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앱으로 시작한 야놀자, 어떻게 여행업을 흔들었을까?

by 머니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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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볼 기업 5호: 야놀자 

오늘 파볼 기업은 ‘야놀자’ 예요. 야놀자 하면 바로 모텔이 생각나죠. 커플끼리 모텔 예약할 때 쓰는 앱이잖아요. 근데 그거 아세요? 우리 손에 있는 이 모텔 앱의 기업 가치가 대한항공 시가총액이랑 거의 맞먹고 있어요. 비행기 수 백대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항공사랑 이 모텔 앱이 비슷한 규모인 거죠. 믿기 힘들죠? 사실 야놀자는 쿠팡을 발굴했던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선택을 받은 기업입니다. 데이트 할 때 쓰던 모텔 앱에서, 손정의 회장의 선택을 받고 10조 투자를 받은 ‘야놀자’. 오늘은 야놀자를 제대로 한번 파볼게요.  

Chapter 1. 낭만 뒤에 가려진 여행업계의 진짜 현실

여행하면 낭만이죠. 여행은 낭만적으로 보여도 여행 산업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솔직히 진짜 올드한 업계가 바로 여행 업계예요. 여행업의 특징 3가지를 살펴보면서 여행업의 진짜 현실을 이야기해볼게요. 

첫 번째, 여행업은 기본적으로 커머스예요. 결국 여행이라는 상품을 파는 거죠. 여행 갈 때 꼭 필요한 항공과 호텔을 생각해 봅시다. 두 상품을 생산하는 곳 여행사가 아닌 항공사와 호텔 회사예요. 여행사는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중간에서 소비자와 상품을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여행상품을 특정 여행사만 팔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인천에서 일본으로 가는 대한항공 티켓을 살 수 있는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잖아요. 하나투어, 모두투어, 익스피디아 등등 여기저기서 모두 팔고 있죠. 그러다보니 중개하는 여행사 입장에서는 상품의 차별화가 굉장히 어려워요. 차별화가 어려우면 모두 가격 경쟁을 하기 때문에 여행사는 마진을 남기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두 번째, 여행업은 불안정해요. 사람들이 여행을 일 년 내내 다니지는 않잖아요. 성수기와 비수기의 차이가 크죠. 여름 휴가 때 확 팔고, 그렇지 않을 때는 매출이 훅 줄거든요. 마진도 작은데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서 매출 차이가 크다? 이건 회사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진짜 힘든 거예요. 게다가 산업에 영향을 주는 대부분의 변수들은 천재지변이죠. 코로나도 일종의 천재지변이죠. 사람의 힘으로 통제하기가 힘든 변수들이에요.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너무 큰 거죠. 그래서 여행업은 회사의 규모가 엄청 커져서 자금이 쌓여있지 않는 한 미래의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워요. 그러다 보니 1년 계획 세우고 이익이 나면 조금씩 투자하고 이런 식으로 회사가 조금씩 성장할 수밖에 없죠.

세 번째, 여행업은 아직도 사람 영업이에요. 자동화가 많이 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갈아 넣어 해야 하는 일이 많아요. 우리가 여행 상품 고를 때를 생각해 볼까요? 신발 고르듯 쓱 보고 고르는 게 아니잖아요. 어디로 갈지, 어떻게 갈지, 어디가 제일 싼지 블로그나 카페 찾아보잖아요. 정보를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단 말이죠. 그러다 보니 직접 시간을 쓰는 것보다 경험 있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게 더 빠르죠. 특히 중장년층, 단체 여행은 무조건 사람 영업이에요. 그래서 저처럼 여행업을 처음 경험해 보는 사람은 ‘왜 이렇게 운영하고 있지? 말이 안 되는데?’ 싶어서 뭔가 새로운 걸 자꾸 해봐요. 근데 시도하다 보면 여행업이 왜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는지, 변화가 어려운 구조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결국 여행업은 환경도 불안정하고, 변화도 어려운, 사람 중심의 커머스 산업인 거죠.

Chapter 2. 모텔앱 야놀자, 어떻게 여행업을 흔들었나

그런데 이때 야놀자가 등장합니다.야놀자는 뭐하는 회사였을까요? 다 아시겠지만 야놀자는 ‘모텔 예약 서비스’ 에요. 커플들 모텔 이용할 때 쓰는 앱이었죠. 이게 성공하면서 점차 이동, 음식, 액티비티 등 여행의 영역으로 확장을 한 거죠. 하나의 카테고리에서 성공하고 나서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는 건 여행 쪽에서는 거의 정석적인 전략이에요.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게 크거든요. 모텔 쪽은 엄밀히 말하면 여행의 카테고리는 아니었어요. 여행 업계에서 말하는 숙박은 보통 해외 숙박을 말하거든요. 자, 그러면  모텔앱 1등 야놀자는 여행 업계를 어떻게 흔들었을까요?

첫 번째, 탄탄하고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했어요.  여행 산업의 어려움 중 하나가 성수기, 비수기의 차이 그리고 사람의 힘으로 컨트롤할 수 없는 리스크가 크다고 했죠. 그런데 모텔은 성수기 비수기의 영향을 거의 안 받아요. 모텔은 데이트하는 커플들이 대실, 숙박할 때 쓰거나 친구들끼리 하루 이틀 놀러 갈 때 쓰죠. 모텔은 여행이라기보단 데이트, 오락에 가까운 공간입니다. 그러다보니 매달 매출이 불안정한 기존 여행업계 와는 다르게 매출이 꾸준히 안정적입니다. 여행 업계의 고질적인 리스크를 야놀자는 해결한 거예요.

두 번째, 바로 코로나예요. 야놀자와 경쟁할 여행 산업 1등은 ‘하나투어’예요. 하나투어는 20여 만개의 국내외 여행상품을 팔고, 협력사 채널만 8천 여 개예요. 야놀자의 약점인 해외 여행과 항공, 이걸 다 가지고 있는 탄탄한 기업이거든요. 근데 야놀자가 한창 성장하던 당시 코로나가 찾아왔죠.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하나투어는 매출에 큰 타격을 입습니다.  야놀자는 어땠죠? 사람들이 해외여행 안 가니까 오히려 좋아. 여행 수요가 국내로 쏠리면서 국내 숙박이 활성화된 거죠. 원래도 성장하고 있었는데 경쟁자가 힘들어지면서 야놀자에게는 큰 기회가 온거에요. 야놀자에게는 코로나가 호재였던 거죠. 

실제로 2020년에 하나투어가 1,150억 원의 손실을 기록할 때 야놀자는 영업이익 109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어요. 일종의 골든 크로스가 일어난 거죠.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판을 깨버리는 압도적인 투자가 하나가 들어옵니다. 쿠팡을 업계 1위로 밀어올린 유니콘 투자의 끝판왕,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그 주인공이죠. 

Chapter 3. 알리바바, 쿠팡을 만든 손정의가 야놀자를 선택한 이유 

“손정의 회장이 야놀자에 2조 원을 투자했다고?” 저도 처음에 이 소식을 뉴스로 듣고서 투자 금액 단위가 잘못된 줄 알았어요. 그리고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 여행쪽에 이런 돈이 필요한가? 왜….?’ 투자로 회사가 커질 수는 있는데 돈의 액수가 너무 큰 거예요.  근데 이 투자의 이유에 대한 힌트를 저는 쿠팡에서 찾았습니다. 

당시엔 소셜 커머스 3대장이었던 쿠팡, 티몬, 위메프의 경쟁이 심하던 상황이었어요. 쿠팡이 1위이긴 했지만 큰 차이가 없었어요. 그런데 손정의 회장이 쿠팡에 대규모 투자를 한 뒤에 어떻게 됐죠? 쿠팡이 압도적인 1위가 돼버린 거예요. 손정의 회장이 승자를 정해버린 거죠. 지금은 그 누구도 쿠팡의 경쟁자가 티몬, 위메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차이가 너무 벌어졌어요. 판이 깨져 버린 거예요.  이렇게 손정의 회장은 판을 깨는 투자를 해서 결과를 만들어냈어요. 

자, 그러면 야놀자를 한 번 볼게요. 코로나로 다들 위기를 겪는 사이, 야놀자는 다른 카테고리에 계속 진출해서 확장하고 있죠. 이때 필요한 건, 한방의 쐐기인 거죠. 마침 손정의 회장이 2조 원을 투자한 겁니다. 손정의 회장은 꼼꼼한게 수익률 따져가면서 투자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판을 읽고서 지르는 스타일이거든요.  손정의 회장이 10%, 15% 수익률 낼려고 했을까요? 아니에요. (기업가치)10조 원에 들어갔는데 11조 원에 나오겠어요? 아니잖아요. 분명 20조, 30조 기업 만들어서 나와야지 이런 생각할 거란 거죠. 

Chapter 4. 야놀자는 2조 원으로 뭘 할까? 

첫 번째는 부족한 카테고리를 인수하는 거예요.  여행 산업에는 성공전략에 대한 이미 검증된 방식들이 있어요. 야놀자가 모텔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한 다음에 관련 기업들 인수하면서 액티비티, 호텔, 항공권으로 확장*을 했잖아요. 내부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것보다 해당 카테고리의 1등 기업을 사오는 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거죠.

결정적으로 야놀자는 작년에 인터파크를 인수했습니다.인터파크는 항공에 강하죠. 항공은 산업 사이의 연결이 복잡하기 때문에 신생 회사가 자리 잡는 게 쉽지 않아요. 코로나 이후에 해외 시장이 열릴 것을 염두에 두고 산 거겠죠. 야놀자가 해외 여행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겁니다.

*야놀자는 2016년 호텔나우 인수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데일리 호텔, 우리 펜션 등 동종 숙박 서비스를 인수했다. 숙박 서비스에 이어 작년에는 1세대 이커머스 인터파크의 지분 70%를 2940억 원에 인수했다. 

두 번째는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거예요. 이미 야놀자는 자기 브랜드로 된 호텔들이 있어요. 호텔 야자, 하운드 호텔, 브라운 도트 등 이런 곳들이 야놀자의 자체 브랜드 호텔이에요. 심지어 숙박 용품까지 자기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아까 여행업은 남의 것을 빌려서 팔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다고 했잖아요. 그럼 거꾸로 본다면, 내가 내꺼 만들어서 팔면 더 수익률이 높겠네? 커머스도 자체브랜드 만들어서 수익률 높이잖아요. 여행도 내 거 만들어서 팔면 되는거죠. 다른 호텔에서 자는 것보다 내 호텔에서 자면 수익성도 높아지죠. 면세점도 남의 면세점이 아니라, 내 면세점으로 연결시키는 게 훨씬 좋죠. 수수료 뿐만 아니라 매출액이 달라지잖아요. 야놀자가 자기 브랜드를 강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 번째는 B2B를 먹는 겁니다. 여행 산업에 여행객만 있을까요? 아니죠. 호텔 관리, 예약 시스템, 청소, 세탁 같은 우리가 모르는 B2B 비즈니스가 엄청 많아요. 야놀자는 여행 자산 관리 (PMS) 기업들을 인수하고 해외의 숙박 업체에 진출하는 고리를 계속 만들고 있어요. 객실 관리 시스템 세계 2위인 이지 테크노시스를 인수 하기도 했죠. ‘그냥 중개 하는 거 말고 방을 관리하는 시스템도 우리가 만들고, 다양한 상품들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과 네트워크 모두 가져갈꺼야’ 이게 야놀자의 목표인 거죠. 이건 B2C, B2B  모두 다 먹겠다는 거거든요.

마지막으로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를 모을 겁니다. 회사들을 인수하는데 가장 많이 돈을 쓰고 나머지 돈은 소비자를 끌어모으는데 쓸 거예요. 여행상품의 특징이 차별화가 어려운 거라고 했잖아요. 그렇다면 가격으로 승부 봐야죠. 여러분, 항공 검색할 때 주로 최저가 보시죠? ‘나는 비싸더라도 꼭 이 여행사 이용해야지’ 이런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여행은 결국 가격입니다. 해외여행의 후발 주자인 야놀자 입장에서는 돈 확 풀어서 사람들 끌어모으는 게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에요. 가격 경쟁력으로 야놀자를 경험하게 하는 거죠. 

최정우 대표의 한 줄 평: “야놀자에게 찾아온 증명의 시간” 

2조원 투자 받고, 10조원 기업 평가도 받았으니까 야놀자는 탄탄대로일까요? 절대 아닙니다. 앞으로 이 숫자를 증명해야 돼요. 그리고 이게 절대 만만치가 않습니다. 시장에 강자들이 많습니다. 

지금 여행 업계는 쿠팡이 소셜 3사를 이길 때보다 상황이 더 빡세요. 쿠팡이 성장하던 시절에는 다 스타트업이고 다들 고만고만 했어요. 근데 지금 야놀자의 경쟁자들은 그렇지 않아요. 2조 원을 다 소진하고 또 비슷한 밸류로 IPO해서 자금을 모을 수 있을까요?  큰 성장을 만들어 내기 전까지는 쉽지 않을 거예요. 손정의 회장이 말한 것보다 더 큰 성장을 만들고 그것을 시장에서 입증해야만 합니다. 

제가 보기에 의외의 무기는 대실이에요. 해외 시장에서 야놀자를 입증할 무기는 대실이에요. 국내에선 흔하지만 해외에서는 없는 개념이거든요. 대실은 2,3시간 빌리는 거잖아요. 쪼개서 보면 8번을 팔아서 매출을 늘릴 수 있는거죠. 야놀자가 이 콘셉, 비즈니스를 가지고 해외로 갈 수 있는 거예요. 과연 손정의 회장의 전략이 또 통할지, 이걸 지켜보는 게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 해당 콘텐츠는 2022. 4. 1.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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