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예상치 못한 여름철 요금 폭탄의 이유는?

by 박지수

🔖 이번 주 경제 용어 전기요금 누진제

전기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구간별 더 높은 단가를 적용하는 전기요금 제도를 말해요.

혹시 올여름, 폭염 때문에 에어컨을 계속 틀어두느라 예상보다 높은 전기요금에 놀라신 적 있으신가요? 8월에 사용한 전기 요금이 9월 관리비에 포함된 고지서를 받고 당황하신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요금 때문에 속상하셨을 텐데요. 이는 올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수많은 가정이 경험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 현상의 원인은 바로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입니다.

누진이란 뜻이 가격, 수량 따위가 더해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그에 대한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전기요금 누진제는 전력 소비가 많아질수록 요금이 급격히 증가하는 구조로, 전기 과소비를 억제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현재 전기요금 누진제는 여름철(7월~8월)에 주택용 전기 사용량을 3단계로 나누어 요금을 부과합니다.

예를 들어, 300kWh 이하의 전력을 사용하면 kWh당 120원(1단계) 요금을 부과하지만, 300kWh를 넘으면 kWh당 214.6원(2단계), 450kWh 이상을 사용하면 kWh당 307.3원(3단계)의 요금이 적용됩니다.

기본요금도 300kWh 이하일 때는 910원이지만, 이를 초과하면 1,600원, 450kWh를 넘으면 무려 7,300원이 부과됩니다. 기울기가 가파른 곡선처럼 요금이 증가하는 거죠.

이 때문에 더운 여름철에는 에어컨 사용 등으로 인해 전기 사용량이 크게 늘어, 전기요금이 급격히 상승하게 됩니다. 특히 역대급 무더위가 계속된 올해 여름에는 에어컨을 장시간 틀게 되면서 전기요금 구간이 바뀐 가정이 많았습니다.

"내가 전기 과소비라고?"…8월 최고누진요금 1천만세대 돌파 (연합뉴스 2024.9.30)

일반 가정의 여름 전기 사용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지난 8월 이례적 폭염까지 닥쳐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최고 요금을 적용받는 가구가 1천만 가구를 넘어 가장 흔한 유형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히 다른 집보다 전기를 많이 쓰지 않는 평균적 가정 다수가 '전기 과소비'로 경제적 불이익을 받는 최고 누진 구간에 해당하게 되면서 7년째 그대로인 누진 구간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전력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2천512만가구 중 지난 8월 전기요금 최고 누진 구간인 3단계 가구는 1천22만가구로 전체 가구의 약 40.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가장 싼 요금을 적용받는 1단계 가구는 895만가구, 중간인 2단계 가구는 604만 가구였다.

올해 여름 폭염 여파로 3단계 가구는 작년의 844만명에서 약 21% 급증했다. 작년 8월에는 가장 낮은 요금이 적용되는 1단계 가구가 전체 2천521만 가구 중 993만 가구로 가장 많았다. 2단계, 3단계 적용 대상은 각각 684만가구, 844만가구였다. (중략)

한국전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기요금 최고 누진 구간인 3단계, 450kWh를 넘는 전기를 사용한 가구는 1,022만 가구로 전체의 40.5%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이제 ‘전기 과소비자’로 간주되는 3단계 가구가 평범한 가정에서도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기를 특별히 많이 쓰지 않는 가정도 여름에 에어컨을 좀 더 틀면 전기 요금을 과하게 내야 하는 겁니다.

또한, 누진제는 가구원이 많을수록 더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인 가구가 300kWh를 사용하고 4인 가구가 600kWh를 사용했을 때를 볼게요. 4인 가구의 1인당 사용량은 150kWh로 1인 가구의 절반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요금을 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다자녀 가구나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가정에게는 매우 불합리한 측면이 있죠.

이처럼 현재의 누진제는 최근 현대 사회의 변화한 생활 방식과 경제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냉방 수요와 전자기기 사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누진제의 최고 구간을 적용받는 가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전기 과소비에 대한 처벌적 구조의 전기요금 누진제는 더 이상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요금 누진제가 현실에 발맞추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당장 각 가정에서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절전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해 보입니다. 한국전력공사에서 제안하는 여름철 절전 요령을 참고해볼게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전기 절약 행동 요령 및 절전 권장 사항]

  • 여름철 전력 피크 시간대(오후 2시~5시)에는 전기 사용을 최대한 자제합니다.
  • 사용하지 않는 전자기기의 플러그는 뽑아둡니다. TV, 컴퓨터, 충전기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 실내 온도는 26도 이상으로 유지합니다.
  • 사용하지 않는 공간의 조명은 완전히 꺼두어야 합니다.
  • 실내 냉방기기의 온도를 한 단계 낮게 설정합니다. ‘강’ 대신 ‘약’으로 설정하는 것이죠.
  • 세탁기는 한 번에 모아서, 식기세척기도 한 번에 가득 채워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 냉장고의 음식물은 60%만 채워 냉기 순환이 원활하게 하세요. 냉장고는 벽과 거리를 두고 설치하며, 뒷면 방열판은 주기적으로 청소해 에너지를 절약합니다.
  •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는 가구 구성원 수에 맞는 적정 용량과 1등급 에너지 효율 제품을 선택하세요.
  • 백열등을 형광등이나 LED 조명으로 교체해 전기 사용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귀찮은 일들이 많아지겠지만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모이면, 전기요금 부담은 물론이고 불필요한 전력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 노력해봐요.

  • kWh(킬로와트시): 전력 사용량을 나타내는 단위. 1kWh는 1시간 동안 1킬로와트의 전력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해요. 예를 들어, 1kW의 전력을 사용하는 에어컨을 1시간 동안 가동하면 1kWh를 소비하는 것입니다.
  • 에너지 효율 등급: 전자제품의 에너지 소비 효율을 나타내는 등급. 1등급에서 5등급까지 나뉩니다. 숫자가 적을수록 에너지 효율이 좋고, 전력 소비가 적은 제품이에요.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에너지 효율 등급이 높은 제품을 선택하면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어요.
  • 전력 피크 시간대: 하루 중 전기 사용량이 가장 많은 시간대. 여름철에는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가 전력 피크 시간대로, 이때는 많은 가정과 산업체에서 냉방기기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 사용량이 급증해요. 전력 피크 시간대에는 전력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수 있어 가급적 전기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이동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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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누구나 경제 공부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자 경제 교육 기업 래빗스쿨을 창업했다. 일상 재테커를 위한 안내서 '래빗노트'를 발행하고, 핵심과 맥락을 이어주는 '신문읽기특훈'을 진행하고 있다. 철학과 역사, 드라마를 좋아하며 성실과 노력은 ‘운’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오는 삶을 믿는다. 『나의 꿈 부자 할머니』 『60일 완성 무조건 모이는 돈 버는 습관』 『어려웠던 경제기사가 술술 읽힙니다』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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