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치열해지는 전기차 시장 경쟁

by 커피팟

현재 진행형인 전기차 배터리 소재 변화와
OTA 업데이트

Editor’s Note

쉽고 재밌는 해외 비즈 뉴스레터 ‘커피팟(COFFEEPOT)’과 함께 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라운지> 6화는 점점 커지는 전기차 시장에서 어떤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지 소개해요.

1. 새로운 배터리 개발 경쟁

무려 11년 전에 전기차 리프(leaf)를 출시해 테슬라 등판 전까지 전기차 시장에서 선구자 역할을 해왔던 일본 자동차 제조사 닛산(Nissan)이 2조 엔(약 20조 8,100억 원)을 향후 10년 동안 전기 자동차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어요. 닛산의 발표가 최근 대대적인 투자와 비전을 발표하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보다 더 빠르고 원대하다고 보기는 힘든데요. 눈에 띄는 부분은 하나 있어요. 바로 완전 전고체 배터리(ASSB⋅All-Solid-State-Batteries) 개발을 위해 2026년까지 전체 투자금 중 12억 달러(약 1조 4100억 원)를 투자하고 2028년부터 ASSB 차량을 대량생산하겠다는 거예요.

전고체 배터리에 드라이브를 건
일본 자동차 제조사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사용되는 이차전지의 다음 세대로 불리는 전지예요. 이차전지는 크게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양극재와 음극재는 전해질 역할을 하는 액체 물질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이온을 주고받아요. 여기에 양극재와 음극재 두 탭이 서로 닿지 않도록 분리막을 세워두는 형태가 이차전지의 모습이고요. 그런데 이 중 전해액은 액체인 만큼 불안정하고 무겁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 소재를 고체로 바꿔 이차전지로 만드는 것이 전고체 배터리의 개념이에요. 그러니까 지금 배터리보다 더 안정적이고 가벼우며 용량이 높은 꿈의 배터리인 셈이죠.

그래서 많은 자동차와 배터리 제조사가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되긴 어려워 보여요. 전고체 배터리가 상품성을 가지려면 15분 내외의 충전 시간을 달성하고 우수한 성능 대비 가격이 저렴해야 하는데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거죠. 전문가들은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시점이 적어도 2030년은 지나야 할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닛산이나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이 2020년대 중반까지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성공하겠다고 선언했으니 몇 년 안에 배터리 기술의 진보가 일어날지 흥미롭게 지켜볼 포인트예요.

*도요타는 얼마 전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콘셉트카를 공개하고,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는 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어요.

테슬라는 당장의 보편화 대안으로

반면, 테슬라는 LFP(Lithium Iron Phosphate⋅리튬인산철) 배터리로의 전환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어요. 전고체 배터리가 기존 이차전지 대비 진보된 형태의 배터리라면, LFP 배터리는 다운그레이드에 가까운 변화인데요. 니켈, 코발트, 망간이 사용되는 기존 이차전지 대비 용량이 낮고 부피는 큰 저효율 배터리지만 그만큼 값이 싼 게 최대 장점이에요. 컨설팅사 맥킨지의 리포트에 따르면 LFP 배터리는 니켈 배터리보다 무게는 4% 늘어나지만 비용은 20% 절감된다고 해요. 니켈을 쓰지 않아 수급 이슈에서 자유로운 점도 좋고요.

작년,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보급형 전기 자동차의 가격을 2만 5천 달러(약 2,950만 원) 이하로 낮춰 전기자동차 사용률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건 적이 있는데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안에 들어가는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게 선결과제에요. 즉, 배터리 소재에 변화를 주겠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실제로 고급형 전기차에는 니켈을 사용한 배터리를 쓰되 보급형에는 LFP 배터리를 쓰겠다는 조건을 내걸었고요. 업계 1위의 전기차 제조사가 배터리 소재의 방향을 트니 산업 전체도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지속가능한 대안일지는 지켜봐야

그동안 LFP 배터리는 중국 외의 다른 시장에서 사용되지 못했어요. LFP가 보편화한 중국에서 개발한 핵심 특허를 사용하는 데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 특허권의 존속기간이 내년에 만료되면서, 사용이 자유로워질 것으로 예상되고요. 덕분에 범용 배터리로 사용될 수도 있는 움직임들이 생겨나면서 배터리 소재를 LFP로 바꾸는 것의 기폭제가 되고 있어요.

테슬라는 올해 초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델3에는 LFP 배터리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는데요. 지난 9월, 다시 미국의 모델3 예약자를 대상으로 니켈 배터리가 아닌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받을 의사가 있는지 물어봤다고 해요. 벤츠도 3년 뒤부터는 EQA와 같은 엔트리 모델에는 주행 가능 거리가 짧은 LFP 배터리를 탑재한다고 하고요. 포드나 폭스바겐도 관심을 보이며 아마 근거리 배달용 벤에 LFP 배터리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돼요.

다만 싼 재료를 쓰는 만큼 니켈과 코발트 기반 배터리 대비 (향후 수익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폐배터리의 재사용 가치가 떨어져요. 이로 인해 자동차 제조사에 조삼모사 격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LFP 배터리의 확장 가능성을 마냥 확신할 수는 없어요.

2. 전기차 소프트웨어 경쟁

이번에는 소프트웨어 이야기를 해볼까요. 몇 년 전부터 테슬라는 내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경험을 보여주고 있죠. 스마트폰과 동일한 OTA(Over-The-Air) 업데이트 방식으로 차량 구매 후 지속해서 제로백 단축이나 자율주행 성능이 추가돼, 차량의 성능이 오히려 구매 당시보다 좋아질 수 있는 구조예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도 몇 년 전부터 테슬라의 이런 업데이트 방식에 관심을 보였지만 당시에는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나 정비, 오류 수정의 목적에 국한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하지만 이제는 전통적 자동차 제조사도 소프트웨어가 옵션이 아니라 핵심 성능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소프트웨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어요.

가까운 미래로 온 OTA 업데이트

가장 최근 주목을 받은 건 올해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푸조의 합병으로 탄생한 스텔란티스(Stellantis)의 계획인데요. 2025년까지 소프트웨어와 전동화 전환 작업에 최소 300억 유로(약 40조 원)를 투자하고 BMW, 웨이모(Waymo)와 협업해 자율주행 능력을 끌어올리면서 완전 AI 기반의 기술 플랫폼을 선보이겠다고 밝혔어요. 특히 지프, 크라이슬러, 푸조 등 스텔란티스의 14개 브랜드 각각에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하고, 소비자가 자동차를 이용하는 기간 내내 OTA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계획이에요. 전기차 전환의 후발 주자인 만큼 지금까지 차량 판매와 관리 방식을 완전히 바꿔버려 빠르게 쫓아갈 채비를 하겠다는 거죠.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폭스바겐도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하고 있어요. 폭스바겐은 지난 9월 주력 전기차 라인인 ID.모델에 OTA 업데이트 방식을 도입한다고 밝혔는데요. 약 12주에 한 번씩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업그레이드한다고 해요. 폭스바겐은 차량 판매나 리스 후에도 제조사가 소비자와 계속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는 걸 큰 장점으로 여기고 있어요. 또, 운전자가 여행 어시스트, 특정 목표지점까지의 자율주행, 자동차 배터리 수명 체크와 같이 필요할 때마다 특정 기능을 주문할 수 있게 지원해 소프트웨어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요.

큰 기대를 받는 신생 전기차 제조사 리비안(Rivian)도 OTA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한다고 밝혔어요. 픽업트럭으로서의 오프 로드 성능이나 트렁크의 부엌 옵션으로 캠핑족을 노린 셀링포인트도 있지만, 차량 내부에 커다랗게 자리 잡은 16인치 패널을 통한 이용자와의 인터랙션이 주요 경쟁력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돼요. 현재 주력 차종인 R1T의 화면 인터페이스는 테슬라와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는데요. 향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더 사용자 친화적이고 다양한 엔터테이닝 기능을 넣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어요.

자동차 = 아주 큰 스마트폰으로

2년 내 세계 2위 전기차 생산자가 되겠다는 포드(Ford)도 당연히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있어요. 작년과 올해 전 세계적으로 픽업트럭 돌풍을 일으킨 주역, F150의 전기차 버전 F150 라이트닝 양산을 준비 중인데요. 지난 9월 테슬라를 거쳐 애플 자동차 프로젝트의 최고 담당자였던 더그 필드(Doug Field)를 영입했어요. 그는 자율주행으로 운전자의 눈과 손에 자유가 생김으로써 자동차의 역할이 이동 수단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홈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 게임 플랫폼, 컨퍼런스 룸의 역할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봐요.

더그 필드는 예를 들어 다섯 명의 친구가 돈을 모아 하나의 차를 사고, 각자 이용할 때 본인에게 맞는 버전을 선택해 서로 다른, 완전히 본인의 차처럼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해요. 사람들이 휴대폰 외관으로 자신을 표현하기보다는 소셜미디어 채널로 본인의 개성을 드러내듯이 차량의 외형에 관심이 줄어들 것으로 보는 거죠. 물론 람보르기니나 페라리와 같은 최고급 스포츠카의 경우 취향으로 남겠지만 언제까지나 주류는 아닐 거라는 의견이에요.

또한 더그 필드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플랫폼으로 차량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지기에 생산 라인을 지금처럼 다양하게 구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요. 포드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투자 계획과 생산 계획을 내놓을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회사의 방침이 더그 필드가 그리는 방향으로 간다면 포드의 생산⋅운영 방식도 새로운 시대에 맞게 바뀔 것으로 보여요.

칩은 어떻게 할 건데?

자동차가 똑똑해지기 위해서는 반도체(칩)가 필수죠. 지난주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밝힌 스텔란티스의 CEO 카를로스 트래버스는 소프트웨어가 핵심인 상황에서 반도체를 외부계약에만 의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어요. 그래서 투자 계획 중에 (애플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바로 그) 폭스콘(Foxconn)과의 양해각서(MOU)를 포함했는데요. 필요한 반도체 물량의 80% 이상을 이번 폭스콘과의 협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급 받겠다는 계획이에요. 반도체 수급 이슈는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커넥티드-자율주행-전기차를 만드는데 직면한 과제인데, 스텔란티스가 구체적인 수급 안정화 방안을 제시한 거죠.

실제로 자동차 제조사들이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루트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향후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자동차 제조사들은 올해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차량을 준비한 만큼 판매하지 못했는데요. 여기에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를 더 많이 생산하고 소프트웨어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면서 반도체 수요는 더 올라갈 예정이에요. 게다가 자동차에는 성능이 낮은 반도체와 5G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고성능 반도체가 혼재되어 들어가고, 앞으로는 인명을 책임지는 자율주행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한 차원 높은 설계와 스트레스가 필요하죠. 그렇기 때문에 향후 1~2년 이내에 확실한 반도체 수급 대책을 세우지 못한 자동차 제조사의 전기차 로드맵은 그저 계획으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요.

Writer 캐롤라인, 커피팟에서 전기차 트렌드와 그 후방산업인 배터리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요


Edit 송수아 Graphic 박세희

본 글은 2021년 12월 3일, 12월 14일에 발행된 커피팟의 뉴스레터에 기반해 2022년 1월 20일(목) 기준으로 재편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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