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해서 내 집 마련, 괜찮을까?
ㆍby 박미정
이사 다니기 너무 지쳐요. 내 집 마련, 괜찮을까요? 10년간 전월세를 전전하며 이사만 5번. 이사 다니기 너무 고됩니다.
집 살까 말까 고민된다면 ‘보유자금’ 내에서 우선순위를 따져보세요 30대를 넘어서게 되면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주거 자립은 굉장히 중요한 삶의 이슈로 다가옵니다. 부모님 그늘을 벗어날 시점이 된 것이죠. 여기, 다소 극단적인 두 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비혼여성 A씨와 B씨는 서로 친구 사이인데요. 사람 만나고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는 A씨는 삶을 마음껏 향유하는 대신 집에 돈을 적게 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하고 공간 꾸미는 걸 좋아하는 B씨는 안정된 공간을 갖고 싶어 무리해서라도 집을 먼저 장만하기로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두 친구가 40대 후반이 되자 서로 다른 방향으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A씨의 경우 삶은 만족스러운 편이고 주변에 친구들도 많은데, B씨에 비해 내 집 한 칸 없이 자주 이사다니기 바쁜 삶이 서글퍼 우울함을 호소합니다. B씨의 경우, 번듯한 집은 있는데 그동안 대출 갚느라 A씨처럼 삶을 즐기지 못한 것 같아 씁쓸합니다. 만약 서로 자신이 갖지 못한 것 대신, 갖고 있는 것에 집중해서 만족감과 안도감을 느낀다면 고민의 무게가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삶은 늘 부족한 부분을 더 채우고 싶은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주어진 여력에서 무엇을 우선으로 두고 자원을 배분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집을 사느냐 마느냐에 있어서 제일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결국 ‘보유자금’ 내에서 삶의 방식에 대한 우선순위입니다.
빌라를 사도 될까요? 아파트 살 돈은 턱없이 부족하고, 빌라를 보고 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빌라는 사는 순간 떨어진다고, 집으로 돈 벌 수 없다고 합니다. 팔 때를 고려한다면 무리해서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로 가야 하는 걸까요?
빌라 vs 오피스텔 vs 아파트, 선택 전 주의사항을 알려드립니다. 매매차익이 주목적이 아니라 실거주가 우선 중요한 문제라는 점부터 명확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거래시 손해는 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몇 가지 주의사항을 살펴볼까 합니다.
➀ 빌라 “실입주금 1000만 원, 월세 낼 돈으로 내 집을 갖자!”라는 문구로 빌라 구매를 유혹하는 걸 많이 봅니다. 비싸도 너무 비싼 아파트 대신, 현재 가진 돈이 적더라도 안정적인 내 집 마련의 기회로 보이는 빌라 구매를 생각하고 있다면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 할까요.
업계약서에 주의하라 빌라는 아파트와 달리 ‘시세’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 평가라는 것을 하는데요. 신축 빌라의 경우 대부분 대출을 많이 뽑기 위해, 건설업자와 은행간 협력에 의해 감정평가를 최대한 높게 받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업(UP)계약서를 쓰기도 하는데요.
실제 2억짜리 빌라를 2억4천만 원 주고 샀다고 계약서를 한 장 더 써서, 2억 4천만 원의 70%까지 대출 받고 나머지는 후순위 신용대출을 받아 말 그대로 천만 원 주고 집을 살 수 있는 마법을 부립니다. 말이 천만 원이지, 그렇게 해서 집을 사게 되면 대부분 20~30년 장기대출을 받게 되므로 꽤 오랜 기간 이자를 내게 되는데요. 당장 부담이 적은 것 같아도 이자를 합산해 보면 어마어마한 금액이 나옵니다. 이자만큼 집 값이 올라준다면 괜찮겠지만, 문제는 빌라의 가치는 그렇게 올라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건물관리의 어려움 아파트에 비해 빌라의 가치는 왜 그렇게 올라가지 않을까요? 대규모 단지의 집적 효과가 주는 각종 생활의 편의성, 브랜드 가치 등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관리의 문제 때문입니다. 빌라의 장점으로 아파트에 비해 관리비가 절감된다는 것을 꼽는 경우가 있는데요. 사실 이건 단점이기도 합니다. 관리비가 없다는 건 관리사무실이 따로 없어서 체계적인 건물 관리가 이루어지지 힘들다는 의미기도 하죠.
단독주택의 경우 건물 전체를 나 혼자 쓰니까 관리하고 싶은 만큼 관리하고 고치고 싶을 때 고치면 됩니다. 그런데 빌라는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곳이라 함부로 고치기도 힘들뿐더러 이를 조정해주는 관리인도 없습니다. 주차장은 여유롭지 않아 온갖 분쟁의 온상이 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빌라는 사는 순간 가치가 하락하는 상품일 수도 있으나, 돈은 없고 집은 사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마케팅 상품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오랜 실거주가 목적이고 시세차익에 큰 관심이 없는 노인층이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➁ 오피스텔 풀옵션에 관리사무소도 있고 상업지구에 있으니 나중에 임대사업도 노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오피스텔을 구매하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피스텔에도 만만치 않은 위험 요소가 있습니다.
풀옵션의 함정 빌트인으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침대까지 있으면 무척 편리해 보입니다. 그러나 보통 10년을 못 가 수명을 다하게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오피스텔을 거쳐 간 사람이 많을 경우, 고장이 잦거나 위생 문제로 빌트인 가전제품을 금세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빌트인이다 보니 냉장고 바꾸려고 싱크대를 뜯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본래 보유한 가전제품들 처치가 곤란하고, 빌트인 가전을 건드릴 수도 없으니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상업지구의 함정 오피스텔이 상업지구에 있다는 건 내 집 1층에 호프집, 노래방 등등 시끄러운 시설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혼자 살 때야 상관 없을 수 있지만 혹시 결혼이라도 하게 되고, 아이라도 낳게 된다면 생각보다 좋은 주거 조건은 아닙니다. 아이가 마음 놓고 씽씽이 타고 다닐 공간이 없는 경우도 있고요. 주거 안정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상업지구에서의 주거 공간은 메리트가 없다는 뜻이고 이는 나중에 집을 되팔때 가치가 떨어지는 요소가 됩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세금 오피스텔은 엄연히 말하면 주택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주거용 주택에 대한 세금은 관대한데, 그렇지 않은 부동산에 대한 세금은 관대하지 않습니다. 집이 아닌 오피스텔은 세금이 높습니다. 집 살 때 취득세를 높게 내고, 팔 때 양도세 또한 높게 냅니다. 이 높은 비용만큼 되팔 때 가치가 오르려면 사는 사람이 비싼 세금을 주고도 낡은 집을 사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결코 쉽지 않습니다.
➂ 아파트 역시 비싸도 아파트밖에 없겠구나 싶죠. 새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청약 넣고, 분양받아서 준공 후 입주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너무 비싸죠. 돈이 문젭니다. 그래서 종종 10년, 20년 된 아파트를 리모델링해서 새집 느낌을 가미하여 구매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인테리어가 아닙니다. 오래된 아파트는 속이 다 낡았다는 걸 의미하죠. 물이 새거나 녹물이 나오는 등 문제가 허다한 경우가 많아, 인테리어 비용만큼도 회수하지 못하고 되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물게 오래된 아파트 재건축을 노리고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고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 하고 기대하지만 다 옛날얘깁니다. 예전에야 30년 된 5층짜리 아파트를 사서 재건축하게 되면 35층으로 다시 지을 수 있으니 수익성이 높았죠. 그런데 요즘은 대부분 아파트가 20층 정도 됩니다. 재건축 승인 나기도 어렵고, 어찌어찌 재건축을 하더라도 재입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괜히 낡은 아파트에서 고생만 하고 살다가 더 나은 주거 환경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집 값 말고 추가로 고려해야할 비용들은 뭐가 있나요? 집을 구입한 후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집 사기 전, 고려해야할 부대비용을 알려주세요.
내 집 마련 후, 유지비용까지 생각합시다 내 집 하나 있다면 세상 걱정 없을 것만 같은데, 소유에는 엄연히 비용이 발생합니다. 우스갯소리로 로또 당첨된 사람이 금세 빈털터리가 된 이유는 집부터 샀기 때문이란 얘기가 있습니다. 일단 거금 주고 좋은 집을 사는 게 끝이 아니라 그만큼 그 집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는 얘기죠.
- 대출이자: 대출받더라도 갚으면 내 돈 되지만 월세는 그냥 나가는 돈이라 아깝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원금 갚는 건 내 돈 되는 거 맞지만, 대출이자는 월세와 다를 바가 없죠. 집주인에게 주느냐 은행에 주느냐의 차이일뿐. 물론 월세보다 대출이자가 저렴할 경우는 그만큼 비용을 낮출 수는 있겠네요.
- 취득세와 재산세: 취득세율은 취득한 재산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며 취득가액에 따라 1%~3%의 세율을 적용합니다. 재산세는 공시가격의 60%에서 과세표준을 매겨 금액에 따라 0.1~0.4% 세율을 적용합니다. * 취득세 : ‘집’ 이라는 자산을 취득한 것에 대해 내는 세금 * 재산세 : 일정한 재산에 대해 내는 세금
- 각종 유지보수비용: 낡고 고장 난 것들을 고치고 수리하는데 제법 비용이 많이 듭니다. 집합건물의 경우 내 소유 공간 외에도 공용공간을 위한 비용(장기수선충당금)을 내야 합니다.
- 부동산 수수료: 거래 금액에 따라 0.4~0.9% 정도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 추후 매매시 양도세: 양도금액에서 취득가액과 취등록세, 부동산 등의 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해 투자한 금액 등의 필요경비를 뺀 차익에 대해 6%~42%까지 구간별 과세합니다.
- 건강보험료: 재산가액이 높아지면 건강보험료도 높아집니다.
무조건 소유만이 능사는 아니란 얘깁니다. 삶의 시기에 따라 어떤 주거 조건이 적합한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는 일이나 직장이 다소 불안정한 시기에 집을 구매하게 되면 아무래도 적지 않은 구매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주거 위치도 직장과 너무 멀어지게 되면 괜스레 고생스러운 생활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 오르기 전에 무리해서라도 사두지 않으면 내 집 마련의 기회는 사라진다는 공포가 가득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소수의 성공담은 널리 회자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높은 대출 비용 때문에, 직장 출퇴근 거리 때문에, 다시 팔려고 내놨는데 잘 안 팔리는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 말고 안전한 소유를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Edit 이지영 Graphic 이은호 이홍유진
– 해당 콘텐츠는 2020. 06. 25. 기준으로 작성되고, 2024년 03월 02일 기준으로 업데이트됐습니다.
돈 때문에 울고 웃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생활경제 상담 및 코칭을 하고 있습니다. 내 삶의 우선순위에 따라 돈을 배분할 수 있도록 돕는 '적정소비노트’를 개발, 지속가능한 경제생활을 위해 많은 분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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