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투자 실패로부터 배우지 못할까
ㆍby 김경일
사람들은 실패와 손해로부터 배우는 법을 ‘끈질기게’ 모른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말이 있다. 이는 우리 모두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통해서 지켜보고 있듯이 개인의 삶에서나 사회 전반에서나 꼭 필요하다. 공교롭게도 최근 주식과 부동산 등 각종 투자에서 금전적 손실과 더불어 실패감을 맛본 분들이 많은데, 이들 중 상당수가 그 실패로부터 좌절은 온전히 경험하지만 실제로 배우는 것은 적은 것을 자주 목격한다.
실패했던 사람들 중 일부는 이후에도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면서 이른바 ‘운’에 다시 한 번 모든 것을 건다.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이제 다시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전자의 경우 또 돈을 잃을 확률이 높고, 후자의 경우 당분간 돈을 잃지 않더라도 어느 시점에는 후회와 아쉬움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가능성을 뒤로한 단순한 포기이기 때문이다.
직접 투자에 손 대면 패가망신이라고 외치던 사람들도 시간이 흐르면 무언가 투자의 성과를 본 사람들이 다시 눈과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때 벌어지는 일은? 이전에 했던 막연한 투자 방식을 반복하고 만다. 그리고 다시 빈털터리가 된다. 도박사의 삶과 패배주의가 교차하는 서글픈 악순환을 계속하면서 우리는 생각한다. 투자 실패와 손해(심지어 당장 눈앞의 금전적 손해)가 계속되어도 어째서 배우는 게 별로 없을까?
바로, 실패는 슬쩍 덮어두고 성공만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들을 무심코 그리고 무수히 놓치기 때문이라고 심리학자들은 설명한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이 과정을 절묘하게 보여준 연구✱를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의 저명한 심리학자 아일렛 피스바(Ayelet Fisbach) 교수와 로런 에스크레스-윈클러(Lauren Eskreis-Winkler) 박사가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를 보면 우리가 실패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이유와 해결책을 실감할 수 있다. ✱Eskreis-Winkler, L. & Fishbach, A.(2020). Hidden failure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57, 57-67.
연구진은 참가자 100명에게 세 개의 상자를 제시하고 그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세 상자 중 어느 것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나오는 결과는 각각 다음과 같다. 1센트 손실, 20센트 획득, 그리고 80센트 획득. 물론 어느 상자가 어떤 결과를 지니고 있는가를 사전에 알 수는 없다. 각 참가자들에게는 2개의 상자를 고를 기회가 주어졌다. 그런데 참가자가 어느 상자를 골랐느냐와 상관없이 연구진은 무조건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첫 번째 고른 상자는 1센트를 잃는 것이네요. 그리고 두 번째 고른 상자는 20센트를 획득하는 것입니다.”
이후 연구진은 이 결과를 받아 든 사람들에게 순서를 기다리는 다음 참가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이 고른 상자 중 한 개의 위치를 알려줄 수 있다고 귀띔해준다. 1센트 손실을 보는 상자와 20센트 획득하는 상자 중 하나를 알려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잘 생각해보자. 다음 참가자가 최대한 큰 수익을 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바로 1센트 손실 상자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1센트 손실 상자가 어느 것인지를 알려주면 다음 참가자는 그 상자를 피해 20센트와 80센트 획득 상자를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참가자 중 59%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음 참가자에게 자신이 성공한 20센트 상자의 위치를 알려준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다음 사람은 두 개의 상자를 고를 때 1센트 손실이 나는 것을 고를 수도 있게 된다. 실패(손실)할 상자의 위치를 알지 못하게 되는 셈이니 말이다. 더욱 중요한 건 다음 사람을 잘 돕게 되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설정해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손실 상자를 알려주지 않은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히겠다는 나쁜 마음으로 한 행동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실패보다는 성공을 말하는 것을 더 선호한 것뿐이다.
성장은 ‘여기까지 해보는 사람’에게 온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다음 참가자가 나의 실패를 거울 삼아 더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싫어서? 실험 결과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입장을 바꿔서, 연구진이 참가자들에 이전 참가자가 나에게 어떤 상자의 위치를 알려주면 좋겠냐고 질문을 했을 때도 참가자들의 62%가 1센트 손실이 아닌 20센트 획득한 상자의 위치를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은 앞 사람의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자체를 잘 의식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다음 사람에게도 자신의 성공을 공유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고 보면 다른 투자의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손실을 입은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폭망했다는 이야기를 마지못해 하거나 푸념을 늘어놓을 뿐이다. 상대방 역시 그 이유를 자세히 들어보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실패했을 때는 배우는 것도 없고 남는 교훈도 없다. 사람은 새로운 학습이 없는 한 익숙한 방식을 고수하기 때문에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게 당연하다.
이를 금전적 투자보다 더 넓은 분야에 응용한 연구들을 보면,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혹은 연구자든 자신의 성공보다 실패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때 스스로도 더 많은 학습과 개선 효과를 얻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 싱킹⟫과 ⟪커리어 하이어⟫의 저자이자 인지심리학의 대가인 텍사스대학 심리학과 아트 마크먼(Art Markman) 교수는 심지어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해의 가장 큰 실패를 축하해 주는 자리를 연말에 가져보라. 그렇게 함으로써 당사자는 통찰력을 지니게 되고 듣는 사람들은 해당 실패의 원인이 되는 가장 큰 골칫덩어리를 자신들의 일에서도 쉽게 제거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자신의 실패를 직시하고 회고하는 것, 이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도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이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자신이 훨씬 더 많은 개선점들을 깨닫게 되는 것은 실패가 주는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분명한 사실은, 일에서도 투자에서도 자기 자신을 계속해서 성장시키는 것은 ‘여기까지 해보는 사람'임을 기억하자.
Edit 주소은 Graphic 이은호
– 해당 콘텐츠는 2023.6.23.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 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토스팀 브랜드 미디어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인지심리학자이자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인지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아트 마크먼 교수의 지도하에 인간의 판단, 의사결정, 문제해결, 창의성에 관해 연구했다. 다양한 기관・매체에서 강연하며 ‘생각의 작동 원리'를 알리고 있다. 인지심리학을 바탕으로 ⟪지혜의 심리학⟫과 ⟪적정한 삶⟫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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