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는 정말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by 사소한 질문들

올해 중고거래로 150만 원을 벌었습니다. 많이 벌었다 생각했지만 판매한 물건들의 본래 가격을 다 더해보니 손해본 금액이 상당하더라고요. 비록 흑자는 아니었지만… 주로 이용했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매월 보내주는 가계부를 보니, 제가 중고거래로 지구 살리기에 동참했다는 거예요. 자원을 버리지 않고 재사용하는 데에 기여했다는거죠.

그 가치를 나무 그루 수로 환산하니 꽤 많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정말 중고거래는 환경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경제 행위가 맞을까요? 중고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는 핀란드에 14년 간 거주한 경험이 있는 박현선 작가님을 비대면 인터뷰에 초대했습니다. 저와 같은 ‘보통 사람’의 관점에서 이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실 것 같았거든요. 

* 박현선 작가는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 책의 저자입니다. 헬싱키에 있는 수많은 중고가게, 빈티지 상점, 벼룩시장에서 찾은 소비와 환경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담아냈습니다.

Chapter 1. 보통 사람이 환경을 걱정할 때

안녕하세요 작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작가 겸 디자이너 박현선입니다. 미대에서 가구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공부를 하다 보니 북유럽이 궁금해져서 핀란드로 유학을 떠났고, 어쩌다 보니 인연이 닿아 14년 간 살다가 돌아왔습니다. 석사 과정만 마치고 돌아오려 했는데, 이렇게 오래 있다 올 줄은 몰랐네요. 

공부를 하면서도 항상 환경에 대한 우려가 머릿속 한 구석에 맴돌았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그 불편한 감정이 뭔지 잘 몰랐습니다. 나중에 돌이켜 보니 너무 많은 물건이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현상에 대한 불편함, 그리고 그 산업에 일조하고 있다는 죄책감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불편함과 죄책감이 ‘물건을 한 번 사서 오랫동안 쓰면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오래도록 잘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결론에 다다랐고, 핀란드에서는 어바웃 블랭크라는 작은 제품 디자인 회사를 창업하기도 했어요.

핀란드에서의 삶과 한국에서의 삶, 어떤 점이 달랐는지 궁금해요. 핀란드 거주 후 가장 크게 바뀐 점이 무엇인지도요. 

인생의 1/3 정도를 핀란드에서 보냈더라고요. 역사적, 환경적 배경이 너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그 곳에서 느낀 ‘정신적 여유‘에 대해 말해보고 싶어요.

북유럽 물가는 높습니다. 인건비도 비쌉니다. 상대적으로 물건의 종류도 많지 않고 배송도 오래 걸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공원,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같은 공공재가 많이 발달해 있어요. 내 소유가 아니어도 집 밖에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점이 정신적 여유를 주는 것 같아요. 적게 소유해도 마음이 풍요로울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합니다. 어느 나라든 아무데나 담배 꽁초 버리고, 침 뱉고, 분리수거 안 하는 사람들 있는 것은 똑같아요. 하지만 환경에 대한 핀란드 사람들의 관심이 평균적으로 높은 편이라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는 점과 상관있어 보이더라고요. 도심 곳곳에 인조 공원부터 생태계 보호구역까지 잘 마련되어 있어요. 도보로 혹은 대중교통으로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에 녹지가 잘 조성, 보호되고 있다 보니, 언제나 내 앞마당처럼 즐길 수 있는 공원 문화가 발달해 있고요. 자연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계속 잘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레 발전하는 것 같아요. 자연에 더 많이 노출되고 환경을 더 많이 생각할 수 있는 문화가 자연스레 구축될 수 있고요. 하지만 동시에 넓은 땅덩어리와 적은 인구, 낮은 인구 밀도의 도움이 컸다는 생각도 듭니다.

헬싱키, 아라비아란따(Arabiaranata)의 공원 ©박현선 

그리고 해외 여행이나 유학 다녀온 분들은 공감하실 수도 있는데요. 들리는 말, 보이는 글자가 한국어가 아니다 보니 놀랍게도 원할 때면 차단할 수 있었어요. 타지에 혼자 살며 이것저것 해결해야 할 일도 많고 학교 수업도 바쁜 와중에도, 혼자 생각할 시간이 의외로 많더라구요.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며 이전에는 못했던 생각들을 많이 했어요. 내가 관심있는 것이 뭔지, 무엇이 불편한지, 어떤 것이 궁금한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와 같은 질문들이요. 대답을 찾다 보니, ‘현대의 과생산과 과소비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천천히 깨닫게 됐어요. 이렇게 핀란드에서만 할 수 있었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책도 낼 수 있었고요.

Chapter 2. 핀란드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중고문화

책을 인상깊게 읽었어요. 준비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셨더라고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를 좀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흥미로 시작한 프로젝트예요. 핀란드에 오래 살다보니, 어느 순간 주변에 중고가게가 정말 많다는 걸 눈치챘어요. 처음엔 약간 충격이었어요. 보통 북유럽 하면 여유와 풍족의 이미지가 떠오르잖아요. 미디어에서 많이 묘사하는 모습이죠. 그런데 중고가게는 그런 북유럽의 이미지와 바로 연결이 되지 않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왜 이렇게 중고가게가 많을까?’ 궁금증이 생겼어요. 

헬싱키의 중고가게 ©박현선

한국에 있을 땐 관심이 없어 몰랐을 수도 있지만, 주변에 직접 가볼 만한 중고가게가 잘 없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중고가게 하면 아주 비싼 골동품 파는 가게 아니면 사회 취약 계층을 타겟으로 아주 저렴하게 물건을 파는 가게, 양극의 모습만 떠올랐고요. 그런데 핀란드에는 이 양극 사이를 촘촘히 채우는 가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품목의 생활용품들을 다양한 방식, 다양한 가격대로 팔고 있더라고요. 

이런 모습을 자주 접하다 보니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어요. ‘어떻게 이렇게 중고문화가 활발하지?’,  ‘중고가게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이 뭘까?’, ‘물건이 풍족한 젊은 세대에게 중고거래는 어떤 의미일까?’ 하지만 ‘핀란드 사람들의 국민성이 훌륭해서 그래.’ 같은 결론으로 성급하게 미화하고 싶지 않았고, 사람들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고 싶었어요.

핀란드의 중고문화는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고, 가장 좋았던 중고가게는 어떤 곳이었나요?

빈티지 가구점을 운영하던 ‘빠시(Pasi)’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인터뷰이들 중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라 그런 것 같아요. 말투가 부드럽고 조용조용해서 귀를 기울여야만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반전 매력이 있었어요. 일에 대한 열정이 활활 타는 사람이었거든요.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점도 기억에 남네요. 가구점 한편 책상 옆에 책과 오래된 잡지들을 쌓아두고 공부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아는 게 많아서 국내외 박물관이나 국제 경매상 쪽에서 자문, 고증 요청을 받는다더라고요.

크루나의 빠시(Pasi) ©박현선

그리고 핀란드 말로 ‘잇세빨베루(Itsepalvelu)’, 풀이를 하자면 셀프 서비스 판매 방식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기원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핀란드에서만 볼 수 있는 형태의 가게인 것 같아요. 자신의 물건을 중고로 판매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에게 진열장을 대여해주고, 가게에서 대신 팔아주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진열장 대여비를 내면 일주일 단위로 빌릴 수 있어요.

잇세빨베루 판매 대행 중고가게의 내부에는 같은 규격의 선반들이 즐비한다. ©박현선

혹시 온라인으로 중고거래 해보셨어요? 온라인이라 편한 점도 있지만 불편한 점도 있잖아요. 거래할 상대방과 계속 연락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가격 흥정하고, 약속 시간이랑 장소 잡는 일련의 과정 말이에요. 

‘잇세빨베루’는 이런 절차를 없애 줍니다. 구매자 입장에서 가격 흥정 못 하는게 아쉬울 수 있는데요. 판매자가 책정한 가격이 마음에 들면 사고 아니면 말고, 두 개만 생각하면 되니까 쉽게 결정할 수 있다는 게 오히려 장점이었어요. 판매자 입장에서도 매번 팔리나 안 팔리나 휴대폰을 확인하며 신경 쓸 필요 없고, 가게에서 판매를 맡아주니 한결 편하고요. 

‘잇세빨베루’는 핀란드에서 정말 보편적인 방식의 중고가게예요. 동네에 기본 1~2개는 있죠. 저희 동네에도 걸어서 1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중고가게가 6~7개 정도 있는데, 그중 3개가 ‘잇세빨베루’였어요. 그만큼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판매 희망자들이 각자 꾸민 서로 다른 선반은 이 운영 방식의 커다란 매력이다. ©박현선

10분 거리에 중고가게가 6~7개나 있다니… 중고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었던 배경을 봤을 때, 정부 역할도 꽤 큰 것 같아요. 핀란드 정부는 중고문화 활성화, 환경보호 등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쳐왔나요?

처음엔 그 수가 너무 많아서 ‘중고가게 열 때 정부 보조금이 있나?’ 싶었어요. 그런데 만났던 가게 주인들 모두 그런 건 없다 하더라고요. 대신 핀란드 환경부에서 1980년대에 첫 재사용 센터(Kierraätyskeskus, Reuse center)를 지을 때, 부지를 빌려주고 보조금을 지원했습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물건의 재사용과 재활용의 중요성을 알리는 풀뿌리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고요. 환경부는 이 움직임을 간과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지속되어 확장될 수 있도록 재사용 센터를 건립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지금은 수도권 중심으로 9개 정도 운영되고 있고요. 엄청나게 큰 창고형 건물에 숟가락부터 가구까지 온갖 중고 생활용품이 다 있어요. 

헬싱키 뀔라사리(Kyläsaari)에 위치한 가장 오래된 재사용 센터 ©박현선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중고문화가 반가울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중고문화와 중고거래를 반갑게 느낄 만한 대상, 추천하고 싶은 대상자는 어떤 분들일까요?

궁극적으로는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죠. 특히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에 유용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어릴 땐 빠르게 자라다 보니 그 성장 속도에 맞춰 물건을 사야 하는데요. 제 값 주고 사기 아까울 때 중고가게에 가면 쓸모있는 물건을 좋은 가격에 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핀란드에도 아이 물건만 파는 중고가게가 있었거든요.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에서 아이의 책이나 장난감, 옷 등을 중고거래하는 문화는 활발한 편이라 알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온라인 중고거래가 활성화되어 있는 것에 비해 직접 방문할 수 있는 가게는 덜 발달되어 있는데, 이는 비싼 부동산 가격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온라인 거래의 장점도 있지만 오프라인 거래도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온라인 거래는 사진으로만 봐야 하니 물건을 제대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판매하는 사람이 말하는 하자와 사려는 사람이 느끼는 하자의 정도는 다를 수 있으니까요. 오프라인 가게에서 중고물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으면 훨씬 만족스러운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생각해요. 시간과 장소가 뒤얽힌 곳에서 보물찾기하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건 덤이고요. 

또한 중고거래를 일상화하고 그 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는, 직접 방문해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 핀란드에서는 부모가 아이 손을 잡고 중고가게에 가서 구경하고, 필요한 물건을 사기도 하고, 가족이 다함께 벼룩 시장에 판매자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아요. 다양한 방식으로 중고문화를 경험하면서 소비나 생산, 환경과 같은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일찍부터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책을 쓰는 과정에서 만난 핀란드 사람들은 “어렸을 때 부모님 손 잡고 중고가게에 갔던 게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어요.”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하까니에미 벼룩 시장(Hakaniemen Kirpputori)은 세대와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행사다. ©박현선

Chapter 3. 지속 가능한 소비

중고거래는 확실히 자원 순환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책에서 “개인이 중고문화에 참여함으로써 소비자가 물건의 수명을 늘리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말도 인상적이었고요. ‘지속 가능한 소비’의 단편으로도 볼 수 있을텐데요.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인류는 오래 전부터 도구를 만들어 사용해왔기에, 인간과 물건을 떨어트려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지금 입고 있는 옷도, 물을 마시는 물잔도, 인터뷰 할 때 쓰는 이 컴퓨터도 꼭 필요한 물건이에요.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물건을 획득하려면 소비를 해야 합니다. 소비를 하지 않고 사는 건 불가능해요. 비록 인간의 모든 생산과 소비 활동이 자연에 이득을 가져다 주지는 못하지만, 환경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 주는 방향으로 소비를 할 수는 있겠지요.

그래서 저는 물건을 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옆에서는 답답할 정도라 하더라고요. 한 번 산 물건은 오래 쓰자는 목표로 물건을 구입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르려고 합니다. 솔직히 아이가 태어난 후엔 이런 소비 패턴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요. 육아하면서 당장 필요한 물건들이 너무 많아서 신중하게 고를 시간이 부족할 때도 많더라구요. 그래도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환경에 대한 현선님의 생각, 가치관이 궁금해요.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환경에 대한 생각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것을 느껴요. 다들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나’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어요. 환경 문제가 점점 커지니까 작은 개인이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거죠. 아무리 노력해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말이에요. 그래도 적지 않은 주변 사람들이 환경을 위한 행동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더라고요. 환경에 관심 많고 관련 지식과 정보가 풍부한 분들도 많고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이 있는데, 저는 ‘인간은 이기적인 포식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동식물은 서로 먹고 먹히는 순환 구조를 만들잖아요. 그런데 인간은 그 구조에 속하지 않고 저멀리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아요. 과연 인간을 자연의 일부라 할 수 있을까 싶은거죠. 인간은 오로지 인간을 위해서만 쓰고 버리잖아요. 자연을 우리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착각’은 멈춰야 한다 생각해요. 결국 인간은 ‘우주’라는 바다에 떠있는 ‘지구’라는 섬 안에 살면서, 한정된 자원을 소비해 연명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생각합니다.

<사소한 질문들> 여름 호 환경과 소비에서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이 인터뷰 콘텐츠의 제목이 될텐데요. 중고거래가 정말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도움을 줄 수는 있겠죠. 중고거래가 자원 순환을 활성화시킨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더 나은 소비와 생산 방식을 지향한다는 점에서요. 하지만 (너무 당연하게도)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될 수 없다 생각해요. 중고거래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어두운 면도 있거든요. 새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중고거래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중고거래는 허울만 좋은 껍데기에 불과하겠지요. 실제로 핀란드에서도 중고가게에 가면 ZARA나 H&M 같은 스파 브랜드 옷들이 정말 많았어요. 물론 이건 소비자만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는 없어요. 재사용이나 재활용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로 저렴한 비용으로 진행되는 대량 생산이 일반화된 패션 산업, 그 자체의 문제죠. 

대부분의 환경 문제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내리기 어렵듯 “중고거래가 정말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도 “100% 그렇다” 답변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계속 고민하고 실천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중고거래의 장점인 ‘자원 순환’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도 같이 활용하는 거예요. 우선 생산 단계에서부터 물건의 재활용을 고려해서 자원 활용이 좀 더 쉬울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해당 산업을 지원하거나 통제하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아무리 개개인이 노력해도 변화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공유를 활성화해 품질 좋은 물건을 서로 빌려쓰는 문화도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도록 할 수 있고요. 그간 잊혀졌던 물건의 ‘수리’와 ‘수선’을 최대한 생활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지요. 

Edit 금혜원  Photo 박현선, 헤이북스  Graphic 이은호, 이홍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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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질문들

세상의 중요한 발견은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태어납니다. 작고 익숙해서 지나칠 뻔한, 그러나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를 조명하며 금융과 삶의 접점을 넓혀갑니다. 계절마다 주제를 선정해 금융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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