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과 구축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

입지 좋은 구축 vs 입지 안 좋은 신축, 부동산 선택의 기준은?

by 김병권

“입지 좋은 구축 vs 입지 안 좋은 신축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까요?”

요즘 많이 받는 질문이다. 부동산에서 입지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신축이 대세이다 보니 ‘입지는 좋은데 구축’과 ‘입지는 안 좋은데 신축’을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이 고민의 원인은 2가지다. 첫째는 물론 돈인데, 입지가 좋으면서 신축인 집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따져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둘째는 ‘살아야 하는 집(실거주용)’과 ‘사야 하는 집(투자용)’ 중 어디에 중점을 둘지 결정하기 어려워서다. 실거주만 고려하면 고민 없이 현재 살기 편한 신축을 택할 텐데, 이왕이면 입지가 좋아서 향후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가치도 포기하기는 어렵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은데, 한정된 자금으로 한 마리만 잡아야 하는 상황 앞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오늘은 실거주와 투자 가치 둘 다 포기하지 못할 때 선택에 도움이 되어줄 예산, 입지, 신축과 구축을 둘러싼 관계를 살펴보자.

땅값은 오르고 건물값은 떨어진다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은 10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보통 가격이 두 배 정도 상승한다.(서울 기준) 필자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근처의 경우 10년 전 주택가의 땅값은 평당 1,000~1,500만 원이었고, 2024년에는 위치가 안쪽이어도 평당 2,000만 원 이하는 없으며 건물을 지을 만한 땅은 2,500~3,000만 원에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인근에서 보다 상급지라고 할 수 있는 연희동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현재는 위치가 괜찮으면 평당 5,000~6,000만 원 이상을 웃돌고 있어 1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지가가 상승했다.

물론 위치, 지형, 크기, 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부동산중개업에 종사하며 체감하기로도 상가, 빌라, 단독주택 등을 지을 수 있는 곳은 두 배 정도 땅값 상승이 흔하다. 특히, 위치가 좋을수록 그 상승폭은 더 크다.

이와 반대로 건물값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감가상각되어 0에 도달하게 된다. 건물의 상각률은 평균적으로 1년에 3% 내외라서, 보통 지어진 지 30년이 경과하면 건물값은 쳐주지 않는다. 즉, 이때부터는 땅값만 쳐주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건물이 신축일 때는 땅값과 건물값을 합쳐서 해당 부동산의 가격을 책정하지만, 30년 정도 지난 건물은 평당 얼마라는 식으로 ‘땅값×평수’로 해당 부동산의 가격이 책정되곤 한다.

아파트도 마찬가지이다. 지어진 지 30년이 넘어가면 건물값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지금의 구축들도 신축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신축도 몇년이 지나면 구축 취급을 받게 되며, 건물의 신축 프리미엄은 세월과 함께 눈 녹듯 사라져 땅값만 남는다. 사람마다 집을 구하는 용도, 계획, 성향에 따라 선택의 기준이 다른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결국 입지의 중요성이 더 크게 부각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입지가 안 좋은 신축’은 현재 가치가 높고 미래 가치가 낮고, ‘입지 좋은 구축’은 현재 가치가 낮은 대신 미래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시장에서 신축의 현재 가치는 시간이 지나면 낮아지지만, 입지의 미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재의 만족감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만족감이 커질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쪽을 권하곤 한다.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불리기로 결심했다면?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사자마자 하락을 경험할 수도 있다. 또 내 삶에서의 우선순위도 바뀌곤 하는데, 투자 가치를 따질 예정이라면 아래의 것들을 따져보고 불편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들쑥날쑥하지만 장기적으로 괜찮은 입지의 아파트의 경우 10년마다 두 배 이상 가격이 상승해왔다. 서울을 기준으로 상급지는 2.5~3배, 중급지는 ±2배, 하급지는 ±1.5배 정도 상승이 평균이다. 2024년 하반기 기준 서울 아파트의 급지는 매매가 20억 원 이상이면 상급지, 16~19억 원은 중상급지, 10~15억 원은 중급지, 5~9억 원은 하급지로 고려한다.

참고로, 상급지일수록 신축 프리미엄이 오래가고, 급지가 내려갈수록 신축 프리미엄 기간이 짧다. 상급지는 지역 내에서 기존의 것을 헐어내고 새것을 공급하지 않는 한 대체재가 없는데, 급지가 내려갈수록 주변에 대체할 지역도, 새로 올라오는 건물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상급지에 대한 수요는 많고 공급이 한정되어 있어 벌어지는 현상이다. 물론 임대 가격도 같은 이유로 높게 형성된다.

입지가 좋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감가상각되는 ‘건물의 하락분’을 땅의 ‘지가 상승분’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어야 한다. 거꾸로 생각하면 입지가 좋을수록 건물의 감가상각보다 지가 상승 여력이 훨씬 크다. 그래서 부동산 거래를 많이 해볼수록 부동산을 매수할 때는 ‘해당 건물을 산다’라는 생각보다는 ‘해당 지역을 산다’라는 생각으로 접근하게 된다.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10년 전 가격과 현재 가격을 비교해보자. 입지가 좋을수록 두 배 이상 상승했을 것이며, 입지가 좋지 않을수록 2배 이하로 상승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자신이 택한 부동산이 감가상각으로 인해 하락하는 건물의 가치를 토지의 지가 상승분이 채워주고 있는지를 따져본다. 즉,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10년 동안 두 배 이상 가격이 상승되었는지 살펴본다. 충분히 채워주고 있지 못하다면 갈아타기를 서둘러야 할 것이며, 충분히 채워주고 있다고 하더라도 안주하지 말고 더 크게 채워줄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찾아보고 임장을 다니는 등 다음 목표를 염두에 둘 것을 권한다.

한 곳에 오랫동안 산 사람보다는 급지를 올려서 자주 이사 다니는 사람이 자산 증식 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급지별로 상승의 폭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급지일수록 이사 주기를 짧게 가져가야 하며, 상급지에 가까워질수록 이사 주기를 늘려도 된다. 변화를 시도해야 발전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진다.

집을 지을 때도 입지에 따라 건축비가 결정된다

최근 원자재값 상승과 인건비 상승으로 단기간에 건축비가 많이 올랐다. 이로 인해 우리가 흔히 빌라라고 부르는 다세대주택의 경우 중급 이상의 컨디션으로 신축하기 위해서는 평당 1,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고려하는 동네에서 가장 많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용적률이 200%이다. 땅 1평에 지을 수 있는 건물의 평수가 2평이라는 의미이다. 토지 가격이 평당 1억 원이라면 건물의 건축비를 평당 1,500만 원씩 써서 고급스럽게 지어도 3~4년 정도만 지나면 지가 상승분으로 건축비를 모두 회수할 수 있다. 평당 1억 원이던 땅이 3~4년 뒤에는 평당 1억 3,000~4,000만 원으로 상승해 있어 건축비 3,000만 원(2평×1,500만 원)이 회수될 가능성 높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토지 가격이 평당 1,000만 원이라면 건물의 건축비를 평당 1,000만 원씩만 잡아도 지가 상승분으로 건축비를 모두 회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 이상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비싼 땅은 건축비를 많이 사용해도 지가 상승분으로 빠르게 건축비를 회수할 수 있지만 이와 반대로 싼 땅은 건축비를 적게 사용해도 회수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 그래서 평당 토지 가격이 건축비보다 저렴한 땅에 신축을 계획한다면 무작정 고급스럽게 짓기보다는 최대한 가성비 있게 짓는 것에 비중을 둘 필요성이 있다.

가끔 토지를 저렴하게 확보했으니 건축비는 넉넉하게 사용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부동산 투자 관점에서 좋은 건물은 토지 가격에 걸맞는 건축비를 사용한 것이다. 막연하게 ‘오랫동안 살 집'이라며 높은 건축비를 들이기보다는 회수까지 드는 시간을 확인하고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을 때는 로망으로 시작하지만, 대다수 건축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예술보다 재테크로 귀결되곤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dit 주소은 Graphic 이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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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권

2004년 부동산중개업에 입문해 전월세·매매, 재개발·재건축, 빌라 신축, 경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와 투자 경험을 쌓았다. '부동산아저씨'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부동산 지식을 나눈다. 저서로는 《부동산 대백과》,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할까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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