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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2021.05.06

<트레이더의 글로벌 마켓 읽기> - 3편

Editor’s Note
지난 5월 4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금리 상승 필요성을 처음으로 시사하면서 주식시장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적이 있습니다. 금리가 뭐길래, 전 세계가 이를 주목하는 걸까요? 알고 보면 금리는 자산 시장뿐 아니라 우리의 일자리나 전세, 월세 제도 등 일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트레이더의 글로벌 마켓 읽기> 세 번째 글에서는 ‘금리’를 다룹니다. 이번 글을 통해 금리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 새로운 관점을 엿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In Brief

  • 지난 20년 동안 금리는 꾸준히 하락해오면서 채권의 강세장이었습니다. 금리가 왜 하락해왔는지 아무도 이 현상을 정확히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 금리는 채권 가격뿐 아니라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 모든 것의 현재 가치를 바꿉니다. 소비 심리, 부동산 임대 시장, 기업의 고용률, 주식시장 등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죠.
  • 전월세 전환율도 금리입니다. 최근의 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금리를 제한했다는 점에서 시급한 개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금리 하락의 시대

2001년 한국의 10년 국채 금리는 7% 정도였다. 2021년 4월 기준 2% 정도다. 20년 동안 500bp 정도의 금리가 하락했다. 금리가 올랐던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10년 채권 기준으로 100bp 이상 금리가 올랐던 해가 6년이나 된다. 2019년과 2020년도 100bp까지는 아니지만 금리가 꽤 올랐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10년 채권 금리가 1년에 200bp 넘게 오른 적은 없다. (2년에 걸쳐 오른 적은 있다.) 특히 2010년 이후 한국의 10년 국채 금리가 1년 동안 100bp 이상 오른 적도 없다. (2년에 걸쳐 오른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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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 (Basis Point)

국제금융시장에서 금리 또는 수익률을 나타내는 데 사용되는 기본단위로 1%의 1/100을 의미. 1bp는 0.01%포인트, 0.05%이면 5 basis points 또는 5 bps라고 부른다. 실제 금융상품 거래에서는 대부분 bp를 쓴다.


일반적으로 장기 금리의 변동성이 단기 금리의 변동성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짧은 만기의 금리 상승 정도는 더 작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에 걸쳐서 150bp 가량 금리가 오른 적이 있지만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그보다 더 많이 하락했다.
지난 20년은 채권의 강세장, 즉 금리 하락의 시기였다.
* 미국발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은 예외다. 워낙 금리를 짧은 시간에 많이 내렸기 때문이다. - 저자 주

△ 한국 10년 국채 금리 / 출처: Bloomberg

채권 가격과 금리의 관계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의 상승을 의미한다. 채권 가격과 수익률이 반대로 움직인다는 개념을 많은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개념은 원리를 이해하면 쉽기 때문에 이렇게 설명해 보겠다.

100억 원을 주고 연간 5%의 이자를 10년 동안 받은 뒤, 원금을 상환받는 국채를 샀다고 가정하자. 만약 시장 금리가 3개월 뒤 10%로 폭등했다면 이익일까 손해일까? 3개월만 기다렸다면 남은 9년 9개월 동안 두 배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으니 현금 흐름에서 상대적으로 큰 손해를 본 것이다. 이 손해는 채권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 내가 남은 9년 9개월 동안 채권을 보유한다면 5% 이자를 확정해서 받을 수 있다. 원금 100억 원의 손실도 없고 매년 5%의 이자도 얻는다. 만약 같은 조건의 5년 채권을 샀더라면? 당연히 내 손실은 5년으로 제한된다. 금리가 10%로 올라 그대로 있다는 가정 하에 5년 뒤에는 더 높은 금리의 채권을 살 수 있다*.
* 정확히 말하자면 5년 금리와 10년 금리의 움직임은 다르지만 대략적으로 그렇다. - 저자 주

5% 이자를 주는 10년 만기 채권을 샀는데 시장의 10년 금리가 10%로 올라버렸다면 채권을 팔 때 손실을 본다. 5%에서 10%로 금리가 올랐다면 100억 원을 주고 산 채권을 96.7억 원 정도를 받고 팔 수 있다.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걸 자본 손실(capital loss)라고 한다. 대신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이자로 생기는 이익도 있다. 이걸 이자 소득(income gain)이라고 한다.

채권의 경우 가만히 있으면 쿠폰(이자)이 떨어지기 때문에, 받는 이자가 내가 자본을 조달하는 비용보다 높기만 하다면 포지티브 캐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채권 시장을 고정 수익 시장(fixed income market)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렇게 이자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0년 채권보다 5년 채권을 사는 것이 유리하고 이득인가? 금리가 오를 때는 당연히 그렇다. 금리가 오를 때는 채권을 안 사는 게 가장 좋지만, 반드시 원금 100억 원을 투자해야 한다면* 만기가 짧은 채권을 사는 것이 좋다.
* 세상에는 의외로 그래야만 하는 사람이 많다. 국민연금, 보험사, 은행 등 주로 기관에서 채권을 일정 비율로 매입한다. - 저자 주

반대로 금리가 떨어질 때는 10년 채권이 5년 채권보다 훨씬 큰 자본 이득을 가져다준다. 이걸 듀레이션 효과라고 한다. 듀레이션과 만기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10년 만기인 채권의 명목 만기는 말 그대로 ‘10년’이다. 반면 듀레이션(duration)은 10년 동안 받는 현금을 해당 기간에 가중(weight)을 주어 현재 가치로 할인해 합한 수치다.

우리나라 10년 채권의 만기는 10년이지만 듀레이션은 6.7년 정도다. 실제 현금 흐름의 현재가치로 보면 6.7년 정도라는 의미다. 미래에 받을 현금 흐름이 지금의 현금과 가치가 같을 수 없기 때문에 필요한 개념이다.

듀레이션은 트레이딩에서 중요한 요소다. 실제 채권의 손익에 영향을 주는 건 만기가 아니라 듀레이션이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가 1bp 하락했을 때 100억 원짜리 10년 국채를 하나 들고 있다면 채권 듀레이션이 6.7년이기 때문에 670만 원을 벌 수 있다. 듀레이션이 2.7년 정도인 3년 국채를 들고 있는데 1bp 금리가 하락했다면 270만 원을 번다.

채권 가격과 금리의 관계를 최대한 쉽게 설명했다. 금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이해하려면 이 관계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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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트레이드 (carry trade)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국가의 통화로 자금을 빌려(carry) 금리가 높은 국가의 주식 채권 등의 자산에 투자(trade)하는 행위. 1990년대 후반 저금리의 일본 엔화를 차입하여 고금리의 신흥국 자산에 투자하였던 엔 캐리 트레이드가 대표 사례다. 지금은 저금리로 자금을 차입해 상품이나 주식, 채권 등 자산에 투자하는 기법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투자한 자산의 수익률이 차입금리보다 높을 경우 ‘포지티브 캐리(positive carry)’라 하고, 그 반대를 ‘네거티브 캐리(negative carry)’라고 한다.

 

듀레이션 (duration)

채권에서 발생하는 현금 흐름의 가중 평균 만기로 투자자금의 평균 회수 기간을 의미한다. 듀레이션은 채권 투자에 따른 이자율위험(시장이자율 변동에 따른 채권 가격의 변동률)을 나타내는 척도이자 중요한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장과 중앙은행과 금리의 관계

금리의 움직임은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 세상에는 여러 형태의 금리가 있다. 신용도와 만기가 각각 다른 수많은 금리가 있는데, 한국은행 같은 중앙은행은 그중 하나의 금리를 움직인다. 바로 은행들이 중앙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가는 기준이 되는 초단기 금리다.

한국은행은 7일짜리 레포 금리를 기준 금리로 사용한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거나 올리면 이 결정은 금리의 파급경로를 거쳐 경제 전체에 영향을 준다. 금리를 내리면 사람들은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쓰기 시작한다. 미래의 소비를 당겨 현재에 쓰기 시작한다. 금리를 올리면 사람들은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지 않는다. 현재의 소비를 미래로 미룬다.

이렇게 말하면 중앙은행의 힘이 사람들의 행동을 움직일 정도로 전지전능할 것 같지만, 그런 힘은 중앙은행이 적어도 시장만큼 영민할 때만 작동한다. 시장 금리가 하락하는데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어떻게 될까? 초기에 시장은 중앙은행의 그런 결정에 격하게 충격받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경제 조건이 열악하고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금융시장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무모하게 금리를 인상하면 얼마 안 있어 시장 금리는 하락하기 시작한다.

만약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인상하는 식으로 시장과 맞서고 경제 상황이 악화된다면 결국 시장 금리가 하락을 거듭해 심지어 중앙은행이 조절하는 초단기 금리보다 더 하락하기도 한다. 이런 장단기 금리의 역전 상황이 발생하면 거의 예외 없이 경기침체가 발생하고 결국 중앙은행은 자신의 오판을 반성하며 금리를 인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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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기준금리 (base rate)

한국은행이 금융기관과 환매조건부증권(RP) 매매, 자금조정 예금 및 대출 등의 거래를 할 때 기준이 되는 정책금리. ‘기준금리(base rate)’라고도 한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7일물 RP매각시 고정입찰금리로, 7일물 RP매입시 최저입찰금리(minimum bid rate)로 사용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저금리의 수수께끼

미국의 금리를 큰 그림으로 보면 지난 1981년 고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약 16%에 달했던 10년 미국채 금리는 2021년 4월 기준 1.55% 정도에 불과하다. 중간중간 금리가 오르는 채권의 약세장이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강세장이 찾아오면서 금리는 계속 하락해왔다.

이런 과정에서 금리의 하락은 인플레이션 감소와 함께 왔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우는 존재로서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는 데 성공한 것이 금리가 하락한 원인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루었다. 1970년대 통화주의 실험이 대부분의 나라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1980년대 이후 이러한 변화는 통화주의자들에 대한 케인지언들의 지적 승리로 인정되어 왔다.

△ 미국 10년 국채 금리 / 출처: Bloomberg, FRED


하지만 금리가 2% 밑으로 하락하는 상황이 2010년 이후 대두되면서 최근 들어서는 이런 금리의 하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논란과 논쟁이 되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 현상에 대한 설명을 시도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어떤 설명도 금리가 계속 하락하는 현상을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2020년 12월 4일,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는 뉴욕 타임스에 ‘저금리의 수수께끼(The Puzzle of Low Interest Rates)’란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자신도 이 현상이 수수께끼라고 인정하면서, 완전 고용과 안정된 물가를 만들어내는 금리인 자연 이자율이 계속 하락한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 소득 불평등으로 인해 저축 성향이 높은 부자들의 부가 늘어났다.
  • 중국은 가파르게 성장해왔고, 높은 저축률을 보이고 있다. 늘어난 중국의 저축이 유입되었다.
  • 위험에 예민해진 사람들의 안전자산(미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 1970년 이후의 성장 감소로 인해 자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
  • IT 기술의 발전은 과거 철도나 자동차 산업처럼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맨큐 자신도 인정하듯 어느 것도 완벽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낮아진 금리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저금리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금리는 채권 가격만 바꾸는 게 아니라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 모든 것의 현재 가치를 바꾼다. 하루아침에 금리가 10%에서 0%로 바뀐 극단적인 세상을 가정해보자. 매년 연봉 1억 원씩 주고 10년 동안 직원을 고용하는 회사가 있다면, 이 회사가 직원에게 지급하는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는 금리 하락으로 급격하게 변한다. 금리 10% 세계에서 10년 동안 매년 발생하는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의 합은 6.14억 원 정도다. 하지만 금리 0% 세계에서 10년 동안 매년 발생하는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 합은 10억 원이다.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면, 기업은 이렇게 낮아진 금리의 세계에서는 고용을 꺼린다.

한편, 매년 1억 원의 임대 수익을 가져다주는 건물이 있다고 하자. 이 건물이 10년 동안 만들어주는 임대료의 현금 흐름 가치는 금리 10% 세계에서는 6.14억 원이지만 금리 0% 세계에서는 10억 원으로 늘어난다. 이런 변화는 건물에 대한 수요를 높이고, 건물 가격이 올라가는 원인을 제공한다.

건물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금리가 하락하면 매년 배당을 하거나, 일정한 영업이익을 만들어내는 기업의 가치에도 큰 영향을 준다.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미래에 만들어 낼 현금 흐름을 할인하는 이자율이 하락할 경우,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가 늘어나면서 기업 가치가 높아지는 원리는 바뀌지 않는다. 현금 흐름이 좋은 기업, 특히 지금보다 미래의 현금 흐름이 좋은 기업들의 가치는 금리가 하락하면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된다.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가 과거에는 큰 폭으로 할인되지만, 금리가 낮아진 세계에서는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가 거꾸로 큰 폭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 금리 10%의 세계에서 1억 원의 10년 후 가치는 3,800만 원에 불과하다. 금리 0% 세계에서 1억 원의 10년 후 가치는 1억 원이다. - 저자 주

이렇게 지금보다 미래의 현금 흐름이 훨씬 좋을 거라고 기대하는 기업을 주식시장에서는 성장주(growth stock)로 묶어 분류한다. 금리가 하락하는 시기에 성장주는 가치주(value stock)에 비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경향이 있고, 그런 경향은 금리가 바꿔 놓는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금리가 마이너스가 된다면

금리가 하락하는 세계에서는 돈을 빌려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자산을 매입하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심지어 지금 적자를 보지만 미래에는 큰 현금 흐름을 만들어낼 것으로 믿는 회사가 있다면, 금리가 하락하면 하락할수록 그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높아진다. 회사가 가진 부채 비용은 감소하고 미래에 만들어낸 현금 흐름의 가치는 급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금리가 마이너스가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독일의 10년 국채 금리는 이미 오랫동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10년 국채를 사면 10년 동안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야 한다. 그런 식이라면 국채를 사지 않고 현금을 갖고 있는 편이 낫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세상에는 반드시 국채를 사야 하는 사람이 많고, 그런 행동을 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대출 금리가 마이너스인 나라*에서는 누구나 대출을 받고 싶어 할 것 같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금리가 마이너스인 세상에서도 세입자가 돈을 받고 건물이나 주택에 살아주는 일은 생기지 않기 때문에, 대출을 받을 수만 있다면 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이 계속 유지될 때 집을 사서 임대하면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 2019년 스웨덴에서 -0.3%로 대출을 해준 적이 있다. 세계 최초로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했던 스웨덴 중앙은행(릭스방크)은 2019년 12월 19일, 4년 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제로(0)로 다시 올렸다. - 저자 주

문제는 이런 포지션이 늘어날수록 금리 상승에 취약해지기 때문에 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데 까다로워진다. 은행이 대출자 신용에 까다로워질수록 세상은 마이너스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플러스 금리로도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으로 양분된다. 신용이 좋아 마이너스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더욱 부자가 되고, 신용이 나빠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은 더욱 가난해진다.

이런 세계에서 집이 없어 월세를 내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집값은 오르고 있고 지출하는 월세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는 높아지기 때문에 양쪽으로 큰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

보다 큰 문제는 이런 극단적인 양극화가 사회를 정치적으로 상당히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신용이 좋은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신용이 나쁜 빈자는 더욱 가난해져서다. 이런 메커니즘에는 상당히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서 정부가 나서서 통제하거나 거스를수록 상황은 더욱 나빠지게 된다. 현명한 정부라면 경제 메커니즘에 손을 대는 대신 불평등한 사회현상을 보정하는 사회 복지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전세와 월세도 금리의 영향을 받는다

지금까지 금리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아주 중요한 한 가지를 설명하고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전세’라는 제도가 있다. 전세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다. 전세가 투기를 조장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전세는 꽤 효율적인 제도고,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가정만 있다면, 전세만큼 주택 서비스 이용자에게 유리한 제도도 없다.

세입자는 주택 서비스를 사용하는 대가로 집주인에게 비싼 월세를 내는 대신 전세금을 맡기고, 집주인은 월세를 받으러 다니는 수고를 하는 대신 전세금의 이자를 갖는다. 세입자는 비싼 월세를 내는 대신 전세금의 예금 이자만 포기한다. 이 과정에서 세입자와 집주인은 은행을 거칠 경우 부담해야 하는 예대마진(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액)만큼의 이익을 취한다.

이런 구조에서 전세는 월세와 형태만 다를 뿐 주택 서비스의 대가란 점에서 같고, 발생시키는 현금 흐름만 다르다. 월세를 받는 집주인에게는 각 월세라는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가 중요하고, 전세를 받는 집주인으로서는 전세가 발생시키는 이자라는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가 중요할 뿐이다.

전세와 월세는 일정한 교환 비율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비율이 바로 전월세 전환율이다. 전월세 전환율은 금리의 한 종류이고 지방이 서울보다, 강북이 강남보다 높다. 눈치가 좋은 사람이라면 벌써 알아차렸겠지만, 월세 가격이 움직이지 않아도 전세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있다. 바로 금리가 하락할 경우다. 따라서 전세 가격은 월세 가격에 의해서 결정되지만 금리의 함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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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전환율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 월세를 전세와 월세의 보증금 차이로 나눈 뒤 100을 곱하면 월별 이율이 나오고, 이를 12개월(1년)로 곱하면 전월세 전환율이 된다. 전월세 전환율이 내려가면 전세를 월세로 변경할 때 월세가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전월세 전환율은 기준금리에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으로 정한 이율 3.5%를 더해 산출되었으나 2020년 8월 1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3.5%를 2.0%로 낮추어 현행 4.0%의 전월세 전환율을 2.5%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에 정부와 여당이 통과시킨
개정 임대차 보호법은 세입자를 보호하려다 세입자를 불행하게 만든 부동산 통제법으로 볼 수 있다. 계약에 경직성을 부과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전세 가격의 인상률을 월세 가격의 인상률과 똑같이 제한한 것이다. 전세 가격은 금리에 따라 움직이므로, 이 법은 사실상 금리 제한법이다. 금리를 제한하면 생기는 문제는 너무나 많고 또한 심각하다.

또 다른 문제는 지역별로 다른 전월세 전환율을 2.5%로 강제한 것이다. 전월세 전환율은 개정 임대차 보호법 제정 이전에 지방은 7%가 넘었고, 강남은 4.5%에 불과했는데, 이 전환율을 2.5%로 강제하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전세 가격이 폭등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론적으로 보면, 전월세 전환율이 7%가 넘었던 대구나 광주에서는 2.5% 전월세 전환율에 의해서 전세 가격이 집 가격을 역전하는 일이 벌어져야 했을 것이다. 전세 가격이 폭등하긴 했지만 집값보다 오르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개정 임대차 보호법이 계약 갱신권을 2년 두고 있기 때문이며, 현실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정부가 강제하는 2.5% 전환율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핵심 중 하나인 개정 임대차보호법은 금리에 대한 이해가 전무했기 때문에 생겨난 참혹한 실패다. 시급한 개정이 필요하다.

 

Edit 손현  Graphic 이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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