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의 등대’에서 ‘꿈의 직장’으로

by 정경화

토스 코멘터리 6화. Work Hard, Play Hard

토스는 언제나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높은 퍼포먼스를 추구한다는 사실을 가감없이 이야기해 왔다. 토스피드에서는 조직 문화 와 각 직군별 일하는 방식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한 아티클을 100건 넘게 찾아볼 수 있다. 토스팀이 가진 강력한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 문화에 동의하는 이들이 팀에 합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스팀의 문화는 실제보다 과장되어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업계에는 ‘남들 눈치에 등 떠밀려 주 70~80시간 일한다더라’ ‘입사 후 3개월 리뷰 기간에 절반이 탈락한다더라’ 등 사실과 다른 소문이 퍼졌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이를 바로잡고자 했지만, 오해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11월부터 토스팀의 평가와 보상 제도에 광범위한 변화가 생겼다. 3개월 리뷰 탈락과 스트라이크 제도는 폐지한다. 임금 제도는 내년 1월부터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무 시간에 대해 수당을 지급하는 비포괄임금제로 전환한다. 금요일 2시 퇴근(Early Friday)과 겨울방학이 정례화됐다. (*단, 토스와 토스뱅크, 토스증권, 토스페이먼츠에 적용되며, 토스인슈어런스 및 토스CX는 업무 방식에 맞는 개별적 평가・보상 제도를 갖춰 나갈 예정이다.) 

소식이 알려지자 설왕설래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을 몇가지 소개하면 이렇다. “부럽다. 토스에 안 갈 이유가 없다” “문제 정확히 파악해서 확실히 고치네” “직장인에게 겨울방학이라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정말 눈치 안보고 야근 수당 받을 수 있을까?” “그래봤자 빡센 문화 , 쉽게 안 변한다”···.

이번에도 투명성의 힘을 믿어 보기로 했다. 새로운 평가・보상제도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출되었는지, 앞으로 토스팀의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바뀔지, 토스팀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어떻게 바뀌기를 원하는지, 이승건 토스팀 리더에게 묻고 솔직한 답을 들었다.  

이승건 Toss Team Leader 

“여러 제도가 대대적으로 바뀌는 듯 보이지만, 

자율과 책임을 중심으로 하는 토스 문화의 핵심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팀 내부적으로는 몰입과 쉼의 문화 를 함께 정착시키고, 

바깥에서는 토스팀이 일하는 방식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요. 

이 정도로 매력있는 팀이라는 걸 널리 알려서

지금보다 세 배는 많은 분들이 우리 팀에 오셨으면 좋겠어요!”

더욱 솔직하고 용감하게

Q. 2018년 말 파격적인 보상 정책과 함께 도입됐던 3개월 리뷰 탈락과 스트라이크 등의 평가 제도가 폐지됩니다. 2년 10개월 만의 굵직한 변화인데요, 기존 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제도의 효익보다 부작용이 커졌습니다. 이전의 평가·보상 제도를 설계할 때 토스는 지금보다 조직이 작고 인지도는 약했습니다. 당시 인재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통해 매력을 높이고, 충분한 역량과 태도를 갖추지 못한 인재와는 과감히 이별하는 절차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토스는 우수한 인재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으로 성장했고, 3개월 리뷰와 스트라이크 제도의 유효성은 줄었습니다. 

반대로 두 제도가 최근 합류한 팀원들에게는 심리적 안정감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발견했어요. 자율과 책임이라는 토스 문화의 중심축이 잘 작동하려면, 구성원 간 불편을 감수하는 용기와 잔인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솔직함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조직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도 ‘괜히 말을 꺼냈다가 동료들에게 밉보여 3개월 뒤 탈락하면 어쩌나’ 싶어 문제제기에 나서지 못하게 된 겁니다. 그렇게 3개월을 보내고 나면, 이후에도 용기를 내기가 어려워집니다. 권위에 짓눌리지 않고 용감하게 목소리를 내는 문화 가 약화되고 있었습니다. 

한편, 토스팀 바깥에는 과도한 불안감이 나타났습니다. 얼마든지 토스팀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성취할 수 있는 많은 분들이, ‘토스에선 동료들 맘에 못들면 내보낸다더라’는 왜곡된 소문을 듣고 합류를 주저하고 고민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실제로 3개월 리뷰를 거쳐 함께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는 10명 중 1명 정도입니다. 또 지금껏 스트라이크로 이별한 팀원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이미 유명무실했지만, 외부에서 듣기에는 무시무시한 제도였죠. 문제를 한번에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제도 자체가 사라지면 오해의 여지도 없어지겠지요. 

Q. 3개월 리뷰와 스트라이크 제도가 외부의 부정적인 평가를 불러온 주요 요인이었음에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동료들과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공식적인 기회 하나가 사라지는 셈인데요. 

신규 입사자가 3개월간 동료들로부터 피드백을 얻는 리뷰 세션 자체는 지속됩니다. 리뷰 결과에 따른 ‘Pass or Fail’ 기능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정상 궤도에 올라 탔는지 피드백을 받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토스팀이 추구하는 대로 더욱 솔직한 피드백이 오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나의 피드백이 동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줄어들 테니까요. 함께 더 높은 성취를 향해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생산적인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Q. ‘이별’ 하는 제도가 없다면 처음 ‘만남’이 더욱 중요해질텐데, 채용 과정에 변화가 있을까요?

채용 과정이 점차 고도화될 거예요. 인터뷰 횟수와 시간이 지금보다 2배 이상 길어질 수 있습니다. 후보자가 토스팀의 문화 와 잘 어울리는 역량과 태도를 가진 분인지 더 면밀히 살피려고 합니다. 거꾸로 인터뷰이 역시 토스팀이 자신과 잘 맞는 회사인지 판단하실 수 있도록, 더욱 실체적인 토스팀의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토스가 발견한 성공의 구조는 간단합니다. 관리하고 가르칠 필요 없는 역량을 갖추고 일과 성취에서 동기부여를 얻는 인재만을 모아, 최대한의 정보와 권한을 부여해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입니다. 토스의 조직문화와 근무 제도는 자율과 책임이라는 성공의 중심축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중심축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생겨난다면 무엇이든 바꿔 나갈 거예요. 

비포괄임금제로의 전환

Q. 지금까지 토스는 기본 연봉에 모든 수당을 포함하는 ‘포괄임금제’를 적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는 주 40시간을 넘는 근무시간에 대해 수당을 별도로 지급하는 ‘비포괄임금제’를 도입합니다. 전환의 이유가 궁금합니다.   

대부분의 토스팀원들이 자신의 업무 강도를 스스로 적절히 조절하며 일하고 있음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토스팀이 개인의 근무 시간을 일일이 따지지 않은 것은 규칙을 최소화하고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려는 노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연봉 1.5배 주고 일도 1.5배, 아니 2배 더 시키는 회사’ 라는 오해를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내년부터 토스팀은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최대 12시간의 연장 근로에 대해 수당을 지급합니다.

팀원들에게 업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처우를 제공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겁니다. 포괄임금제 아래서의 계약 연봉을 비포괄임금제에서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연장 근로 수당을 추가적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급여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봅니다. 단기적으로는 팀의 인건비 지출이 늘겠지만, 더 좋은 인재가 토스팀에 모여 성과를 낸다면 재무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토스팀이 바라는 것은 회사에 늦게까지 남아 오래 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기업, 한 팀으로서 창출하는 가치의 양을 증대시키고자 할 뿐입니다. 가치창출의 총량에는 인재 밀도와 인원 수, 일하는 시간, 협업 효율이 골고루 영향을 미칩니다. 비포괄임금제도의 도입이 훌륭한 인재의 밀도와 수는 높이고 일하는 시간은 적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다 주기를 바랍니다. 

Q. 수당을 계산해 지급하려면 근무 시간을 매일 측정해야 합니다. 규칙을 최소화하고 결정을 팀원 개인의 자율에 맡겨 몰입을 이끌었던 토스팀의 문화와 배치되지 않을까요? 

실제로 팀 내에서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던 부분입니다. 회사가 근무 강도의 적절한 한계선을 그려주고, 더 많이 일하면 더 많이 주는 것이 선진적인 방향이라고 찬성하는 분들이 3분의 1이었습니다. 또다른 3분의 1은 ‘일말의 규칙조차 없애려는 토스팀의 문화’가 사라지는데 대한 상실감, 내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던 근무시간을 회사가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보인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근본적으로 근무시간의 측정은 근무 중 몰입도와 무관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토스팀 안에서는요. 근무시간의 기록이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을 갑자기 나태하게 만들거나, 일하지 않던 사람들을 일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오히려 사람들은 조직의 지배 정서를 이해하고, 이에 맞는 롤모델을 찾아 모방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설계・수정해 나갑니다. 토스팀에는 남다른 몰입을 통해 커다란 성취를 이뤄낸 팀원에게 신뢰와 존경을 보내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쉽사리 바뀌지 않을 만큼 충분히 강력하게 뿌리 내렸죠. 

현실적으로는 근무시간과 휴게시간을 구분하고 일일이 재는 것이 귀찮고 방해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근무시간 트래킹이 팀원들의 몰입을 깨지 않도록 아주 간편한 측정 도구를 만들어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쉼의 문화

Q. 금요일 오후 2시 퇴근(Early Friday)과 겨울방학 정규화는 특히 팀 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얻고 있습니다. 어떤 고민을 해결하려는 제도인가요?

 토스팀의 업무 강도를 적절히 조절하고 쉼의 문화 가 잘 자리잡도록 만들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 나눈 것처럼 토스팀에는 남다른 성과를 내기 위해 남다른 몰입을 하는 팀원들의 비율이 높습니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팀원들도 일부 생겨났어요. 토스팀의 휴가 제도는 무제한 자율인데, ‘자율적으로 쉬어가세요’라는 말로는 쉼을 선택하기 어려워 하는 팀원들이 있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토스팀은 어떤 문제건 ‘단기적인 성장’을 목표로 삼지 않습니다. 단기적 성장을 놓치더라도 장기적으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의사결정해 왔지요. 어떤 프로젝트 때문에 매우 바쁜 시기를 보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전을 하면서 제대로 쉬어가지 못하면 토스팀의 장기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어떻게 하면 팀원들이 더 잘 쉬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 Early Friday와 겨울방학을 도입했습니다. 금요일에는 전사가 오후 2시에 퇴근해 주말을 좀더 편안히 맞고,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연말까지는 겨울방학으로 정해 긴 연휴를 보내려고 합니다. 겨울방학은 작년에 처음 시도해봤고, 금요일 조기 퇴근은 지난 여름부터 실험해 왔어요. 

긴 단위의 시간 동안 일에서 완전히 ‘로그오프’ 할 수 있게 되자 휴식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그렇다고 해서 업무효율이 떨어지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정식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열심히 일하고, 그만큼 제대로 쉴 수 있기를 바랍니다. Work Hard, Play Hard! 

Q. 앞으로 토스팀의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바뀔까요?

토스팀은 변하지 않을거예요. 앞으로도 토스팀은 멋진 미래를 내 손으로 만들어 가는데서 가슴 떨리는 사람들, 이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사람들을 채용할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팀 내에서 역할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여러 제도의 변화를 공표하고 실행하는 것은, 토스팀원 개개인이 업무 강도와 쉼의 정도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때 용기있게 챌린지 할 수 있는 자유를 늘리기 위해서 입니다. 그것이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동시에 외부에서 생각하는 토스팀과 실제 토스팀 간의 괴리를 좁혀주기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명확히 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요. ‘나는 절대 주 40시간을 넘겨 일하지 않겠다’ ‘회사와 나는 계약 관계일 뿐이니, 적당히 심리적 거리를 두고 시키는 것만 하고 싶다’는 분들은 여전히 토스팀과 맞지 않을 거라는 점이예요. 반대로 ‘나는 더러 야근을 하더라도 일에 몰입하고 성취하는데서 행복을 느낀다. 내 업무 강도와 방식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토스는 분명 이상적인 조직일겁니다. 이런 분들이 바깥에 계시다면 어서 토스팀에 합류해주세요. 

토스팀이 새로운 평가・보상 제도를 발표한지 2주가 지났다. 밤에도 사무실의 불이 꺼지지 않아 우스갯소리로 ‘역삼의 등대’라 불리던 토스팀이 이제 ‘꿈의 직장’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채용팀에 들어오는 이력서의 수도 크게 늘었다. 숫자 뿐 아니라 더 다양한 경력과 역량을 갖춘 후보자들이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승건 Toss Team Leader

“진작 바꿨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더라구요. 왜 좀 더 부지런하게 이런 방법을 찾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사실 팀 내부에선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거든요.  우리가 이미 어느정도 지켜 오던 업무 강도의 선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일 뿐이지요. 토스팀이 원하는 것은 ‘가장 경쟁력 있는 문화 ‘이지, ‘오래 앉아 일하는 문화 ’가 아니라는 점을 우리 스스로 확인한 것 역시 가치 있었습니다.”

자율과 책임의 문화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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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토스팀이 품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더 많은 분들께 알리는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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