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디지털 광고 시장에 불러온 나비 효과

by 커피팟

2021년 4월,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업데이트하면서 ‘앱 추적 투명성(ATT)’ 조치를 발표했어요. ATT는 iOS 기기에서 앱을 실행할 때, 앱이 사용자의 개인정보나 다른 앱의 사용 내역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하는 건데요. 그 결과 아이폰 사용자는 새로운 앱을 설치할 때 “OOO앱이 다른 회사의 앱 및 웹사이트에 걸친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도록 허용하겠습니까?”라는 문구를 마주하게 됐죠.

실제로 2021년 10월 조사에 의하면 앱 추적 투명성 조치 이후 앱 추적을 허용한 경우는 16%에 그쳤다고 해요. 사용자가 추적을 금지하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활용한 타깃 광고가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디지털 광고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어요. 메타는 이미 작년 4분기부터 매출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고, 올해는 100억 달러가 넘게 매출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죠. 

2022년 4월, 인사이더가 인용한 데이터 분석 기관(Lotame)은 각 플랫폼의 iOS 사용자 비율과 활동 추적을 금지한 사용자 비율을 65%로 반영한 뒤, 2022년 각 기업의 예상 매출을 토대로 ATT의 영향을 얼마나 받을지 산출해봤는데요. 메타는 전체 매출의 9.7%인 128억 1000만 달러(약 12조 7500억 원), 스냅은 매출의 9.6%에 해당하는 5억 4600만 달러(약 6700억 원), 유튜브는 6.5%에 해당하는 22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 트위터는 5.4%에 해당하는 3억 2300만 달러(약 3972억 원)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어요. 

반면, 애플은 광고 정책 변동의 영향으로 자체 광고 사업이 이전보다 크게 성장하고 있어요. 애플의 2021년 광고 사업 매출은 2020년 대비 238% 증가한 37억 달러(4조 4115억 원)을 기록했어요. 그중에서도 서치광고 부문은 전년 대비 264% 증가한 35억 달러(4조 1737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고요. 애플이 이번 정책 변경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초기 예측이 맞은 거죠.

애플의 서치 애드(Search Ads)는 앱스토어에서 사용자가 A라는 앱을 검색했을 때, 관련도 높은 광고주의 B앱을 최상단에 노출해주는 방식이 적용되어 있는데요. 2020년 10월 기준 17%에 불과했던 서치 애드의 아이폰 앱 다운로드 점유율이 1년 뒤인 2021년 10월(즉, ATT 조치가 시행되고 6개월 뒤)에는 58%까지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어요. 앞으로 광고 시장에서 애플의 서치 애드를 이용하려는 흐름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돼요.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존 디지털 광고 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바라보고 있어요. 우선 페이스북의 2022년 2분기 광고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성장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로 일어난다면 이는 메타가 설립된 이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 될 예정이에요. 물론 메타뿐만 아니라 구글의 알파벳, 트위터, 스냅, 핀터레스트, 아마존 모두 침체된 시장 분위기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요. 앞에 열거된 기업들의 광고 수익을 더한 성장률은 2022년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팬데믹으로 불확실성이 컸던 2020년 2분기의 성장률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예요.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광고’라는 안정적인 사업을 유지해 온 각 플랫폼은 이제 매출을 만회하기 위한 사업을 빠르게 키워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일부 플랫폼은 자체적으로 이커머스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고, 또 다른 플랫폼은 구독제(예: 트위터 블루) 등을 추가 수익을 위한 대안으로 내놓았는데요. 각각의 대표적인 예로 핀터레스트와 스냅의 대응 방안을 살펴볼게요.

이커머스 기업이 되기 위한 핀터레스트의 노력 

핀터레스트는 다른 사용자가 올린 이미지나 짧은 동영상이 마음에 들면 핀(pin)해서 일종의 스크랩북처럼 사용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예요. 디자이너가 제품 디자인이나 그래픽 디자인을 위해 레퍼런스를 수집할 때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는 곳으로 유명하죠. 팬데믹 기간에 사람들이 홈인테리어, 요리 등에 관심을 가졌고 핀터레스트에 올라오는 멋진 이미지를 보고 따라 하기 시작하면서 사용자 수도 크게 늘었고요. 

핀터레스트도 다른 소셜미디어와 마찬가지로 광고가 주요 수익원이에요. 제품 카탈로그를 노출한 뒤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링크로 연결해주고, AR(증강현실)을 이용해 유사한 제품을 찾아서 보여주며, 쇼피파이와 제휴해 소매업체가 제품 카탈로그를 핀터레스트에 쉽게 업로드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트위터나 페이스북과는 달리 플랫폼 자체가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고, 플랫폼 내에서 논쟁이 일어날 일도 거의 없이 취향과 관련된, 아름다운 이미지만을 보여준다는 점도 핀터레스트를 매력적인 광고 플랫폼으로 만들었고요. 그 결과 2021년에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꾸준히 4억 명 이상으로 유지됐고요. 2021년 매출은 20억 달러(약 2조 6300억 원)를 넘겼어요. 2022년 1분기 수익도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하면서 큰 성장세를 이어왔죠. 

하지만 사용자 수는 2021년 1분기에 최대치를 찍고 2분기부터는 계속 하락하는 중이에요. 역시나 팬데믹으로 인한 각종 제한이 풀리면서 사용률이 줄어든 게 첫 번째 원인이고요.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영상을 기반으로 한 소셜미디어 기능이 대세를 이루면서 크리에이터를 끌어들이기 위한 지원을 강화한 결과 수익 창출이 쉬워진 것도 핀터레스트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광고 수익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어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디지털 광고 비용 집행이 줄어드는 흐름이 예상되고, 애플과 구글이 모두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바꾸면서 맞춤형 광고가 기반인 페이스북과 스냅 등과 마찬가지로 큰 성장세가 줄어들고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요. 

신규 사용자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핀터레스트는 기존 고객의 참여를 더 끌어내 매출을 올릴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 얼마 전부터, 이커머스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는데요. 제품 사진에 사용자가 ‘예/아니오’로 답하면 인공지능이 개인의 취향을 학습해 맞춤형으로 제품을 추천하는 인공지능 기반 쇼핑 플랫폼 ‘더 예스(The Yes)’를 인수했고, 구글의 커머스 부분을 이끌었던 빌 레디(Bill Ready)를 차기 CEO로 임명했어요. 

이런 변화 이전에도 핀터레스트의 이커머스 영향력은 계속 커지고 있었어요. 2021년에 핀터레스트에서 쇼핑한 사용자의 숫자는 215% 증가했고요. 일주일에 한 번 핀터레스트를 이용하는 사람의 89%가 핀터레스트를 통해 물건을 구매한다고 해요. 가능성을 본 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이 작년 10월, 핀터레스트를 인수해 이커머스 사업에 진출하려는 만큼 해당 분야에서의 영향력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인수는 페이팔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어요)

2022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월간 사용자 수는 전년 대비 9% 감소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18% 오르는 모습을 보였어요. 크리에이터 생태계가 커졌고, 개인화된 쇼핑 환경을 만들고, 누구나 핀터레스트의 핀보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그래서 결국 핀터레스트에 자사의 카탈로그를 쉽게 노출할 수 있도록) API를 개방하는 등 장기적인 전략 덕분에 좋은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는데요. 

그럼에도 새로운 사용자를 이전처럼 끌어들이지 못하고,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줄어들면서 향후 광고 매출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핀터레스트의 주가는 빠르게 하락했어요. 올해 초 대비 벌써 50% 가까이 떨어졌었고,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 큰 투자를 한 뒤 주가를 올려 수익을 내는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이 기회를 포착했어요. 그 결과 최근 엘리엇이 핀터레스트의 자본을 9% 이상 취득해 최대 주주가 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악시오스는 엘리엇은 빠른 시간 안에 수익을 얻기 위해, 장기적인 방향보다 지금 더 수익을 잘 낼 수 있는 광고 사업에 집중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예상을 내놓았고요. 실제로 엘리엇의 전략이 이커머스에 집중하겠다는 핀터레스트의 전략 방향에 변화를 만들지 좀 더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에요.

디지털 광고 수익 악화에

구독제 실험 중인 스냅챗

스냅챗은 사진, 동영상 등을 편리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셜미디어예요. 받은 사람이 확인한 뒤 최대 10초 안에 메시지가 사라진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2022년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일별 활성 사용자 수(DAU)는 3억 470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5400만 명이 늘었어요. 매출도 1분기에는 10억 6000만 달러(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 2분기에는 11억 1100만 달러(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를 기록하면서 표면적으로는 메타나 트위터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죠. 

하지만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Snap)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 수익이 줄어들면서, 손실은 늘어나고 있어요. 매출이 증가하긴 했지만 월가에서 기대했던 수치였던 11억 4000만 달러(약 1조 4820억 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결과였고요. 순손실도 2021년 2분기 1억 5200만 달러(약 1976억 원)에서 2022년 2분기에 4억 2200만 달러(약 5486억 원)로 늘어났어요. 

얼마 전 스냅의 주가가 2017년 기업공개(IPO) 당시 이하로 떨어진 것에 이어, 최근에 발표한 2분기 실적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자 다시 한번 크게 떨어졌는데요. 스냅챗도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이 발표된 2021년 3분기부터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광고에만 의존하던 비즈니스 모델을 벗어나 새로운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볼 수 있어요.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유료 구독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는데요. 트위터는 ‘트위터 블루’를, 인스타그램은 ‘인스타그램 섭스크립션’을 출시했죠. 텔레그램도 유료 서비스 용량을 늘리고 다운로드 속도를 빠르게 하는 유료 서비스 ‘프리미엄’을 지난달에 시작했고요. 스냅챗도 일단 이 흐름에 올라타기로 결정하면서 유료 구독 서비스 ‘스냅챗 플러스’를 출시했어요.

스냅챗 플러스는 월 3.99달러를 내면 구독할 수 있는데 앱 아이콘을 커스텀하거나 프로필에 표시할 특별한 배지를 얻을 수 있어요. 친구 중 한 명을 ‘베프(BFF)’로 지정해 채팅 기록의 가장 상단에 고정해둘 수 있고요. 내 스토리를 재시청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확인할 수 있죠. 상대방이 위치 공유에 동의했다면, 친구의 대략적인 최근 이동 동선도 확인할 수 있어요. 이런 기능들은 서비스의 고정 이용자들을 타깃한 기능이라고 볼 수 있어요. 

스냅챗 플러스는 내부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알려진 지 2주 만에 빠르게 정식 론칭되었는데요. 스냅챗의 프로덕트 수석 부사장인 제이콥 안드레우(Jacob Andreaou)는 놀랍게도 “유료 구독이 스냅챗의 새로운, 주요한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어요. 오히려 “장기적인 스냅챗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광고”라는 점을 다시 강조했고요. 

그럼에도 스냅챗 플러스를 출시한 건 미래에 유료 구독 서비스가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을지 빠르게 실험해 보기로 한 것으로 보여요. AR(증강 현실) 글래스와 같은 하드웨어 사업도 시도 중이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갈 길이 먼 상황인데요. 이번 구독제 출시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향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 광고 외 수익을 어떻게든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있음을 보여주기도 해요. 


Edit 송수아 Graphic 이은호 함영범

이 글은 2022년 4월 15일, 7월 5일, 7월 19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기반해 2022년 7월 25일(월) 기준으로 재편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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