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

by 김명선

Editor’s Note

<요즘 펀드매니저의 요즘 테마> 2화에서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다룹니다. 펀드 매니저가 바라본 게임 <엑시 인피니티>, 코인베이스 상장, 기업과 기관투자자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 상장을 앞둔 비트코인 ETF 등을 다룹니다. 이번 글은 분량이 조금 길지만, 세상의 중요한 변화를 담고 있어요. 찬찬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게임 아이템을 채굴하는 시대

블록체인 게임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흥행하면서 P2E(Play to Earn)가 열풍이다. P2E는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걸 의미한다. 사용자들은 게임 내 특정 활동을 통해 보상(NFT)을 얻고, 이를 거래소에서 현금화하여 수익을 낼 수 있다.

이 게임은 ‘엑시(Axie)’라는 캐릭터를 활용해 게임 내 임무를 수행하고, 게임에서 이기면 SLP(Smooth Love Potion)AXS(Axie Infinity Shards)라는 NFT 토큰을 받는 구조다. 엑시(Axie) 역시 NFT 토큰으로, 이더리움으로 구매 및 판매가 가능하다.

게임을 통해 얻은 SLP와 AXS는 코인거래소를 통해 팔 수 있고, 이를 활용하면 엑시 캐릭터들끼리 교배할 수도 있다. 교배로부터 얻은 엑시 역시 NFT 토큰이므로 마켓에 팔아 현금화할 수 있다. 만약 판매를 원치 않으면 이 엑시를 게임에 참여시켜 SLP와 AXS를 획득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엑시(Axie)

  • 게임을 하려면 최소 3마리의 엑시가 필요 (구매해야 함)
  • 각각의 엑시는 NFT 토큰인데, 이더리움으로 사고팔 수 있음


플레이(Play)

  • 게임(어드벤처/아레나 모드)에서 이기면 보상으로 SLP와 AXS 획득

교배(Breed)

  • SLP와 AXS를 사용해 두 마리의 엑시를 교배시킬 수 있음
  • 교배에 성공하면 알이 태어나고, 부화하면 엑시를 얻음
  • 태어난 엑시도 NFT 토큰으로, 거래소에서 사고팔거나 다시 게임에 투입해 SLP, AXS 획득에 활용할 수 있음

거래(Trade)

  • 획득한 SLP와 AXS를 코인거래소에서 현금화

엑시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20만 원대부터 억대까지 다양하다. ‘핸섬 밥(Handsome Bob)’이란 이름의 엑시는 현재 1600 이더리움(약 54억 원)에 팔리고 있으며, 거래 내역을 보면 이 엑시는 2020년 10월 23일에 200 이더리움(현재 기준 약 7억 원)에 거래된 적이 있다.

📌 블록체인 (blockchain)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 공공 거래 장부라고도 부른다. 중앙 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하지 않고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 주며, 거래 때마다 모든 거래 참여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나 변조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 NFTs (non fungible tokens)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으로, 블록체인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가상자산을 말한다.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해 자산 소유권을 명확히 함으로써 게임·예술품·부동산 등의 기존 자산을 디지털 토큰화하는 수단이다.

📌 이더리움 (Ethereum, ETH)
2014년 캐나다인 비탈리크 부테린이 개발한 가상화폐. 단위로 이더(ETH)를 쓴다. 계약서, 전자투표, 메일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제공하는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구현할 수 있어서 다양한 금융 앱을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다.

<엑시 인피니티> 사용자의 약 60%는 필리핀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리핀에서 이 게임 열풍이 분 이유는 평균 임금이 다른 국가보다 낮은 반면, 영어를 공용어로 써서 타 글로벌 사용자와 소통이 쉽기 때문으로 보인다.

평균 임금이 높은 국가는 <엑시 인피니티>로 벌 수 있는 수익이 적게 느껴져 단순히 돈을 벌 목적으로 게임에 참여할 유인이 적다. 이들은 여가를 즐기려는 목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것이다. 그러나 필리핀에서는 <엑시 인피니티>로 벌 수 있는 수익이 평균 임금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돈을 벌기 위해(P2E) <엑시 인피니티>를 전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래 그래프는 필리핀 도시별 최저 임금과 <엑시 인피니티>를 플레이할 때 벌 수 있는 수익을 비교해 놓은 것이다. 그래프와 같이 게임을 통해 최저 임금을 훨씬 능가하는 돈을 벌 수 있다.

△ 출처: Bitpanas, Philippine Department of Labor and Employment (DOLE)

위 그래프 작성된 2021년 5월 5일 기준, 하루 최대 SLP 코인 채굴량은 150개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75개로 줄었다. SLP 가격도 그때에 비해 많이 하락했다*. 현재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보자.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한 최소 단위인 엑시 3마리로 SLP를 하루에 75개씩 채굴한다고 하면, 매일 225개의 SLP를 채굴할 수 있다. 현재 시세인 75원을 곱해보면 하루에 16,875원 정도를 벌 수 있다. 이를 필리핀 페소로 환전하면 약 727.37페소다. 이렇게 계산해봐도 필리핀 최저 임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벌 수 있다.
* 다른 암호화폐와 마찬가지로 SLP의 가격 변동성도 높은 편이다. 위 그래프 작성 당시 SLP 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하다가 최근 하락했다. 실시간 시세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엑시를 더 많이 키울수록 더 많은 SLP를 채굴할 수 있고, 이는 더 많은 수익으로 이어진다. 한 필리핀 플레이어는 게임 수익으로 집 두 채를 샀다고 밝혔다. 그래프를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엑시 인피니티>는 베트남 스타트업 스카이마비스(Sky Mavis)가 2018년에 런칭한 게임이다. 초기에는 흥행하지 못하다가 자체 토큰인 AXS가 코인거래소에 상장되며 현금화가 용이해지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로나19 발발 이후 실업률이 급증하자 P2E 열풍이 번지며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데이터 플랫폼 토큰터미널(Tokenterminal)에 따르면, 지난 30일간 <엑시 인피니티>의 프로토콜 매출(Protocol Revenue)은 이더리움에 이어 2위로 2억 2,880만 달러(약 2,71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 개발자들이 얻는 수익. 사용자들이 엑시를 사고팔 때 4.25%의 수수료를 부과하며, 엑시를 교배하여 새로운 엑시가 태어날 때도 수수료를 부과한다. – 저자 주

△ 출처: Tokenterminal (2021년 9월 29일 기준)

현재 <엑시 인피니티>의 일 평균 사용자 수(daily average users, DAU)는 10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엑시 인피니티>의 누적 매출액이 10억 달러(약 1.8조)를 경신했다. 참고로 최근 가장 흥행했던 게임 중 하나인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총 누적 매출액이 2021년 3월 기준 5.6조 원을 돌파했다. 이 게임도 2018년에 출시했는데, <엑시 인피니티>가 코로나 발발 이후로 흥행했음을 감안하면 <엑시 인피니티>의 가파른 매출 상승 속도를 느낄 수 있다.

P2E를 가능케 하는 것은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엑시 인피니티> 사례처럼 노동의 생태계를 바꾸면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2017년 암호화폐 가격이 상승하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편 이 시기에는 블록체인이 실생활에 사용되기 위한 생태계가 갖추어지지 않았고 기술력도 많이 부족했다. 암호화폐는 개인의 투기 수단 취급을 받았고, 가격 거품 논란이 이어지다가 결국 가격이 폭락하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2020년부터 다시금 암호화폐 가격이 상승하면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2017년과 상황이 다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생각보다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암호화폐 거래 내 기관투자자 유입이 증가했으며, 빅 테크 기업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에 뛰어드는 추세다. 암호화폐 ETF 상장 시도 또한 이어지고 있다. 개인의 투기 상품으로 취급되던 암호화폐가 기업들의 신성장산업,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인베이스 상장의 의미: 암호화폐의 제도권 진입 신호탄?

2021년 4월 14일,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base, 티커: COIN)가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코인베이스의 상장은 암호화폐가 미국 금융당국인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이하 SEC) 승인 아래에 있는 제도권 금융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코인베이스는 상장 당시 증권신고서에서 이용자 수, 거래대금 등의 수치를 공개했는데, 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의 규모와 성장성에 놀라움을 표했다. 이 플랫폼의 이용자 수는 약 6,800만 명이며, 2021년 2분기 기준 월간 거래 이용자 수(MTU)*는 880만 명에 달한다. 거래금액은 4,620억 달러(약 548조 원)를 기록했다. 거래대금과 이용자 수는 2018년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왔는데,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했던 2021년 들어 이용자 수와 거래금액 모두 급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monthly transacting users.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거래한 적이 있는 고객 수.

△ 출처: Coinbase

이용자 수가 늘고 거래대금도 늘면서 코인베이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상승하는 추세다. 코인베이스는 2021년 2분기에 약 22억 달러(약 2.6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8.7억 달러(약 1조 원)를 기록했다. 2020년 2분기 대비 매출액은 1,095% 상승, 영업이익은 1,978% 상승한 놀라운 실적이다.

2021년 2분기 기준 코인베이스 매출의 86%가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에서 발생했다. 거래수수료의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매출액이 암호화폐 가격과 거래량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다.

비트코인

△ 출처: Coinbase

코인베이스가 발표한 지표 중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은 거래대금 중 기관투자자 비중이다.

코인베이스는 9,000곳이 넘는 금융기관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 미국 내 운용자산 상위 100개 헤지펀드 중 10%가 코인베이스의 고객이며, 테슬라, 스페이스 X, 위즈덤트리(WisdomTree) 등 유명 기업과도 파트너십을 체결한 상태이다.

블록체인

△ 출처: Coinbase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와의 파트너십은 코인베이스의 저변 확장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위즈덤트리는 2019년 12월 스위스주식거래소에서 비트코인 ETP를 출시했는데, 최근 코인베이스를 두 번째 수탁자(custodian)로 선정했다. 참고로 첫 번째 수탁자는 스위스쿼트은행이다.

위즈덤트리는 미국 내에서도 비트코인 ETF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성공한다면 코인베이스가 수탁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수탁서비스는 장기적으로 코인베이스의 차기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비트코인 (Bitcoin, BTC)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암호화폐.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쓰는 프로그래머가 개발하여, 2009년 1월 프로그램 소스를 배포했다.

📌 ETP (exchange traded product)
기초자산, 증권, 지수 또는 기타 금융 상품을 추종하는 상품. ETF, ETN, ETP 모두 기본적으로는 비슷하지만, 펀드를 추종하면 ETF(fund), 채권을 추종하면 ETN(note), 현물을 추종하면 ETP(product)로 분류된다. 비트코인은 ‘현물 상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ETP라는 용어를 쓴다.

📌 수탁서비스, 커스터디 (custody)
금융자산을 대신 보관 및 관리해주는 서비스

수탁서비스를 설명하려면 먼저 펀드의 운영 구조를 알아야 한다. 펀드가 운영되려면 자산운용사, 수탁회사, 판매회사가 필요하다. 자산운용사는 펀드를 만드는 곳으로 펀드매니저가 소속되어 있고,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곳이다. 판매회사는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투자자에게 홍보 및 판매하는 곳이고 은행, 증권사, 보험회사 등이 이 역할을 한다. 수탁회사는 판매회사로부터 가입된 투자금이 보관되는 곳이며, 이를 자산운용사(펀드매니저)의 지시에 따라 투자 대상(주식, 채권, 부동산 등)을 사고파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수탁업무는 신뢰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주로 은행이 이 업무를 맡아왔다.

코인베이스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 내 가장 큰 수탁고를 보유한 업체다. 전통적인 수탁사인 은행들도 암호화폐 수탁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기관투자자들이 이들 대신 코인베이스를 선택한다는 사실은 코인베이스에 대한 높은 신뢰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 내 비트코인 ETF가 상장되기 시작하면 수탁서비스 수요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코인베이스는 현재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수탁 잔고를 빠르게 늘려 나가며, 수탁서비스를 차기 성장 동력으로 삼을 걸로 전망한다.

△ 출처: Coinbase

2021년 9월 말 기준, 코인베이스의 시가총액은 587억 달러(약 69조 원)이며, 이는 나스닥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는 NASDAQ(티커: NDAQ)의 시가총액 332억 달러(약 39조 원)보다 더 높으며,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ntercontinental Exchange, 티커: ICE)의 시가총액 682억 달러(약 80조 원)와는 16% 정도 차이 난다. 이 정도면 코인베이스의 제도권 데뷔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 출처: 각 사 공시자료

너도 나도 암호화폐 시장 진출

2017년 대비 지금의 가장 큰 변화는 기업들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이다.

미국 핀테크 기업 스퀘어(Square)는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모바일 단말기 결제 서비스로 출발했다. 이후 모바일 간편송금 서비스 캐시앱(Cash App)을 출시했고, 해당 업계 1위인 페이팔의 벤모(Venmo)*를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 미국의 대표적인 모바일 간편송금 서비스로 거래액 기준으로 미국 내 1위. 2위는 스퀘어의 캐시앱이다. “Venmo me(벤모로 보내줘)!”라는 표현을 자주 쓸 정도로 미국인에게 친근하다. – 저자 주

캐시앱은 2018년 1월 31일 간편송금서비스 최초로 비트코인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에 비유하자면, 토스에서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는 셈이다. 캐시앱의 비트코인 거래 서비스는 스퀘어의 새로운 매출 동력이 되고 있다. 2020년 1분기에는 비트코인 관련 매출액이 전체 매출의 22%를 차지했으며, 2021년 1분기에는 전체 매출의 70%, 2021년 2분기에는 전체 매출의 58%가 비트코인 거래 서비스에서 나왔다.

△ 출처: Square

스퀘어가 캐시앱을 통해 제공하는 비트코인 거래 서비스는 매출총이익률(gross profit margin)이 2% 수준으로 동종산업의 코인베이스 대비 현저히 낮은 편이다. 현재 캐시앱에서는 다양한 암호화폐 중 비트코인 거래만 가능한데, 개인적으로는 스퀘어가 다른 암호화폐로도 확장하고, 암호화폐 관련 다양한 서비스 제공 등으로 수익성을 높여가는 모습을 기대한다.

미국의 또 다른 핀테크 대기업 페이팔(Paypal)도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페이팔은 스퀘어보다는 조금 늦은 2020년 10월, 암호화폐 기업 팍소스(Paxos)와 파트너십을 맺고 페이팔 계정을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게끔 했다. 현재 미국 내에서만 서비스 중이며, 팍소스의 거래소인 잇빗(itBit)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CNBC에 따르면, 팍소스의 암호화폐 거래량은 페이팔 제휴 이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페이팔은 올해 4월 20일 벤모에서도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미국 사용자 대상으로 시작했다.

△ 출처: CNBC, CoinGecko

페이팔은 아직 암호화폐 서비스 관련 지표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캐시앱보다 더 다양한 암호화폐(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비트코인캐시)를 취급하고 있다. 캐시앱보다 사용자 수가 더 많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좋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지 않을까 추정된다*. 페이팔은 8월 23일 영국 사용자 대상으로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런칭하며, 서비스 지역을 늘려 나가고 있다.
* 캐시앱은 2020년 기준 3,600만 명에 달하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벤모의 사용자 수는 2019년 기준 4,000만 명, 2020년 기준 5,200만 명으로 추정된다. (1년에 한 번이라도 사용하는 사람 기준) – 저자 주

페이팔은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넘어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까지 제공하기 시작했다. 2021년 3월 30일, 페이팔은 미국 사용자 대상으로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 ‘체크아웃 위드 크립토(Checkout with Crypto)’를 출시했다. 사용자들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라이트코인을 통해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페이팔은 결제대금을 달러로 환전해 가맹점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미국 대상으로만 서비스되고 있으나, 향후 서비스 지역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4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페이팔에서 그동안 비주류 취급을 받던 암호화폐가 결제수단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앞으로도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점점 많아진다면, 암호화폐를 사용해 온오프라인 쇼핑을 자유롭게 하는 날이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와 암호화폐 ETF의 상장 시도

암호화폐 시장의 기관투자자 참여 열기가 뜨겁다. 아크 인베스트의 창업자 캐시 우드는 월가 내에서도 암호화폐의 강력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캐시 우드는 2021년 9월 2일 기준, 자사의 ARKW ETF에 비트코인(Grayscale Bitcoin Trust*)을 5.72% 보유하고 있다.
*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신탁. 펀드에 비트코인을 직접 담기 어려운 기관투자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상품. – 저자 주

캐시 우드에 이어 헤지펀드계의 거물인 레이 달리오도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폴 튜더 존스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이미 금 대신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선택해 자사 펀드 블랙록 스트래티직 인컴 오퍼튜니티즈(BlackRock Strategic Income Opportunities, 티커: BSIIX)의 투자 목록에 비트코인 선물을 추가했다.

테슬라, 코인베이스,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등 다수의 기업들도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시장 참여자는 더 이상 개인만이 아니다.

△ 출처: 언론보도, 각 회사 공시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이어지면서 비트코인 ETF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뜨겁다. 2021년 2월 18일, 캐나다 토론토 증권거래소에서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ETF인 Purpose Bitcoin ETF(티커: BTCC)가 상장되었고 이어서 EBIT, BTCX가 연달아 상장됐다.

지난 9월 6일 기준, BTCC의 운용자산 규모(Asset Under Management, 이하 AUM)는 14억 캐나다 달러(약 1.3조 원)이며 세 ETF의 AUM 합은 18억 8천만 캐나다 달러(약 1.7조 원) 수준이다. 캐나다의 대표 ETF로 꼽히는 뱅가드 그로스 ETF 포트폴리오(Vanguard Growth ETF Portfolio, 티커: VGRO)의 AUM이 약 30억 캐나다 달러임을 고려할 때, 비트코인 ETF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단기간에 AUM을 빠른 속도로 키웠음을 알 수 있다.

△ 출처: 각 회사 공시

미국에서도 비트코인 ETF의 상장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자산운용사 반에크(VanEck)는 2021년 1월 21일 비트코인 ETF 상장 신청서를 미국 내 최초로 SEC에 제출했고, 이후 위즈덤트리, 피델리티 등의 자산운용사가 연이어 신청서를 제출했다. 비트코인에 진심인 캐시 우드의 아크 인베스트도 6월 11일 SEC에 신청서를 제출하며 총 12개가 넘는 비트코인 ETF 신청서가 접수됐다.

현재 심사가 가장 빠른 비트코인 ETF는 반에크 쪽이다. 승인 여부 결정이 4월에 한 차례 미뤄졌고, 6월에도 한 번 더 미뤄져 연내 승인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SEC는 기초 자산인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너무 크고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며 비트코인 시세 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꼽았다.

그러나 2021년 8월 초,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선물 기반 비트코인 ETF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비치면서 주요 운용사들이 비트코인 현물 대신 비트코인 선물을 바탕으로 하는 ETF를 신청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애널리스트 에릭 발추나스는 비트코인 선물 ETF가 이번 10월경 승인받아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비트코인 ETF 중 기초자산을 현물로 설정하는 것과 선물로 설정하는 것은 무엇이 다를까? 첫째, 비트코인 선물은 현물 비트코인 시세를 추종하지만 현물 비트코인의 가격 급변 시 현물 가격을 추종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했을 때 4~6월 만기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이 일시적으로 현물 가격을 추종하지 못하고 마이너스 가격으로 거래된 적이 있다. 둘째, 선물은 만기가 존재한다. 만기가 지나기 전 다음 월 상품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이를 ‘롤오버(rollover)’라고 하며 이때 롤오버 비용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 롤오버 (rollover)
선물과 관련한 주식매물을 정리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 선물을 팔고 현물주식을 사들인 매수차익 거래의 경우 선물 만기일 날 주식매물을 정리하는 것이 원칙이나 특정한 상황에서는 팔지 않아도 된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비트코인 선물 ETF에 긍정적 태도를 비친 데는 이유가 있다. 비트코인 선물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미 미국 금융당국의 엄격한 감독규제 아래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선물을 검증된 상품으로 고려한 걸로 보인다.
*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증거금은 47%다. – 저자 주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 ETF가 상장되길 기대하고 있다. 비트코인 ETF를 활용하면 코인거래소에서 계좌를 만들지 않고도 주식계좌를 통해 주식시장에서 소액으로 자유롭게 매매가 가능하다. 또한 비트코인 ETF가 상장되면 기존보다 쉽게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어 기관투자자의 유입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현재 비트코인은 금융자산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즉, 투자대상 자산으로도 분류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관투자자들은 펀드에 비트코인을 직접 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캐시 우드의 사례처럼 투자신탁을 만들어 비트코인을 보유하거나, 비트코인 선물을 매수하는 방법을 쓴다. 이런 방법은 여러모로 번거롭기 때문에 그동안 비트코인이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올해 안에 비트코인 ETF가 상장되어 펀드 내에서 자유롭게 매매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 출처: CoinMarketCap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현재 920조 원 수준으로 2017년 피크 가격대인 355조 원 대비 약 2.5배 이상 상승했다. 920조 원이라는 숫자를 얼핏 들으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전 세계 자산 시가총액 순위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 출처: CompaniesMarketCap

전 세계 자산의 시가총액 1위는 금이다. 2위는 애플, 그리고 비트코인은 10위에 랭크되어 있다. 애플은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3배 수준이며, 금은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14배 수준이다. 이더리움은 30위에 있으며,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7위다.

전 세계 자산 시가총액 10위권 내에 들어온 비트코인과 30위에 있는 이더리움. 앞으로도 이 순위는 유동적이겠지만, 암호화폐를 개인의 단순 투기수단으로 취급하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커졌고 시장 참여자도 다양해졌다. 이제는 암호화폐를 하나의 ‘자산’으로 바라봐야 할 때다.

Edit 손현 Graphic 김예샘, 박세희

본 글의 환율은 2021년 9월 29일 기준으로 적용했습니다. (ETH/KRW 3,428,000 | USD/KRW 1,187 | BTC/KRW 50,265,000 | CAD/KRW 936.08)

토스피드 외부 기고는 외부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 외부 기고는 토스팀의 블로그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피드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의견 남기기
김명선

현 칸서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펀드매니저. 프랍 데스크와 운용사를 오가며 다양한 투자전략을 경험해왔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성장 산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필진 글 더보기

요즘 펀드매니저의 요즘 테마 다음 글

추천 컨텐츠

아티클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