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by 커피팟

최근 빅테크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팬데믹이 발발했던 2년 전의 데자뷔와 같아요. 바로 빅테크가 현재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가장 큰 승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인데요. 2년 전 팬데믹이 발발했을 때도 빅테크는 팬데믹의 가장 큰 승자가 되어 그 영향력은 더 증폭될 것이라는 예상이 맞아떨어졌죠. 이제는 더 커진 영향력 그리고 (바로 이런 때를 대비해서라고도 할 수 있는) 그간 쌓아놓은 현금을 바탕으로 사업 구조를 더 탄탄하게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요. 

괜히 빅테크 아닌 사업구조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빅테크의 기업가치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어요. S&P 500은 5월 3주 기준 7주 연속으로 하락세를 보였는데, 이는 2001년 테크 버블 이후 가장 긴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가 하면 다우존스 지수는 8주 연속 하락해 1923년 이후 최장 기록을 경신했고요. 

하지만 빅테크 기업이라고 불리는 아마존, 메타, 알파벳,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다섯 회사는 계속해서 성장하는 실적을 만들어왔어요. 이들은 지난 1분기까지 애플 19%, MS 20%, 알파벳 37%, 아마존 14%, 메타 27%의 연간 매출 증가율을 보였죠. 앞으로 팬데믹 시기에 이뤘던 큰 성장을 계속 이어가기는 어렵겠지만, 지난 성장세와 견실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쌓아 올린 자본이 앞으로도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예상이에요. 

📌 떠올려보면 새삼스러운 빅테크 기업의 위상

  • 아마존: 이커머스 중심 기업이 아닌 세계에서 가장 큰 클라우드 기업이에요. 
  • 메타: (지금은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소셜미디어 기업이에요. 
  • 알파벳: 구글과 유튜브를 필두로 한 광고 사업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이 궤도에 올랐어요.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앞장서서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는 회사이기도 하죠. 
  • 애플: 점점 더 지배력을 확보 중인 하드웨어 사업뿐만 아니라 서비스 사업의 성장도 계속되고 있어요. 
  • 마이크로소프트: 팬데믹 와중에 가장 견실한 성장을 이어왔는데요.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더해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는 등 게임 사업을 성장시키고 있어요.

테크 산업의 기업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을, 빅테크 기업은 새로운 사업을 인수하는 기회로 이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어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를 중심으로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규제 추진과 견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큰 규모의 거래는 이뤄지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AI, AR, VR 등 새로운 기술과 엔지니어를 확보하기 위한 관련 스타트업 인수가 향후 몇 개월간 활발해질 것 같다는 건데요. 

금융 데이터 회사인 리피니티브(Refinitiv)에 따르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침체기(2008~2010년) 동안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회사는 100개가 넘는다고 해요. 당시 애플이 인수한 반도체 회사인 P.A. 세미(P.A. Semi)는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적용해 화제가 된 새로운 맥북 프로세서(processor·중앙 처리 장치)의 바탕이 되었고, 구글이 인수한 애드몹(AdMob)은 구글 모바일 광고 사업의 바탕이 되었는데요. 이런 현상을 두고 MIT 경영전문대학원의 마이클 쿠수마노(Michael Cusumano) 교수는 뉴욕타임스의 한 기사에서 “큰 회사들은 더 커지고 자본이 부족한 이들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의 원리가 그렇다”라고 코멘트했어요. 즉, 빅테크 사업은 이미 거대한 네트워크 효과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에도 상대적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거예요.

가시밭길도 예고되어 있지만

물론 앞길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에요. 빅테크 회사들도 각자의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는데요. 광고 수익이 대부분인 메타는 틱톡이 크게 성장하면서 점점 광고 수익을 키우는 것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어요. 애플 아이폰의 개인정보보호 정책 업데이트로 인한 광고 사업 타격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요. 그런가 하면 아마존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기차 메이커 리비안에 대한 투자 수익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애플은 앱 개발사들이 경기가 나빠지는 국면에서 마케팅 비용을 아낀다면 애플의 서비스 매출도 같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죠.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사용하는 비용을 아끼기 시작하면 MS 애저(MS Azure), AWS, 구글 클라우드의 성장세는 느려질 수밖에 없고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를 중심으로 한 움직임 외에도 EU가 도입하는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은 현재 상황을 가장 빠르게 달라지게 할 반독점 규제 법안이 될 예정이에요. 이 법안은 플랫폼 기업이 자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앱을 제거하지 못하도록 하는 걸 금지하고, 새로운 스마트폰에서 사용자가 검색 엔진과 웹 브라우저 등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어요. 개인 정보를 활용한 타깃 광고를 하려면 사용자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절차도 포함해야 하고요.

즉, 이 법이 적용된다면 애플은 애플 앱스토어 말고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구글은 사용자 동의 없이 다른 서비스에서 데이터를 확보해 타깃 광고를 할 수 없고요. 그렇지만 빅테크 기업은 소송을 통해 법안이 적용되는 시점을 몇 년 미뤄 다른 사업을 확대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예요. 이런 믿음이 생길 만큼 경제 상황이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혹은 새로운 변수가 발생한다고 해도 현재의 빅테크는 사업과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자원과 역량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판단돼요.

실제 사례를 하나 들어볼게요. 주요 수익원인 광고 수익 전망이 밝지 않고, 메타버스로의 피벗을 위한 막대한 투자가 큰 손실을 내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하는 메타는 왓츠앱(WhatsApp)을 통한 B2B 수익화를 높이는 중이에요. 왓츠앱 메시지가 기업 메시징 서비스로 더 잘 사용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서비스인 ‘클라우드 API(Cloud API)’를 발표한 건데요. 지난 11월부터 베타 테스트를 해왔고, 최근 열린 메타의 비즈니스 메시징 콘퍼런스에서 대대적으로 공개됐어요. 

왓츠앱의 B2B 태핑 히스토리

2014년 메타(당시 페이스북)는 왓츠앱을 무려 190억~220억 달러(약 24~28조 6,000억 원) 사이 금액으로 인수했어요. 왓츠앱을 활용해 주요 수익원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사용자는 꾸준히 늘어 2022년 1월 세계 20억 명이 최소 월에 1번은 왓츠앱을 사용하고 있죠. 브라질과 남미 전역, 중동, EU 등지에서 특히 많이 사용되는데 이는 메타의 플랫폼 중 두 번째 크기로, 인스타그램보다 큰 수치예요. 

메타가 이중 주목하는 사용자는 고객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중소기업이에요. 원래 SMS로 고객과 소통하던 기업들이 스마트폰 외에 데스크톱, 태블릿 등의 기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전 세계 누구와도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을 보고 왓츠앱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2018년 비즈니스 앱을 출시한 이후 2019년 초를 기준으로 500만 개가 넘는 기업 계정이 생겼어요. 

기업 계정으로 가입하면 자동 답장 기능을 제공하고, 고객 데이터를 과거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열람할 수 있게 해줘요. 이를 위해 각 기업의 서버에 맞춤형으로 기업 메시징 서비스를 운영하고 고객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 비즈니스 온프레미스(On-Premise) API를 제공하고 있고요. 주로 보다폰, BMW, KLM 등 큰 기업이 서드파티와 협업해 온프레미스 API를 설치하고 운영해왔는데, 이번에 클라우드 AP가 새롭게 등장한 거예요. 

수익화를 위한 클라우드 API

매튜 이데마(Matthew Idema) 메타 비즈니스 부사장은 이번 출시를 두고 “비즈니스 온프레미스 API는 서드파티와 함께 작업해야 했기 때문에 번거로웠다. 하지만 클라우드 API는 기업에 소속된 개발자가 직접 가져가서, 이미 쓰고 있는 왓츠앱 소프트웨어에 설치하면 몇 분 이내에 바로 작동한다. 즉, 예전보다 기업의 설치, 운영, 유지가 쉬워졌고 이를 위한 서버 사용료를 따로 낼 필요도 없다”라고 밝혔는데요. 

이데마 부사장의 말처럼 클라우드 API 공개 덕분에 기업은 왓츠앱이 제공하는 심화된 기능을 예전보다 쉽게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게 됐어요. 여기에는 메시징과 함께 데이터 인사이트, 고객 연락처, 프로덕트 카탈로그 등을 볼 수 있는 대시보드가 포함돼요. 해당 대시보드에 기록되는 고객의 정보를 보고 맞춤형으로 신속하게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많은 기업이 이미 사용하고 있을 고객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젠데스크, 트윌리오 등)와도 연동할 수 있죠. 고객 경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예요. 

클라우드 API를 통해 운영할 메시징 서비스의 경우 하루 고객과 대화를 나누는 횟수에 따라 과금해요. 매달 처음 보내는 메시지 1,000건은 무료이고, 이후 대화 당 1~20센트로 가격을 책정했는데요. 가격은 개인용인지 기업용인지, 어느 국가에서 사용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매겨져요. 그동안 왓츠앱을 통해 창출되는 수익은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고 직접적으로 창출되는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 불분명했지만, 클라우드 API를 통해 왓츠앱을 통한 직접 수익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해요.

지금 메타에 필요한 것

메타는 2021년 4분기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페이스북의 사용자 수가 하락하고, 2022년 1분기에는 실적의 성장 폭이 제한적인 상황을 겪고 있어요. 현재 주요 수익 모델의 미래 성장이 불투명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고, 메타버스로의 전환*을 위해서라도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광고 외 새로운 수익원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죠. 

*참고로 메타버스 전환을 주도하는 부서인 메타의 리얼리티랩스(Reality Labs)에는 지난 분기에만 29억 6,000만 달러(약 3조 7,7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갔고, 지난해에는 100억 달러의 손실을 봤어요.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를 구축하는 게) 어려운 작업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시장은 커질 것이고, 그땐 이 투자가 더 큰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다”라면서 지켜보는 이들을 안심시키고 있어요. 하지만 이 베팅이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증거는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메타를 통해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환경이 구축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다들 예상하죠. 

그렇지만 왓츠앱의 활용은 메타가 레버리지 삼을 자원이 충분히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기도 해요. 메타는 이번 발표가 “(왓츠앱 비즈니스의)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강조했지만,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실현할 수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메타 전체 발걸음에 중요한 시작으로도 볼 수 있어요.

Edit 송수아 Graphic 박세희


– 이 글은 2022년 5월 24일에 발행된 커피팟의 뉴스레터에 기반해 2022년 6월 15일(수) 기준으로 재편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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