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만 바라보며 서있는 사람

“안 하면 손해?” 내가 묻지마 투자에 빠진 이유

by 김경일

관심 있는 주식 종목 그래프의 지나간 고점을 보고 냅다 매수를 감행하는 불나방에게도, 나 빼고 다들 하는 것 같아 불안해서 투자해볼까 기웃대는 개미에게도 이유는 있다. 오늘은 “투자할 때 우리는 왜 이럴까" 싶었던 낙관과 불안의 심리를 파헤쳐보자.

도전적인 투자를 저지르는 순간의 심리

한 실험에서 2가지 게임을 만들었다. A게임은 90%의 확률로 20만원을 따고, 10% 확률로 40만원을 잃는다. B게임은 20% 확률로 90만원을 따고, 80% 확률로 5만원을 잃는다. 이때 기대가치(확률과 보상금을 곱한 값의 평균)는 14만원으로 두 게임이 동일하다.

여러분은 둘 중 어느 게임을 하고 싶은가? 보다시피 A게임은 돈을 벌 확률이 높은 대신 금액이 적다. B게임은 확률이 낮은 대신 성공하면 많이 번다. 실험에 임한 사람들은 “둘 중 어느 게임을 하겠는가?” 하고 묻자 대부분 A를 택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험적인 B보다 안정적인 A를 선호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 질문을 살짝만 바꾸면 응답의 양상이 변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이렇게 질문해보는 거다. “게임을 하려면 티켓을 사야 한다. 그런데 두 게임의 티켓 가격이 각각 얼마까지면 사겠는가?“

A게임의 답변을 생각해보자. 내가 90%에 속해도 딸 수 있는 최대 금액이 20만원이므로 이 게임의 티켓 가격을 20만원 넘게 주고 사는 건 말도 안 된다. 당연히 티켓 가격은 20만원보다 훨씬 낮아야 한다. 그렇다면 B게임은? 이번에는 20만원이 넘더라도 티켓을 사서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꽤 생긴다. 따기만 하면 무려 90만원이나 챙길 수 있으니까. 게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 위해 치르겠다는 비용은 A가 아닌 B에 대해서 훨씬 높다. 게다가 이 질문의 끝에는 B게임으로 모험을 한번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다수 등장한다.

재미 있지 않은가. 단순히 둘 중 선택하라고 하면 A를 고르면서, 얼마나 지불하겠느냐고 하면 B에 더 많이 쓰겠다고 하는 것이 말이다. 이를 두고 심리학에서는 선호도 반전(preference reversal) 현상이라고 부른다.

선택할 때는 비관적, 얼마 쓸지 고민할 때는 낙관적

자, 그러면 이 흥미로운 불일치는 왜 일어나는 걸까? 위 실험을 하는 동안 안구운동 추적장치(eye tracker)라는 실험 장비를 사용해봤다. 1초당 사람의 눈이 몇 회, 어디를 응시하는지 추적하는 이 장치로 피실험자들을 관찰한 결과는 이렇다.

“두 게임 중 뭘 선택할래?”라고 물으면 사람들은 ‘확률'을 쳐다본다. 그러니까 A게임의 90%에 주목하고는 A게임을 선택한다. “선택은 확률의 문제"라는 말이 꼭 맞다.

“게임 티켓을 사는 데 얼마까지 쓸래?”라는 질문을 들으면 사람들은 ‘벌 수 있는 돈'을 쳐다본다. 그래서 이때 사람들은 B게임의 90만원을 응시하고는 더 큰돈을 쓰겠다고 마음먹는다. 선택의 순간에는 확률에 집중하고, 투자의 양을 고민할 때는 그 투자로 가져올 수 있는 금액의 크기를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같은 문제나 현상에 놓였으면서도 ‘비관과 낙관'이라는 정반대의 관점을 얼마나 쉽게 오고가는지 알 수 있다. 선택의 상황을 만들면 사람들은 A게임처럼 이른바 될 것 같은 것을 선택한다. 결코 모험하지 않는다. 하지만 투자의 양을 물으면 사람들은 이제 확률이 낮더라도 가져올 수 있는 것이 큰 B와 같은 대안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그러고는 더 모험적으로 변하곤 한다.

저성장, 물가 상승 등 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너무 많은 요즘 사회에 이를 대입해보자. 전문가들은 단기간 안에 끝날 일이 아니므로 위험 요인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은 냉정해야 한다고, 섣부른 낙관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위험 요인과 관련된 사항들은 좋은 선택이어야 하며, 따라서 확률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나의 미래를 준비할 때는 선택보다는 투자의 관점이 필요하다. 즉, 얼마나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세도 필요한 것이다.

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눈앞의 위험 요인을 무릅쓰는 재무적 결정을 할 때는 ‘고르시오'를 포함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 하며, 그 이후 미래를 위해서는 ‘얼마나 쓸 것인가'가 적합하다. 재테크의 진리인 ‘달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담는 것'이 관점에 있어서도 필요한 것이다.

묻지마 투자와 불안한 마음의 상관관계

투자에 임할 때 중요한 변수가 또 있다. 누구를 믿을 것인가, 어떤 단서가 주어졌을 때 내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같은 것들이다. 판단 오류를 범할까 두렵고 어려운 것은 인간의 숙명이라고 여겨왔지만 잘못된 판단 뒤에는 ‘불안한 마음'이 있다는 것이 최근 한 실험에서 밝혀졌다.

미국 브라운대학의 심리학자 오리엘 펠드만홀(Oriel FeldmanHall) 교수 연구진에 의하면 “우리는 불안할 때 누구를 믿어야 할지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지금부터 실험 과정을 살펴보자.

✱Lamba, A. Frank, M.J., FeldmanHall, O. (2020). Anxiety impedes adaptive social learning under uncertainty. Psychological Science, 31(5), 592-603.

연구진은 신뢰게임(trust game)이라는 일종의 투자 게임을 변형했고, 실험에서 참가자는 세 가지 유형의 1,2,3번 인물들과 투자게임을 하는 상황에 놓여진다. 게임의 상대방인 인물들은 모두 익명이며, 참가자와는 컴퓨터로만 소통한다. 이때 1,2,3번 인물들은 사실 모두 가상이고 참가자는 셋 중 누구와 게임을 하든 각 유형별로 결정되어 있는 결과를 통보받게 된다.

이제 게임을 시작해보자. ① 참가자는 1달러를 가지고 총 84회에 걸쳐 투자게임을 한다. ② 게임의 상대는 1,2,3번 인물 중 랜덤한 순서로 돌아가며 배정된다. ③ 매회마다 참가자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 돈을 건넨다. ④ 그러면 상대방은 참가자가 건넨 금액의 4배를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참가자가 1달러를 주면 상대방은 4달러의 수익이 생긴다. ⑤ 그러고 나면 상대방은 참가자에게 미리 설정된 유형별 배분 방식에 따라 수익을 다시 돌려준다.

상대방 중 1번 인물은 처음에는 절반을 나눠준다. 이후 점차 배분율을 줄이다가 중반 이후 다시 배분율을 늘린다. 2번 인물은 처음에 절반에 못 미치는 금액을 나눠주고 이후 배분율을 더 줄이다가 중반 이후 배분율을 늘린다. 3번 인물은 처음에는 적게 주다가 점차 배분율을 늘리고 중반 이후 다시 배분율을 줄인다.

참가자는 매회 돌아가며 1,2,3번 인물을 상대하면서 각 28회씩 총 84회 게임을 치르게 된다. 만약 상대방이 무조건 수익의 ¼ 이상을 줄 거라고 예상하면 최대한 많은 금액을 주는 게 이익이다. 하지만 ¼ 미만으로 받게 될 거라 예상하면 돈을 주지 말아야 하는 게 맞는 계산이다.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상대방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조건과 슬롯머신(기계)라고 생각하는 조건도 나누었다.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

불안해서 뛰어드는 투자는 잠시 넣어두세요

첫 번째, 참가자는 상대방을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보다 슬롯머신이라고 생각할 때 더 많은 돈을 투자했다. 게임에서는 회당 평균 5센트를 더 주는 모습을 보였다.

두 번째, 첫인상도 투자액을 결정했다. 참가자는 1번 인물, 즉 처음에 돈을 많이 돌려주는 사람에게 더 많은 돈을 투자했다. 그리고 이 성향은 상대방이 슬롯머신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 더 강하게 나타났다.

세 번째, 불안한 사람들은 슬롯머신에 대해 불안하지 않은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을 보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상대방을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였다. 불안한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금액을 상대방에게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불안처럼 인간이 싫어하면서도 삶의 거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또 있을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는 불안한 마음이 들 때 신뢰 판단에 있어 이성적인 계산이 흔들리고, 나에게 수익을 적게 돌려주는 사람에게 필요 이상의 금액을 투자하는 오류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니까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불안해서 투자하는 것이다. 이 타이밍을 놓칠까봐 불안해서, 나 빼고 모두 뛰어든 것 같아 불안해서, 경기가 안 좋으니까 불안해서 결정하는 건 위험하다. 그럴 때일수록 잠시 불안을 다독이는 시간과 상황을 만들고, 평상심이 돌아왔을 때 움직이자.


Edit 주소은 Graphic 이은호, 함영범

– 해당 콘텐츠는 2023.4.12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 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토스팀 브랜드 미디어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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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인지심리학자이자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인지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아트 마크먼 교수의 지도하에 인간의 판단, 의사결정, 문제해결, 창의성에 관해 연구했다. 다양한 기관・매체에서 강연하며 ‘생각의 작동 원리'를 알리고 있다. 인지심리학을 바탕으로 ⟪지혜의 심리학⟫과 ⟪적정한 삶⟫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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