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어쩌면 지금 가장 중요한 이슈
ㆍby 커피팟
최근 전 세계에서 천연가스, 석탄, 석유 등의 자원 가격이 치솟으면서 ‘에너지 대란’이 벌어지고 있어요. 세계 주요국이 빠르게 팬데믹의 경제적인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수요가 급증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되는데요. 유럽에서는 올겨울 난방을 위한 에너지 수급이 잘 안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요. 중국은 핵심 단지가 몰려 있는 지역 곳곳이 전력난을 겪으며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어요.
어떤 자원이 현재 가장 문제일까?
1. 유럽의 천연가스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했어요. 하지만 당장 사용하던 석탄과 석유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화석연료보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은 천연가스(석탄 대비 40%)의 사용 비율을 높여가던 중이었죠. 하지만 탈탄소 정책을 의식하며 재생에너지 비율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한 유럽의 가스 저장 시설에는 이맘때 즈음의 수준으로는 역사상 가장 낮은 수치의 저장량을 기록하고 있어요. 러시아와 노르웨이로부터 들어오는 물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500% 가까이 올랐고요.
2. 아시아의 석탄
중국은 2060년(네, 중국은 2050이 아닌 2060이에요)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국의 석탄 생산량에 제한을 두고 있었어요. 이전까지 1년에 38억 톤이 넘는 석탄을 생산했지만, 앞으로 그 생산량을 줄여가기로 한 거죠. 그런데 지난봄부터 중국과 호주의 정치적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중국 정부가 호주에서 석탄 수입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금지했어요. 그러자 단기적으로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 되면서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는데요. 호주 외의 주요 석탄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와 러시아, 몽골, 콜롬비아 등을 통해 수입 물량을 늘리고 있지만 현재의 공급 부족 상황을 빠르게 메우긴 어려워 보여요. 급기야 기업들은 다시 호주로부터 석탄 수입을 재개하고 있는데요. 천연가스 부족으로 석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더해 석탄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수입 물량을 늘리면서 수요가 크게 늘자 가격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3. 전 세계 석유
천연가스와 석탄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로 석유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했어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 생산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현재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추가 증산을 결정하지 않는다면 올해 말까지 하루당 약 70만 배럴의 석유가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요. 연말까지 하루에 약 550만 배럴의 생산량이 필요한 상황(이전보다 일일 수요가 17만 배럴 증가했어요)이라 석유 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OPEC+가 빨리 증산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어요.
전체적인 에너지 가격이 모두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도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돼요. 현재와 같이 국제 석탄 가격이 200달러를 넘긴 것은 자원원자재 붐이 일었던 (그리고 금융위기가 찾아왔던) 2008년 경이었어요.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요*. 석유 가격도 배럴당 80달러를 넘기면서 최근 7년 내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어요. 현재 일시적으로 치솟는 가격은 연쇄적인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겨울을 앞두고 빠르게 안정화될 수 있을지 모르기에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에요. *천연가스는 팬데믹 발생 이후 2020년 6월에 찍었던 저점 대비 선물가격이 이미 4배 가까이 상승했어요.
지금은 균형이 안 맞지만요
유럽은 당장 겨울을 나기 위해 천연가스를 빨리 수급해야 해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은 이미 호주산 석탄을 다시 들여오기로 하는 등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고요. 에너지 공급 부족 사태가 이어지면 각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분간은 석유, 가스, 석탄의 사용량이 크게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최근 석유와 가스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줄어 향후 에너지 수급 불안이 계속 이어질 문제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요.
하지만 에너지 공급 문제는 꼬이고 꼬인 공급망 문제만 풀리면 수요를 맞출 것으로 예상돼요.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가 위험한 수준에 이르긴 했지만, IEA는 천연가스 공급량의 50%를 책임지는 러시아가 현재 대비 15%의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거든요. 이 와중에 IEA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석유와 가스 개발 프로젝트가 모두 중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내며, 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더 커져야 한다고 전망했는데요. COP26(26번째 Conference of the Parties)을 앞두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현재 대비 최소 3배 이상 증가해야 하며, (현재 어쩔 수 없이 단기적으로 화석 연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지만) 장기적으로 화석 연료와 관련된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는 내용을 담은 리포트를 발간했어요.
대세는 이미 기울어졌어요
실제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2019년 대비 2020년에 45%나 증가했어요. 현재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1조 1000억 달러(약 1297조 원) 수준까지 올라섰죠. 반면, 석유와 가스, 쉐일의 개발 탐사에 쓰인 비용은 2010~2015년 평균 1000억 달러(약 118조 원)에서 이후 절반 수준인 500억 달러(약 59조 원)가량으로 떨어졌어요. IEA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석유와 가스에 대한 투자는 26% 가량 떨어져 3560억 달러(약 420조 원)에 머물 것이라고 예측하고요.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가 줄어든 대신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확연하게 커진 흐름인데요. 내년과 내후년에도 비슷한 성장세가 예상돼요. 새로운 재생에너지 메이저들뿐만 아니라 BP와 쉘 등을 포함한 빅오일의 투자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죠. IEA는 이러한 추세를 ‘뉴노멀’이라고 단언해요. 현재의 공급 난맥이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주는 것은 맞지만, 이미 설정된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고 단언하고 있죠.
하지만 여전히 화석 연료 투자를 줄이면서 부족한 에너지분을 채우기 위한 재생에너지 투자가 충분치는 않은 상황인데요. 줄어드는 화석 연료 투자를 대체해 글로벌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3조 4000억 달러(약 4016조 원)까지 올라야 한다고 IEA는 바라보고 있어요. 막대한 투자가 기술 진보로 이어져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결국 공급망의 문제이기도
화석 연료에 비해서도 전기 생산 단가가 저렴해진 태양 에너지의 전지판은 대부분 중국에서 석탄으로 돌아가는 공장에서 만들어져요. 전지판의 주요 원료인 폴리실리콘의 3/4가량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고요. 그런가 하면 풍력발전기는 보통 철강재를 주원료로 하는데요. 철, 구리, 알루미늄 등이 들어가는 터빈과 날개를 만들기 위해서도 많은 추가 자원과 에너지가 소요돼요.
물론, 한번 만들어진 전지판과 풍력 터빈 등은 수십 년을 쓸 수 있기 때문에 탄소 저감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져요. 하지만 향후에도 단기적으로 에너지 공급망에 영향을 끼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화석 연료의 사용을 늘리는 기간들이 계속 발생하게 될 수 있는 거죠.
더군다나 올해처럼 유럽의 북해에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다면 에너지 생산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천연가스에 또 기댈 수밖에 없게 돼요. 탄소중립 계획을 달성하려면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로 기술 발전을 앞당기는 노력을 하는 것은 물론 현재 편중된 재생에너지 공급망의 구조를 더 빨리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예요.
Edit 송수아 Graphic 박세희 엄선희
본 글은 10월에 발행된 커피팟의 뉴스레터에 기반해 11월 8일(월) 기준으로 재편집되었습니다. 토스피드 외부 기고는 외부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 외부 기고는 토스팀의 블로그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피드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