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과 고물가, 그 사이에서 ‘그린플레이션’ 을 외치다

by 박지수

🔖 이번 주 경제 용어 그린플레이션

친환경 정책과 기술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면서, 물가도 덩달아 상승한 현상을 말해요.

그린플레이션 (Greenflation)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물가 상승을 가리키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입니다.

물가 오르는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가격이 급작스레 오르는 상품 뒤에 ‘-플레이션(팽창)’을 붙인 단어들을 종종 만날 수 있는데요. 사과 가격이 오르면 ‘애플레이션’, 우유 가격이 오르면 ‘밀크플레이션’, 설탕 가격이 오르면 ‘슈가플레이션’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좋은 의도로 녹색 경제로 가는 길에, 왜 물가 상승이라는 불청객을 동행하는 걸까요? 그린플레이션을 발생시키는 요인을 크게 3가지로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친환경 에너지 개발의 높은 투자 비용

태양열 패널 및 풍력 터빈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는 비용은 화석 연료 발전소를 설치하는 비용보다 높습니다. 게다가 친환경 에너지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이 어렵고, 에너지 저장 기술도 아직은 미흡한 편이에요. 친환경 에너지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둘째, 친환경 제품·포장재 제조 비용 증가

친환경 제품이나 포장재 등을 만들려면 기존 방식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듭니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환경 규제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거든요. 예를 들면 탄소 배출 규제*나 에너지 효율 기준 등 친환경 정책은 기업에게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탄소 배출권: 기업이 일정 기간 동안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을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는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

셋째, 친환경 소재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원자재 및 소재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 상승을 불러옵니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실리콘, 풍력 발전에 필요한 철광석, 2차 전지 제조에 필요한 리튬·코발트·니켈 등의 수요가 증가했는데요. 이러한 소재들은 채굴량이 제한적이고 공급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직 친환경 기술은 초기 상용화 단계입니다.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 양이 적고 효율성은 낮으니, 비용이 높아지는 특징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가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 하는 것처럼, 친환경 기술도 성장 단계에 머물러 있는데요. 차차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고 친환경 에너지 또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게 된다면, 그린플레이션 같은 현상도 안정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건설경기 내년까지 부진…공공주택 확대가 해법? (비즈와치 2024.3.18)

건설경기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경기침체와 금리인상, 공사비 상승과 맞물려 건설수주, 건축허가, 착공, 분양 등 건설 선행지표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건축 착공면적은 10년 평균의 60% 수준에 그친 상황이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 경제금융실장은 18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현안 대응을 위한 릴레이 세미나'에서 "건설 선행지표가 부진해 단기적으로 건설경기 침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건정연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설자재 가격은 3년간 35.6%, 건설공사비지수는 26.1% 상승했다. 이는 최근 40년과 비교해도 가장 큰 상승폭이다. 과거 오일쇼크, 환율급등 등 개별 요인으로 건설자재 가격이 올랐다면 최근엔 전쟁, 지역봉쇄과 같은 외부요인까지 더해져 상승폭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2021년 철강재, 금속재가 크게 올랐고 2022년부터 최근까지 시멘트, 레미콘 등 비금속광물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후 건설자재 가격이 안정화되긴 했지만 그린플레이션(친환경+인플레이션) 등으로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게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 분석이다.(중략)

최근 건설 업계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팬데믹이 길었고, 금리 인상기 또한 지속되면서 건설 투자가 대폭 줄어들게 되었는데요. 이로 인해 건설 자재 가격이 3년 동안 35.6%, 건설 공사비가 26.1% 상승함으로써 건설사들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이후 건설 자재 가격은 점차 안정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 원자재 수요가 늘어난데다 원자재를 채굴할 때 지켜야 하는 친환경 규제가 많아지면서, 건설 자재 가격이 다시 오르는 것 아닐까 우려의 목소리가 많아요.

그린플레이션으로 인해 건설 비용이 오르면, 건설 업계의 침체기 또한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원자재 수급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정부는 친환경 정책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하여 건설 업계의 부담을 덜어주는 등 여러가지 노력이 필요해 보여요.

그린플레이션은 건설 업계 뿐 아니라 우리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유럽의 경우 전기세가 LNG(액화천연가스) 가격과 완전히 연동되어 있어 전력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에 완전히 노출됐고, 물가 상승에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우리나라도 식자재 물가가 상승하며 식당가 모습이 바뀌었죠. 기본 반찬 개수가 대폭 줄기도 했고, 무료 리필이 어렵다는 운영 방침을 내건 곳도 생겼습니다.

이렇게 친환경 정책으로 인한 물가 상승 현상은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환 속도를 너무 빠르게 유지하기엔 힘듭니다. 그렇다고 친환경으로 가는 길목을 막을 수는 없어요. 더 장기적으로 보면 언젠가는 그린플레이션을 넘어서는 또다른 인플레이션이 등장할 수도 있으니까요.

즉, 지금처럼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그린플레이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으로 보입니다. 친환경에 대한 장기 투자, 기술 개발, 수급처 다변화 등이 필요하고, 기업들의 친환경 기술 및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정부도 친환경 관련 규제를 조정할 필요가 있겠죠.

지금 친환경 에너지를 위한 비용이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먼 훗날 환경 문제로 인해 인간이 경험하게 될 고통을 고려한다면, 지금이 가장 저렴하게 대비할 수 있는 시점일 수도 있습니다.

  • 그린텍소노미(Green Taxonomy):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한 것. 2020년 6월에 유럽 연합(EU)에서 처음 발표하였으며,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 탄소중립: 개인, 회사, 단체 등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 이후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 RE100: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 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발족되었으며, 한국에서도 LG,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다수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하고 있어요.

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함영범

해당 콘텐츠는 2024.4.11.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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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누구나 경제 공부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자 경제 교육 기업 래빗스쿨을 창업했다. 일상 재테커를 위한 안내서 '래빗노트'를 발행하고, 핵심과 맥락을 이어주는 '신문읽기특훈'을 진행하고 있다. 철학과 역사, 드라마를 좋아하며 성실과 노력은 ‘운’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오는 삶을 믿는다. 『나의 꿈 부자 할머니』 『60일 완성 무조건 모이는 돈 버는 습관』 『어려웠던 경제기사가 술술 읽힙니다』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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