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에서는 왜 저품질 차가 거래될까?
ㆍby 김경곤
에디터 G (이하 G): 박사님 안녕하세요, 어느새 완연한 봄이에요. 나들이 가기 좋을 정도로 날이 따뜻해졌는데요. 지난 주말에 어디 다녀오셨나요?
박사 K (이하 K): 그러게요, 날씨가 따뜻해져서 가족들과 나들이 다녀왔어요. 도심에서 움직일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상관 없지만, 조금 거리가 떨어져 있는 곳으로 놀러 나가려면 역시 자동차가 필요하더군요.
G: 혹시 오늘의 이야기는 ‘자동차'인가요?
K: 4화라 그런가 금방 눈치 채셨군요! 자, 여기 본격적인 나들이 철을 앞두고 자동차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차살래 씨(29세, 직장인)가 있습니다. 사회 초년생인 차살래 씨는 새차를 사기에는 모아놓은 돈이 충분하지 않아서, 새차 대신 중고차를 사려고 합니다.
G: 저도 고민했던 주제인데요. ‘기동성을 높이려면 차가 필요해!’ 결심하고 나서 알아보니, 새차와 중고차 중 뭘 사야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돈을 생각하면 중고차를 사야 하는데… 진짜 마음은 새차를 사고 싶고요.
K: 차살래 씨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결국 ‘중고차를 사야겠다’ 결심하고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 들어간 차살래 씨는 바로 고뇌하게 됩니다.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수많은 브랜드와 차종, 연식, 주행거리 등에 따라 천차만별인 가격을 보다 보니, 어떤 차를 골라야할지 혼란스럽기만 해요.
G: 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중고차 거래 사이트를 들어가봤을 때, 무엇부터 봐야하는지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K: 차에 대해 알아야할 것들이 많으니 복잡했을 거예요. 에디터님은 어떤 부분이 가장 신경쓰이셨어요?
G: 저는 주행거리요. 친구에게 주행거리 얼마 이하인 차를 사야한다는 이야기를 제일 먼저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요.
K: 그랬군요. 차살래 씨를 특히 신경 쓰이게 하는 것은 ‘자동차의 하자 유무’인데요.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사진이나 설명만 봐서는 본인이 사려는 차의 상태가 좋은지 나쁜지를 도통 구별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G: 아! 그렇네요. 아무래도 ‘하자'가 안전과 직결되다보니 가장 신경쓰일 만 해요.
K: 이번엔 차팔래 씨(35세, 직장인)를 소개할게요. 2년 전 새차를 구입했다는데요. 해외 지사로 갑자기 발령이 나면서, 타던 차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라 합니다. 사실 차팔래 씨의 차에는 남들은 모르는 비밀이 있어요. 새차임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뽑기’를 잘못 했는지, 변속기가 이따금씩 말썽을 일으킵니다. 서비스센터를 몇 차례 방문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동일한 증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했고요.
G: 새차인데도 그랬다면 맘고생이 심하셨겠네요.
K: 맞아요. 맘고생이 컸던 차팔래 씨는 이번 기회에 이 차를 팔아버리기로 하고, 중고차 시장에 갑니다. 변속기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차팔래 씨는 이 차를 900만 원 정도에 팔면 적당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G: 말썽을 일으키는 차라는 것을 고려해서 책정한 가격이군요.
K: 그렇죠. 자, 마지막 등장인물 안판다 씨(34세, 자영업)도 소개합니다. 안판다 씨도 딱 2년 전에 차팔래 씨와 동일한 스펙과 색상을 가진 자동차를 구입했고, 지난 2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이 차를 잘 타고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다른 브랜드에서 출시된 신모델이 마음에 들어, 기존 차를 중고로 팔까 고민 중이라 해요. 지금까지 애지중지하며 잘 관리해온 차라서, 중고로 팔게 될 경우 1,100만 원 정도는 받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G: 동일한 스펙과 색상의 자동차가 2대 나온거네요. 차팔래 씨의 차는 변속기가 말썽을 부려서 900만 원 정도고, 안판다 씨의 차는 애지중지 잘 관리해서 1,100만 원 정도이군요.
K: 자, 마침 차살래 씨가 중고차 시장에서 사려고 하는 모델이 차팔래 씨와 안판다 씨가 판매하려는 차와 동일합니다.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올라와 있는 차팔래 씨와 안판다 씨의 자동차는 구입 시기와 색상, 주행거리까지 모두 똑같죠. 에디터 님이 정리해주신 것처럼 변속기 문제 상황만 달라요.
그러나… 외관만 봐서는 어느 차의 변속기에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즉, 50%의 확률로 하자가 있는 차를 고를 수도 있고, 50%의 확률로 문제가 없는 차를 고를 수 있는 상황인 것이죠.
G: 너무 고민될 것 같은데요.
K: 이러한 상황에서 차살래 씨는 과연 차값으로 얼마를 지불할까요? 고등학교 시절 선택과목으로 ‘확률과 통계’를 공부했던 차살래씨는 갑자기 다음과 같은 확률평균식을 떠올립니다.
문제가 있는 차를 뽑을 확률 0.5에 차값 900만 원을 곱해주고, 문제가 없는 차를 뽑을 확률 0.5에 차값 1,100만 원을 곱해준 뒤, 서로 더해주니 1,000만 원이라는 기대값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차살래씨는 차의 가격으로 1,000만 원을 지불하는 것으로 결정하고요.
G: 저라도 그럴 듯…. 두 차의 평균 가격을 적정가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일 것 같아서요.
K: 아마 많은 분들이 이런 결정을 하겠죠. 이때 차팔래 씨는 (양심에 좀 찔리긴 하지만)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부릅니다. 본인의 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아는 그는 900만원만 받고도 차를 판매하려고 했는데, 이제 100만 원이나 더 받고 팔 수 있으니까요.
반면, 본인이 잘 관리해온 좋은 품질의 차를 1,100만 원에 팔려고 했던 안판다 씨는 1,000만 원에 팔 거면 차라리 안 파는 것이 좋겠다 생각합니다. 다른 브랜드의 신모델로 바꾸려던 계획은 접고, 이 차를 계속 타기로 결정해요.
G: 1,000만 원이라는 평균 가격이 누군가에겐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가격이고, 누군가에겐 안 팔겠다고 마음을 바꿀 정도로 낮은 가격이 되어버리네요.
K: 맞습니다.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차의 ‘하자 상태'를 확인하기가 어려우니 그나마 가장 안전한 방법을 택하는거죠.
참고로 낮은 품질의 불량자동차를 영어로 ‘레몬’이라고 부르는데요. 방금 전 보여드린 것처럼 중고차 시장에는 좋은 품질의 차는 사라지고, 나쁜 품질의 차(레몬)만 남게 되는 것을 가리켜 ‘레몬 마켓’이라고 부릅니다.
G: 레몬 마켓 개념은 꽤 들어봤어요!
K: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에 의해 처음으로 소개되었는데요.* (여담이지만, 애컬로프는 미국의 전 연준 의장이자 현재 재무부 장관인 재닛 옐런의 남편이기도 합니다.)
* George Akerlof, “The Market for ‘Lemons’: Quality Uncertainty and the Market Mechanism,”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84.3 (1970): 488-500.
중고차 시장이 레몬 마켓이 된 이유는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 때문입니다. 중고차의 상태에 대해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갖고 있는 정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죠.
G: 정보의 비대칭성이 우리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네요.
K: 만약 차살래 씨가 중고차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당연히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안판다 씨의 차를 구입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안판다 씨의 차는 매물 목록에서 사라져 버려서, 결과적으로 차살래 씨는 하자가 있는 차를 구입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G: 차살래 씨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안 좋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된거고요.
K: 이와 같이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좋은 선택이 아닌 나쁜 선택을 하는 것을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라 하는데요. 차살래 씨가 1,000만 원을 주고 변속기에 문제가 있는 차팔래 씨의 차를 구입하는 것이 역선택(adverse selection)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G: 정보의 비대칭성이 이렇게까지 크다면 누가 중고차 시장을 이용하려 할까요? 구매자 입장에서 정보의 비대칭성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K: 네, 요즘에는 중고차 시장도 ‘인증 중고차’ 등을 통해 레몬 마켓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인증 중고차는 중고차 업체가 자체적으로 차량의 품질에 대해 정밀 검사를 하고, 주행 테스트 및 품질 개선 작업도 거치고, 구입 후에도 일정 기간 보증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을 말해요.
인증 중고차들은 일반적인 중고차들보다 가격이 조금 더 높은데요. 이러한 가격 차이는 비대칭적 정보를 해결하기 위해 지불하는 일종의 ‘프리미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대신, ‘레몬’에 대한 걱정 없이 중고차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이죠.
G: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고 있군요. 중고차에 대한 프리미엄을 붙이더라도 새차 가격보다는 낮을테니, 중고차 사려는 사람들 입장에선 확실히 도움이 되겠어요.
K: 그렇죠. 정보의 비대칭성은 비단 중고차 시장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처음 가본 동네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데, 여러 식당들 가운데서 어디가 맛집인지 몰라서 고민했던 경험 있으시죠?
G: 네, 그런데 외관만 봐서는 맛집인지 아닌지 알기 어려워서…
K: 그중 ‘찐맛집’이 분명 있을텐데. 말씀하신대로 외관만 봐서는 어디가 맛집인지 구별하기가 힘듭니다. 만약 진짜 맛집 식당의 주인이 다른 식당과 구별하기 위해 식당 앞에 “맛집”이라고 붙여 놓는다고 가정해보죠. 그럼 다른 식당들도 그 식당을 따라서 “맛집”이라고 크게 붙여 놓지 않을까요?
G: 음…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헷갈리기만 할텐데요. 결국 그 중에 한 곳을 랜덤으로 들어갔는데 음식의 맛이 별로였던 경험도 다들 한번씩 있을 것 같아요.
K: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해,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식당들의 맛과 서비스를 리뷰하고 평점을 매기는 어플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해당 동네 식당들을 검색해서 평점이 높은 곳을 방문하는 것이죠.
이러한 정보 공유 어플은 높은 평점을 받기 위해 더 좋은 맛과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동기를 식당에 부여하는 긍정적인 기능도 있죠.
G: 맞아요. 저도 잘 이용하는 편인데 신뢰도가 높은 편이더라고요.
K: 또 있어요. 취업시장도 정보의 비대칭성이 높습니다.
채용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수많은 지원자들의 실제 역량이 어느 정도가 되는지를 단시간에 알아내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다양한 방식의 채용 면접이나 추가적인 테스트를 통해 지원자들을 평가하죠.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 실제 채용을 하더라도, 기대했던 역량을 갖지 못한 것으로 나중에 드러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반대로 지원자 입장에서도 정보의 비대칭성은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 자신이 실제로는 뛰어난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보를 기업이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채용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정보의 비대칭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자들은 신호(signal) 보내기를 합니다.* 출신 학교의 이름이나 학점, 어학 성적, 자격증, 인턴 경험 등과 같은 일종의 ‘스펙 쌓기’가 알고 보면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응하기 위해 지원자들이 기업에 보내는 신호의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 Michael Spence, "Signaling in retrospect and the informational structure of markets." American economic review 92.3 (2002): 434-459.
이번 화에서는 중고차 시장, 맛집, 취업시장 등을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여러분 주변에서 정보의 비대칭성과 관련된 상황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한번 생각해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해당 콘텐츠는 2023.4.26.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