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기미 안 보이는 슈퍼 엔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by 박지수

🔖 이번 주 경제 용어 슈퍼 엔저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현상을 말해요.

일본 통화인 엔화가 역대급으로 장기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5엔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어, 원래 130엔대 엔화 가치 대비 약 20% 가까이 떨어진 거죠. 또한 원·엔 환율도 100엔당 860원대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왜 엔화 가치가 이처럼 오랫동안 하락하는 걸까요? 가장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커지는 것, 그리고 일본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엔화가 달러를 상대로 34년 만의 최저 수준에 머물면서, 한국과 일본 경제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①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 긍정적인 면: 원·엔 환율 약세로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원자재, 부품, 소비재 등의 비용이 저렴해집니다. 한국 기업들의 생산 비용 절감 및 소비자 가격 안정화로도 이어질 수 있어요. 또한 일본 물가가 저렴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일본 여행이 쉬워집니다.
  • 부정적인 면: 일본과 경쟁하는 산업 분야인 반도체·철강·자동차 등에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어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②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

  • 긍정적인 면: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집니다. 일본 기업들의 외화 수입이 증가하고 환차익에 따른 영업이익 상승 효과도 있고요. 그래서 슈퍼 엔저 현상은 일본 증시 상승 요인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실제로 최근 슈퍼 엔저 현상으로 인해 일본 자동차· 전자 기기 등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들의 영업이익 상승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 부정적인 면: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기업들이 수입하는 상품과 원자재의 가격이 상승하게 되어 기업의 생산 비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또한 수입 물가를 중심으로 소비자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약화되고, 이는 일본의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어요.

정리하면, 슈퍼 엔저로 인해

1) 한국은 수출 감소와 내수 시장 위축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2) 일본은 수출 경쟁력은 높아지지만, 인플레이션에 따른 물가 상승, 일본 국민들의 생활비 부담 및 자산 가치 하락으로 경제 불안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슈퍼 엔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과 일본 경제 모두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요. 두 나라 정부는 환율 안정을 위해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엔화 약세일 때 간다" 올 여름 日 여행 패키지 벌써 동나기 시작 (뉴시스 2024.5.1)

'슈퍼 엔저' 현상이 지속하면서 일본을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노재팬'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발길이 뚝 끊겼던 일본에 다시 한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국내 주요 여행사가 판매 중인 7~8월 일본 여행 얼리버드 패키지의 좌석이 거의 찬 상황이다.

한국 시장에서 철퇴를 맞았던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 등의 실적도 성장하고 있다. 일본 맥주도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수입맥주 가운데 일본맥주가 1위로 뛰어 올랐다.

1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모두투어는 7~8월 성수기를 앞두고 판매 중인 일본 '얼리버드 패키지'의 예약이 이미 80% 마감됐다.

기록적인 엔저가 이어지면서 일본 여행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시간 항공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체 국제선 여객(454만3517명) 중 일본으로 향한 여객수는 186만7575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인 2023년 1분기(1~3월) 133만6342명과 비교해 39.8% 증가한 것이다. (중략)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눌려있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고 있고, 이에 슈퍼 엔저까지 합쳐지면서 일본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사상 처음으로 300만 명을 돌파했어요. 그중 한국인이 가장 많았다고요. 슈퍼 엔저 현상이 지속되는 지금, 일본 여행 수요가 오른 이유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첫째, 엔화가 쌉니다. 지금 원·엔 환율은 최근 10년 중 최저 수준입니다. 앞으로도 한동안 더 엔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지금 일본을 방문하면 3~4년 전보다 체감적으로 물가가 20% 정도 싸다고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둘째, 일본 여행 상품 가격이 저렴해집니다. 엔저로 인해 지난해부터 꾸준히 늘고 있는 일본 여행객들로 항공사는 운항 횟수를 늘렸고, 여행사는 여행 상품을 늘리는 등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셋째, 명품이나 위스키 등 사치재 구입에 유리합니다. 일본 백화점은 프로모션, 할인, 면세 쇼핑 및 다양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외국인 방문객을 유치하고 일본에 있는 동안 더 많은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대상 백화점 할인 카드, 면세, 그리고 슈퍼 엔저를 활용한다면 국내에서 비싸서 못 샀던 물건들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요.

반면 일본 내부에서는 이런 여행객 증가 현상이 반갑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일본이 ‘가성비 좋은 여행지'로 변모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 여행객들이 소비하는 돈을 달러로 환산하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에 국익 측면에서 큰 수혜가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 엔고 현상: 엔저 현상과 반대로 엔화의 가치가 오르는 현상. 일본 엔화가 미국 달러화보다 가치가 높아지면, 수출입 가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본의 대외 수출이 불리해져요. 반면 일본과 경쟁 산업에 있는 우리나라 수출 기업은 상대적으로 수출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엔저 현상과 완전히 반대되는 현상이 일어나요.
  • 플라자 합의: 1985년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5개국이 뉴욕 플라자 호텔에 모여 엔화 가치를 상승시키기로 합의했던 사건. 일본의 수출품으로 미국이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자, 엔화 가치를 상승(엔고 현상)시켜 미국 산업을 보호하려 했어요. 플라자 합의로 인해 일본은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었고 ‘잃어버린 30년’에 접어들기 시작했습니다.
  • 아베노믹스: 일본 전 총리 아베 신조가 추진한 경제 정책.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일본의 디플레이션과 엔고 탈출을 위해 엔화의 가치를 하락시켜 수출을 늘렸어요.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시행된 정책이었어요.

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함영범

해당 콘텐츠는 2024.5.30.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박지수 에디터 이미지
박지수

누구나 경제 공부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자 경제 교육 기업 래빗스쿨을 창업했다. 일상 재테커를 위한 안내서 '래빗노트'를 발행하고, 핵심과 맥락을 이어주는 '신문읽기특훈'을 진행하고 있다. 철학과 역사, 드라마를 좋아하며 성실과 노력은 ‘운’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오는 삶을 믿는다. 『나의 꿈 부자 할머니』 『60일 완성 무조건 모이는 돈 버는 습관』 『어려웠던 경제기사가 술술 읽힙니다』 등 다수의 책을 썼다.

필진 글 더보기
0
0

추천 콘텐츠

연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