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주거, 기대만큼 낭만적일까?

by 사소한 질문들

여행 좋아하세요? 그렇다면 한번쯤 꿈꿔봤을 노마드 주거. 한달살기, 밴라이프 등 정착 생활이 아닌 유목 생활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흥미로웠습니다. 무릇 인간이라면 안전한 정착을 지향하는 줄만 알았는데, 이들의 글과 영상을 보니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네요.

대다수의 선택과 다른 방향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궁금해졌어요. 노마드 주거 유경험자 입장에서 정착과 유목을 비교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됐고요. 해외 한달살기를 경험한 김은덕, 백종민 부부와 국내 밴라이프를 경험한 김수향 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떤 삶을 살고있는지, 그들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어떤 생각을 전해주고 싶은지요.

전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고요, 생각보다 빠르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연말에는 리프레시 휴가를 활용해 태국으로 느릿느릿 한달살기 여행을 떠나기로 했어요. 주말만 되면 원터치 텐트랑 돗자리 챙겨서 산으로, 들로, 강으로 쏘다니고 있고요. 여러분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사소한 질문들 ‘22 가을호 부제이기도 한 생존과 낭만 사이. 노마드 주거는 어떤지 들려드릴게요.

1. 결혼 후 삶을 ‘한달살기’ 로 채워온 김은덕 백종민 부부

🌀 우리가 한달살기를 선택하고 유지하는 이유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진: 김은덕, 백종민 부부

어떻게 한달살기 주거생활을 생각하게 되셨나요?

은덕: 10년 전 한달살기 컨셉을 잡게 된 계기는 결여와 결핍 때문인데요. 저희에게 부족한 것이 세 가지였어요. 하나는 체력. 젊은 친구들처럼 이틀 여행하고 하루 야간열차에서 자면서 이동하는 방식은 선택하기 어렵겠더라고요. 잦은 이동은 저희에게 맞지 않겠다 생각했어요. 또 하나는 관광지에 대한 관심. 종민씨나 저나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관광지에서 브이하고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어요. 왜 거기까지 가서 유명 관광지 안 갔냐 물어보면 관심이 없대요. 저희 둘다 그 나라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더 궁금해 했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돈. 한 사람이 세계여행 하는데 드는 돈이 1년에 3천만 원 정도거든요. 두 사람이 2년간 해외여행하려면 1억 2천만 원이 필요한 거예요. 근데 저희가 가진 돈은 딱 절반. 6천만 원으로 2년간 여행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숙박비, 교통비를 줄이기로 했어요.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획기적인 여행 방법이 바로 한달살기였고요.

가장 중요한 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네요. 비자 같은 문제도 있을텐데,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 해외에서 생활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은덕: 8개월은 유럽, 다음 8개월은 미주와 남미, 그 다음 8개월은 아시아 이렇게 돌았거든요. 8개월 여행에 필요한 준비를 그 전 대륙에서 다 끝냈어요. 적어도 반 년 전에는요. 비자 같이 중요한 부분은 문제 안 생기도록 이전 여행지에서 치밀하게 계획했죠.

종민: 해외여행 다니다 보면 한국 여권의 힘을 실감할 수 있어요. 한국 여권을 소지하고 있으면 웬만한 나라는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거든요. 안 되는 나라는 손 꼽힐 정도로 몇 안 돼요. 그만큼 한국 여권 파워가 센거죠. 한 달에 한 번은 도시나 나라를 옮기다 보니 웬만한 나라는 다 커버가 됐어요.

한달살기 경력이 어느새 9년째라고요. 이렇게 살아오신 원동력이 궁금해요.

종민: 느리게 여행하는 것, 이 여행 방법이 저희 라이프 스타일에 굉장히 잘 맞아요. 저희에겐 시간이 가장 중요한 가치거든요.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잘 활용하며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한달살기고요. 한 도시 속에서 현지인들의 삶과 그 이면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것들을 통해 삶이 풍요로워진다 느껴요. ‘내 삶이 늘 옳지 않다, 다른 삶이 존재하고 그도 옳을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겁니다. 덕분에 다른 주거환경을 경험하고, 그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와 기회를 즐겁게 받아들이게 된 거죠. 무엇보다 즐거워야 계속 할 수 있잖아요. 즐겁습니다. 저희한테 너무 잘 맞고 한달살기 하는 내내 행복해요.

은덕: 반대로 저희가 가장 힘들어 하는 여행 방식은 3박 5일짜리 도깨비 여행, 열흘 짜리 유럽 패키지 여행이에요. 한달살기에 너무 집중되어 있다 보니 오히려 다른 여행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해요.

종민: 저희한테 맞는 ‘여행 언어’인거죠. 처음 한달살기 떠날 때 워낙 생소한 여행 방식이라 “그게 어떻게 여행이니, 그럴거면 이민이나 유학을 가는게 낫지.” 이런 말도 많이 들었거든요. 저희도 처음엔 익숙지 않았는데, ‘한달살기’라는 이름을 붙여주니 명쾌해졌어요.

지금은 적절한 텀을 두고 한국과 해외를 오가시죠? 언제 어떤 이유로 출국, 귀국을 결정하시나요.

은덕: 단순한 패턴인데요. 한국 여름 너무 덥잖아요, 그때 시원한 나라로 떠나요. 한국 겨울 너무 추우니까 따뜻한 나라로 떠나고요.

종민: 이게 어느 정도 저희 삶의 루틴이 됐어요. 즉흥적으로 떠나는건 아니에요. 보통 떠나기 6개월 전엔 준비를 마칩니다. 여행할 도시 선택하고, 항공권 결제하고, 숙소 정하고. 언제 더워지고 추워지는지 아니까 미리 계획을 세워두는거죠. 이사할 때 동네 마음에 든다며 즉흥적으로 집 계약해서 이사하는 분 안 계시잖아요.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한달 동안 외국으로 이사간다는 생각으로 떠나요. 지금 머물고 있는 방콕도 작년 겨울을 보낸 터키, 조지아에서 세운 계획이에요.

은덕: 조지아랑 터키가 너무 추웠거든요. 따뜻한 나라에서 수영 좀 맘껏 하고 싶다는 욕망이 드글드글해져서 방콕으로 떠나자 결정한거죠. 이전 여행지에서 지금 여행지를, 지금 여행지에서 다음 여행지를 계획해요.

🌀 해외 한달살기, 온전히 내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면

스위스 바젤. 사진: 김은덕, 백종민 부부

준비 과정을 좀더 자세히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떠나기 전 보통 어떤 것들을 준비하시나요? 거주지 정보는 어떻게 얻는지도 궁금하네요.

종민: 보통 여행 갈 때 찾는 정보와는 좀 달라요. 살러 가는 것이니 그에 맞는 정보를 찾아야 합니다. 현지인 입장에서 필요한 정보요. 예를 들면… 대중교통 이용할 때 월 정기패스가 있는지, 한국에서 발급받은 운전면허증 사용할 수 있는지 아니면 국제면허증 꼭 필요한지, 숙소 근처에 시장이나 맛있는 식당이 있는지, 수영장이나 체육관이 있는지, 아침에 달릴 만한 코스가 있는지, 마라톤 같은 재미있는 체육 이벤트가 없는지 이런걸 찾아요. 현지의 실질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장 많이 쓰는 도구는 구글맵이에요. 한달살기 준비하는 6개월 동안 엄청 자주 들여다봐요.

계획은 어떻게 세우나요?

종민: 10년간 여행하면서 얻은 노하우인데요. N주차 별로 계획을 세웁니다. 우선 1주차엔 동네 주변만 열심히 돌아요. 반경 5km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지도가 없어도 될 정도로 계속 걸어다녀요. 동네 사람들과 자연스레 인사하면서 우리라는 존재가 여기에 있다는걸 계속 각인시키는 거예요. 이게 제일 중요한 시간이더라고요. 그럼 남은 3주가 굉장히 효율적으로 돌아가거든요. 2주차엔 시내 위주로 구경하고, 3주차엔 좀더 외곽으로 나가요. 4주차엔 이별 준비를 합니다. 한달 머물면서 알게 된 현지 사람들이 있잖아요. 식당 주인이나 집주인, 동네에서 만난 친구들. 그들과 헤어지는 시간을 가져요. 그럼 딱 한달이 됩니다. 저흰 이 방법을 ‘달팽이 여행법’이라 해요. 달팽이 등껍질 모양처럼 중심에서 바깥으로 조금씩 생활 반경을 넓히는거라 생각해서요.

김은덕, 백종민 부부의 스위스 한달살기 계획표

저도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한달살기에 대한 낭만이 있어요. 힘든 점,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종민: 한달살기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초반에 어려움을 겪는게 바로 현지인들과의 만남인데요. 이사한다는 생각으로 한달살기 여행을 한다 말씀드렸던 이유가 있습니다. 옛날에 이사하면 떡 돌렸잖아요. 이사떡 대신 인사와 웃음을 장착하는 거예요. 이사떡 돌리는 마음으로 1주차에 동네 돌아다닐 때 만나는 사람들에게 웃으며 인사하는거죠. 현지어로 인사하기도 하고요. 유럽에선 처음 보는 동양 애들이니 긴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일주일 간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웃고 인사하다 보면, 사람들 생각이 바뀌어요. ‘쟤네 여기 살러 왔구나’ 먼저 뭐하러 왔는지 물어봅니다. 그렇게 말이 트이는거죠.

한달살기를 추천하지 않는 분들도 있을까요?

은덕: 저희 입장에선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요. 의외로 해외에서 한달이나 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이 꽤 많아요. 이런 분들은 자기주도적으로 시간을 써본 적이 없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일상 속에서 무언가에 끌려다니는 삶을 살아왔다면 한달살기 하면서도 헤매거나 지루해 할 확률이 높아요.

종민: 그래서 저희는 한국에서 삶의 루틴을 만들기 위해 굉장히 많이 노력해요. 내 삶의 루틴 기반으로 낯선 곳에서의 즉흥성을 잠깐씩 즐길 수 있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방콕 나이트 라이프가 굉장히 화려한데요. 저희는 여기서도 밤 9시면 잠자리에 들어요. 한국에서 9시에 잠자던 버릇 때문에요. 만약 나이트 라이프 즐기겠다며 밤마다 맨날 놀러다니면, 한 달 뒤 한국에 돌아갔을 때 탈 나겠죠. 생활패턴이 완전 뒤집어져서 다시 적응하느라 고생할거고요. 한국에서 만든 루틴을 해외에 나와서도 그대로 적용한다면 시간을 자기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로망 하나씩 있으시잖아요. 운동, 일기, 어학 공부, 기록, 유튜브 등 지금은 너무 바빠서 못하고 있지만 내 시간이 온전히 생긴다면 하고 싶은 것들. 그런 로망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한달살기를 해보세요. 한국에 있으면 연락 오는 것도 많고 신경써야 할 것도 많잖아요.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고요. 외국에서 한달살기 하는 동안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거니 하고 싶었던 것들을 꾸준히 해보는 거예요. 그 시간이 굉장히 소중해질 거예요.

🌀 우리가 겪었던 전세계 주거생활의 다양성

베트남 하노이에서. 사진: 김은덕, 백종민 부부

에어비앤비 플랫폼을 주로 이용하면서 현지인들 집에 머물렀기 때문에 다양한 주거생활을 경험하셨을 것 같은데요. 가장 새로운 주거생활을 경험했던 도시는 어디였나요?

은덕: 종민씨나 저에게 압도적으로 새로웠던 주거생활은 2014년 10월에 갔던 프랑스 파리예요.

종민: 사실 주거 형태는 세계 어딜 가나 비슷한데요. 그때 파리 대저택에서 묵었던 방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다른 목적으로 활용되던 곳이었어요. 세 평짜리 방이었는데, 이렇게 작은 공간에 과연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크기였어요. 그래도 침대, 샤워부스, 작은 주방, 화장실까지 있었어요. 못 살 것 같았는데 살아지더라고요.

공간의 크기나 그 공간을 채우는 물건이 주거생활을 좌지우지 않고, 어떤 사람과 함께 지내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걸 깨달았던 경험이에요. 은덕씨랑 같이 지냈으니 살 수 있었던 거죠. 머물 땐 몰랐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대저택에서 일하는 하녀들에게 주던 방이었더군요. 지금은 놀리는 공간이 되어서 유학생, 여행자 등 잠깐 와서 큰 짐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빌려주는거고요.

은덕: 저희는 그 방을 ‘하녀의 방’이라 부르는데요. 미니멀리스트로 전환한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그렇게 작은 집에서도 물건을 적게 소유하면 다리 펴고 숨 쉴 수 있다라는걸 온몸으로 실감했기 때문이에요. 인생에 그렇게 많은 짐이 필요없고,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구나 깨닫게 된 거죠.

부부가 ‘하녀의 방’이라 부르는 프랑스 파리 대저택의 숙소. 사진: 김은덕, 백종민 부부

종민: 사실 그때 많이 싸웠어요. 은덕씨는 자꾸 짐을 덜으려 하고, 저는 그래도 가지고 있을건 챙겨야지 하면서 두 가치관이 부딪힌거죠. 시간이 지나니 결국 은덕씨가 맞더라고요. 없어도 다 살 수 있어요.

미니멀리스트로 전환하고 난 후 만족하시나요?

은덕: 미니멀리스트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필요한 것과 필요없는 것에 대한 인식을 또렷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거든요. 기준이 명확해지기 때문에 삶에 군더더기가 없어져요. 인생에서 정말 집중해야 할 것에만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게 미니멀의 정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옷을 가장 많이 버렸어요. 신발은 운동화 하나랑 슬리퍼 하나만 두고, 전자제품도 최대한 정리했어요. 한국 집에서도 같은 기능을 하는 물건은 절대 두 종류 이상 두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고요.

‘좋은 주거생활’ 관점에서 가장 좋았던 도시가 궁금해요.

은덕: 스위스. 작년 10월 취리히에서 한달살기를 했는데 이 사람들은 정원도 잘 가꾸고 집도 너무 예쁜 거예요. 가족들이랑 너무 행복해 보여요. 왜 그런가 했더니 기본적으로 임금이 높아요. 봉급이 높아서 일을 많이 할 필요가 없어요. 일 끝난 후 시간은 집에서 여유롭게 보내는 거예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거죠. 우리는 왜 저렇게 못 살까 자괴감이 들었어요. 스위스가 선진국이라 그런가 싶었는데, 스위스만 그런게 아니더라고요. 남미나 동남아 쪽 가봐도 다들 우리보다 행복해 보이거든요. 그들도 집에서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기 때문이에요.

넓고 비싼 집이더라도 그곳에 머무는 시간이 짧다면 그 집은 좋은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예요. 결국 삭막해지더라고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까이 살며 따뜻한 온기로 몸을 채울 수 있다면, 집이 작거나 낡은 환경은 아무 상관 없다는걸 한달살기를 통해 알게 됐어요.

저도 한국에서 계속 경주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혹은 책에서 이런 내용을 봤더라면 이렇게까지 와닿진 않았을 거예요.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주거 형태를 만나면서 내린 결론은, 주거생활 퀄리티는 그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얼마든지.

두 분께 가장 잘 맞는 주거 형태는 어떤 것이었나요?

종민: 은덕씨 답변과 맥락이 이어지는데, 저희에게 집, 주거 형태는 큰 상관 없어요. 은덕씨랑 같이 있으면 그곳이 어디든지 저희끼리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더라고요. 한국에서의 집도 굉장히 작아요. 13평 밖에 안 되는데 그 안에서도 저희 나름대로 잘 꾸며놓고 재미있게 살거든요. 결국 누구와 함께 사는지, 무엇으로 집을 채우는지가 내게 맞는 주거 형태를 결정한다 생각해요.

🌀 우리가 노마드 주거를 선택한 이유는 ‘시간’ 때문

태국 방콕. 사진: 김은덕, 백종민 부부

앞으로 한달살기를 지속하실 계획인지, 아니면 언젠가는 정착을 목표로 하시는지 궁금해요.

은덕: 1년에 넉달씩이나 해외 한달살기 하는 저희 삶은 로또라 생각해요. 해외에서 지내다 보면 이민자의 삶이 너무 힘들어 보이더라고요. 직접 경험해본건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한달살기 주거 방식은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녹록치는 않지만, 그렇다고 한국에서 살듯 쫓기는 삶도 아니에요. 로또나 마찬가지인 삶의 방식을 찾았으니, 이 삶을 죽을 때까지 지속하는 것이 저희의 꿈이에요.

종민: 한달살기를 계속 하냐 안 하냐는 이제 저희에게 무의미한 고민이긴 해요. 은덕씨 말대로 로또에 당첨되었는데 굳이 이걸 바꿀 필요가 없어요. 많은 이들이 주중에 출근하고 주말에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저희는 일정 기간 해외에서 머물고 또 나머지 일정 기간엔 한국에 들어와서 지내고. 이런 것들이 당연하게 돌아가는 루틴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살 수 있도록 지난 10년 간 많은 것들을 바꾸고 버려왔어요. 한국에서의 인간 관계가 많이 좁아졌죠. 친구들과의 만남 이런건 사라진지 오래 됐고,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어요. 욕이야 먹겠지만 저희가 행복해야 하니까요. 부모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예요. 부모님이 원하는 삶의 방향이 아니라 저희가 원하는 방향을 따라가야한다 생각해요. 처음엔 서운해하실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쟤네는 저런가보다’ 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도 부모님을 설득해서 이 삶으로 온건 아니거든요.

은덕: 늘 이야기하는 건데, 자식은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해야 하고요. 결혼하는 순간 부모는 자식들로부터 정신적 독립을 해야 해요. 그래야 서로 행복해지더라고요.

돈과 시간 중 더 가치를 두는 대상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네요.

종민: 이번 생에는 시간 로또를 맞아서요. 돈을 많이 버는 건 이번 생엔 어렵다 생각하고요.

은덕: 신은 두 개 다 주지 않거든요.

종민: 시간을 여유롭고 자유롭게 쓰는데, 사실 이렇게 마음 먹고 사는게 일종의 정신 승리거든요. 시간이 돈보다 더 큰 가치라고 생각하는거니까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돈도 필요해요. 하지만 지금처럼 살면 원할 때만 일하면서 돈 벌고, 직장에 구속되지 않을 수 있어요. 여행을 떠나 한달 지낼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는 삶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해보고요.

두 분은 언제 ‘우리 참 행복하다, 만족스럽다’ 느끼시나요?

종민: 저희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이번 생은 성공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늘 같이 있을 수 있어서”예요. 좀더 구체적으로는… 지금 머물고 있는 숙소 6층에 야외 풀장이 있는데, 거기서 매일 아침 수영을 해요. 야외 수영장에서 상쾌한 공기 들이마시며 혼자 수영하고 있으면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가진 조건이 늘 만족스러울 순 없잖아요. 남들 보기에 뭔가 부족해도 내가 즐기고 있는 이 순간에 스스로 만족하면 그걸로 충분한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태국 방콕. 사진: 김은덕, 백종민 부부

은덕: 며칠 전 방콕 현지 친구가 이사 갔다고 시골에 놀러오래요. 2박 3일 동안 모기에 다 뜯기고 온갖 벌레들 다 만나고 왔는데, 방콕 숙소 오니까 너무 쾌적한 거예요. 침대가 얼마나 푹신하고 얼마나 아늑한지. 이런 사소한 데에서 감사함을 느껴요. 또 한국 돌아가면 이 계절이 얼마나 그립겠어요. 순간순간 감사함을 느끼곤 행복해집니다.

다음 한달살기는 어디로 떠나시나요.

종민: 11월에 대만 타이난에 가려고 티켓도 끊어두었는데요. 방콕 오기 전날 항공편이 취소된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갑자기 계획이 사라진 상태라 방콕에서 지내면서 겨울에 어디 갈지 다시 고민을 해보려고요.

태국 방콕. 사진: 김은덕, 백종민 부부

2. 멀지 않은 자연 속에서 살아있음을 만끽하는 밴라이퍼 수향

🚐 내가 밴라이프를 선택한 이유

밴라이프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밴라이프를 소개해주세요.

쉽게 생각하면 차 안에서 생활을 하는 건데요. 저는 2005년식 봉고를 활용하고 있어요.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차 중에서 실내가 가장 넓고 빈티지한 디자인의 차예요. 차 안에는 기본생활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들어있어요.

집에도 취향이 드러나는 것처럼 밴라이프도 사람마다 패턴이 엄청 다른데요. 내가 의식주에 필요하다 생각하는 것들이 모두 들어있으면 그게 밴라이프가 되는 것 같아요. 차 안이 아늑하고 편안하다, 내집 같다 이런 느낌이 들면 되는거죠.

밴라이프의 가장 큰 장점은 ‘뷰’인데요. 1인 가구는 원룸 같이 좁은 곳에서 사는 경우가 많잖아요. 창 너머 좋은 뷰를 기대하기가 어렵고요.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비싸죠) 밴라이프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가 바로 내가 원하는 자연을 앞마당처럼 쓸 수 있다는 거예요. 직접 경험해보면 정말 어마어마해요.

수향님은 밴라이프를 어떻게 알게 됐어요?

호주 워킹홀리데이로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었는데요. 레스토랑 앞에 밴이 한 대 서더라고요. 여행자 둘이 있었는데, 정말 자유로워 보였어요. 밴을 좀더 자세히 봤는데 되게 낡았더라고요. 비싼 차는 아닌 것 같았어요. 안에 침대가 있는걸 보고 ‘아, 저기서 먹고 자고 여행하는구나’ 알게 됐고 근심 걱정 없어보이는 모습에 꽂혀버렸습니다. 저도 해보고 싶었어요.

먼저 차박을 시도해봤어요. 1톤 트럭 짐칸에서요. 친구가 타포린 천을 칭칭 감아서 천막을 만들었는데, 처음엔 ‘저기서 어떻게 캠핑을 해?’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것 같았지만 진짜 재밌었어요. 그렇게 일주일 간 호주에서 로드 트립을 했어요. 한번 해보니 제가 더 잘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더라고요. 더 살기 좋게 밴으로 만들어야지 생각한거죠.

밴을 직접 만드는게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그때가 한 6년 전이었는데 캠핑카 문화가 지금보다도 더 마이너했거든요. 정보가 너무 없어서 발품 많이 팔았어요. 차 좋아하시는 분들 직접 찾아가서 많이 물어보고, 심지어 푸드트럭 하는 분들께도 여쭤봤었어요. 찾다보니 캠핑카 DIY 커뮤니티가 있더라고요. 뒤지다 보니 우리나라에 직접 캠핑카 만든 분이 계셔서 만나달라 연락해서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었죠. 지금은 밴이나 캠핑카에 관심 가지는 분들도 많아졌고, 유튜브나 카페에 정보 공유하는 분들도 훨씬 많아진 것 같아요.

밴라이프 시작한다 하셨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한국에선 못할걸’ 이런 말 되게 많이 들었어요. 한국 캠핑 문화나 도로 사정과 맞지 않는다, 미국이나 호주는 땅덩어리가 크니까 가능한거고 우리나라는 작고 밀집도도 높아서 어렵다고요. 밴도 외국처럼 예쁘게 못 만들거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결국 저흰 만들었거든요. 동생이랑 같이 만들었어요. 당시엔 성공 사례가 안 보이니 부정 의견이 많지 않았나 싶어요. 부모님은 전혀 말리시지 않았어요. 제가 한다는걸 항상 응원해주시는 분들이셔서.

🚐 밴라이프를 200% 즐기고 싶다면

밴에서의 주거 생활이 궁금해요. 의식주, 청결, 생리현상, 택배 등… 일상 생활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나요.

오로지 밴에서만 생활한건 2020년인데요. 4계절을 지내보니 밴라이프를 온전히 경험해봤다 싶었어요. 부모님 집, 회사가 모두 순천에 있어서 지금은 부모님 집에 살면서 밴라이프 하고 싶을 때만 밴을 몰고 떠나요. 풀타임으로 밴라이프를 하는건 아닌거죠.

1년간 밴라이프를 풀타임으로 할 때 기준으로 말씀드리면요. 은 최소한으로 입을 옷만 챙겨서 사계절 용으로 구비해 두고요. 식사는 가스 버너나 조리 기구, 식기구 전부 가지고 다니니까 재료 사서 노지에서 직접 해먹어요. 은 차 안에 만들어둔 침상에서 자면 되고요. 씻는건 체육관, 헬스, 수영장 등 운동 시설을 이용해요. 운동을 되게 좋아해서 매일 운동을 하는데, 시설을 이용하면 편하게 씻을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목욕탕 가격도 저렴하고 되게 잘 되어 있어서 운동 가지 않는 날엔 목욕탕을 이용했죠. 타지 여행할 때는 가끔 캠핑장 샤워실을 이용했고요. 생리현상은 차 안에서도 해결할 수 있게 만들어 두었고, 택배는 순천이 베이스캠프인 걸 적극 활용해서 부모님 집을 빌리는 것으로.

노지 찾는 꿀팁이 있을까요?

드라이브하거나 여행 다니면서 ‘저기 좀 괜찮을 것 같은데?’ 싶은 곳 보이면 바로 가봐요. 바로 못 갈 땐 지도에 찍어두고 나중에 가보고요. 가고 싶은 지역이 있으면 위성 지도를 켜서 주변이 어떻게 생겼는지 꼼꼼히 살펴봐요. 위성 지도로 보면 고도가 다 나와있어서 어느 정도 뷰가 나오겠다 추측되거든요. 전 뷰가 가장 중요해서 뷰 위주로 살펴봅니다. 그리고 요즘 지도 앱 로드뷰 잘 되어 있어서 주변이 어떻게 생겼는지 미리 다 볼 수 있잖아요. 로드뷰 끊기는 길까지 다 찾아보는 편이에요. 그런 지역에 있는 노지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한적하거든요.

이렇게 지도로 열심히 찾아서 도착한 노지가 좋으면 막 희열이 느껴져요. ‘좀만 더 가면 바다인 것 같아!’ 했는데 실제로 완전 멋진 바다 뷰고, 아무도 없는데 아름다운 노지일 때 쾌감이 엄청나요. 보물 찾기 하는 느낌. 이런 경험이 많다 보니 지도 볼 때 막 신나요. 또 어디 찾아볼까 기대되고. 많이 보다보면 ‘이 정도 고도면 이런 뷰가 나오겠고, 저런 길은 비포장도로겠구나’ 다 보이거든요. 노하우가 쌓이면 재미도 커져요.

그리고 신기한건 의외로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좋은 곳들이 많다는 거예요. 좋은 노지 찾으러 먼 곳으로 가야할 것만 같지만, 근처만 잘 찾아봐도 좋은 곳이 있다는 것. 제가 사는 곳이 순천이다 보니 캠핑에 적합한 곳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순천을 선택하신 것도 신의 한수인 것 같아요.

고향이라 쉽게 선택할 수 있었어요. 밴라이프 해야겠다 마음 먹었을 때도 순천이랑 정말 잘 어울리겠다 생각했거든요.

어떤 도시들에서 밴라이프를 경험하셨어요? 가장 좋았던 지역은 어디였는지도 궁금해요.

순천에서 가까운 고흥, 여수, 거제 등 전남 지역을 가장 많이 돌아다녀요. 강원도도 많이 갔네요. 한 달 간 강원도 로드트립을 했었는데, 그때 고성까지 올라갔었어요.

가장 좋았던 곳은 솔로캠핑 처음 했던 충주 비내섬. 유명한 차박지인데 지금은 아마 못 들어갈 거예요. 사람 너무 많아져서 환경 정화가 필요하다고 막혔다 들었어요. 첫 솔로캠핑이라 엄청 떨렸거든요. 할까 말까 고민하다 준비도 제대로 안 하고 갔는데, 가보니까 섬을 감싸며 흐르는 강물이 너무 멋진 거예요. 다음날 새벽 5시에 일어나보니 물안개가 쫙 펼쳐져 있었고요. 너무 신비로운 분위기… 그런 멋진 자연 현상을 직접 보는게 처음이었는데, 찍어둔 사진 보면 정말 몽환적이에요.

🚐 밴라이프, 생존과 낭만 그 사이에서

밴라이프에 가장 좋은 계절, 힘든 계절은 언제인가요?

당연히 봄이랑 가을이 제일 좋긴 한데, 겨울도 좋아요. 밖에다 음식 두면 되니까 냉장고가 필요 없거든요. 난로만 있으면 포근하게 지낼 수 있고요. 밴콕하면 너무 기분 좋아요. 여름이 가장 힘들어요. 물은 항상 부족하고 샤워하고 싶을 때 못 하니까… 그래도 천이나 수건에 물 묻혀서 땀 닦으면 되게 뽀송뽀송해져요. 여름 밴라이프 보내는 꿀팁! 초보 분들에게 여름 캠핑은 추천하진 않지만, 바다 가서 수영하고 계곡 가서 놀면 재밌으니까요. 그늘 찾아 가도 괜찮고요.

밴라이프 시작 전에 가지고 있던 로망 그대로였던 점과 달랐던 점은?

로망과 일치했던건 상상했던 뷰를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 로망과 달랐던건 생각보다 더 불편하다는 점. 사실 밴라이프 진짜 불편해요. 낭만을 얻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제 차는 늘 허리를 숙여서 들어가야 해요. 낮아서 허리를 펴고 일어서 있을 수도 없고요. 무엇보다 자원이 항상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야 해요. 집에 있을 땐 항상 물이 나오잖아요. 밴에서는 물을 충전해서 가지고 다녀야 하거든요. 물과 전기가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무조건 아껴써야 해요.

그런데 적응의 동물 인간이라 그런가, 불편함에 금방 익숙해지더라고요. 적게 쓰는 생활이 몸에 배게 되고 강제로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게 됐어요. 안 그래도 소박한 공간인 밴에 불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얼마나 비경제적이에요. 집에 있을 땐 그런게 잘 안 보여요. 넓어서 인지가 잘 안 되고 창고에 보관하면 되니까. 차는 한 눈에 볼 수 있으니 필요없는 물건이다 싶으면 바로 빼요.

가진 것 중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추리고 포기하면서 진짜 중요한게 뭔지 생각해보게 돼요. 정말 필요해서 쓰는 물건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써서 나도 쓰고 싶은건지도 고민해요. 진짜 필요한게 아니라 관성처럼 쓰는 것도 많거든요. 지금도 계속 진행중이에요. 내게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들 위주로만 소유하기.

‘여자 혼자’ 밴라이프 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으셨나요? 안전한 밴라이프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는지 궁금해요.

늘 경각심을 가지는게 가장 중요해요. 노지캠핑 갈 때 처음 가는 곳이 대부분이거든요. 항상 해 떠있을 때 일찍 도착하려 하고, 목적지 주변 살펴보면서 어디에 뭐가 있는지 꼼꼼하게 파악해요. 저쪽에 사람이 살고 있고, 저기에 경찰서 있고 이런 것들 위주로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해야 해요. 불안한게 없어야만 여긴 나만의 안전한 지대라는 확신이 들게 되고, 그때부터 맘놓고 캠핑하면서 쉬는 공간이 될 수 있으니까요.

머릿 속으로 시뮬레이션도 돌려봐요. ‘만약 이곳에서 내게 나쁜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탈출해야 할까?’ 만약 1차선 도로 끝에 있는 노지에서 자고 있는데,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고 저를 고립시키려 한다면 못 나오잖아요. 여러가지 범죄 시나리오나 상황을 머릿 속으로 그리며 꼼꼼하게 체크해야 해요.

직감을 믿기도 해요. 뷰가 너무 아름다운데 뭔가 느낌이 쎄하고 근처에 공사장도 있어서 불안하다 싶으면 뷰를 포기하고 안전한 곳을 찾으러 돌아갑니다. 제가 머무는 위치 주소는 항상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공유해 두고요.

어떤 분들에게 밴라이프를 추천하는지, 반대로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지 않는지 궁금해요.

기본적으로 여행 좋아하는 분들께는 무조건 추천! 미니멀리스트로 전향하고 싶다는 분들도요. 반대로 불편함 감수하기 힘들고 타협 안 되는 것들이 많은 분들이면 힘드실 거예요. ‘난 항상 뜨거운 물로 샤워해야 해’, ‘편리한 주거생활 우선순위가 높아’ 이런 분들에겐 어려울 것 같아요. 럭셔리 캠핑카를 사면 다 할 수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밴라이프는 항상 부족하게 지내야 하니까요. 아, 벌레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도 비추천이요!

🚐 내가 노마드 주거를 선택한 이유는 ‘자유’ 때문

정착 생활과 유목 생활,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정착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함과 안전함이겠죠. 하지만 그 일상이 지루해질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반대로 유목 생활은 항상 역동적이고 계속 뭔가 해낼 수 있는 원동력과 영감이 생겨요. 단점은 부족함과 불편함. 지금은 둘 사이에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밴라이프를 지속할 계획인지, 아니면 언젠가 정착을 목표로 하는지 궁금해요.

순천에서 작은 기획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한 지역에서 한달살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기도 하고, 여행하면서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담은 로컬 굿즈도 만들거든요. 장기적 관점에서는 생각 안 해봤는데, 굳이 계획하고 싶진 않아요.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길로 가겠지 싶은 마음이라 물 흐르는대로 가려고요.

그래서 밴라이프와 정착 사이의 결정도 지금 내리고 싶지 않아요. ‘내가 생각하는 나는 이런 사람이었는데 의외의 결정을 하네’ 이런걸 많이 느끼고 있어서요. 높은 확률로 밴라이프를 선택할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은 늘 열어 두려고요.

우선 2년 내에는 세계여행 밴라이프 꼭 떠나고 싶다는 생각! 우리나라에서 여자 혼자 다녀온 사례가 아직 없으니, (용기가 많이 필요하긴 하지만) 제가 시작한다면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수향님에게 자유란?

내 모습 그대로 존재하는 것. 캠핑할 때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을 선호해요.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 없이 내 모습 그대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자연만 보고 느끼면 되니까.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자연 속에서 오롯이 ‘나’가 되는 과정이 자유라 생각해요.

종종 같이 밴라이프 떠나는 사람들이 “왜 추천했는지 알겠다”, “덕분에 치유받고 간다” 말하거든요. 그럴 때마다 정말 행복해요. 제 영상 보시는 분들, 이 인터뷰 보시는 분들 모두 각자 상황에 맞게 한번 떠나보시면 좋겠어요. 자유를 억압하는 사람이나 물건은 잠시 끊어내거나 비워두고요. 집 가까이 있는 동산, 근처 공원, 강이나 내천 근처에 가보시는 것부터 해보시면 쉬워져요.

다음 밴라이프 목적지는 어디인가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데 울릉도에 꼭 가보고 싶어요. 영상이나 사진 보니까 너무 멋지더라고요.


Interview﹒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Photo 김예샘

사소한 질문들 에디터 이미지
사소한 질문들

세상의 중요한 발견은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태어납니다. 작고 익숙해서 지나칠 뻔한, 그러나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를 조명하며 금융과 삶의 접점을 넓혀갑니다. 계절마다 주제를 선정해 금융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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