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폭염 그리고 커피값 - 엘니뇨와 라니냐가 몰고 온 변화
ㆍby 박지수
🔖 이번 주 경제 용어 엘니뇨·라니냐
이번 주 경제 용어는 환경에 관심 가지기 위해 필요한 정보예요.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엘니뇨, 낮아지는 현상을 라니냐라고 해요.
해가 갈수록 전 세계 이상 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올해 북미와 유럽은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고, 동남아시아와 남미 일부 지역에서는 폭우와 홍수로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죠. 반면 호주와 미국 중서부에서는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기도 했어요. 우리나라도 올 여름 기록적인 긴 폭염이 지속되었고, 가을에는 기온이 들쑥날쑥했으며, 겨울은 초입부터 폭설이 내렸어요.
이러한 이상 기후는 ‘대기(공기)와 해수(바닷물)의 순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기와 해수가 움직이면서 지구 곳곳에 에너지를 고르게 전달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때 기후변화가 나타납니다. 대표적으로 엘니뇨, 라니냐 같은 현상이 있어요.
자, 그럼 이런 이상기후 현상이 어떤 원리로 일어나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볼게요.
출처: 2016 엘니뇨 백서, 기상청
보통 적도 부근에서는 무역풍*이 불면서 바닷물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밀어냅니다. 반대로 중위도 지역에서는 편서풍이 바닷물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게 해요. 이렇게 바닷물이 동서로 움직이면서, 대륙 근처에 다다르면 남북 방향으로 이동하며 큰 원을 그리며 순환합니다. * 무역풍(trade wind) : 지구 자전의 영향으로 위도 20도 내외 지역에서 1년 내내 동쪽에서 서쪽으로 일정하게 부는 바람. 이 바람은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항해할 때 무역선의 이동을 돕는 역할을 했으며, 이러한 이유로 ‘무역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과정에서 적도 동쪽의 따뜻한 표층 해수가 서쪽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서태평양의 수온이 높아집니다. 수온이 높아지면 구름이 많이 만들어져요. 이로 인해 서태평양 지역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반대로 동태평양 지역에는 맑고 건조한 날씨가 나타납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기후 현상이에요. 엘니뇨·라니냐 같은 이상기후는 2~5년마다 불규칙적으로 나타나요.
1. 엘니뇨
- 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평소보다 높아지는 현상이에요.
- 평소에 무역풍이 불면, 따뜻한 바닷물이 동태평양(남미)에서 서태평양(아시아)로 밀려갑니다.
- 그런데 무역풍이 약해지면 따뜻한 바닷물이 서태평양으로 가지 않고 동태평양 연안에 쌓이게 돼요. 이 때문에 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엘니뇨가 발생합니다. (주로 12월쯤 나타나요)
- 날씨가 평소와 다르게 바뀌어요. 북미·남미에는 폭우와 홍수가, 아시아·호주에는 가뭄과 폭염이 발생하기도 해요.
-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겨울철 기온이 올라가고, 겨울에 비가 내리는 날이 늘어나요.
2. 라니냐
- 엘니뇨와 반대로, 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평소보다 낮아지는 현상이에요.
- 무역풍이 평소보다 더 강하게 불면, 따뜻한 바닷물이 서태평양(아시아)으로 빠르게 밀려갑니다.
- 그러면 동태평양에서는 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심해의 차가운 바닷물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죠. 이 때문에 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낮아지고, 라니냐가 발생합니다. (주로 엘니뇨가 끝난 뒤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여름에 시작해서 겨울에 가장 강해져요)
- 날씨도 엘니뇨와 반대로 나타나요. 북미·남미 날씨는 건조해지고, 북미에는 강추위가 찾아오기도 하고요. 아시아·호주에는 폭우와 홍수가 발생할 수 있어요.
-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여름 무더위가 심해지고 폭염이 더 길어져요. 태풍이 자주 발생하고 한반도로 북상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겨울에는 한파가 더 자주 발생하고, 눈이 많이 내릴 수 있습니다.
"커피 한 잔 합시다" 이 말도 이젠 부담?…원두 가격 계속 오를까 (머니투데이 2024.11.26.)
5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영국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에서 거래되는 로부스타 원두 선물 가격은 지난 22일 기준으로 전일 대비 4.14% 오른 4985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일 년간 로부스타 원두 선물 가격은 89%대 뛰었다. 지난해 9월에는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커피 강세의 배경에는 엘니뇨가 있다.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무역풍 약화가 원인으로 꼽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미국 남부와 멕시코 지역은 강우량이 높아지고, 미 북부와 캐나다, 아시아 등에는 가뭄이 찾아온다.
이 때문에 엘니뇨는 커피를 비롯한 연성 원자재(소프트 커머디티)의 가격을 올려놓는 주범으로 꼽힌다. 올해도 엘니뇨는 세계 최대 커피 산지인 브라질과 로부스타 원두의 주요 산지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가뭄을 불러왔다. 커피 원두 생산량이 줄어들자 가격도 지난해 말부터 강세를 보였다.
기후 변화가 심화되는 만큼 커피 가격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피치 솔루션의 찰스 하트 애널리스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10년 동안 기후 변화로 커피 부문에 구조적인 리스크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전 세계의 커피 생산량이 영향을 받으면서 가격 변동성도 커질 것"이라고 봤다.
다만 단기적으로 커피 가격의 강세는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엘니뇨가 끝나고 라니냐가 찾아오며 커피, 코코아 등 연성 원자재의 가격이 하락할 수 있어서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프트 가격 강세를 야기했던 엘니뇨가 종료되면서 원당/커피/코코아 등 소프트 가격이 내년 하락 전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신 라니냐가 찾아오면서 소프트 대신 곡물가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라니냐는 전 세계에 옥수수와 대두를 공급하는 핵심 생산지인 북미에서 강추위를, 남미에서는 가뭄을 유발한다. 이에 따라 소프트 가격은 하락하지만 옥수수, 대두, 소맥 등 곡물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후략)
올해 엘니뇨는 주요 커피 산지인 브라질,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심각한 가뭄을 불러왔고, 커피 원두 생산량도 감소했습니다.
브라질은 세계 커피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주요 커피 산지로, 가뭄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는 세계 시장에 큰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어요.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로부스타 커피를 주로 생산하는 국가로, 가뭄이 길어질수록 원두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겠죠. 이렇게 작황이 좋지 않으니 공급량이 줄어들고, 커피 가격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경제적 결과를 불러옵니다.
한편 엘니뇨가 끝나고 라니냐가 찾아오면, 북미에 강추위를 가져오면서 옥수수와 대두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전 세계 옥수수와 대두의 주요 수출국이기 때문에, 생산량 감소가 세계 곡물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남미에는 가뭄을 가져오는데, 이로 인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같은 곡물 생산국에 큰 피해를 주어 소맥(밀) 등 작물의 공급을 위협합니다. 엘니뇨가 커피에 미친 영향과 마찬가지로, 라니냐는 옥수수, 대두, 소맥 등 곡물 가격 상승을 유발할 것으로 보이고요.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엘니뇨와 라니냐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특정 농산물의 생산량 변동성이 커지고 가격도 급등락을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요.
이렇게 주요 식량의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것이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좀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커피를 예시로 들어볼게요.
많은 사람들의 기호 식품인 커피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단순히 커피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커피 시장에 다양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어요. 대형 커피 체인은 원가 상승 압박으로 제품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소규모 커피숍이나 자영업자들은 원가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에 소비자가 빠르게 이탈하며 폐업까지 이어지는 케이스가 많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커피 가격이 오르면, 초콜릿(코코아)이나 설탕(원당) 등 다른 연성 원자재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이렇게 음료 전반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소비자들은 소비 습관을 바꾸려 할 거예요. 집에서 직접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빈도가 높아지겠죠. 홈카페 트렌드가 더욱 강화될 수 있습니다. 커피 대신 차(tea), 에너지 음료, 건강 음료 등 대체재를 찾는 수요도 증가할 수 있어요. 프리미엄 고급 커피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커피 원두로 바꾸는 경향성도 보일거고요.
더 나아가 정부와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커피 같은 주요 작물의 공급 불안정이 계속되면, 대응책을 세우기 위해 기후 변화에 강한 품종 개발, 스마트 농업 기술 도입 등 혁신을 일으킬 수 있어요. 그리고 커피 수출국은 국내 수급 안정을 위해 수출 규제, 재고 비축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반면 수입하는 국가들은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려 하겠죠.
이렇게 엘니뇨·라니냐 같은 기후변화 현상은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에도 큰 영향력을 끼칩니다. 단순히 커피와 곡물의 문제를 넘어, 지구 전체의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있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 로부스타 원두: 세계적으로 널리 소비되는 커피 원두 중 하나. 카페인이 아라비카 원두보다 약 2배 많아, 커피의 강도와 쓴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어요. 아라비카 원두와 함께 커피 시장을 양분하는 커피 종류예요.
- 연성 원자재: 주로 재배하거나 생산해야 하는 상품으로, 농산물·식품·목재 등 자연에서 얻어지는 원자재. 금·석유 같은 광물이나 에너지 원자재와 구분하여 쓰는 말이에요.
- 농산물 선물 거래: 농산물을 미래 일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거래하기로 계약하는 금융 상품. 농민, 유통업자, 투자자 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이거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활용해요.
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이동건
누구나 경제 공부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자 경제 교육 기업 래빗스쿨을 창업했다. 일상 재테커를 위한 안내서 '래빗노트'를 발행하고, 핵심과 맥락을 이어주는 '신문읽기특훈'을 진행하고 있다. 철학과 역사, 드라마를 좋아하며 성실과 노력은 ‘운’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오는 삶을 믿는다. 『나의 꿈 부자 할머니』 『60일 완성 무조건 모이는 돈 버는 습관』 『어려웠던 경제기사가 술술 읽힙니다』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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