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를 하면 돈을 아낄 수 있을까?   

by 사소한 질문들

제로웨이스트는 말 그대로 쓰레기를 제로(0)로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가능한 이야기인가 싶지만,  제로웨이스트 본질은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줄여보자’는 것에 있습니다.  

우리는 편의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삽니다. 간단한 예로 배달음식이 있겠지요. 요리하지 않고,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식사하는 대신 배달비를 냅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배달용기는 환경에 좋지 않지만, 오늘의 편의를 위해 지불하는 비용인 셈이죠. 경제적인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제로웨이스트는 편의 비용을 줄이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의 저자 비 존슨은 쓰레기를 줄인 뒤, 생활비의 40%를 절감했다고 합니다. 그는 ‘제로웨이스트의 이점은 환경적 측면을 넘어선다’고 말하죠. 간소한 생활방식으로 상품 소비가 감소하고, 물티슈 대신 천, 스펀지 대신 금속 수세미와 같은 다회용품 사용으로 누적 절약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비 존슨의 말처럼 제로웨이스트를 하면 정말 돈을 아낄 수 있을까요?

제로웨이스트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트래쉬버스터즈 멤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일회용품 식기 대신 사용 가능한 다회용 식기를 대여하는 업체입니다. 세척과 수거까지 담당해 쓰레기 문제를 통합적으로 관리합니다. 배달음식, 영화관, 행사장 등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곳이라면, 트래쉬버스터즈는 어디든지 출동합니다. 영화 고스트버스터즈의 주인공이 유령을 잡듯이 트래쉬버스터즈는 일회용 쓰레기를 잡는거죠. 이들은 이렇게 외칩니다. ‘It’s not a big deal!’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요. 일상생활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트래쉬버스터즈 멤버 4명을 만났습니다. 

김이든이 비건* 지향적 삶을 선택한 건 2018년. 한 편의 다큐멘터리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본 다큐멘터리는 <카우스피라시>. 공장식 축산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내용이었죠. 그는 반려묘 맑음이를 무릎에 앉히고, 치킨을 먹다가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입맛이 뚝 떨어졌어요. 제가 키우는 반려묘와 다큐에 나오는 소,닭,돼지가 뭐가 다른가 싶더라고요. 생명의 경중에 대해 처음으로 고민하게 되면서 비건 지향적 삶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그는 배달음식을 끊고, 가공식품을 멀리했습니다. 대신 직접 요리를 하기 시작했죠. 그러자 식비지출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습니다.  *비건: 달걀, 우유 등 동물로부터 생산된 모든 제품을 섭취하지 않는 완전한 채식주의자 제로웨이스트

김이든은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장을 봅니다. 한때 다양한 비건 음식을 파는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했었지만 과대포장이 마음에 걸려 집 앞 마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식재료 구매 비용이 줄고, 마트 포인트 모으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저렴한 제철 채소 위주로 장을 보고, 식재료는 최대한 알뜰하게 활용합니다. 채소의 뿌리, 줄기와 심지도 요리하죠. “재료 손질할 때 버리는 부분이 없도록 노력해요. 예를 들면, 브로콜리 줄기는 잘 안 먹잖아요. 브로콜리 줄기에 간 살짝 하고 구우면 맛이 괜찮아요.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자투리 식재료 요리법이 많거든요. 장보는 횟수도 줄어들고,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어서 좋아요.” 

한 달 식비를 10만원 남짓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엄마의 텃밭. 직접 채소를 기르는 어머니는 김이든에게 철마다 가장 건강한 식재료를 보내옵니다. “얼마 전에는 두릅을 보내주셨어요. 비건 김치도 종종 해서 보내주시기도 하고요. 엄마는 비건은 아니지만, 제 생활 방식을 응원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에요” 

그는 지난 3년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부족한 배경지식과 강박 탓에 생채소만 먹어 10kg 가까이 빠진 적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강박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을 고민합니다. 요리가 귀찮은 날에는 외식도 하고요. 내 몸과 환경을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을 천천히 터득하면서, 그가 비건 지향적 삶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도 점차 분명해졌습니다. 

축산업은 지구 표면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온실가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유엔 농업식량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중 15%는 축산업에서 발생합니다. 가축의 트림이나 배설물 등에서 나오는 메탄가스, 가축의 곡물 재배에 이용되는 비료에서 나오는 이산화질소 역시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죠. 소고기 1kg을 생산하려면 곡물 7kg가 필요하다고 해요. 소에게 먹일 곡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땅과 에너지가 필요하고, 환경과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 사용도 불가피하잖아요. 가축을 키우기 위한 모든 것들이 환경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보니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얻기 위한 친환경적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신진영은 어느 날 ‘너무 많은 것을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계처럼 번 돈은 언제나 눈 깜짝할 사이 사라졌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남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 없으면 왠지 모르게 불안했습니다. “소비밖에 할 줄 모르는 제 자신이 불안하게 느껴졌어요. 돈이 없으면 내 존재가치는 사라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소비이외에 다른 삶의 능력을 길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생명이든 물건이든 존재가치의 소중함을 읽어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는 2016년 즈음부터 미니멀리즘과 관련된 책을 읽으며 소비를 줄여나갔습니다. 소비문화에 길들여지지 않은, 삶의 근력을 키운 거죠. 

신진영은 우산이 고장 나면, 새로 사지 않고 수리합니다. 등산화의 밑창이 닳으면, 밑창을 교체하죠. 새로 사지 않고 수리하면, 물건에 이야기가 깃들고 애정이 생깁니다. “올해 수리한 신발은 등산화였어요. 등산화의 주요 기능은 거의 밑창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닳은 밑창만 새로 교체했어요. 등산화가 워낙 비싸다 보니 수리비용이 더 싸요. 아는 언니가 안 입는다고 준 코트는 동네 수선집에서 35,000원 주고 리폼했고요. 디자인은 영 제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울 100% 소재의 좋은 옷이었거든요.” 사람들은 묻습니다. 그냥 하나 사는 게 더 편하지 않냐고요. 신진영은 나의 수고로움으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에 더 큰 만족감을 느낍니다. 버리지 않고 오래 사용한 물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삶의 궤적이 보일 때도 있죠. 오래된 물건을 쓸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지난 3월, 유럽연합(이하 EU) 집행위원회는 ‘수리할 권리’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수리할 권리는 소비자가 구입한 제품을 더 싸고 쉽게 고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1년부터 유럽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전자기기 부품을 사설 업체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했죠. EU는 ‘새 제품을 사서 쓰고 버리는 소비 모델은 한계에 봉착했다’라며 환경오염과 자원 낭비를 줄이기 위해 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무조건 사지 않는 것이 답은 아닙니다. 신진영 역시 무소유의 삶을 사는 것도 아닙니다. 그도 새 물건이 필요한 때가 있고, 급하게 물건을 사고 후회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다만, 소비하기 전 두 가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첫째, 정말 필요한 물건인가? 둘째, 있는 걸 활용할 수는 없을까?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면 큰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부모님 집에 방치된 물건을 챙겨와서 요긴하게 사용할 때가 있어요. 조금만 관리해주면 빛날 수 있는 물건이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많거든요. 소비가 꼭 필요할 때는, 본질에 집중해 튼튼하게 잘 만들어진 제품을 사는 편이에요. 편리하게 오래 쓸 수 있도록요.” 

조항재는 세 제품을 사기 전, 중고 제품을 먼저 찾아봅니다. 중고거래는 함께 사는 가족 구성원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도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죠. “제가 가족이랑 같이 살거든요. 샴푸바(비누처럼 바 형태로 만든 고체샴푸), 설거지바를 집에 둬도 가족들은 잘 안 쓰더라고요. 제로웨이스트 역시 본인의 필요에 의해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이 추구하는 생활습관을 강요 받는다면, 저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거든요. 마찬가지로 가족에게 제 방식을 강요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취향과 신념을 반영할 수 있는 ‘가치 소비’로 주목받고 있는 중고거래. 조항재에게 중고거래는 친환경 소비이자, 경제적 소비이기도 합니다. “보물찾기 같아요. 발품을 팔아야 하는 수고로움은 있지만, 잘 찾으면 질 좋은 아우터도 1-2만 원 대에 살 수 있거든요.” 

조항재는 중고거래를 통해 주로 디지털기기와 의류를 삽니다. 스펙이 정해져 있는 디지털 기기는 온라인으로, 사이즈와 핏 등이 제각각인 의류는 오프라인 중고매장에서 입어보고 사죠. “디지털기기는  매장에 가서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마음에 들면 중고를 찾아요. 중고제품은 아무래도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실사용 기간을 물어보고 직거래로 꼼꼼히 살피고요. 다행히 지금까지 제품에 문제가 있던 경우는 없었어요. 의류는 굿윌스토어, 아름다운가게를 주로 이용해요. 중고매장에 피팅룸도 있어서 입어보고 결정해요.” 

2019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전자폐기물은 총 5,260만 톤. 그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6%입니다. 1인당, 1년마다 15.8kg의 전자폐기물을 내는 셈입니다. 의류 폐기물 역시 골칫거리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9200만 톤의 직물 폐기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매초마다 쓰레기 트럭 한 대 분량의 옷이 버려지는 겁니다. 매립・소각의 폐기과정에서는 유독성 화학물질이 발생하고, 재활용 역시 파쇄와 세척 등 공정 과정을 위한 비용이 들게 됩니다. 중고거래는 버려질 뻔한 물건의 쓰임을 발견해 ‘재사용’한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폐기나 재활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불필요한 생산 비용 역시 줄일 수 있다고 해요. 자원을 순환해서 수명을 늘리는 거죠. 저처럼 경제적인 이유로 중고거래를 하고 계신 분들이라도, 알게 모르게 지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거예요.”

최안나는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며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과 홀더를 디자인 했습니다. 본인의 디자인이 많은 사람 손에 들릴 때는 뿌듯했지만, 딱 한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것이 아쉬웠죠. 길거리에 쓰레기가 되어 나뒹구는 컵과 홀더를 볼 때면 이런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내가 또 예쁜 쓰레기를 만들었구나’ 그렇게 최안나는 일회용품 대체 서비스, 트래쉬버스터즈를 공동 창업했습니다.  

트래쉬버스터즈 사무실에는 일회용품 반입이 금지입니다. 여느 회사 탕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종이컵, 플라스틱 컵, 일회용 식기도 볼 수 없습니다. “사무실 내 가장 흔한 물품인 일회용 컵과 물비누만 대체해도 연간 약 100만 원의 비용 절약이 가능해요.”  

트래쉬버스터즈의 직원은 총 23명. 한 명당 하루 3개의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1만 6천 개의 일회용컵을 사용하게됩니다. 종량제 봉투값도 만만치 않죠. 1만 6천 개의 일회용컵(14oz)을 담기 위해서는 100리터 종량제 봉투가 약 160개 정도 필요한데요. 종량제 봉투값만 40만 원 정도 소비됩니다. 일회용품을 줄일 경우 즉각적인 경제 효과도 있지만, 최안나는 장기적인 환경적 효과에 주목합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1개를 만들고 폐기하기까지 52gCO2-eq 탄소가 배출됩니다. 트래쉬버스터즈 직원이 1년간 사무실에서 일회용컵을 쓰지 않는 것 만으로도 0.86톤의 탄소배출을 막을 수 있어요.”

최안나는 환경을 위한 움직임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친환경을 다짐한다고 해도, 일상 생활을 하다보면 헤이해지기 쉬우니까요.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고 하지만,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건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사무실을 함께 쓰는 동료와 환경을 위한 작은 노력들을 해 나갈 수 있어서 좋아요. 개개인의 작은 노력들이 무의미하지 않도록, 그리고 우리가 무기력해지지 않도록 시스템의 변화가 뒷받침 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트래쉬버스터즈가 다회용 식기 대여 서비스를 하고, 재사용 문화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트래쉬버스터즈 멤버들이 전하는 제로웨이스트 팁

1.장바구니 갖고 다니기 언제, 어디서 무엇을 사고 싶을지 모르는 당신을 위한 기본템. 요즘 장바구니는 부피가 작고, 가볍고, 패턴도 다양해요. 취향에 맞는 장바구니 하나쯤 가방에 늘 넣고 다니길 추천합니다. 퇴근길, 맥주가 마시고 싶어 들른 편의점에서 비닐봉지를 사지 않아도 되겠죠.

2. 체력 기르기 체력이 좋아지면 피곤하고 귀찮았던 일도 거뜬해집니다. 배달음식을 시키지 않고 간단한 요리를 하거나,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닐 힘이 생깁니다. 나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을 모두 지킬 수 있는 일석이조 방법. 

3. 업사이클링 업그레이드(Upgrade) + 리사이클링(Recycling)의 합성어. 버려진 제품에 가치를 더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생산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원 순환으로 폐기물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어요. 프라이탁, 파타고니아 등이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브랜드에 해당합니다. 국내 업사이클링 브랜드도 다양해지는 추세예요.

4. 제로웨이스트 용품 선물하기 작은 선물과 함께 주변에 제로웨이스트를 권유해보세요. 샴푸바, 린스바, 천연 수세미 등 부담 없이 사용해볼 수 있는 용품들은 선물하기 딱 좋아요. 작은 선물로 환경을 함께 지켜갈 든든한 동지를 만들어봅시다. 

Edit 이지영 Graphic 이은호 이홍유진 Photo 이홍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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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질문들

세상의 중요한 발견은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태어납니다. 작고 익숙해서 지나칠 뻔한, 그러나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를 조명하며 금융과 삶의 접점을 넓혀갑니다. 계절마다 주제를 선정해 금융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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