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보고 있는 사람

재건축 바라고 낡은 아파트에 투자해도 될까?

by 김병권

1. 재건축 사업에 대한 대표적 오해 2가지

첫 번째,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사업이 빨리 진행된다?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에서 노후도(안전진단)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연식이 오래될수록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단순히 연식이 오래된 단지순으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여의도와 개포동 주공아파트를 비교하면, 여의도의 아파트들은 대부분 1970년대에 지어졌고, 개포 주공은 1980년대 초중반에 지어졌다. 그런데 연식이 더 오래된 여의도 아파트들은 아직 재건축이 완료되지 않고 대부분 추진 중이며, 개포 주공은 1~9단지 중 5,6,7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단지는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었다. 그중 마지막으로 사업이 완료된 1단지가 2023년 연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상황이다.

두 번째, 입지가 좋으면 사업이 빨리 진행된다?

입지가 좋을수록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고 관심이 쏟아진다. 그러나 입지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이 빨리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1970년대 후반에 지어진 잠실 주공아파트의 경우 1~5단지 중 5단지가 가장 입지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실제로는 5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단지들만 2006~2008년에 순차적으로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었다. 이 단지들이 어느새 20년에 가까운 연식이 되어 가는 동안 입지가 좋다며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받은 5단지의 재건축 사업은 지금까지도 속도가 더디다.

반대로 입지가 좋은 단지의 재건축이 먼저 진행된 곳도 있는데 바로 상계 주공아파트다. 1~19단지 중 5단지와 8단지의 입지가 가장 좋다고 평가되었고 실제로 8단지는 2020년에 재건축 사업 완료, 5단지는 추가분담금 이슈로 자주 뉴스에 오르내리지만 다른 단지들에 비해 사업 속도가 빠른 편이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더 낡은 여의도 아파트들, 입지가 더 좋은 잠실 주공 5단지에 비해 재건축이 빠르게 진행된 개포 주공, 잠실 주공 1~4단지, 상계 주공 5, 8단지는 어떤 차이점이 있었을까? 여러 이유가 작용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용적률✱이다. ✱용적률: 대지 안에 있는 건축물의 바닥면적을 모두 합친 면적을 의미하는 연면적의 대지면적에 대한 백분율을 뜻한다. 건축물에 의한 토지의 이용 정도를 보여주는 기준이 된다.

잠실 주공의 경우 1~4단지는 5층짜리 저층 아파트였고, 5단지만 15층으로 중층 아파트였다. 상계 주공은 반대로 5단지와 8단지가 저층, 나머지 단지들은 중층이다. 즉 재건축 사업에서는 연식과 입지도 중요하지만 용적률이 아주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저층일수록 사업이 빨리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입지가 좋으면서 저층인 낡은 아파트이겠지만 서울에는 이제 이런 단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재건축 사업은 저층 → 중층 → 고층 순으로 진행되므로 전문가들은 이제 서울에서 위치가 좋은 중층 아파트의 순서가 다가오고 있다고 본다. 또, 이미 15~20층으로 중·고층이 섞인 단지들은 재건축이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2. 재건축 투자에 뛰어들어도 될지 체크해보기

재건축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바로 투자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아래 3가지를 고민해보고 그에 따라 선택을 달리 해야 한다.

① 새 아파트 입주(실거주)가 목적인가 vs 자산 증식이 목적인가

투자의 이유가 실거주라면 하루라도 빨리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어야 한다. 그러나 재건축 사업은 항상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그러므로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차라리 염두에 둔 단지 주변의 신축급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그럼에도 재건축에 투자를 하고 싶다면 사업이 최대한 많이 진척된 곳(최소한 사업시행인가를 득한 곳)에 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편 자산 증식이 목적이라면 내가 산 집이 언제 새 아파트가 되든 크게 상관이 없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재건축 호재만 계속해서 살아 있어서 가격 상승만 이어지면 된다. 실례로 재건축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는 A아파트 단지에 12년째 거주하는 지인이 있다. 의도치 않게 오랜 기간 몸테크를 하고 있는데,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재건축 호재로 인해 가격이 많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12년 전 9억 대에 매수한 집은 현재 호가 28~29억 원에 달한다. 그 집을 새 아파트 입주 목적으로 샀다면 진작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겠지만 자산 증식이 목적이었으므로 불편함을 감수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② 몸테크를 할 것인가(투자+거주) vs 말 것인가(투자≠거주)

집을 매수하는 목적에 따라서 집값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실거주 목적이라면, 그 집에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하기 때문에 집값 자체(액면가)가 중요하다. 그러나 투자 목적이라면, 집값 자체보다 실제 투자금이 더 중요해진다.

집값은 ‘미래 가치+현재 가치’로 결정된다. 재건축 가능성이 있는 아파트의 경우 향후 새 아파트가 될 예정이기 때문에 집값에서 미래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반대로 집이 오래되고 불편하기 때문에 현재 가치(=전세 가격)는 상대적으로 굉장히 낮다.

그래서 몸테크✱를 할 것이라면 당장 살기에는 불편하겠지만 재건축 호재가 미래 가치 상승에 꾸준하게 반영되기 때문에 재건축 투자가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 반대로 실거주는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면 낡은 아파트들은 집값 대비 전세 가격이 낮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예상보다 많은 투자금이 필요해진다. 세를 놓으며 부동산 투자하려는 생각이라면 연식이 얼마 되지 않아서 현재 가치의 비중이 높은 신축급 아파트 매수가 더 나을 수 있다. ✱몸테크: 몸과 재테크를 합친 말로, 몸을 바쳐서 재산을 불린다는 의미다. 보통 낡은 아파트나 주택에 거주하면서 재건축·재개발을 기다리고,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이익을 얻는 방식을 말한다.

③ 투자자금이 시드머니인가 vs 여윳돈인가

만약 전세를 끼고 투자해보려는 경우 투자자금이 시드머니라면, 회전율을 높여서 자산의 규모를 최대한 빨리 키워 나가는 것이 좋다. 그래서 재건축 아파트에 오랫동안 목돈을 묶어놓는 것보다는 신축급 아파트 투자를 추천한다. 전세 가격이 높아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들여 투자가 가능하고, 무엇보다 향후 현금흐름(전세보증금 증액) 확보가 용이할 수 있다. 덕분에 처음 들어가는 투자금이 가장 크고, 시간이 갈수록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재건축 아파트는 시간이 갈수록 물리적 컨디션에 대한 한계점이 부각되어 전세보증금 증액은 어려울 수 있다. 또 노후로 인한 하자 발생 등 추가적인 비용도 필요하다.

물론 장기적인 수익률은 재건축 아파트가 앞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시드머니보다는 여윳돈을 투자해 단기적으로 상승과 하락을 오가는 부침이 있더라도 장기적 우상향을 보고 오랫동안 묻어둘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3. 돈 버는 재건축 투자 물건의 5가지 조건

⓵ 입지가 좋아야 한다

재건축 조합원✱ 입장에서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추가분담금✱을 줄이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그러므로 일반 분양가를 조금이라도 높게 책정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므로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 ✱재건축 조합원: 건물과 부속토지 소유자이면서 조합 설립에 동의한 사람. ✱추가분담금: 조합원이 재건축 사업 진행 시 처음에 지불해야 하는 분담금 외에 사업 지연, 공사비 상승, 일반 분양 난항 등의 이유로 추가로 내야 하는 금액을 뜻한다.

물론 자금의 한계로 인해 차선책으로 돈에 맞춰 입지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곳에 투자를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입지가 떨어지면 일반 분양가가 높을 때 자칫 미분양에 대한 위험이 있어 분양가를 무작정 올리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럴 때는 공사비 상승분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일반 분양 물량이 충분하게 확보되는 단지가 좋다.

또한 입지가 좋은데 사업 속도가 느린 구역과 입지는 조금 떨어지는데 사업 속도가 빠른 구역을 두고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B뉴타운 내에서 입지가 조금 더 좋지만 사업시행인가 단계인 1구역과 이미 철거 중인 8구역이 있다. 이럴 때는 속도가 빠른 쪽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사업이 어느 정도 본격화되었을 때는 막대한 자금이 본격적으로 투입되어 이 단계부터는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이다.

⓶ 기존 용적률이 낮을수록 좋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용적률은 대지 면적 대비 건물의 모든 면적을 합친 것의 비율을 의미한다. 단 용적률 계산 시 지하층의 면적은 제외한다. 예를 들어 대지 80평에 그 대지를 쓰는 건물이 지하 1층~4층까지 각 50평이라면, 건물 전체 면적은 50평×4개층으로 200평이고, 용적률은 200÷80×100=250%이다.

기존 용적률은 낮고 새롭게 적용받을 용적률이 높을수록 추가로 지을 수 있는 면적(세대수)이 늘어나 일반 분양 물량이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저층 아파트일수록 용적률이 낮아 투자 수익이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참고로 재건축 사업에서 기존 용적률이 150% 이하면 사업성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⓷ 중·대형 평형이 많아 평균 대지지분이 큰 단지가 좋다

대지지분은 아파트 단지 전체 면적에서 한 가구가 갖는 땅의 면적을 뜻한다. 보통 소평형대 위주로 구성된 단지보다는 중·대형 평형대로 구성된 단지의 사업성이 더 좋다. 기존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 때문이다.

예를 들어 C아파트 단지의 경우 용적률이 93%로 굉장히 낮다. 얼핏 보면 사업성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현재 공급면적 11평형(대지지분 12평) 840세대로 구성되어 있는데, 재건축 시 용적률 299%인 총 996세대로 신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996세대 중에서 조합원 물량 840세대와 공공임대 물량 약 150세대를 제외하면 일반 분양분이 거의 없어서 결국 1:1 재건축과 비슷해지므로 추가분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만약 C단지가 11평형 840세대가 아닌 22평형 420세대로 구성되어 있었다면 일반 분양 물량이 300~400세대 정도 되기 때문에 사업성 좋은 단지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재건축 사업에서는 세대당 대지지분이 클수록 좋은 것이며, 참고로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이 15평 이상이면 양호한 편에 속한다.

⓸ '종 상향'이 가능한 단지가 좋다

일반적으로 종 상향✱이 될수록 건물을 더 높게 건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조례에 따른 서울의 용적률을 살펴보면 제2종일반주거지역은 200%이며, 제3종일반주거지역은 250%이다. 그리고 준주거지역은 400%, 중심상업지역일 경우 1000%이다. ✱종 상향: 1ㆍ2ㆍ3종으로 나뉘어 있는 일반주거지역에서 1종을 2종으로, 또는 2종을 3종으로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1종보다는 2종, 2종보다는 3종에서 용적률과 층수를 높여 지을 수 있어 사업성을 개선시킬 수 있다.

최근 D아파트단지의 경우 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 상향을 추진하면서 최대 층수를 기존 계획안 49층에서 수정안 70층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재건축 사업에서 종 상향이 허가되면 건축할 수 있는 건물의 면적과 층수가 늘어나고, 그만큼 일반 분양 물량도 늘어나 사업성이 좋아지기 때문에 종 상향의 여지가 있는 단지가 좋다.

⓹ 조합원들의 사업 추진 의지가 높아야 한다

소유자(조합원)들의 연령대가 높고 실거주하는 세대가 많을수록 사업 속도면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4~5년 이상의 공사기간(이주, 철거, 준공) 동안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새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추가분담금에 대한 부담감을 더 크게 갖고 있다. 그러므로 임차인 비중이 높은 단지일수록 사업 진행 속도에는 유리하다.

예전에는 재건축 사업의 성패가 행정절차(인허가) 속도에 달려 있어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이주를 시작하면 얼추 사업이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공사비 상승으로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 부담이 커지면서 재건축 사업에 대한 속도감이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정부의 정책이나 지원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추가분담금을 감당하며 추진할 의지와 시장 분위기가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다.


Edit 주소은 Graphic 이은호

해당 콘텐츠는 2024.06.07.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김병권 에디터 이미지
김병권

2004년 부동산중개업에 입문해 전월세·매매, 재개발·재건축, 빌라 신축, 경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와 투자 경험을 쌓았다. '부동산아저씨'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부동산 지식을 나눈다. 저서로는 《부동산 대백과》,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할까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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