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한국인 밥상에 앞으로 일으킬 변화는?

by 월간 토스픽

매월 하나의 키워드를 선정해 이슈를 요약하고 경제적 시선으로 질문을 던져보는 <월간 토스픽>. ‘파묘’가 오컬트 영화 최초로 1,000만을 돌파하며 신드롬을 일으켰고, 의료 파업은 50일이 넘어가며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1억을 찍으며 고점을 갱신했고요.

수많은 화제 중, 이번 <월간 토스픽>은 ‘사과값과 기후위기'에 주목합니다. “요즘 과일 먹어?”라는 질문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을 정도니까요. 애플레이션(애플+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무시무시한 사과값이 왜 기후위기에서 비롯됐는지, 우리나라는 어쩌다 식량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며 식량 위기에 취약한 나라가 됐는지와 함께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아봤습니다.

그림의 떡, 아니 그림의 사과

사과값이 작년보다 88% 올랐습니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0년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거라고 해요. 한 알에 5~6천 원 하는 가격 때문에 금사과라는 별명을 얻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알에 14,500원에 달하는 다이아사과 인증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3월 하순,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사과 10kg 한 상자 가격이 12만 3,838원까지 치솟았어요.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도 두세 배 높은 가격이에요. ✱통계청 ‘2024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2024년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상승했는데요.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의 상승세가 눈에 띕니다. 사과뿐만 아니라 배와 귤 가격도 각각 87.8%, 68.8%로 크게 뛰었거든요. 토마토와 파 같은 채소류도 10.9% 오른 수치를 보였습니다.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지수. 소비자물가지수가 10%가 오르면, 같은 물건을 살 때 10%의 돈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2024년 3월 기준 주요 농축수산물 물가.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사과와 배의 가격은 80% 이상 큰 폭으로 올랐다.

월급이 올라도 생활이 팍팍한 건 기분 탓이 아니다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른 품목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것들인데요. 이런 먹거리 가격이 오르면, 피부로 체감하는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농식품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득을  ‘농식품실질소득’이라고 하는데요.

2023년 3분기 기준, 가구당 월 평균 소득은 503.3만 원. 여기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448.7만 원이 됩니다. 하지만 ‘농식품 물가’를 고려하면, 421.4만 원으로 실질소득보다도 더 낮아지게 되죠. 우리의 월급이 조금씩 오르더라도, 농식품 물가를 반영하면 체감 소득은 떨어지고 있는 거예요. ✱참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식품 물가 이슈, 진단과 과제’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과값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3월부터 긴급가격안정자금 1,500억 원을 풀고, kg당 2,000원이었던 사과 납품단가 지원을 4,000원으로 늘리고, 대형마트 할인행사 지원 등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힘쓰고 있어요. 농림축산식품부는 4월 초 장기적인 계획도 발표했는데요. 강원도 사과 산지 재배 면적을 두 배 이상 늘리고, 냉해·태풍·폭염 등에 대비할 수 있는 예방시설 보급률을 30%까지 올리겠다고 밝혔어요.

밥상 물가가 오르는 이유

먹거리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농가 고령화로 인한 경작지 감소, 유통구조 문제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기후변동'을 주목합니다. 작년 봄 기온이 높아서 과일나무 꽃이 일찍 피었다가,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냉해를 입어 과일이 열리지 않았다고 해요. 실제로 사과와 배는 그 전년보다 생산량이 각각 30.3%, 26.8% 줄었고, 어렵게 수확한 과일의 품질 자체도 떨어져서 저장 과정에서 버려지는 물량도 많았죠.

‘오늘 날씨 좀 이상하네?’라며 가볍게 넘겼던 날들이 농작물에 치명적인 피해가 되었고, 결국 밥상 물가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앞으로 기후변동은 더 심해지고, 식량 위기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고요. 우리의 밥상 물가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요?

기후위기가 한국인 밥상에 앞으로 일으킬 변화는?

금사과에 이어 금수박이 온다 기후위기는 어떻게 우리 식생활을 침략하고 있을까?

장을 볼 때마다 흠칫하는 날들입니다. 올여름엔 수박값도 많이 오를 거란 전망을 보고 슬펐어요. 기후변화가 식재료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2023년 봄, 최고 기온이 30℃에 근접하던 날 온 국민이 화들짝 놀랐습니다. 그러고 나흘 뒤에는 한파가 오면서 과수나무가 피해를 입었고, 초여름에는 자두만 한 우박이 내리더니 여름 내내 평년보다 더 무덥고 습했습니다. 사과와 배 생산량이 직격타를 입어 우리가 이렇게 가격 상승을 의식할 정도가 됐죠.

지난 겨울부터 봄이 시작될 때까지는 흐리고 비 내리는 날이 너무 잦았습니다. 한국의 겨울철로는 이례적인 날씨였어요. 그래서 햇볕이 부족했고,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채소류 생육이 부진했습니다. 결과는 신선식품 평균 가격 20% 상승으로 나타났고요.

기후변동은 근본적으로 농산물 파동에 시시각각 영향을 미치고 있고, 사람들은 때때로 밥상 물가가 튀어 오를 때만 이를 의식하고 있어요. 지구 평균 기온이 오를수록 이런 현상이 얼마나 더 자주 강하게 반복될지, 우리나라가 얼마나 취약한 환경에 처해 있는지 알고 나면 오늘 밤부터 잠이 안 올지도 모릅니다. 대비하고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알면 더 놀라실 거예요.

기후위기는 어떻게 밥상 물가 상승을 넘어 ‘식량난’을 불러오게 되나요?

날씨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과채류는 이미 기후 영향권에 접어들었고,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경험하고 있어요. 내년에 운 좋게 날씨가 괜찮으면 상황이 나아질까요?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점점 더 자주 올해 같은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겁니다. 2020년에는 54일간의 장마로 큰 흉작이 들었어요. 우리 식생활에 아주 중요한 배춧값 81% 상승, 쌀값 14.3% 상승으로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때 이후 불과 3~4년 지났을 뿐인데 비슷한 일을 더 악화된 형태로 겪고 있죠.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전 세계 85% 정도의 국가는 곡물을 수입해야 자국민이 먹고살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대륙별로 기상 재해가 번갈아 나타나서 최악의 식량난은 피할 수 있었어요. 기후변동이 더 심해져 두 개 이상의 대륙에서 동시에 흉작이 들면 본격적인 식량 위기 시대로 접어들 겁니다. 말라카 해협, 수에즈 운하 등 해상교통이 집중되는 곳에서 발생하는 국지적 분쟁도 식량 위기를 재촉하고요.

현재까지 일어난 기후변화만으로도 실제 식량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나요?

당장 ‘식량 생산량이 줄었는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것은 ‘식량을 다시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에요. 기후변동으로 생산량이 줄면 다음 해에 파종 면적을 늘려서 부족분을 채웁니다. 경상도 사과가 강원도 사과가 되고 있는 것처럼 한계 생산지로 농업이 확대되면서 식량 생산을 다시 늘릴 수 있죠. 그런데 이때 새로 파종하는 농경지는 대개 생산성이 떨어지니까 생산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식량 수입을 해야 하는 개발도상국이 이를 감당할 돈이 있을까요? 그래서 이 해결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아요. 최후에는 결국 비싼 가격을 낼 수 있는 국가만 식량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이미 1.2℃ 올랐고, 2030년 초에는 1.5℃ 상승이 예견되어 있습니다. 애당초 국제협약에서 1.5℃ 이상의 상승만은 막는 것이 희망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미 위험한 수준에 들어섰어요. 평균 기온 1℃가 오를 때마다 주요 곡물(밀, 옥수수, 쌀)은 3~7%의 연 생산량 감소를 예상합니다. 크게는 15%까지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1년 동안 소비하는 곡물이 전 세계 곡물 소비량의 0.8%쯤 되니까, 한국인 먹여 살릴 곡물의 몇 배만큼이 사라지는 건지 생각하면 얼마나 큰 영향인지 알 수 있어요.

기후난민의 탄생과 식량 전쟁이 멀지 않게 느껴집니다.

기후난민은 이미 생겨나고 있고, 기후변화에 따라 엄청나게 많아질 수 있어요. 예를 들면 해수면 상승이 농경지를 침수시켜 식량 생산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빈민가가 확대되고 있고, 사하라 사막 남쪽의 사헬 지역은 가뭄으로 사막화가 더 진행되면서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농업대국이라서 식량 위기를 당장 겪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농업 기반이 취약한 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에서 대량의 난민이 발생하면 인접한 유럽, 호주 등으로 이동하게 되고, 이민 정책, 기후난민 대책이 가장 큰 정치 쟁점으로 부상해요. 영국의 브렉시트(Brexit)도 EU와 난민 수용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 촉발되었죠. 이처럼 기후변화는 벌써 국내 정치뿐 아니라 국제 정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의 식량 위기가 전 세계의 식량 전쟁으로 번지는 꼴이에요.

이런 맥락에서 “기후변화는 약한 고리부터 공격한다”는 말씀을 하셨던 건가요?

사람들은 식량 위기라고 하면 폭풍처럼 몰려와 초토화시키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는 가뭄처럼 서서히 목구멍을 조여 오면서 사회를 천천히 붕괴시키는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 영향은 물가 상승부터 시작되고요. 취약계층부터 무너지는 것이죠.

우리나라 하위 20% 계층의 가처분소득✱ 대비 식품비 지출은 40%입니다. 하위 10%로 한정하면 식품비가 50%에 달해요.(국가통계포털, 2022) 전체 인구로 따지면 무려 5백만 명이 쓸 수 있는 돈의 절반을 식품비로 쓰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이 이들의 삶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이미 우리 국민의 많은 수가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가처분소득: 개인의 의사에 따라 쓸 수 있는 소득. 한 해의 개인 소득에서 세금 등을 빼고 사회보장금이나 연금 등을 합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식량 위기가 발생하면 식량 수출국에서 수출을 금지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자국 내 물가 안정을 우선하는 거예요. 얼마 전 인도가 쌀 수출 금지 조치를 행하자 미국 슈퍼마켓에서 쌀 사재기가 벌어져 다들 의아해했었죠. 수입쌀의 30%가 인도산이었던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도 패닉을 불러왔습니다. 베트남에서도 쌀 수출을 일시적으로 금지했는데 인근에서 쌀을 수입하던 필리핀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어요. 저렴한 수입 식재료 수급이 어려워지면 밥상 물가는 더욱 올라가게 됩니다.

식량의 절반 이상 수입하는 한국, 자급자족이 어렵다면 대안은?

우리나라가 소비하는 식량의 절반 이상이 수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정체 모를 공포심이 들었습니다. 한국은 왜 이렇게 많은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게 되었나요?

심지어 우리나라는 곡물의 약 80%, 기름류와 설탕은 거의 100% 수입해서 먹고 있어요. 자급할 수 있는 건 쌀, 일부 과일, 채소 정도입니다. 축산도 수입사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니 큰 의미는 없죠.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인구수 대비 좁은 경지면적 때문입니다. 예전에 비해 먹는 양도 30% 이상 늘었고, 육류 소비량도 매우 많아요. 수입 농축산물이 없으면 우리나라는 몇 달도 버티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은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일부 식량수출대국의 농산물을 수입하지 않으면 식량자급이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식량을 자급할 수 있는 국가는 전체의 15%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식량은 석유보다 지역적인 편중성이 더 큰 자원이에요.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미국, 브라질, 호주, EU(프랑스), 아르헨티나에서 곡물의 80%를 수입합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도 수입했고요. 가뭄이나 전쟁 등 이슈에 대비하기 위해 수입선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있기는 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식량의 관점에서 보면 전 세계는 아주 커다란 몇 개의 우물을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곡물 수출국가도 기후가 좋아야 하지만 중국과 인도네시아 같은 수입대국의 기후도 중요합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농업 생산국이지만 동시에 최대의 농산물 수입국이에요. 중국에서 흉년이 들면 전 세계 식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대량 구입해갈 식량을 우리도 사와야 하는데 우리 몫이 줄거나 비싸지겠죠. 수출국이든 수입국이든 어느 쪽에든 문제가 발생하면 식량 위기는 피할 수 없습니다.

현재 환경에서 가장 큰 문제는 뭘까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를 살펴보세요. 선진국 중 곡창지대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나라는 일본과 한국뿐입니다. 이 두 국가는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고요.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 해상운송로가 영향을 받게 되고, 이는 곧장 식량 위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심각한 식량 위기는 한번 발생하면 사회가 거의 회복 불능에 빠질 정도로 큰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마치 유럽이나 미주의 선진국인 양 식량 위기를 남의 나라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우리나라가 식량자급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높이기 어렵습니다. 논 면적은 매년 2%가량 줄어들고 있고, 농민들은 소득이 적은 식량작물보다 소득이 많은 원예작물을 더 심으려고 합니다. 게다가 농업인의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비율)은 이미 50%에 다다랐고, 40세 이하 농업인은 전체 농업인의 1%도 채 안 되죠.

우리나라와 비슷한 농업구조를 가진 일본의 농경지 면적은 우리나라의 2.7배인데, 우리나라 농업경영체 수는 180만 개이고, 일본은 97만 개입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고령화된 영세농들이 우리의 미래 식량을 책임지고 있다는 말이고, 앞으로 급격하게 변할 기후 변화에도 이들이 대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대부분 한국인들은 농촌을 아직도 드라마 ‘전원일기'처럼 생각합니다. 은퇴 후 귀농해서 소소하게 할 수 있는 산업 정도로 여기기도 하고요. 이런 인식이 농업 정책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고, 우리 농업의 현실은 국민들의 인식이 발현된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결국 미래 세대가 식량과 농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거죠. 농업을 혁신해야 하고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수입 농산물로는 우리가 직면한 식량 위기와 식품의 다양성을 모두 해결할 수 없습니다.

또한 구조적으로 높이기 어려운 식량자급률에만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식량안보✱에는 식량자급률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전부는 아니에요. 각 나라마다 그 나라에 적합한 식량안보를 지키는 방식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우리나라 식량안보에 적합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식량안보: 국민들이 원하는 시기에 안전하고 좋은 품질의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식량안보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해외 국가 사례가 궁금합니다.

영토가 너무 작아 농사 지을 땅이 거의 없는 싱가포르는 ‘30 by 30’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요. 2030년까지 식량자급률을 3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당연히 곡물은 불가능하고, 양계와 어류 양식, 스마트팜을 활용한 도시농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싱가포르는 식품의 수입선을 극단적으로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무역 중심 국가라서 가능한 일이죠.

싱가포르에게는 비밀 무기가 하나 있는데, 올람(Olam) 그룹입니다. 곡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농산물을 전 세계로 유통하는 기업이에요. 인도계 기업인이 아프리카에서 1990년대에 창업했고,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투자하면서 싱가포르로 유치했습니다. 그후 일본 종합상사인 미쓰비시가 지분 투자를 하면서 글로벌 식량기업으로 성장했고, 2022년 매출액은 550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글로벌 기업은 각국 농산물 작황에 관한 정보에 아주 밝아요. 식량 가격 변동을 예측하고 이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게도 이런 글로벌 식량 거래 기업을 키우는 게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CJ그룹이 일부 참여하고 있습니다만 규모가 크지 않아요. 정부가 의지를 갖고 키워야 하는 영역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농업의 특징 중 하나는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했는데, 그 기술이 적용되는 시장은 농가의 영세성으로 인해 거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의 농업가치사슬을 국내에만 한정할 게 아니라 최소한 동남아시아 국가들까지 포괄하여 확장하는 게 중요해요. 농업기술과 자본을 투자해서 이웃 국가의 식량 생산을 늘리고, 우리나라 역시 투자 수익과 함께 식량안보도 같이 높이는 것이죠. 이것을 글로벌농업가치사슬(Global Agricultural Value Chain)이라고 부르고, 선진국들이 오랫동안 해왔던 방식이에요. 농업을 미래산업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낙후되었다는 건 기술과 관행을 바꾸어서 생산성을 올릴 여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는 글로벌농업가치사슬을 강화하는 게 궁극적으로 우리나라가 식량안보를 향상시키고, 농업이라는 산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이미 식품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거예요. 문제는 우리가 농업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각자의 인식을 바꾸고, 그것이 정책에 반영되고, 기업과 산업이 육성되어야 하는 일이군요. 기후위기와 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해 개인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후변화가 완화되지 않으면 사실 백약이 무효입니다. 탄소중립이 중요하죠. 개인이나 한국만의 노력으로 되는 건 아니지만요.

먹는 것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체 온실가스의 ⅓ 정도 됩니다. 농업뿐 아니라 조리와 폐기까지 식품가치사슬 전체를 포함해서요. 에너지 전환이 자리를 잡아가면 다음으로 지속 가능한 식품 소비가 중요한 의제가 될 거예요.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겠고, 식품의 낭비와 폐기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글을 보는 분들은 식량안보와 관련된 이슈가 매우 다양하다는 걸 이해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급률의 한계, 식량공급망 다변화의 한계, 그리고 지정학적 위치까지 우리나라가 얼마나 식량 위기에 취약한지 알아채셨을 테고요. 농업의 혁신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농업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더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며 마치고 싶습니다. 어르신들의 산업이 아니라 청년들의 글로벌농업가치사슬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까지요. 이러한 논의들이 우리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dit 주소은, 이지영 Graphic 조수희, 함영범

– 해당 콘텐츠는 2024. 4. 15.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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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토스픽

토스가 매월 하나의 키워드를 선정해 이슈를 요약하고, 경제적 시선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매일,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흘려보내기 아까운 이야기를 모아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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