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무조건 오래 쓰는 게 좋은 걸까?
ㆍby 스케치
<김토스의 슬기로운 경제생활> 열 번째 이야기 휴대폰 바꿀 때 고려해야 할 ABC
바꿀까? 말까? 김토스는 요즘 최신 휴대폰의 유혹에 빠졌습니다. 새로 나온 휴대폰을 사고 싶지만 3년째 쓰고 있는 휴대폰이 아직은 쓸만한 것 같아 망설여지는데요. 휴대폰은 무조건 오래 쓰는 게 좋은 걸까요? 휴대폰을 바꾸고 싶은 김토스가 고려해야할 ABC를 살펴봅시다.
A. 감가상각 이해하기
휴대폰을 포함한 모든 재화는 감가상각(depreciation)됩니다. 조금 어려운 말이죠. 쉽게 말하면 사용한 연수가 늘수록 재화의 가치도 하락해 가격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인데요. 부동산(토지)을 제외한 대부분 재화는 특정 연차 이후에 가치가 많이 하락합니다. 땅은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않죠. 때문에 토지는 물가상승분이 반영될 뿐, 감가상각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반면 아파트 건물, 자동차, 세탁기 등과 같은 재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낡고, 제 기능을 잃기도 합니다. 오래된 중고폰이 싼 이유 역시 감가상각으로 설명할 수 있죠.
B. 휴대폰 감가상각 계산하기
우리는 새 휴대폰을 살 때, 쓰던 휴대폰을 중고로 판매합니다. 위에서 살펴본 감가상각에 의하면 오래된 휴대폰일수록 팔 때 가격은 더욱 떨어지겠죠. 그러면, 휴대폰은 언제 파는 게 좋을까요? 휴대폰의 감가상각을 함께 계산해봅시다.
예를 들어, 김토스는 휴대폰을 80만 원에 사서 3년 동안 사용했습니다. 휴대폰을 사용한 연수(3년)를 내용 연수(4년)로 나눈 후, 구입가(80만 원)를 곱하면 감가상각을 구할 수 있습니다. 3 / 4 x 80 = 60, 김토스의 휴대폰 감가상각비는 60만 원이 되는 거죠.
지금쯤 ‘내용연수’라는 단어가 궁금하실 겁니다. 견딜 내(耐)에 쓸 용(用)으로, ‘사용하여 견딜 수 있는 연수’를 말합니다. “이 물건은 이 정도 기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라는 기준과 같죠. 내용 연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며, 재화의 특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통 생활용품은 3년, 휴대폰은 4년, 세탁기는 7년, 에어컨은 8년, TV는 9년 정도로 봅니다.
구입가에서 감각상각비를 빼면, 현재 재화에 대한 자산적 가치(잔존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김토스 휴대폰의 경우, 휴대폰 구입가(80만 원)에서 감가상각비(60만 원)를 뺀 20만 원이 잔존가치가 됩니다. 따라서 휴대폰을 무조건 오래 사용하기보다는 내용연수(부품보유기간) 내 재판매하는 것이 현명한 경제생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C. 가격의 경제학 : 2년이면 떨어질 가격, 나올 땐 왜 이렇게 비쌀까
‘김토스의 생애 첫 자취방 구하기’ 편을 기억하시나요? 우리는 재화의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형성됨을 알았는데요. 그래서 수요가 적으면 가격이 떨어져야 정상이지만, 늘 비싼 재화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명품 브랜드가 있습니다.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웬만해서는 가격 할인을 하지 않고 적정 가격 이상을 유지하죠. 신형 휴대폰도 마찬가지인데요.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자 출고가를 내리지 않습니다. 또한 제도상의 이유도 있는데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로 가격 하한선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늘 일정 가격 이상을 유지하는 휴대폰의 경우, 수요량보다 공급량이 늘 많은 초과 공급 상황을 유지하게 됩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새 스마트폰을 살 때 유통점에서 혹여나 재고가 없지는 않을까 고민하지 않잖아요. 통신사별 가격 하한선만을 비교할 뿐이죠. 이렇게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벗어나 가격이 형성될 때도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주기적으로 신제품이 출시되는 휴대폰의 경우, 출시 이후 가격하한선을 두어 일정 가격을 유지합니다. 반면 감가상각비용이 높아 사용할수록 그 가치가 빨리, 그리고 많이 떨어지게 돼죠. 새 휴대폰으로 바꾸면서 쓰던 휴대폰 판매 까지 고려한다면, 4년(내용연수) 내 파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