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가 있어야 투자로 성공할 수 있을까

by 황준호

<투자의 환상과 진실> – 3편

돈이 없어서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들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꼽자면 수도 없이 많다. 재능, 노력, 운, 시대 환경 등등. 한편 이 모든 걸 뛰어넘는 필요조건이 있는데, 바로 자본이다. 자본은 부인할 수 없는 성공의 앞선 출발점이다. 학자금 대출, 병원비, 불안한 주거 등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현실 문제만 벗어나면 꿈과 성공에 도전할 여유가 생길 테니.

문제는 액수다. 얼마가 있어야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1억 원이면 부족할까? 10억 원이면 충분할까? 그게 얼마가 되었든 돈 때문에 언제까지 꿈을 미룰 순 없다.

얼마나 알아야 쓸 수 있는가

소설가 김연수가 독일을 여행하며 소설을 쓴 적이 있다. 독일에서 비자 갱신하는 법을 알아야 했던 그는 현지 한국인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런데 현지 한국인은 18년을 산 자신도 아직 독일에 대해 모르는 게 많은데, 3개월 여행한 주제에 어떻게 독일에 대한 소설을 쓰냐며 그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독설을 퍼부은 사람은 실패가 용인되지 않는 독일 사회의 관점을 대변한다. 그곳에서는 한 번의 도전으로 성공하는 것이 미덕이다. 대부분의 노력은 유비무환 정신을 기려서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사전 준비에 집중된다. 그러나 더 많은 돈과 재능을 가진 이는 항상 있기 때문에 이 준비엔 끝이 없다.

도전하지 않는 것도 실패다. 아직 시작하지 않았기에 실패가 아니라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시험을 치지 않은 학생이 불합격인 것과 같은 이치다. 김연수는 자신이 소설가가 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똑똑해서도, 많이 알아서도 아니고 소설을 ‘썼기’ 때문이라고.

여기서 ‘돈이 없어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관점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돈이 있으면 무조건 성공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관점에서 성공할 확률은 필요한 돈을 모을 확률과 일치하는데,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먼저 성공한 자본가 입장에서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무언가를 시작한 사람이 많다. 반면 돈이 없어서 시작하지 못한 사람은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할 수 없다. 시작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견될 일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성공한 사람들은, 부족해도 일단 시작하는 사람을 선택한다.

장사의 신이 고른 점장

우노 다카시는 일본에서 장사의 신으로 불린다. 그가 직접 키워낸 이만 200명이다. 그리고 또다시 이들이 키워낸 수백 명이 그를 ‘아버지’라 부른다. 다카시는 자신의 가게 점장으로 누구를 고를까? 그는 점장이 되고 싶다고 먼저 손 든 사람을 고른다고 한다.

가게를 내려면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게 일과 상관없더라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하며 자본금을 모으는 사람도 있다. 직장인들이 충분한 돈을 모을 때까지 꿈을 향한 도전을 미루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다카시는 이 선택이 결국 실패할 것이라 말한다.

그가 점장을 고르는 법을 확장해보면, 누가 성공하는가에 대한 답도 얻을 수 있다. 성공은 충분한 준비를 하는 이가 아니라 일단 시작하는 이에게 돌아간다. 일단 시작할 수 있다면 성공에 필요한 돈, 능력, 실력은 경험을 통해 축적된다. 이 답은 자본과 능력이 중요한 투자에서도 유효하다.

투자의 신이 말하는 성공의 핵심

투자처의 성공에 베팅하는 일이 투자다. 그래서 세계적인 투자가 워렌 버핏에게는 성공을 가장 잘 고르는 안목이 있다. 그 안목이 투자의 핵심이다.

기업의 성공을 개인으로 바꿔 말하면, 성공은 사회의 인정과 보상에 상관없이 평생 동안 지속될 자신의 강점을 찾은 이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버핏은 사회적 인정이나 보상은 신경 쓰지 않고, 더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강점을 발견한 사람 혹은 기업을 좋아한다.

이렇듯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강화하는 것이 성공 방정식이라 해도, 현실에서 보상 없는 도전을 계속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이 그린 성공의 조건에 스스로를 맞춘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때로는 정해진 요건에 맞는 역량을 쌓는다.

반면 성공한 사람은 자기 자신 그대로를 세상에 끊임없이 대입했다. 물론 이 과정은 말이 대입이지, 사실 참패의 연속이다.

실패작이 가장 큰 성공작

성공은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온다. 당시엔 명확한 실패지만, 돌아보면 실패가 아닌 경우도 많다. 실패작이 가장 큰 성공작이 되는 과정일 뿐이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창업 후 회사를 휴렛 팩커드에 팔려고 했지만 팔리지 않았다. 그는 애플을 계속 키웠고, 결과적으로 현재 애플의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되었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40대 초반 투자은행 살로몬 브라더스에서 해고당하고 받은 퇴직금으로 미디어, 데이터 그룹 블룸버그를 세웠다. 40조 원의 부를 일군 그는 과거를 되돌아보며 “해고가 기회였다” 말했다.

도전은 결과에 상관없이 경험을 남긴다. 도전하지 않는 사람은 실패의 아픔을 피할 수 있겠지만, 동시에 경험도 피하게 된다. 경험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무언가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아직은 성공으로 입증되지 않았지만, 이 믿음 덕분에 자신만의 길을 시작할 용기를 얻는다.

달콤한 자본의 약점

잡스가 창고에서 애플을 시작했든, 버핏이 100달러로 투자를 시작했든 상관없이 자본은 달콤하다. 학자금이 없어 휴학해야 하는 학생과 사무실도 없이 회사를 시작해야 하는 사장에게 큰돈보다 더 달콤한 제안이 있을까.

역설적이게도 달콤함은 자본이 갖는 가장 큰 약점이다. 자본이 없는 사람은 현실에 눌리지만, 자본가는 자본에 중독된다. 즉, 돈이 있으면 더 크게 성공할 유인도 사라질 수 있다. 버핏의 스승 그레이엄*조차 자본의 달콤함에 열정을 잃었다. 반면 큰 성공을 이룬 이들은 현실 여건과 자본 모두에게 지지 않았다. 버핏의 이런 강점은 다음 일화에 잘 나타나 있다. * 영국 태생의 미국 투자가이자 경제학자, 교수. 증권분석 및 가치투자를 만든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 편집자 주

버핏이 이웃에게 면박을 당하던 1962년, 버핏의 재산은 150억 원이었다. 면박당한 30대에도 그는 이미 부자였다. 면박당하는 것이 좋았을 리 없고 버핏은 “솔직히 부끄럽기도 하고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는 이를 무릅쓰고 투자를 받기 위해 이웃집 문을 끝까지 두드렸다.

버핏의 성공은 투자 실력뿐 아니라 절박한 삶의 태도를 계속 유지한 데 있었다. 그의 재산은 50세에 이미 더 이상 부를 늘리지 않아도 되는 3,500만 달러였고, 현재에도 수백 배 넘게 불고 있다.

얼마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을까

전업 투자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지금은 뭘 사야 해?”이고, 두 번째로 많이 듣는 질문은 “시드 머니가 얼마였어?”다. 얼마쯤 모아야 회사를 그만두고 투자에 올인할 수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그렇게 치면 내 시드머니는 ‘제로’였다. 나는 중간에 한번 망했기 때문이다. 

돈이 성공의 강력한 도구라면, 왜 모든 부자들은 상속으로 자녀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을까? 돈은 현실의 많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만, 동시에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박탈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좋은 조건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경험을 놓칠 위험도 있다.

출발점이 어디든 같은 지점에 이른 뒤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의 압승이다. 상속으로 100억 원을 받은 이는 자수성가로 100억 원을 만든 사람보다 망할 가능성이 높고, 같은 직장에 갔다면 산전수전 다 겪어본 사람이 온실 속에서 자란 사람보다 빠르게 성장한다. 이를 잘 아는 현명한 부자들은 자녀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서 돈이 많은 ‘약점’을 보완해주기도 한다.

자본은 재능과 같다. 재능이 뛰어나면 조금 빨리 두각을 나타낼 수 있지만, 실은 재능이 없는 탓을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성공하기 위해선 일단 시작해야 한다. 워렌 버핏은 10살 때 《천 달러를 버는 천 가지 방법》을 도서관에서 읽고, 중고 골프공을 파는 것부터 핀볼 기계를 이발소에 설치하는 일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 덕분에 자신의 회사를 창업하는 시점인 26살 때 이미 16년간 축적된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강자는 물적 자원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쓰면서 강자로 남는다. 반면 약자는 물적 자원을 부러워하며 행동하지 않기에 약자의 강점을 발휘할 기회를 놓친다. “얼마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나요?” 이 물음은 결국 성공을 향한 여정의 첫걸음을 막는다. 그 장애물은 스스로 자본의 달콤함만을 좇으며 도전과 경험의 기회를 계속 미루게 하기 때문이다. 

Edit 손현  Graphic 이은호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외부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팀의 블로그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의견 남기기
황준호 에디터 이미지
황준호

글 쓰는 전업 투자자이자 사이렌 파트너스 대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선물옵션과 현물, 제도권과 야생에서의 투자를 모두 경험했습니다.

필진 글 더보기

추천 콘텐츠

지금 인기있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