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지금의 어려움은 추진력을 얻기 위한 시간일까?
ㆍby 커피팟
대체 식품은 팬데믹 이후 가장 크게 성장한 분야예요.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식량 공급 안정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큰 주목과 투자를 받으며 성장해왔는데요. 2020년에는 전년 대비 75%나 성장했지만, 2021년에는 그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1% 성장에 그쳤다는 결과도 나오는 등 정체기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대체 식품 대표 주자들은 지금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을까요? 그리고 이런 상황에도 큰 투자가 계속 이뤄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큰 시험대에 오른 푸드테크 대표주자들
식물성 귀리음료를 파는 ‘오틀리(Oatly)’는 최근 한국에서도 자주 보이는데요. 힙한 마케팅과 홍보 전략의 덕을 보면서 오틀리를 포함한 귀리 우유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그 인기를 좇아갈 수 있는 생산 캐파를 만들지 못하면서 스스로 어려움을 자초했어요. 오틀리는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은 지는 꽤 됐는데요. 빠르게 이를 만회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서 운영을 안정화하고, 향후 CEO 자리를 이어갈 인물을 물색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죠.
CEO인 토니 페터슨(Toni Petersson)은 2012년에 취임한 이후 2021년 기업공개(IPO)까지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왔어요. 무엇보다 이전에 없던 시장을 만든 공고 크고요. 하지만 토니 피터슨도 안정적인 생산과 운영을 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새로운 임원들과 함께 자신의 뒤를 이어서 미래에 CEO 자리를 받을 인물을 찾고 있다는 게 알려졌어요.
당장 CEO가 교체되지는 않겠지만, 이런 움직임은 현재 오틀리의 상황이 꽤 심각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기도 해요. 생산 시설 확장을 빨리 마무리하고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이미 비슷한 제품을 출시해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는 다국적 식품 기업들에게 시장 점유율을 계속 뺏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할 테니까요.
‘대체 우유’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의 위치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졌어요. 다른 기업이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생산을 확대하는 동안 오틀리는 1분기 생산량이 직전 분기에 비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에요. (2021년 4분기 1억 4,220만 리터였던 생산량은 2022년 1분기 1억 2,090만 리터까지 줄었어요.)
그런가 하면 대체 고기 시장의 대표 주자인 ‘비욘드 미트’도 큰 성장통을 겪는 중이에요. 비욘드 미트를 비롯해 임파서블 푸드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대체 고기 시장을 계속 이끌어왔지만, 2020년의 큰 성장 모멘텀은 이어지지 않고 있는데요. CNBC가 인용한 시장 조사 기관 IRI에 의하면 시장에 나온 전체적인 대체 고기 물량은 지난 4월 말을 기준으로 1년간 (직전 해에 비해) 5.8% 하락했어요. 닐슨은 대체 고기의 리테일 판매도 같은 기간 성장하지 않았다는 데이터를 제시했죠.
굿푸드인스티투트(GFI)는 2021년 대체 식품의 판매액이 2020년에 비해 6% 증가했다면서 대체 식품 소비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이 데이터에서는 올해의 대체 식품 소비가 계속 하락하고 있음을 볼 수도 있어요. 캐나다의 대체 식품 업체인 메이플 리프 푸드(Maple Leaf Foods)는 작년 11월, 내부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대체 식품 판매가 확연히 줄어들 조짐이 보인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냈는데 연말부터 지난 4월 말까지 그 경고가 현실이 된 거예요.
비욘드 미트는 한때 시가총액이 134억 달러(약 17조 2,800억 원)를 넘기면서 새롭게 성장하는 대체식품 분야에서도 가장 주목 받는 기업 중 하나였는데요. 현재는 계속된 판매 부진으로 시가총액이 15억 달러(약 1조 9400억 원) 밑으로 떨어진 상황이고, 판매 부진을 탈출하기 위한 턴어라운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요.
미국에서 판매 금액 기준으로 점유율 1위(27%)를 기록 중인 모닝스타팜스를 소유한 켈로그의 CEO 스티브 캐힐레인(Steve Cahillane)도 지난 5월 초, 실적 발표를 하면서 “(식품 영역의) 많은 카테고리에서 이런 (성장 정체) 현상을 경험해 왔다. 시장이 조정되는 기간이다.”라고 했는데요. 시장에 새로운 기업이 많이 진출했고, 각 식료품점에 품질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품들이 매대를 차지했다는 코멘트도 덧붙였어요.
푸드테크, 성장통과 시험대 모두 극복해야
비욘드 미트와 오틀리 모두 다국적 식품 회사들의 인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요. 현재 시장은 정체되었지만, 필연적으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기업 가치가 떨어진 지금을 인수 기회로 볼 것이라는 예상이죠.
하지만 비욘드 미트와 오틀리 모두 푸드테크 시장의 선구자이자 대표 브랜드가 된 만큼 앞으로 더 커질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성장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비욘드 미트와 함께 시장을 키워 온 임파서블 푸드도 기업공개(IPO)를 계획 중이고요. (물론 현재 전체적인 투자 시장의 어려움으로 연기되긴 했지만요)
조정기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되는 시장에서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상품의 기업이 생존할 것으로 보여요. 심각해진 인플레이션과 예상되는 경기 침체를 잘 극복하고 지속 성장할 발판을 만들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에요.
어려워도 추진될 일은 추진된다
힘든 시기지만, 그럼에도 큰 투자를 받아 주목받은 푸드테크 기업이 있어요. 바로 세계 최초의 배양육 회사인 ‘업사이드푸드’인데요. 지난 4월, 배양육 회사로는 역대 최대인 4억 달러(약 5,050억 원)의 시리즈 C 투자를 받았어요. 이번 투자는 싱가포르 테마섹과 아부다비 그로스 펀드가 이끌었고, 세계 최대 식량 트레이더인 카길이 참여했어요. 기존 투자자인 세계 최대 육가공업체 타이슨푸드도 참여했고요.
2020년에서 2021년 사이에 배양육 기업에 투자된 자본은 20억 달러(약 2조 5,300억 원)가 넘어요. 물론 2022년에 들어서도 업사이드푸드의 펀딩 소식이 이어지면서 그 기세를 이어가는 중이고요. 업사이드푸드를 비롯해 역시 큰 기대를 받는 퓨처미트(Future Meat) 등의 배양육 스타트업은 소 태아 혈청을 이용한 줄기세포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방법으로 배양육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상업화를 증명하는 길도 만들어 가고 있어요.
아직 싱가포르 외에 배양육 판매가 허용된 나라는 없지만, 이들은 미국 FDA(미국 식품의약처)와 USDA(미국 농무부) 승인을 올해 안에 받기 위한 목표도 세웠어요. 최근 몇 년간의 큰 투자가 (생각보다 기술 개발이 쉽지 않아 계속 미뤄지긴 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만들어 온 거예요.
업사이드푸드가 받은 자본의 의미
업사이드푸드는 현재 연간 5만 파운드(약 22~23톤)의 배양육을 만들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어요. 이 시설은 2021년 11월에 열었고,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북미 지역에서는 가장 큰 배양육 생산 시설이기도 해요. 이들은 이번에 받은 투자금으로 수천만 파운드의 캐파를 가진 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어요. 기존 시설을 짓는데 5,000만 달러가 들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투자금은 생산 캐파 확대에 대부분 투입될 것으로 보여요.
그렇지만 배양육이 기존의 육류와 식물성 대체 고기 등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아직도 엇갈리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요. 업사이드푸드가 개발한 배양액은 동물 성분 배양액과 동일한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종 비타민부터 설탕, 소금까지 50~80개의 재료가 첨가되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아직 안전성을 완전히 증명하면서 안정적으로 생산을 늘릴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고요. 현재까지 소량 생산 위주로 안정적인 품질의 배양육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면, 이번에 받은 자본으로는 더 큰 규모의 생산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해야 해요.
배양육 개발에 대한 기대가 큰 건 이론적으로 기존의 고기 생산과 관련한 막대한 토지 및 물 사용을 대부분 줄이고,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도 거의 0에 가깝게 만들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에요. 거기다가 문제가 많은 공장식 동물 사육도 없앨 수 있고요. 하지만 현재로서는 말 그대로 이론적으로 가능한 상황이에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죠.
일단 업사이드푸드는 새로운 공장을 짓는데 18~24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해요. 공장이 완공되는 시점부터 수천만 파운드의 물량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라고 하는데요. 이들이 공언한 대로 첫 번째 상품이 될 ‘배양 닭고기’가 빨리 안정성을 증명하고, 스케일 업할 수 있는 푸드테크 공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봐야 해요.
Edit 송수아 Graphic 이은호 김예샘
이 글은 2022년 6월 14일과 2022년 5월 24일에 발행된 커피팟의 뉴스레터에 기반해 2022년 7월 5일(화) 기준으로 재편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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