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앞장서는 기업에 미래가 있다
ㆍby 박지수
🔖 이번 주 경제 용어 ESG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만 딴 용어로,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의미해요.
ESG는 2000년대 초반에 UN 사무총장 코피 아난이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기업에 투자하라’고 제시하며 생겨난 용어입니다. ESG 성과가 높은 기업이 지속가능한 기업이니 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 이익이라는 논리였죠.
ESG를 생각하는 기업 활동은 어떤 게 있을까요? 가장 대표적으로 환경(Environment)의 쉬운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패스트패션은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의류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패션 산업입니다. 다양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며 세계적으로 성장하게 돼요.
하지만 이러한 패스트패션의 번영 뒤에는 심각한 환경 오염 문제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요. 저렴한 가격을 위해 희생되는 것은 바로 제품의 내구성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 옷을 버리고 새 옷을 구매하는 소비 패턴은 막대한 양의 폐기물을 만들어내죠. 매초마다 2.6톤에 달하는 옷이 전 세계에서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있어요. 이 폐기물들은 토양 오염, 대기 오염, 해양 오염 등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패스트패션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물, 에너지, 화학 물질이 소비되고, 폐수와 폐기물이 배출됩니다. 이는 기후 변화, 수질 오염, 생태계 파괴 등의 심각한 결과로 이어졌어요.
그래서 많은 시민 단체들이 패스트패션 불매 운동을 하고, 소셜 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패스트패션의 문제점을 알리며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의류 폐기물에 대한 생산자 책임 제도를 도입하는 등 ESG 관련 규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고 해요. 따라서 패션 기업들은 단순 홍보 차원의 친환경 캠페인이 아닌, 구조적으로 친환경 순환 프레임을 갖추기 위한 투자를 시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내 패션 대기업 ESG 담당 부장은 “패션업의 환경분야의 핵심 과제는 최소한의 신규 자원 투입과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한 순환 싸이클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특히 생산된 제품이 그 용도를 충분히 다할 수 있도록 제품의 품질을 높여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다량으로 발생하는 미판매 재고를 활용하는 방안은 패스트패션이 해결해야 할 큰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사회적 책임(Social)을 다하기 위한 기업활동 사례로는 아디다스의 BOKS가 있는데요.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운동, 피트니스 활동을 무료로 제공했어요. 코로나 펜데믹 때는 온라인으로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속성을 이어갔습니다. 아이들이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도록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해낸 셈이죠.
우리나라에서는 나이키 코리아, 아디다스 코리아가 운동장을 비롯한 체육 시설을 지었어요. 나이키 코리아는 서울시, 초록우산재단과의 협업으로 서울 금천구 모두의학교 앞에 ‘모두의 운동장’을 건립했고요. 아디다스 코리아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안양천 신정교 하부 체육시설에 풋살장과 익스트림 스포츠 파크 신설을 지원했습니다. 어린이를 비롯한 시민들이 안전한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고 건강한 삶을 누리기를 바라고, 더 나아가 해당 스포츠 브랜드를 잘 활용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 것이죠.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유지하기 위한 기업활동 사례로는 애플의 공급망 투명성 보고서가 있어요. 애플은 매년 공급망 책임 보고서를 발행하고, 공급업체의 인권 및 환경 규제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 개선 계획을 수립합니다.
2022년 9월,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라며 4조원을 사회에 환원한 파타고니아의 창업주 이본 쉬나드의 편지가 세상을 감동시켰죠.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말 그대로 ESG 기업의 정석이었습니다.
앞으로는 ESG가 기업에 미칠 영향이 더욱 커질 거예요.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맹목적으로 이익만을 생각하며 활동을 했을 때 창출하는 재무적 이익만 생각하지 않고, 환경과 사회책임,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이 오히려 미래가 있다고 평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지구야 아프지마" 기업이 ESG 경영 나섰다 (매일경제 2024.4.11)
주목할 점은 최근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대상 기업의 ESG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에 직접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관투자자가 의결권 행사 등으로 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것을 조금 어려운 말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처음 도입한 후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을 중심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렇다면 ESG 측면에서 우수한 기업이 좋은 경영 성과를 내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왜냐하면 일반 기업에 비해 더 신경 써야 할 곳이 많아서 추가 비용이 증가하면 수익성이 나빠지는 것이 아닌가 싶기 때문입니다.
여러 연구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ESG가 우수한 기업이 훌륭한 재무 성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일례로 영국 옥스퍼드대 등이 'ESG와 경영 성과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47개 중 41개(87.2%)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합니다(ESG 성과가 좋으면 경영 성과가 좋다는 의미입니다). ESG 투자가 일반 투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존재합니다.
한국의 경우 한 금융회사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ESG 등급을 공시한 기업 151개의 주가 수익률은 평균 4.2%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0.6%를 크게 웃돌았습니다.(중략)
ESG 측면에서 우수한 기업은 경영 성과도 좋을까요? 기업들은 최근 이사회 아래에 ESG 위원회를 두거나 친환경 협의체를 만드는 등 ESG 경영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오히려 이런 ESG 활동이 비용 면에서 부담이 되어 기업의 이윤을 떨어뜨려 주가도 하락하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달랐습니다. 여러 기관에서 조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ESG가 우수한 기업이 훌륭한 재무 성과를 보였고, 국내에서도 ESG 투자 성과가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었죠. 이처럼 ESG를 관리하는 기업일수록 재무 성과도 개선되었다는 것을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ESG 성과가 기업의 시장 가치를 나타내는 ‘주가’와의 상관관계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경, 사회, 경제적 측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개념. 미래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현재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의미해요.
- 그린 본드(Green Bond): 녹색 채권. 환경 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에요.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가치를 지닌 투자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ESG 통상 규제: 유럽연합(EU)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에 상응하는 비용이 부과되거나 자사·협력사에 대한 인권·환경 실사를 의무화하는 지침 등 ESG 요소로 무역 장벽을 강화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등이 있습니다.
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함영범
해당 콘텐츠는 2024.5.23.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누구나 경제 공부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자 경제 교육 기업 래빗스쿨을 창업했다. 일상 재테커를 위한 안내서 '래빗노트'를 발행하고, 핵심과 맥락을 이어주는 '신문읽기특훈'을 진행하고 있다. 철학과 역사, 드라마를 좋아하며 성실과 노력은 ‘운’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오는 삶을 믿는다. 『나의 꿈 부자 할머니』 『60일 완성 무조건 모이는 돈 버는 습관』 『어려웠던 경제기사가 술술 읽힙니다』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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