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원유 생산 줄이겠다 발표, 유가에 무슨 일이?
ㆍby 박지수
🔖 이번 주 경제 용어 OPEC+
석유 수출국 기구(OPEC)와 기타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를 말해요.
OPEC(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은 석유 수출국이 모인 국제기구로, 석유 수출국들의 수익을 보호하기 위해 결성됐습니다. OPEC 에서는 회원국 간 석유 정책을 조정하며 석유 공급량과 유가를 주기적으로 관리해요. 세계원유시장의 안정 유지를 목적으로 하며 전 세계 석유 흐름을 관장합니다.
OPEC 회원국은 총 13개국으로 이라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알제리, 나이지리아, 리비아, 아랍에미리트, 앙골라, 가봉, 콩고, 적도기니가 소속되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카타르, 에콰도르는 원래 OPEC 회원국이었지만 중간에 탈퇴했어요.
이밖에도 OPEC 회원국은 아니지만 석유를 생산하는 주요 산유국이 있는데요. 러시아, 멕시코, 오만, 수단, 카자흐스탄 등이 성장하면서 OPEC이 유지해오던 카르텔의 독주에 맞서며 마찰을 빚게 됩니다. 이에 OPEC 회원국과 비 OPEC 산유국이 모인 새로운 협의체가 결성되었고, 이 협의체를 OPEC+ 라 해요.
최근 국제 유가가 지속해서 오르고 있습니다. 올해 1월 배럴당 80달러 수준이던 브렌트유*가 4월 10일 기준 90달러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는데요. 100달러를 넘어 130달러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요. * 브렌트유: 북해의 브렌트 유전에서 생산되는 저유황 경질 원유로, 유가의 지표로 쓰임
이렇게 유가가 오른 것은 2023년 10월 이후 6개월 만이라고 해요. 지금 국제 유가는 왜 오르고 있는 걸까요?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OPEC+ 가 원유 생산량을 줄였어요
OPEC+ 는 석유 시장의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며 유가 변동성을 줄이려 노력하는데요. 원유 생산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석유 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이죠.
지난 3월 OPEC+ 는 원유 생산량을 줄이는 기간을 2분기까지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공급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원유 가격은 오르기 시작했고요.
2. 원유를 찾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올해 중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며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요.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효과가 나타나면, 원유는 물론 구리 같은 다른 원자재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미국은 여름 휴가철 ‘드라이빙 시즌(driving season)'을 앞두고 있어요. 5월 말부터 나들이하기 좋은 여름 날씨가 시작되면 미국에서는 차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요. 운전 거리가 늘어날수록 휘발유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겠죠. 이는 유가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3. 일촉즉발, 중동 지역의 정세가 더욱 불안해졌어요
지난 4월 1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격하면서, 이란의 이스라엘 - 하마스전 참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만약 중동 전쟁이 확대되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힐 가능성 또한 높아지는데요. 원유 공급이 막힐 수 있다는 전망 때문에 유가가 오르고 있는 거죠.
'공급 우려'에 국제유가 100달러 가능성…물가상승 압력 커지나 (연합뉴스 2024.4.8)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멕시코, 미국, 카타르, 이라크의 3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100만 배럴 감소했다.
특히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 (OPEC+)와 맺은 감축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왔으나 최근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또 원자재정보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OPEC 회원국인 아랍에미리트(UAE)도 지난달 중질유인 '어퍼 자쿰'(Upper Zakum) 출하량을 지난해 평균 생산량에 비해 41%나 줄였다.
이와 함께 유럽의 원유시장은 홍해에서 발생한 예멘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수백만 배럴의 원유가 아프리카 남단 항로로 우회하면서 공급이 지연돼 더욱 강한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이밖에 주요 북해 송유관 중단, 리비아 내 정치적 불안정, 남수단 송유관 손상과 함께 러시아 원유 수출에 대한 미국의 제재 등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게다가 미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여야 간 정치적 합의를 계기로 베네수엘라 원유 유통과 판매 등에 부과했던 제재를 일부 완화했으나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애초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고 하자 이번 달 제재를 재개할 수도 있어 공급 차질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공급 감소와는 대조적으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정유업체들이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도로로 쏟아져 나오는 등 휘발유 소비가 최고조에 달하는 여름철에 대비해 생산량을 늘릴 준비를 하는 데다 미국과 중국 제조업 활동도 연료 사용량 증가를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유가 상승은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으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유가 상승으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이 고조되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략)
최근 중동 지역의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또 오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험은 원유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는 다양한 산업에 필수 원료인 석유 제품의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요.
원유는 정제 과정을 거쳐, 다양한 산업의 원료로 사용됩니다. 비행기·선박·자동차 등 운송 수단에도 필요하죠. 이에 따라 원유 가격의 변동성은 생산 비용과 운송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제품 최종 가격이 오르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연쇄적인 가격 상승은 경제 전반에 걸친 물가 상승을 불러올 수 있고요.
지난해 높은 물가 상승률로 인해 많은 국가가 기준금리를 인상했었는데요. 최근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하던 중이었어요. 그런데 유가 가격이 심각하게 오른다면,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 또한 높아지겠습니다.
- 호르무즈 해협: 서남아시아의 아라비아 반도와 이란 사이에 있는 페르시아 만과 오만 만을 연결하는 해협. 해로의 좁은 폭에 비해 많은 선박이 드나들고, 특히 세계 원유 수출의 약 30%를 담당하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상 중요한 지역이에요.
- 정제마진: 석유를 가공하여 최종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할 때의 이익을 나타내는 지표. 즉, 정유 공장이 한 통의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디젤, 등유 등 여러 종류의 석유 제품으로 만들었을 때, 원유 구입 가격과 이 제품들을 판매해 얻은 수익의 차이를 의미해요. 정제마진이 높을수록 정유 기업은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겠죠.
- 오일쇼크: 석유 파동이라고도 불리며, 석유 수출국들이 석유 수출을 줄이거나 끊어서 석유 가격이 급격하게 올라 경제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해요. 1973년과 1979년 두 차례 발생했으며, 세계 경제에 큰 혼란을 불러 왔어요.
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함영범
해당 콘텐츠는 2024.4.18.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누구나 경제 공부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자 경제 교육 기업 래빗스쿨을 창업했다. 일상 재테커를 위한 안내서 '래빗노트'를 발행하고, 핵심과 맥락을 이어주는 '신문읽기특훈'을 진행하고 있다. 철학과 역사, 드라마를 좋아하며 성실과 노력은 ‘운’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오는 삶을 믿는다. 『나의 꿈 부자 할머니』 『60일 완성 무조건 모이는 돈 버는 습관』 『어려웠던 경제기사가 술술 읽힙니다』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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