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플레이션, 물가를 넘어 식량 안보까지 위협하다

by 박지수

🔖 이번 주 경제 용어 기후플레이션

기후(Climat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기온 현상이 농산물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면서 물가가 치솟는 것을 뜻해요.

최근 과일과 채소 가격이 크게 뛰어오르면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어요. 우리나라 과일·채소 가격이 다른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도 올해 가장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4월 22일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3월 우리나라 과일류 물가 상승률은 월평균 36.9%로 대만(14.7%), 이탈리아(11.0%), 일본(9.6%)보다도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올해 들어 이처럼 농산물 및 식품류 가격이 상승한 원인은 다양해요. 먼저, 중동 사태에 따른 유가 급등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 기후 변화가 농산물 재배 환경을 구조적으로 바꾼 것도 중요한 이유로 지목돼요.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과일과 채소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후 변화로 폭염·가뭄·홍수 같은 날씨 때문에 작황이 나빠져 농작물 생산량이 줄었는데요. 공급이 부족한데 수요는 여전하니 가격이 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화제의 드라마 ‘눈물의 여왕’ 보셨나요? 극 중 백현우(김수현) 아버지로 등장하는 백두관(전배수) 씨는 이장직 선거에서 용두리 특산물로 상대측 후보와 한 판 붙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용두리는 사과유~ 배유~?”

등장인물의 사투리를 보아 용두리는 충청도 지역으로 예상됩니다. 기호 1번 백두관 후보는 지역 특산물로 ‘배’를 주장하고, 기호 2번 박석훈 후보는 ‘사과’를 주장해요. 누구 말이 맞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기호 1번 백두관 후보님 말씀이 맞습니다.

지금 기후 변화로 과수 재배 북방한계선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로부터 중부지방에서 재배되는 과일은 사과, 배, 수박 등인데요. 이제 ‘대구는 사과가 유명하지’라는 말을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대구·경북의 사과 재배 면적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강원도는 무려 3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에요. 이대로 기후 변화가 지속된다면 2070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 사과는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사과 재배적지 (출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물론 백두관 현 이장님이 주장하는 ‘배’ 역시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기 때문에 2090년에는 국내 재배가 불가능해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배 재배적지 (출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그래도 당분간 사과보다는 좀 더 재배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았으니 용두리 특산물로는 ‘배’를 선택하는 게 낫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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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플레이션' 온다…커피·카카오·올리브유 국제가격 급등 (연합뉴스 2024.4.15)

"중앙은행이 제일 곤혹스러운 점은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이 높은 것은 기후변화가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농산물 물가 수준이 높다면서 한 말이다.

실제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나 극한 날씨로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먹거리 물가가 오르는 '기후플레이션'(클라이밋플레이션·climateflation)이 현실화하고 있다.

커피와 카카오, 설탕, 올리브유 할 것 없이 극한기후 때문에 주산지 작황이 부진해지면서 글로벌 가격이 치솟아 식탁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이 연간 1조 5천억원 어치를 수입하는 커피 국제 가격도 심상치 않다. 동남아,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극심한 가뭄으로 커피 생산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인스턴트 커피에 많이 들어가는 비교적 값싼 로부스타 커피는 가격이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글로벌 커피 벤치마크인 런던 로부스타 선물 가격은 지난 12일 t(톤)당 3천 948달러로 사상 최고로 뛰었다. 이는 1년 전보다 60% 넘게 오른 것이다.

주요 공급처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량 감소로 공급 부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세계 1위 로부스타 생산국인 베트남의 농업부는 가뭄 때문에 베트남의 2023∼2024시즌 커피 생산이 2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략)

기후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농작물 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기후플레이션'이라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후플레이션은 극한 날씨 조건과 자연재해가 농작물의 수확량을 감소시키고, 이로 인해 식품 가격이 오르는 경제 현상을 말합니다.

특히 커피, 카카오, 올리브유와 같은 상품들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데요. 이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전 세계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있어요.

기후플레이션은 식료품 가격 상승을 초래하여 소비자들의 생활비 부담을 증가시키고, 자영업자들의 마진을 감소시켜 경기 침체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월급이 올라도 식료품비가 그 이상으로 오를 경우 소비량을 줄이면 되지만, 자영업자들은 오른 식료품 비용 그대로를 음식 가격에 반영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진이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이는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요.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소 중립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국내 농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변화를 도입해야 하며, 농업 기술 개발과 일손 확대 등 농업 전방위적으로 개혁이 필요합니다. 식료품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고요.

  • 초코플레이션: 초콜릿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초콜릿과 커피 같은 대표적인 기호 식품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잠재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현상을 말해요.
  • 라니냐: 동태평양 적도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이상 현상. 라니냐가 발생하면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가 발생하며, 이는 농작물 생산에 영향을 줍니다.
  • 엘니뇨: 열대 동태평양(혹은 중태평양) 표층 수온이 평년에 비해 높아지는 경년 기후변동 현상. 3~7년 주기로 해양 상층에 열이 많이 저장되고 무역풍이 약할 때 주로 발생하며, 농작물 생산에 영향을 줍니다.

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함영범

해당 콘텐츠는 2024.5.2.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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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누구나 경제 공부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자 경제 교육 기업 래빗스쿨을 창업했다. 일상 재테커를 위한 안내서 '래빗노트'를 발행하고, 핵심과 맥락을 이어주는 '신문읽기특훈'을 진행하고 있다. 철학과 역사, 드라마를 좋아하며 성실과 노력은 ‘운’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오는 삶을 믿는다. 『나의 꿈 부자 할머니』 『60일 완성 무조건 모이는 돈 버는 습관』 『어려웠던 경제기사가 술술 읽힙니다』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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