죠. 어떻게든 경제학과 빨리 헤어지고 싶었거든요. 경제학을 잘하는 사람들은 한국은행이나 산업은행에 가거나 공무원이 되기도 했는데, 저는 아웃사이더여서 혼자 언론사에 가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기자가 되었습니다.

언론사에 입사하면, 각 부서 선배들이 신입 기자들을 배치해요. 한 번은 어느 선배가 “이번 기수에 경제학과 나온 애가 있다는데요?”라고 하면서 저를 경제부에서 데리고 갔어요. 그렇게 경제부에 한 번 발을 디디니까, 나중에 다른 부서를 거쳐도 다시 경제 산업 파트로 돌아오고… 이젠 저도 경제부 기자라는 직함에 정이 쌓였어요.

입사하고 몇 달 안 돼서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어요. 2011년 겨울, 부산저축은행 등 여러 상호저축은행들의 영업이 멈춘 사건인데요. 대주주 비리와 마감 시간 후 일부 고객들이 사전 인출 때문에 논란이 됐었죠. 그때 모 저축은행 본점 앞에서 며칠을 드나드는 고객들을 인터뷰했어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얼마 이상 돈을 많이 넣은 고객에게는 미리 돈을 찾아가라고 연락을 줬다더라” 등의 말이 있더군요. 실제로 확인해보니 그게 사실이었어요.

그때 몇 가지를 깨달았는데요. 우선 ‘뉴스는 이런 식으로 취재하는구나’를 깨달았어요. 다른 사람에게는 불행한 이야기인데 저는 그럴수록 일거리가 많아지는 상황이 좀 슬프더라고요. 저는 사회부 취재와 달리 경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사건은 그게 흉악 범죄든 화재든 눈에 보이잖아요. 그런데 ‘경제라는 것도 생각보다 무언가 돌아가고 있고, 이런 식으로 취재할 수 있겠구나’라는 걸 처음 경험한 사건이었어요.

경제 관련 다른 직업보다는 경제부 기자가 그래도 적성에 맞아요. 전 숫자와 그리 친하지 않고, 그게 어렵다는 걸 알잖아요. 동시에 스스로 더 공부하면서 이걸 어떻게 풀어서 설명해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도 알고 있죠. 전문가의 이야기를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꿔 전달해주는 게 경제부 기자의 일이니까요.

그중에서도 듣똑라가 제일 적성이 맞는 것 같아요. 비슷해 보이는 기자 일에도 여러 캐릭터가 있어요. 단독 취재를 잘하는 기자가 있고 인맥이 엄청 넓은 기자가 있고 인터뷰를 잘하는 기자도 있죠. 저는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쪽이었어요. 이야기에 관심이 있고 그걸 이해하기 쉽게, 재미있게 전달하는 기사를 좋아했었어요. 마침 듣똑라에서는 그게 주 업무거든요. 제가 이 팀에 발령 났을 때 어느 선배가 “너는 이제 물 만난 것 같다”라고도 했어요.

왜 부자인 여성은 없죠?

제가 ‘워니(WONEY)’ 첫 편에서 “돈 많은 여성이 진짜 많아지면 좋겠어요”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특히 금융 분야를 보면 고위급 임원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가 중에도 여성이 매우 드물어요. 부자 순위를 봐도 상속이 아닌, 자수성가로 돈을 모은 여성을 찾기 힘들고요. ‘왜 부자인 여성은 없지? 그냥 내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상상을 못한 건 아닐까?’ 그래서 이 유튜브를 보고 있는 여러분들께 돈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하면 분명 부자들이 나올 테고, 그러다 보면 부자인 여성도 많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밀레니얼은 생각보다 매우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세대예요. 기성세대 관점에서는 책임감 없어 보이는 어떤 선택들이 한편으론, 그 책임감이 너무 과중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인 것 같고요. 가령 비혼이라든지, 출산을 하지 않는 것들 말이죠.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면, 그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 책임감이 너무 무겁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밀레니얼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거든요. 경제가 매년 플러스 성장을 하고 내 임금도 오르고, 은행에 예금 맡기면 이자를 5, 6%라도 주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앞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경제부 기자인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지금 우리가 코로나를 극복하더라도 정말 주가가 계속 오를까? 집값도 이렇게 오름세로 갈까? 금리는 10년, 20년 뒤에도 0%일까? 알 수 없잖아요.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답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분명한 점은, 주식이 무엇이고 그게 어떻게 굴러가고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은 어떤 게 있는지, 어떤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어떤 자산이 움직이는지 알고 있는 사람과 모르고 있는 사람은 시장을 보는 눈이 확실히 달라요.

돈에 있어서는 자기 말고는 누구도 믿을 수 없어요. 물론 돈이 많아서 PB 센터를 이용하거나, 친구나 부모님 말을 듣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자기 판단이 매우 중요해요. 그래서 어떤 기회나 위기가 왔을 때, 자기 판단을 하려면 돈을 공부해 놓아야 해요. 한편 2020년에 워낙 주식이 오르다 보니, 빚내서 주식 투자하는 분이 은근히 많더군요. 그런데 저는 빚내서 투자하지 말라고 해요. 아무리 99% 확실한 투자 같아 보여도, 원금을 잃을 수 있는 상품을 사는 건 정말 위험하거든요.

나이 들어서도 밀레니얼, 젠지(Gen Z)를 따라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팀에서 상대적으로 나이가 더 많거든요. 그래서 동생이나 후배들 이야기를 편견 없이 들으려고 노력해요. 늘 제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으려 하고요. 안 그러면 나중에 ‘내가 틀린 것 같은데?’ 싶어도 말을 못하거든요. 콘텐츠를 만들 때나 평소 일상이나 지금의 제 생각이 항상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으면, 좀 더 롱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세상에 공짜는 없더군요, 부모 자식 사이에도요.

대학에 가는 순간부터 용돈이 없었어요. 부모님이 “네 생활은 네가 알아서 해야 된다”라고 했거든요. 물론 교육 목적으로 그러셨겠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걸 체득했죠. 대학생 때 여행을 가고 싶어서 알바비를 모았어요. 그래도 유럽 여행을 갈 만큼은 아니어서, 하루는 엄마한테 제가 여행을 가려는 이유를 말했어요. 그런데 납득이 안 된대요. 결국 먼저 취직해서 돈을 벌던 언니한테 다시 설명했죠. 언니는 제 취지에 공감이 된다고 해서 겨우 빌렸어요. 그 돈은 나중에 갚았습니다.

과외, 카페 알바 등을 했는데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대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점점 공부할 것도 많아져서 다시 부모님과 협상했어요. ‘학업에 열중하고 싶은데 용돈을 좀 주면 안 되겠냐’고요. 그러니까 안 된다는 거예요. 대신 빨래나 청소 등 가사 일을 하는 대가로 한 달에 20만 원을 주겠다고 하시더군요. 20만 원 용돈으로도 부족하긴 마찬가지였어요. 반년 정도? 한 달에 20만 원으로 버티면서 집안일을 했던 경험이 있어요. 그러다 또 너무 힘들어서 다시 과외를 하게 되더군요. 부모님 덕분에 뭔가를 받으면 이게 다 공짜는 아니라는 걸 여러 모로 깨닫게 되었어요.

요즘 보면 다들 급해 보여요. 집값은 1~2년 사이에 막 오르고, 주식도 가만히 앉아서 2배, 3배 벌었다고들 하니까요. 그런데 그건 인생에서 정말 짧은 순간일 수 있어요. 우리가 돈을 버는 목적이 3, 4년 내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아니거든요. 우리 세대는 80, 90세까지는 무난히 살 것 같은데, 그때까지 나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려면 그때에도 쓸 돈을 지금 잘 쌓아놓아야 해요. 그래서 어떤 계기로 돈에 눈을 떴다고 해도, 길게 보면 좋겠어요. 돈을 굴리는 것 못지않게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내가 뭔가를 진짜 좋아해서 남들 말고 나만 할 수 있는 걸 고민하면서 그 길을 개척하다 보면 돈이 더 붙더라고요.

세계적인 투자자나 부자들이 돈을 더 잘 벌 수 있는 건, 그들에게 요령이 있고 정보가 많이 오기 때문이지만 시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그 돈한테 시간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반면 우리는 너무 돈 쓸 데가 많잖아요. 당장 월급 들어오면 통장에는 월급 향만 남죠. 아등바등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 빼서 투자하고선 ‘이거 손실 나면 어떻게 하지? 이거 더 손실 나기 전에 빼야 될 것 같은데?’라는 마음에 막 흔들리죠. 그보다는 당장 1, 2년 내로는 필요하지 않은 규모로 투자해서 그 돈이 오를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돈에 시간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더 이길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살려면 돈이 필요해요.

제 멋대로 살려면 돈이 필요해요. 저도 평소 일을 할 땐 저에게 돈을 주는 회사에 종속되어 있지만, 그 시간 외에 대체로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살기 위해선 돈이 있어야 해요. 내가 나를 부양해야지, 다른 누군가가 나를 부양하면 자유롭지 않을 가능성이 크잖아요.

제 친구나 후배들이 돈과 관련된 고민 상담을 할 때가 있어요. 가만 보면 자기의 우선순위가 마음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체 고민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돈이 의외로 우선순위가 아닌 경우가 많아요. 돈을 잃지 않으려다가 사람을 잃거나 건강을 잃거나, 아니면 나의 어떤 비굴한 모습이 남아서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그 우선순위를 잘 비교해서 선택해야죠. 저도 돈과 무엇을 놓고 선택해야 될 때, 꼭 돈을 선택하지는 않아요. 가족이나 건강, 자유가 돈보다 훨씬 중요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돈을 버는 이유도 역설적이지만, 제가 추구하는 가치가 돈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그걸 위해 버는 것 같아요.

3년치 월세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여력만 되어도 매우 자유로운 상태 아닐까요? 취업을 준비하면서, 제가 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는 그 기간 동안 사실상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같은 이유로 시험 준비를 망설이는 친구들도 많았거든요. 그때 스스로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으려면 경제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3년치 월세는 내가 지금 하던 일을 멈추고 싶을 때,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쉬어 가고 싶을 때, 아니면 다른 것을 준비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자유의 비용이라고 생각해요. 그 정도면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게 아닌가 싶어요.

경제부 기자가 아닌 금융 소비자로서 항상 불편했던 점이 있어요. 금융업계는 왜 이렇게 알아듣기 어려운 말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어떤 상품에 가입하려다가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잖아요. 일부러 못 알아듣게 해 놨나 싶기도 하고요. 예를 들면 펀드 이름 중에 ‘채혼(채권혼합) Ce(선취수수료가 없는 온라인 전용) 클래스’가 무슨 말인지 해석할 수 있나요? 한편으로는 금융 회사 입장도 이해는 가요. ‘원래 쓰던 말이고 법에 이렇게 적혀 있으니 우리도 하던 대로 하면 책임질 일이 없는데, 그걸 굳이 쉽게 할 필요가 있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들의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너무 어려워요. 누가 언제 가입하면 좋은지 등을 알려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금융은 더 친근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동안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를 통하지 않으면 소비자를 만나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모바일 하나로 소비자들을 다 만날 수 있잖아요. 훨씬 더 친절하고, 우리 회사에 마음을 열 수 있게 다가가려고 해야, 비즈니스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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