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증여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는 사전증여, 무조건 절세에 유리할까?

by 최용규

우리나라 상속세는 다음 표와 같이 상속재산이 많아질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율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전증여를 통해 상속재산에 포함되는 재산을 줄여 낮은 구간의 상속세율을 적용하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증여세 세율도 상속세 세율과 같습니다)

상속할 재산을 미리 분산하면 상속세 과세표준이 줄어들게 되는데요. 과세표준을 줄이기 위해 사전증여를 하면 절세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속세를 아끼려 시도한 사전증여가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어요.

사전증여를 하면 오히려 세금이 더 나올 수 있다?

김토스 – 5억 원짜리 아파트 2채와 기타 재산 2억 원을 모아 총 재산이 12억 원입니다. 부인과 성인이 된 아들 둘과 함께 가족을 이루고 있고요.

얼마 전 부자들은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사전증여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저도 아파트 2채를 아들들에게 사전증여하면 상속세를 줄일 수 있을까요?

​택스코디 – 사전증여를 하는 것이 꼭 상속세를 줄이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세금이 더 나올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하는데요. 그 이유는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 이내에 상속인들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에 가산하여 상속세를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상속재산에 합산된 사전증여 재산은 상속공제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즉, 상속공제 한도를 적용받기 때문에 일괄공제 5억 원, 배우자공제 5억 원 등의 상속공제를 제대로 적용받을 수 없어, 상속세 과세표준은 늘어날 수 있으므로 오히려 세금이 더 많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럼 10년 이내 상속이 발생한다는 가정 하에, 사전증여 했을 때와 사전증여 없이 모두 상속을 받을 때의 세금을 자세히 비교해볼까요?

사전증여를 했지만 10년 이내에 상속이 발생하면, 총 납부할 세액은 증여세 1억 6천만 원과 상속세 8천만 원을 합해 2억 4천만 원이 됩니다.

​사전증여를 하지 않았을 때 상속세 과세표준은 2억 원으로 사전증여를 한 경우인 10억 원과 비교해 8억 원이 적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사전증여를 했을 때 오히려 과세표준이 더 큰 이유는 합산된 사전증여재산은 상속공제를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전증여를 하지 않았을 때 상속세는 3천만 원으로, 사전증여를 한 경우 증여세와 상속세를 합한 2억 4천만 원보다 무려 2억 1천만 원이 줄어들게 됩니다. 따라서 김토스 씨는 사전증여를 하지 않고 모두 상속을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시골 농지, 증여와 상속 중 뭐가 더 유리할까?

김토스 – 시골에서 평생 농사만 지으며 살아오신 아버지께서 이제 나이가 드셔서 더는 농사짓기가 힘드니, 제게 농지를 증여해 주시겠다 합니다.

그런데 저는 직장을 다니고 있어 농사를 지을 생각이 없습니다. 농지를 받게 되면 즉시 팔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농지를 지금 증여받는 것과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상속받는 것 중 어느 쪽이 세금 측면에서 더 유리한가요?

택스코디 – 아버지에게 농지를 증여 또는 상속받은 후 경작하지 않고, 양도할 가능성이 크다면 양도소득세도 같이 고려해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경농지 세액감면은 증여보다 상속으로 받을 때가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아버지가 8년 이상 재촌자경농지 소재지와 같은 지역(시·군·구)에 살거나, 직선거리로 30km 이내에 있는 인접 지역에 거주하면서 해당 농지에서의 농작업 절반 이상을 본인이 직접 하는 것 한 농지를 자녀가 상속받는 경우 아버지(피상속인)가 경작한 기간도 자녀(상속인)의 경작 기간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입니다.

즉, 자경농지 세액감면 혜택 범위에 들어오는 조건일 경우, 상속개시일(부친 사망일)로부터 3년 이내에 양도한다면 자경농지 세액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농지를 증여받으면 아버지가 경작한 기간이 자녀의 경작 기간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버지의 농지를 증여받는다면, 자녀가 직접 8년 이상 재촌 자경해야만 양도 시 자경농지 세액감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농지를 받은 후 농사를 지을 계획이 없다면, 부친으로부터 농지를 상속받은 후 상속개시일로부터 3년 이내에 양도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본인이 직접 경작하지 않고도 자경농지 세액감면을 받을 수 있으므로 양도소득세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아버지의 농지는 자녀가 양도하는 날 기준으로 농지여야 하고, 공부상 지목이 아닌 실제 사용 용도가 농지여야 하며, 농지소재지가 비도시지역(관리지역·농림지역·자연환경보전지역)이어야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혹시 농지소재지가 도시지역(주거지역·상업지역·공업지역)으로 편입되었다면, 편입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했을 때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참고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사전증여가 유리한 상황은 언제일까?

현금이 아닌 부동산을 사전증여하고 나중에 가격이 많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10년 내 상속이 발생하더라도 사전증여를 통해 절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사전증여한 부동산은 상속일 기준 시세가 아니라 증여 당시 시세로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김토스 – 그럼 사전증여가 유리한 상황은 구체적으로 언제라 볼 수 있나요?

​택스코디 – 두 가지 경우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1. 추후 시세 상승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부동산 또는 주식 등은 사전증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증여하고 난 후 10년이 지난 이후에 상속이 예상되면 사전증여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 (단, 적용받을 수 있는 상속공제가 크다면 사전증여가 필요 없을 수 있으니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총재산 15억 원 중 10억 원짜리 아파트 1채를 자녀에게 미리 증여하고, 다른 재산이 5억 원 남은 경우를 가정해봅시다.

나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이 아파트가 20억 원까지 2배 상승했다면, 설령 10년 내 상속이 개시된다고 하더라도 상속세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상속재산에 합산되는 사전증여 금액은 증여했던 당시의 아파트 가격인 10억 원으로 고정되어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이동건

최용규 에디터 이미지
최용규

택스코디 최용규. 직장인과 사업자의 세금 및 부동산 세금을 강의하고 글을 쓰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세금을 가장 쉽게 설명한다고 자신할 수 있어요.

필진 글 더보기
0
0

추천 콘텐츠

지금 인기있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