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에는 돈으로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by 머니그라피


댄서로 활동 중인 19살 박난주입니다

현재 팀 ‘턴즈’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지난해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이하 스걸파)’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에게 얼굴을 비췄습니다. 

스걸파 출연자를 모집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발목 부상으로 춤을 쉬고 있었기 때문에 참여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예전에 같은 팀에서 활동했던 희수 언니에게 대뜸 연락이 온 거예요. 같이 스걸파 나가자고요. 저도 오랜만에 언니들이랑 춤추고 싶은 마음에 덜컥 알겠다고 했던 것 같아요.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이미 많은 주목을 받은 뒤라 걱정도 있었어요. 대중에게 보여진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고, 방송이 나간 후에 삶이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이런 기회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뜻깊다고 생각해 출연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우승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지금이니까 웃으면서 하는 얘기지만 당시에는 편하게 잠도 못 잤어요. 아무래도 서바이벌이다 보니까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스걸파 하면서 또래 댄서들과 만나 대화할 기회가 많아서 좋았어요.

현 턴즈의 멤버 박난주, 송희수, 조나인이 함께 활동했던 A-YOUTH의 무대. 박난주는 A-YOUTH의 리더로 활동했다.

처음에는 춤이 아닌 연기를 배웠어요. 그런데 연기를 배울수록 소극적으로 변하니까 엄마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댄스팀에 밀어넣었어요. 처음에는 “안 갈래, 안 갈래”하면서 울 정도로 댄스 학원에 가는 게 무서웠는데 거기에서 춤 배우는 데 재미를 붙인 후에 공연도 다니고 영상도 찍으면서 댄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자잘한 댄스 대회에 나가거나 공연할 기회가 많았거든요. 출연료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그때는 못 했어요. 저는 돈을 내고 학원에 다니는 거고, 그 배움의 과정에 공연도 있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19살의 박난주는 여전히 그 경험이 너무 값지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아직도 돈을 벌기 위해 춤을 춰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재밌고 좋아하니까 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요.

우승 상금은 부모님께 드렸어요

스걸파 우승으로 받은 상금은 멤버들끼리 똑같이 나눠 가졌어요. 제 몫으로 받은 돈은 부모님께 전부 드렸고요. 밤낮없이 연습할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도움 덕분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첫 정산도 받았는데 기분이 묘했어요. 스걸파 이전에는 아르바이트로 월급 받던 게 40~50만 원 정도였거든요. 처음으로 나이에 비해 큰돈을 받은 거라서 ‘내가 이 돈을 받아도 되나’ 싶었어요. 소중한 만큼 잘 쓰고 싶은 마음에 효율적이면서도 지혜롭게 쓸 방법을 고민하느라 걱정 아닌 걱정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결국 예금 계좌를 만들어서 거기에 다 넣은 다음에야 홀가분해졌어요. 지금은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요. 

스걸파 이후로 다양한 기회도 생겼어요. 광고 촬영도 해봤고 팝업 클래스를 열거나 아이돌 그룹의 시안을 디렉팅하거나 댄서로 참여하고 시안비를 받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건 화보 촬영이었어요.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자유롭고 역동적인 포즈를 하면서 촬영하는 게 재밌었던 것 같아요. 팝업 클래스는 지금까지 3번 열었는데, 요즘은 춤이 대중화되면서 댄스 클래스를 듣는 분들도 늘었더라고요. 스걸파 할 당시에 열었던 팝업 클래스에는 줄이… 쑥스러우니까 여기까지만 말할게요(웃음).

소소하게 들어오는 돈은 계획적으로 소비하고 저축하려고 노력해요. 댄서라는 게 월급제로 일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일하고 몇 달 뒤에 돈이 들어오는 경우도 많아서 자금 흐름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이번 달은 얼마를 써야지’라고 적정 액수를 정해놓고, 만약 더 썼다 싶으면 다음 달은 최대한 줄여서 쓰고 있어요. 통장쪼개기로 돈이 들고나는 것도 잘 보이게 설정해놨고요. 

지금은 저축을 하는 게 제 나이에 맞는 돈 관리법이겠지만, 사회가 돌아가려면 돈이 돌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돈을 묵혀두기보다는 잘 굴릴 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서 재테크 공부도 곧 할 거예요.

29살에는 제 카페를 차리고 싶어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2~3년 정도 춤을 쉬었어요. 현대 무용에 빠져서 개인 연습을 하다가 오른쪽 발목이 완전히 꺾인 채로 착지한 거예요. 아프기도 아픈데 ‘나 이제 춤 못 추나?’ 이 생각 때문에 무서워서 눈물이 엄청 났어요. 바로 응급실 가서 치료받고 깁스하는데 춤추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진짜 청천벽력이었어요. 절망적이었고, 희망이 다 사라진 기분? 다쳤다는 사실에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났어요. 

그러고 나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공부를 병행했던 것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춤만 바라봤는데 춤은 고사하고 걷지조차 못하게 되니까. 한창 방황하면서 어두운 시기를 보내고 있으니까 엄마가 제안을 하셨어요. “가만히 앉아서 우울해하는 것보다, 뭐라도 너가 하고 싶은 걸 찾아봐라. 마지막으로 지원해줄게.”

고민하다가 문을 두드린 곳이 바리스타 학원이었어요. 혼자 하는 건 대체로 잘 못 하는데, 카페는 혼자 가는 걸 좋아해요. 커피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 카페에서 몇 시간씩 앉아서 멍 때리거나 핸드폰 하거나 책 읽는 걸 좋아하니까 자연스레 ‘커피를 배워볼까?’ 싶었던 거예요. 

바리스타 1급이랑 2급 라떼아트, 3급 향미 총 3개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요. 카페를 차리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 중이에요. 이제 곧 성인이 되니까 내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 커피를 직접 내려서 대접하면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요. 

창업을 한다면 29살에 하고 싶어요. 좀 웃긴 이유일 수도 있는데 ‘자수성가’한 ‘젊은 사장님’이라는 타이틀이 갖고 싶거든요(웃음). 왠지 30살이 넘어가면 ‘그 나이 때 창업할 수 있지’ 싶어진달까요? 대신 20대는 무식하고 무모하게 열심히 살면서 돈을 모으고 싶어요.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정말 20대 때 바빴다, 정신없었다, 별걸 많이 했었네’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요.

춤이라는 이유 하나로 제 모든 걸 다 내어줄 수 있어요

댄서를 본업으로 삼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에는 돈으로 얽매이고 싶지 않더라고요. 돈이라는 건 영리하게 벌어야 하는데, 그 영리함이라는 걸 춤에 대입하고 싶지 않아요. 순수한 마음으로 춤을 추고 싶고, 순수한 마음으로 스걸파에 나가서 우리가 하고 싶은 걸 열심히 했기 때문에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마음이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 마음의 본질이 변하는 순간 제 춤도 변할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할 수는 있지만 춤으로 돈을 많이 벌어들이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어렸을 때의 경험들도 그냥 다 성장통이라고 여기는 것 같아요. 저는 춤이라는 단지 그 이유 하나로 제 모든 걸 그냥 내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은퇴는 하지 않을 거예요. 어디 부러지거나 못 쓰거나 하지 않는 이상 계속 춤을 추고 싶어요. 춤을 추지 않더라도 현장에서 계속 춤을 보고 싶고요. 제 몸이 성할 때까지는 계속 춤을 출 거예요. 

Interview 김태성 주소은 Edit 송수아 Video 김태성 하인주 남정현

– 이 콘텐츠는 2022.12.30.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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