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커지는 암호화폐 기업, 어떤 시장을 노리는 걸까? 

by 커피팟

1. 포브스가 선정한 투자 파트너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Binance)가 미국의 대표 경제지 포브스에 약 2억 달러(2,4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어요. 이로써 바이낸스는 포브스의 2대 주주가 되었고요. 바이낸스의 경영진 2명이 포브스 이사회에 합류할 예정이에요. 바이낸스는 왜 포브스에 투자하는 것이고, 이 ‘크립토’ 기업의 전통적인 미디어 투자는 어떤 의미일까요? 

포브스는 상장하기 위해서 

포브스는 1917년에 창간되어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미디어 중 하나예요. 현재 전 세계에서 약 1억 5,000만 명 이상이 포브스의 콘텐츠를 접하고 있죠. 원래 미국의 포브스 일가가 운영했지만 2014년에 홍콩에 기반을 둔 투자 그룹 IWM에 매각되었는데요. 다른 종이 매체와 마찬가지로 독자가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었기 때문이에요. 현재는 뉴욕 증시에 상장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중인데, 이 또한 미디어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고요. 

현재 포브스는 미디어(광고), 소비자(구독), 브랜드(콘퍼런스) 등 크게 3가지 분야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데요. 디지털 전환을 지속해서 추진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요. 포브스의 CEO인 마이클 페델도 “상장을 통해 미디어 수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소비자 중심의 제품을 만드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죠.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해 초에는 대형 미디어 최초로 뉴스레터 플랫폼을 만들고, 유료 뉴스레터 구독제* 서비스도 시작했고요.

*2021년 8월 기준 약 23,000명의 구독자를 확보했고,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유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어요. 

이번에 포브스가 바이낸스의 투자를 받아들인 것도 상장을 위해서예요. 포브스는 기업공개(IPO) 방식이 아닌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과의 합병을 통한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4억 달러(약 4,800억 원)의 자본을 투자금으로 모으고 있었어요. 하지만 최근 미국 시장에서 버즈피드(Buzzfeed)와 같은 미디어 기업 상장의 결과가 좋지 않아 투자 분위기가 꺾였고, 자금이 모두 모일지 불확실해진 상황이 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바이낸스가 이의 절반에 달하는 2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나서면서 거래가 성사된 거예요. 

*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은 보통 비상장 회사의 상장을 앞당기기 위해 모인 투자자 그룹이 세우는 페이퍼 컴퍼니예요. 

바이낸스는 존재감 키우기 위해 

바이낸스가 포브스에 투자한 것을 의외라고 여기는 시각도 있어요. 2020년 10월, 포브스는 ‘바이낸스가 규제를 피하기 위한 전략을 쓰고 있다’는 보도를 냈고, 바이낸스는 허위사실이라며 포브스를 고소했다가 취하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번만큼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투자가 성사될 수 있었어요. 이번 투자는 암호화폐 산업이 전통적인 미국 언론사에 대규모로 투자한 첫 번째 사례이고, 현실 세계에서 암호화폐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음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해요. 

슈퍼볼 광고 중 화제성 1위를 차지했던 크립토 기업 ‘코인베이스’의 광고

최근 암호화폐 기업은 스포츠 경기장에 자신들의 회사 이름을 붙이거나,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에 후원하는 등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는 마케팅과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정부 로비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CNBC는 바이낸스가 언론사에 투자한 것도 사람들에게 암호화폐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해요. 그중에서도 대형 언론사 중에 처음으로 블록체인을 통해 아티클을 발행하는 실험을 하는 등 오랫동안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가져온 포브스에 투자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는 시각이고요.  

무슨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바이낸스가 포브스의 대주주가 되었고 이사회에 경영진을 파견하지만 언론사의 독립성은 보장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암호화폐 기업 자문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진 PwC의 파트너인 헨리 알스라니안(Henri Arslanian)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충돌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사람들은 두 회사의 독립성이 철저하게 지켜질지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어요. 바이낸스가 포브스의 지분을 인수한 것은 마치 맥도날드가 옐프(Yelp, 타겟팅을 통해 식당을 추천하는 앱)를, 메리어트 호텔이 트립 어드바이저를 가지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면서요. 

이번 투자 이후 마이클 페델은 “바이낸스의 포브스 투자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블록체인 혁신가 중 한 명의 경험과 네트워크, 자원을 갖게 되었다”고 했지만, 과연 어떤 모습으로 포브스와 바이낸스가 시너지를 낼지는 아직 그려지지는 않은 상황이에요. 앞으로 포브스에서 나올 암호화폐 관련 콘텐츠는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과연 어떻게 사용될지 모두 지켜봐야 할 포인트예요. 

2. 스트라이프도 크립토 재도전? 

그런가 하면 메이저 핀테크 스타트업 스트라이프(Stripe)는 다시 암호화폐를 이용한 결제 도입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어요. 이들은 2014년 메이저 결제 회사로는 최초로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했지만, 수익 감소 등을 이유로 2018년에 서비스를 중단했는데요. 그새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스트라이프의 공동 창업자인 존 콜리슨(John Collison)은 CNBC 주최의 핀테크 아부다비 페스티벌에서 “암호화폐의 목적이 투자 등 스트라이프와 관련 없는 부분도 있지만, 암호화폐를 더 낫게 만들기 위한 여러 움직임이 있었고 특히 결제 수단으로서 확장할 수 있고,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의 비용으로 만들기 위한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밝혔는데요. 스트라이프도 다시 결제 수단 중 하나로 암호화폐를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은 아니지만, 스트라이프가 암호화폐 결제를 지원하는 건 타당해 보인다”고 답변했어요. 

스트라이프가 2018년 1월, 비트코인 광풍이 정점에 달하던 당시 비트코인 결제 지원을 중단했던 건 스트라이프 고객사들의 비트코인 결제 수익이 줄었기 때문이에요. 당시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밝힌 바로는 (비트코인의 거래가 급속히 증가해) 거래 처리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거래 확인 시간도 길어지게 되었는데요. 결과적으로 물건을 결제할 때와 결제가 체결될 때의 가격이 달라져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났어요. 수수료도 크게 올라 은행 송금 수수료만큼 비싸지면서 비트코인 결제의 매력이 더 떨어졌고요. 

암호화폐로 살 수 있는 것들

하지만 스트라이프가 철수한 이후 수많은 암호화폐 결제 스타트업이 생기는가 하면 주요 브랜드나 리테일 매장에서 결제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받기 시작하면서 암호화폐 결제 시장은 확대되기 시작했어요. 아직 일부 나라에서만 이용할 수 있긴 하지만 글로벌 기업 중 파빌리온 호텔&리조트, AXA 보험,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코카콜라 자판기 등에서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고요. 비자, 마스터카드 등 전통적인 신용카드사와 스퀘어(Square)와 같은 핀테크 결제 기업에서도 암호화폐 결제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죠. 

암호화폐로 자판기에서 음료를 사는 모습

대표적인 결제 시스템 페이팔(Paypal)도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확대해 왔는데요. 미국 사용자들이라면 페이팔을 통해 암호화폐를 사고팔 수 있는 것을 넘어, 물건을 살 때 ‘암호화폐로 결제(Checkout with Crypto)’ 옵션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사용자가 가진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을 수수료 없이 미국 달러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어요. 이로써 페이팔은 주요 디지털 지갑이자 암호화폐 거래소가 되었고, 일반적인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암호화폐 사용 과정을 간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고요.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움직임

스트라이프는 2018년 당시 “비트코인은 이제 결제 수단보다는 자산에 더 가까워졌다”면서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했어요. 하지만 암호화폐 전망을 밝게 보고 있기에, 암호화폐 생태계를 잘 지켜보면서 미래에 고객들을 위한 암호화폐 지원과 새로운 프로토콜을 추가하겠다고 다짐했었죠. 최근 크립토 투자에 집중하는 투자 회사인 패러다임(Paradigm)의 공동창업자이자 매니징 파트너인 매트 후앙(Matt Huang)을 이사회에 조인시켰고, 크립토 엔지니어링 조직도 새로 구성하면서 준비하고 있었어요. 

이들은 특히 새롭게 떠오르는 신흥 시장에서 결제 및 송금 수수료 등의 비용을 줄이는 주요 수단으로 암호화폐가 사용될 수 있다고 봐요. 최근 공격적으로 확장 중인 스퀘어(Square)도 금융 접근성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암호화폐 서비스를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은행 계좌를 만들지 못하거나 은행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신용 이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이 좀 더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고 포괄적인 미래를 꿈꾸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죠. 이제 기존의 주요 시장을 넘어 암호화폐 확대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보는 방향(노리는 시장)이 어디인지 보이시나요? 

Edit 송수아 Graphic 박세희 

– 본 글은 2022년 2월 15일, 2021년 11월 30일에 발행된 커피팟의 뉴스레터에 기반해 2022년 3월 7일(월) 기준으로 재편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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