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도 ‘왕’과 ‘귀족’이 있다? 배당 귀족주의 모든 것
ㆍby TIGER ETF
요즘 주식계좌 열어보기가 무섭습니다. 빠르게 뛰는 물가 때문에 주식시장이 매일 널뛰기를 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15일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는데도 물가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요.
지난해까지 거침없이 뛴 성장주 주가 덕에 큰 수익을 본 투자자들은 이제 눈을 돌리고 있어요. ‘더 안정적인 수익을 낼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고 있는 거죠. 이런 투자자의 눈길을 끈 주식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수십 년간 꾸준한 배당을 늘려온 ‘배당 귀족주’ 예요.
25년 이상 배당을 한 번도 줄인 적 없는 주식
배당 귀족주는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S&P 500에 속한 종목 중에서 25년 이상 주당 배당금을 늘려온 주식을 말해요. 배당은 매년 사업 성과에 따라 늘거나 주는 경우가 많은데, 배당 귀족주는 한 번도 줄이지 않고 늘려 온 주식이에요. 예를 들어 1997년 주당 배당금이 100원이었던 A 주식이 1년마다 꾸준히 배당금을 5원씩 늘려서 올해는 225원씩 주주에게 배당했다면, 이 주식을 배당 귀족주라고 부릅니다.
주식시장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는 이렇게 오랜 기간 배당을 늘려온 주식을 분류하는 용어도 있어요. 배당 블루칩(Blue chip), 배당 챔피언(Achievers), 배당 귀족(Aristocrats), 배당 왕(Kings)은 각각 5년, 10년, 25년, 50년 이상 배당금을 늘려온 주식을 말해요.
높은 배당수익률과 낮은 변동성
배당 귀족주는 꾸준히 배당을 줄 뿐 아니라 배당수익률도 높아요. 미국 주식시장에 있는 배당 귀족주(‘배당 왕’ 포함) 102개를 묶어 놓은 ‘배당 귀족 지수’의 배당수익률은 연간 2.5%예요. S&P 500의 연간 배당수익률 1.85%보다 0.65%P 높은 수치입니다. 이런 배당수익률 우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요.
주가 흐름이 안정적인 이유는?
배당 귀족주의 또 다른 장점은 낮은 변동성이에요. 지난 1년 동안 나스닥 100 지수는 24%, S&P 500은 17%의 변동성(2021년 5월 주가지수를 100으로 놓고 본 최대 변동폭)을 보였습니다. 반면 배당 귀족 지수는 변동성이 이보다 낮은 14%에 그쳤어요. 올해 초부터 나스닥과 S&P 500 지수가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배당 귀족 지수는 상대적으로 적게 하락했습니다.
이렇게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는 건 우량한 필수소비재 주식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에요. 배당 귀족주의 대표 주식인 존슨 앤 존슨은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신용 등급 평가에서 가장 높은 ‘Aaa’를 받았어요. P&G, 월마트는 Aa3, Aa2 등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만큼 현금흐름이나 재무건전성 등이 뛰어나다는 거죠.
이런 회사는 살면서 꼭 필요한 생필품을 주로 판매하기 때문에 경기 변동이 와도 상대적으로 매출 등락이 적어서 안정적이에요. 특히 요즘은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덜 받는 종목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배당 귀족주에 속한 코카콜라(음료)나 P&G(생활 용품) 등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크게 줄지 않는 ‘가격 결정력’이 있는 주식으로 분류해요.
배당주는 ‘지루한 주식’이다?
배당 귀족주는 그저 안정적이기만한 주식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주식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안정성’과 ‘성장성’은 양립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몇몇 연구 결과, 배당 귀족주는 같은 업계의 다른 주식보다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고 해요.
하버드 대학이 발행하는 경영 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1990년대 배당 귀족주는 같은 업계 내의 다른 주식보다 총자산 순수익률(ROA·경영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이 15%가량 높았어요. 그런데 이 차이는 더 벌어져서 최근에는 30~35% 정도 더 높다고 해요. 30여 년 전에도 업계 선두권이었던 배당 귀족주가 그 사이에 더 수익성이 좋아졌다는 의미예요.
이런 차별성을 보이는 건, 배당 귀족주가 대체로 업계 내에서 1~3위를 차지하는 우량주이기 때문이에요.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90년대 이후 업계 선두권 우량주가 다른 주식보다 빠른 성장을 보이는 이른바 ‘큰 주식일수록 더 좋은’(The bigger, The better) 추세가 나타나고 있어요. 이런 트렌드의 영향으로 배당 귀족주 의 우위가 이어지고 있는 거죠.
배당 귀족주의 높은 주가 성장은 S&P 500과 비교하면 눈에 띄어요. 1990년부터 배당 귀족주와 S&P 500의 주가 흐름을 비교하면, 배당 귀족주가 약 40% 높은 누적 수익률을 보였어요.
배당 귀족주를 모두 담는 방법
수십 종목에 이르는 배당 귀족주 를 한 번에 나눠 살 수 있는 ETF도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어요. 이런 ETF는 배당 귀족주를 동일 비중(각 주식을 똑같은 비중으로 매수)으로 담기 때문에, 필수소비재·산업재·소재·헬스케어 등 여러 업종을 다양하게 투자할 수 있어요. 배당 귀족주의 높은 안정성에 분산 투자 효과를 더하는 셈입니다.
거친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지쳤다면,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통해 꾸준한 배당을 제공하는 배당 귀족주에도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