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에 충실하면 나의 길을 찾을 수 있어요
ㆍby 머니그라피
04년생 19살 반려견 미용사 손다연입니다
평일에는 학원에서 반려견 미용을 공부하고, 주말에는 숍에서 초보 미용사로 일하고 있어요. 정보를 나누고 싶어 반려견 미용 정보와 일상을 담는 유튜브도 같이 하고 있어요.
17살이 되자마자 반려견 미용 학원에 등록했어요. 18살 7~8월쯤 처음 반려견 미용숍에 취직했으니 일한 지는 1년 정도 됐네요. 저는 일찍부터 공부와는 손절했거든요(웃음). 대신 유튜브를 많이 봤는데 우연히 ‘슈앤트리’님의 채널을 보고 강아지 미용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반려견이 있다거나 강아지에 관심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제가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좋았다 보니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물론 배움의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 배우면 배울수록, 알면 알수록 공부해야 할 것들이 계속 생겨나더라고요. 잘 모르니까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큰코다친 거죠.
평일에는 학교 끝나면 거의 학원으로 가서 공부하거나 대회 준비를 해요. 학원에 안 가는 날이면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유튜브 브이로그 편집을 위한 공부도 하고요. 고3이 되면서 국비지원교육을 받고 싶었어요. 위탁교육을 가려고 면접까지 다 봤는데, 중간에 텀이 좀 있더라고요. 손이 쉬면 안 되니까 일단 지금 다니는 학원에 왔는데 여기에서 제 인생 선생님을 만난 거예요. 원장님께서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주시면서 제가 잘못 알고 있던 것들을 모두 고쳐주셨어요. 원장님 밑에서 계속 공부하고 싶어서 위탁교육은 포기하고 한 달에 50만 원 정도 되는 학원비를 내면서 다니고 있어요.
학원비는 부모님께 지원받고 있어요. 대신 부가적인 소모품들은 가급적 제가 번 돈으로 사려고 해요. 예를 들어 미용할 때 가위가 한 개만 필요한 건 아니거든요. 민 가위, 요술 가위, 커브 가위… 종류가 많은데 한 개당 20만 원 정도 해요. 제가 가진 가위가 13개니까 여기에 쓴 돈만 260만 원 정도 되는 셈이네요.
자신만만했던 첫 출근, 멘붕이었어요
학원에서는 아무래도 자격증 위주로 공부하다 보니까, 필드 경험을 쌓기가 어려워요. 더 성장하고 싶은데 같은 자리에 머무르는 것처럼 느껴져서 숍에서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성인이 된 다음에 일자리를 구할 수도 있었지만, 제가 남들보다 앞서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일찍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당시에는 이력서 쓰는 법도 몰라서, 포트폴리오를 PPT로 만들어서 제출했어요. 진짜 학생 감성이죠. 다행히 서류는 통과해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데 주변에서 “미성년자인데 될까?”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 거예요. 하지만 저는 왠지 모를 확신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너 안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해도, 제 가치는 제가 정한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지원했을 때 애견 미용 자격증 3급, 2급을 가지고 있었고 피어프리(Fear Free) 그루머 과정을 수료했어요. 필수는 아니어도 이런 자격증이 있으면 아무래도 취업될 확률이 높을 거예요. 그리고 제가 자격증 시험 두 번 다 1등했거든요. 학원에서도 잘하는 편이었어서 첫 출근 때도 자신만만이었죠.
그런데 실전은 완전 달랐어요. 비숑을 드라이해주는데 마음대로 안 되고 털이 자꾸 꼬불꼬불해지니까 ‘지금까지 내가 뭘 배운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현타가 많이 왔어요. 게다가 아무래도 학원에 있는 아이들보다는 숍에 오는 아이들이 미용에 대한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편이거든요. 아이들이 물고 발버둥 칠 때면 강아지를 사랑해서 선택한 직업인데, 강아지가 가장 기피하는 대상이 되는 것 같아서 힘들고 슬펐어요.
반대로 이 일이 가장 재밌을 때는, 아이들이 미용할 때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하는 시도나 노력이 먹힐 때예요. 자주 오는 아이들의 경우 싫어하는 도구나 장소를 기억해뒀다가 바꿔보기도 하고, 불안함을 느낄 때 상체를 끌어안고 마사지를 해주면 안정감을 느끼는 모습을 볼 수도 있어요.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견습생으로 시작하면 월에 30~100만 원 정도 받고 일해요. 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돈을 번다기보다 시간을 지불해서 경험을 산다는 데 더 의의를 두고 있어요. 지금 버는 돈은 대부분 통장에 모아두고 있어요. 부모님이 저에게 통장을 맡기면서 ‘여기 있는 돈은 아예 손대지 말 것’이라는 조건을 내걸긴 하셨는데요.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할 때라고 생각되면 몰래 빼서 쓰고 있긴 해요(웃음).
예전에 비숑 얼굴 컷트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듣고 싶은 거예요. 수강료가 10만 원이었는데 ‘무슨 온라인 세미나가 10만 원이나 하냐’면서 지원을 안 해주셨어요.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니까, 부모님 몰래 제가 번 돈으로 세미나를 들었어요.
두 번째로 빼서 쓴 건 가위 살 때? 부모님은 ‘가위가 이렇게 많은데 뭘 또 사냐’고 하시지만 사실 미용은 장비빨이거든요. 다른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어떤 가위를 쓰느냐에 따라 속도가 달라질 수도 있고, 아이들의 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세상에 같은 가위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장비에 투자하는 편이에요.
그럼에도 가급적 월급을 100% 저축하는 이유는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에요. 학원에서 듣기로는 5,000만 원은 있어야 숍을 차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인테리어 욕심도 있어서 돈이 더 필요할 것 같은데, 일한 지 1년 만에 뿌듯할 정도로는 모았어요.
멘토인 ‘연희동 미미네’ 대표님과 이야기하면서 가게 차리는 데 얼마 드는지 자세히 듣고 자니 진짜 돈을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비는 더 신중해야겠고요. 앞으로 미용 일도 열심히 하고, 지금 하는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소득 파이프라인을 늘려야겠어요.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한다연’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요. 제가 유튜브를 할까 말까 고민을 엄청 했는데 어느 순간 “그냥 하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다’에 제 이름을 붙여서 한다연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이름을 볼 때마다 “일단 그냥 해보자”라는 마음이 들어요.
유튜브를 시작한 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예요. 드로우앤드류라는 분의 유튜브를 보다가 ‘이키가이’라는 개념을 알게 됐는데요. 삶에 가치를 주는 요소에는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돈이 되는 것 이렇게 4가지가 있대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좋아하고, 잘하고, 돈이 되는 일은 하고 있는데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은 안 하고 있었던 거죠.
애견 미용을 처음으로 배우기 시작했을 때 다른 분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일하는지 궁금했어요. 일을 시작한 뒤에 ‘이런 건 미리 알았으면 좋았겠다’ 싶은 것들도 있었고요. 제가 필요로 했던 정보라면 다른 사람에게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제 유튜브를 보고 용기를 내서 다음날 바로 학원에 등록했다는 분이 계셨어요. 필요한 정보였는데 이런 영상을 찍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댓글도 있었고요.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주제의 영상이다 보니까 조회수는 잘 나오는 편이에요. 지금까지 234달러(약 30만 원) 정도 수익이 난 것 같더라고요. 달러니까 얼마인지 모르다가, 딱 계산해보고 ‘오, 이 정도 벌었구나’ 싶었어요. 유튜브로 돈을 벌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신기하다는 감정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성인이 되면 유튜브로 수익도 더 내보고 싶긴 한데, 여전히 돈이 목적이 되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운영할 것 같아요.
지금은 작은 성공들을 이뤄내는 과정을 즐길래요
저는 아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육 미용사가 되고 싶어요. 아이들이 미용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그 이유를 파악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미용은 두려운 게 아니야!’라고 알려주는 게 교육 미용사가 하는 일이에요.
저에겐 반려견 ‘나쵸’가 있는데요. 빗질을 하면 입질을 하는 거예요.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겠다 싶어서 교육 미용을 하시는 ‘연희동 미미네’님의 유튜브를 보면서 독학했어요. 그러다 교육미용을 전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어서 세미나도 들었죠. 집이 경기도인데 서울까지 혼자 왔다갔다 하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무서워서 펑펑 울면서도, 8회차 수업을 다 다녔던 기억이 나요.
교육 미용사가 되면 아이들이랑 싸우지 않고 미용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아이가 싸우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와 미용사 모두 안전해요. 공부해야 할 게 많다 보니까 뇌에 살짝 과부하 올 때는 있는 것 같아요. 동물행동학도 공부해야 하고, 트레이닝 스킬도 가져야 하고, 미용이란 게 보호자 분의 동의와 협조가 필요한 거라서 보호자 분을 설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필요하거든요.
사실 요즘 길을 잃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제가 늘 말하는 ‘과정이 예쁜 미용’을 온전히 실현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서 좌절감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그런데 오랜만에 미미네 대표님을 만나서 고민을 털어놓으니 많이 힐링됐어요.
모든 걸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지금에 만족한다면 좋은 삶이라는 말이 정말 감명 깊었어요. 지금에 충실하다면 저의 길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생겼고요. 처음부터 잘하려고 욕심을 부리기보다 작은 성공들을 이뤄내면서 그 과정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Interview 김태성 주소은 Edit 송수아 Video 김태성 하인주 남정현
– 이 콘텐츠는 2022. 12. 23.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