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딱, 월 200만 원씩만 벌자

by My Money Story

피식대학의 머니 스토리

코미디언 김민수, 김해준, 이용주, 정재형

월 200만 원씩 버는 게 2019년 목표였어요. 

이용주: 피식대학 채널을 시작하고 처음 6개월 정도는 정말 힘들었어요. 지인들밖에 안 볼 정도로 조회수도 낮았고요. 열심히 하는데 수입은 점점 없어지고. 아니, 아예 수입이라고 할 것도 없었어요.

정재형: 대학생 공감 콘텐츠, 05학번 콘텐츠 초반까지도 어려웠으니까요. 조회수가 많이 나와봤자 200회, 300회 정도였어요. 수입을 만들 수 없는 황무지였죠. 

저랑 용주 형, 민수는 피식대학 시작 전에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했었어요. 평일에는 회의하고 주말에는 공연을 하고요. 저와 용주 형은 수입이 거의 없었고 민수도 다른 프로그램들 하면서 생기는 작은 수입 뿐이 었어요. 피식대학을 시작하기 전에도 경제적으로 어렵긴 했지만 2019년에 피식대학 시작하면서 모두의 재정 상태가 더 나빠졌죠. 벼랑 끝까지 갈 정도로요. 우리 모두 월 200만 원씩 버는 게 2019년 목표였어요. 돈다운 돈이라고 해야 할까요? 보통 사람만큼 돈을 벌기 시작한 건 정말 최근의 일이에요.

이용주: 회의를 정말 많이 해요. 서로 방귀 냄새가 똑같을 정도로요. (웃음) 먹는 음식도 같고, 오랜 시간 붙어있으면서 생각을 동기화시킨다는 느낌으로 많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사랑받는 캐릭터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중고차 딜러 차진석’은 원래 민수가 하려던 캐릭터였거든요. 회의 중에 민수가 본인과 차진석 캐릭터가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해서, 제 느낌대로 풀다 보니 지금의 차진석이 된 거죠. 

제가 자동차에 관심이 많지는 않아서 공부를 많이 했어요. 중고차 딜러 유튜버분들을 보면서 연구했는데, 한 분이 계속 안경을 만지시더라고요. 정말 계속. 이거 너무 재밌다 싶었는데, 그때 재형이가 “형, 코 한 번 만져봐” 딱 그런 거죠. 

김민수: 그래서 안경에서 코로 내려갔구나 

이용주: 말투는 영화 <베테랑>에서 배성우 씨가 중고차 딜러 역할로 나오거든요. 배성우 씨가 썼던 전라도 사투리를 섞게 됐고요. 

김민수: 그래서 끔찍한 혼종이 됐구나(웃음).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임플란티드 키드의 모티브는 예전에 촬영하면서 만난 분 이었어요. ‘킹받네, 선넘네,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런 말들을 실생활에서 쓰시더라고요. 유튜브 댓글에서나 볼 수 있는 표현을 실제로 쓰니까 너무 재밌는거예요. 임플란트 키드 캐릭터 잡으면서 녹이게 된 거죠. 

피식대학 코너 중 하나인 <B대면데이트>의 캐릭터들. 

정재형: 저는 어렸을 때부터 친화력이 좋아서 왠지 영업을 잘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었나 봐요. 휴먼네트워크, 마케팅 영업에 대한 제의가 실제로 많이 들어왔었어요. 영업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자신감 넘쳐 보이고 미래에 대한 꿈도 확실히 있는 것 같고. 그런 모습들을 모티브 삼아서 방재호 캐릭터를 잡게 됐어요. 그래서 되게 자신감 있는 그런 멋진 목소리! 미래와 비전! 그리고 여러분들의 꿈을 설계해 나가겠습니다! 방.재.호.였습니다! 

김해준: 저는 재밌는 포인트를 발견하면 오랜 시간 따라 하면서 체화하는 편이에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류승룡 씨 연기가 재밌어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해 왔었어요. 많은 회의를 거치면서 드디어 최준 캐릭터를 만드는 데 활용하게 된 거죠. 

언제나 마이너스 아니면 0이었어요

이용주: 대학 졸업하고 아르바이트・계약직 형식으로 일하다가 개그맨 지망생 생활을 20대 중반부터 시작했어요. 회사를 다닌 적이 없다 보니까 저축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소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돈을 조금 벌면 바로 다 써버리는거죠. 계속 마이너스 아니면 영(0) 이었어요. 가난함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개그맨이 되겠다는 원동력이 있어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31살에 공채 개그맨이 되고 웃찾사를 시작했죠. 그런데 웃찾사 하면서 수입이 더 안 좋았어요. 출연해야 돈을 받는 구조였는데 출연을 많이 못했거든요. 경쟁에서 밀렸죠. 그래서 웃찾사가 끝났을 때 빚이 몇백 만 원 더 생겼어요. 

문제는 20대에는 공채 개그맨이 되겠다는 꿈으로 가난과 불안함을 이겨냈는데, 개그맨이 된 30대에는 그 원동력이 사라진 거잖아요. 정체성에 혼란이 생기고 돈이 무서워지더라고요. 통장 잔고는 0원이고, 카드론을 썼었는데 더이상 대출도 받을 수 없는 수준이었고요. 주변에 힘든 친구들이 제게 빚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물어볼 정도였으니까요. 솔직히 그때는 정말 무서웠어요. 스탠드업 코미디 하기 전에는 빚이 2천만 원까지 있었어요. 정말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다가 피식대학 하면서 원금 상환했어요. 드디어 다시 제로가 됐네요, 서른다섯에. 

김해준: 저는 작년에 돈에 대한 현타가 쎄게 왔어요. 친구들은 결혼도 하고, 차도 있고, 가진 게 많은데 저는 벌어 놓은 돈도 없고,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도 몰랐고요. 지금까지 돈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고 살았어요. 그런데 처음으로 현실을 마주하게 된 거예요.

녹화장에 가면 혼자 다른 곳에 가서 생각에 잠겼어요. 나만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 상태가 한 달 정도 지속됐어요. 그러다가 선배와 주변 지인들에게 부탁 했죠. ‘돈 벌 수 있는 건 다 할 테니 일을 알아봐 줘.’ 그래서 작년 중순부터 작은 일들을 시작했고요. 점차 상황이 나아졌어요. 

차도 사고 참치회도 시켜 먹고  돈이 좋구나 생각해요 

김민수: 작년에 첫차를 샀어요.  나중에는 패밀리카가 필요할 수도 있으니 지금은 내가 정말 원하는 차를 사기로 했어요. 다른 외제차만큼 비싸지도 않고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 딱 좋은 것 같아요. 

이야깃거리가 있는 물건을 사는 걸 좋아해요. 사람들이 제 차를 보면, ‘너 이 차 왜 샀어?’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이 차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비틀즈가 사랑했고, 영국 여왕도 탔었고 이런 이야기들을 해줄 수 있죠. 분신이 생긴 느낌이라 항상 ‘괜찮니?’ 물어보기도 하고(웃음) 애착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김해준: 보통 혼술 할때 편의점 도시락을 많이 먹었어요. 도시락 두 개 정도 사면 저렴하면서도 좋은 안주가 돼요. 그런데 요즘에는 시원하게 배달음식 시켜 먹죠. 최근에 먹은 건 참치회. 예전에는 ‘혼자 먹는데 좀 과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은 정말 상차림 딱 해놓고 여유롭게 소주를 즐깁니다. 

유쾌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이 벌고 있는 시즌인 것 같아요. 내가 못 먹어본 것들, 내가 못 가본 곳들 다 경험할 수 있잖아요. ‘진짜 돈이 좋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앞으로도 지금처럼 열심히 재밌는 것들 많이 해서 이 기운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하지만 ‘아직 내게 들어온 돈은 없다’ 그 포인트가 가장 중요하죠. 제 친구들! 밥 사달라고 너무 그렇게 하지 말아요. 아직 돈 안 들어왔으니까 (웃음) 

돈을 좇지 말고 꿈을 좇아라? 그냥 꿈만으로는 안되더라고요. 

정재형: 돈은 ‘물’ 인 것 같아요. 여러 의미가 있는데요. 우리 몸 안에서 물은 영양소를 흡수하고 용해해서 세포로 운반하잖아요. 사람을 세포라고치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 주는 역할인 거죠. 제가 돈이 없을 때 사람을 잘 안 만났거든요. 그러니까 돈은 관계의 흐름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저는 개그콘서트가 없어진 이후에, 책임감과 죄책감이 있어요. 후배들을 제대로 이끌어주지 못한 선배가 된 느낌이거든요. 앞으로 노력해서 좋은 선배가 되겠지만, 돈을 벌 수 있는 ‘물길’을 터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후배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산업과 시장 환경, 자유롭게 도전하고 넘어져도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풀장을 만들어주는 거죠. 

이용주: 어렸을 때부터 이런 말 많이 듣잖아요. ‘돈을 좇지 말고 꿈을 좇아라’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할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20대에는 그렇게 해서 됐어요. 그런데 30대가 되면서 그냥 꿈만으로는 안되더라고요. 열정만으로는 안 되더라고요. 저도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어느 인터뷰에서 성동일 씨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누가 ‘좋은 연기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물어서 이런 대답을 했대요. ‘돈을 많이 벌 생각을 해라. 내 가족에게 더 좋은 걸 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일하면 그 열정으로 더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다.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당신의 연기는 거기까지인 거다’라고요. 인상적인 말이었어요. 

저는 생활하는데 그렇게 큰 돈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런데 요즘은 돈을 많이 벌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목표 자체가 더 좋은 연기를 하게 만들어요. 열정의 연료가 돼요. 돈을 많이 벌어서 무엇을 사고 싶은 게 아니라 돈을 많이 벌어야 겠다는 목표가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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