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만 4조 원, 챔피언스리그는 어떻게 돈을 벌까?
ㆍby 이종성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유럽 무대에 진출하는 꿈을 꿉니다. 특히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로 대표되는 유럽 5대 리그 클럽에서 뛰는 걸 목표로 하죠. 세계적인 클럽에서 뛰게 되면 자연스럽게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더 큰 꿈도 꾸게 됩니다. 챔피언스리그에는 매년 유럽 각국 리그에서 최상위 성적을 거둔 클럽들이 모이는데요. 유럽 최고의 축구팀을 가리는 무대인 만큼,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는 단 한 팀만 차지할 수 있는 영광의 상징이에요.
우승팀 상금만 2,000억 원
클럽 입장에서 챔피언스리그는 명예를 넘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해요. 최근 챔피언스리그가 ‘풋볼 머니 리그’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역시 엄청난 규모의 상금이 있어요.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는 2023-24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며 1,600억 원이 넘는 상금을 차지했죠.
2024-25 시즌 챔피언스리그 상금 규모는 4조 원에 육박해요. 지난 시즌에 비하면 1조 원이나 늘어난 규모인데요. 이번 시즌부터 참가 팀이 32개에서 36개 팀으로 늘었고, 리그 운영 방식도 조별 리그에서 단일 리그로 바뀌었기 때문이에요. 리그 형태가 바뀌면서 자연스레 경기 수도 늘어나서, 지난 시즌 125경기였던 챔피언스리그 경기는 이번 시즌에 189경기가 되었습니다.
총상금 규모가 늘어난 만큼, 우승팀이 가져가는 상금도 더 커질 전망이에요. 이번 시즌 우승팀은 약 2,000억 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금액은 지난 시즌 유럽 프로 축구 클럽 중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레알 마드리드 전체 수입의 약 13%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2024-25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레알 마드리드 / 사진: 로이터
막대한 상금의 원동력은 중계권료와 스폰서십
챔피언스리그가 막대한 상금을 참가 팀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건 기본적으로 미디어 중계권료 덕분이에요.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방송사들이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 UEFA(유럽 축구 연맹)에 지불하는 금액은 7조 원 규모로 평가돼요. 지난 시즌(약 5조 원)보다 2조 원이나 늘어난 금액이죠.
* 유로파리그: 유로파리그도 UEFA가 여는 유럽 클럽 대항전이에요.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엔 못 미쳤지만 리그 성적이 괜찮은 팀들이 주로 참가하고, 각국 FA컵 우승팀도 나올 수 있어요.
이 중에서도 미국에서의 중계권료 상승이 특히 눈에 띄는데요. 2022년 미국 CBS 방송사는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중계권을 연간 3,660억 원에 사들였어요. 이전 계약과 비교하면 무려 150%나 오른 수치로, 최근 미국 내 유럽 축구의 인기가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에요.
중계권료는 상금 배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UEFA는 챔피언스리그 전체 상금의 35%를 ‘기본 가치(Value pillar)’라는 이름으로 유럽 각 국가의 챔피언스리그 중계권료 지출과 지난 5시즌 동안의 클럽 성적에 따라 상금을 배분해요. 예를 들어 영국 방송사가 UEFA에 많은 중계권료를 지불했다면, 대회에 참가하는 잉글랜드 클럽들이 기본적으로 받는 상금도 덩달아 커지는 거죠. 결국 ‘기본 가치’ 항목은 프로 축구 산업의 규모가 크고 경기력도 뛰어난 유럽 5대 리그 클럽에 더 많은 챔피언스리그 상금이 분배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인 셈입니다.

중계권료만큼은 아니지만 스폰서십 역시 챔피언스리그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2023-24 시즌 UEFA는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의 스폰서십으로 약 8,884억 원을 벌어들였는데요. 이 중 가장 큰 스폰서가 네덜란드의 맥주회사 하이네켄이에요. 하이네켄은 매년 약 1,000억 원 가까이 UEFA에 스폰서십 비용을 내고 있어요.
하이네켄은 1994년부터 꾸준하게 챔피언스리그를 후원하면서 회사 매출을 크게 끌어올렸어요. 2011년 27조 원이었던 하이네켄의 매출은 지난해 57조 원 수준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는데요. 챔피언스리그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동안 하이네켄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죠.
유럽 5대 리그 클럽들의 잔치가 된 챔피언스리그
챔피언스리그는 원래 '유러피언 챔피언 클럽스 컵(European Champion Clubs’ Cup, 이하 유러피언 컵)'이라는 이름으로 1955년에 시작됐어요. 유럽연합(EU)의 시작점이었던 유럽석탄철강 공동체(ECC)가 1951년에 출범하면서 유럽 각국 프로 축구팀들이 한자리에 모여 실력을 겨룰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죠.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대회는 유럽 각국 리그의 챔피언들만 참가할 수 있는 대회였어요. 1990년대 초반까지는 전통적인 축구 강호 외에도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 셀틱, 네덜란드의 아약스, 포르투갈의 벤피카, 루마니아의 스테우아 부쿠레시티, 심지어 구 유고연방의 레드스타 베오그라드까지 이 대회 정상에 오르며 다양한 유럽 국가 클럽들이 골고루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유럽 축구 변방 국가 클럽들의 우승은 경쟁을 넘어 유럽 축구의 화합과 친선이라는 측면에서 유러피언 컵의 가치를 빛나게 해주는 부분이었죠.
하지만 대회가 1992년부터 ‘챔피언스리그’로 명칭을 바꾸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때부터 챔피언스리그는 사실상 5대 리그 클럽들의 전유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유럽 축구 중계권료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면서 빅 리그와 스몰 리그 간 경제적 격차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에요. 여기에 수익 창출에 혈안이 됐던 빅클럽들이 압력으로, 챔피언스리그는 빅리그 클럽에 유리한 대진 시스템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결과, 1992년 이후 유럽 5대 리그가 아닌 클럽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사례는 30년이 넘는 기간동안 단 두 번밖에 나오지 않았죠.(1994-95 시즌 아약스, 2003-04 시즌 FC 포르투). 심지어 준우승 팀은 단 한 팀도 없었습니다. 4강 진출도 2018-19 시즌의 아약스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이제 챔피언스리그는 사실상 유럽 5대 리그 클럽들의 잔치가 됐어요. 더 정확히 말하면, 프랑스를 제외한 4대 리그(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클럽들만 우승컵을 나눠 갖는 무대가 되어 버렸죠. 프랑스 클럽은 1992-93 시즌 올랭피크 마르세유가 우승한 뒤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서지 못했습니다.

FC 포르투를 2003-04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끈 무리뉴 감독 / 사진: 로이터
바야흐로 EPL 클럽의 시대
21세기 들어 챔피언스리그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잉글랜드 클럽의 강력한 약진이에요. 프리미어리그(EPL)의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잉글랜드 클럽들이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기 시작한 거죠. 특히 2006-07 시즌엔 챔피언스리그 4강에 무려 3팀이나 올려놓으면서 막강한 머니 파워를 보여줬습니다.
심지어 최근 10년 동안 EPL 클럽끼리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맞붙은 일도 두 번이나 있었어요. 이런 결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에요.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유럽 프로축구 이적료 지출 상위 20개 팀 중 12개 팀이 EPL 소속이었으니까요.
EPL은 현재 유럽 축구리그 중에서 가장 많은 중계권료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영국과 해외 중계권료를 합쳐 4년 동안 무려 20조 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으니, 연간 5조 원 넘게 버는 셈이에요. 엄청난 수익 덕분에 EPL 클럽들은 다른 리그의 클럽들보다 선수 영입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었고, 결국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죠.
앞으로도 챔피언스리그에서 EPL 빅클럽들의 강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PL은 해가 다르게 늘어나는 해외 중계권료 수입에서 다른 유럽 빅 리그를 압도하고 있거든요. 해외 중계권료만으로도 1년에 2조 원 넘는 수입을 벌 수 있는 리그는 EPL이 유일합니다. 대부분의 유럽 프로 축구리그가 자국 시장에서 중계권료를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인데, EPL은 세계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해외 중계권료 상승이라는 특수를 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png)
EPL은 유럽 5대 리그 가운데 전체 수입에서도 압도적이에요. 2024-25 시즌 기준으로 EPL의 예상 수입은 약 11조 8,000억 원으로, 2위인 독일 분데스리가의 약 6조 2,000억 원보다 두 배 가까운 차이가 납니다. 이 막대한 수입은 EPL 클럽들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게 하는 확실한 원동력이 될 거예요.
챔피언스리그와 지구 온난화
챔피언스리그가 이윤 극대화를 위해 경기 수를 늘린 이면에는 적지 않은 문제들이 생기고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환경 문제예요. 경기가 많아진 만큼 참가 클럽들은 더 많은 이동을 해야 하거든요.
클럽이 유럽 전역을 이동하며 경기를 치르다 보니 선수단이 비행기를 이용하는 횟수도 늘어나고 있어요. 비행기가 내뿜는 탄소 배출은 지구촌이 노력하고 있는 탄소 제로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셈입니다. 여기에 경기를 보러 찾아오는 수많은 축구 팬들의 이동까지 더해지면 이 문제는 훨씬 심각해져요.*
* BBC에 따르면 2024-25 시즌부터 UEFA가 관장하는 유럽 클럽 대항전(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콘티넨탈 리그)의 경기 수가 많아지면서, 리그에 참여하는 선수단과 팬들의 비행거리는 지난 시즌에 비해 약 24억 km 늘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게다가 유럽 대부분의 축구 경기장은 아직 대체 에너지가 아니라 화석연료 기반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어요. 경기가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더 많은 탄소 에너지를 쓰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보통 5월 말에 열리는데요. 지금과 같은 기후 위기 상황이 계속된다면 10년 뒤 유럽의 5월 말은 지금보다 훨씬 더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환경 변화는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거예요. 팬들이 기대하는 선수들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모습이 더위 때문에 줄어들 수 있다는 거죠.
늘어난 경기수로 지쳐가는 선수들
환경 문제 못지않게 심각한 건 선수들의 번아웃입니다. 유럽 빅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정규 리그, 국내 컵 대회, 챔피언스리그는 물론이고 월드컵 예선과 본선, 각 대륙 연맹 대회 등 수많은 경기에 참가해야 합니다. 심지어 시즌이 끝난 뒤에도 아시아 투어나 북미 투어 같은 친선 경기에 참가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클럽 입장에서는 이런 해외 투어가 수익 확대에 중요하기 때문이죠.
워낙 경기 일정이 타이트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핵심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클럽의 고민거리가 됩니다. 물론 빅클럽들은 탄탄한 선수층을 구성해 주전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핵심 선수를 제외하기란 쉽지 않죠. 경기 수가 늘어난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핵심 선수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주드 벨링엄은 20살 때 같은 나이였던 웨인 루니보다 출전 시간이 30% 이상 길었어요. 또 다른 슈퍼스타 킬리안 음바페 역시 24세 때까지 출전한 시간이 26,952분이나 됐는데요. 이건 티에리 앙리의 같은 나이 때 출전 시간보다 무려 48%나 긴 수치입니다. 그만큼 지금 유럽 빅클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핵심 선수들은 과거의 선수들보다 훨씬 많이 뛰면서 ‘번아웃’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어요.
높아지는 중계권료와 티켓값, 수익과 팬심 사이
.png)
챔피언스리그의 중계권료가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오르고 있다는 건 결국 축구 팬들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 늘어났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최근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한 유럽 축구의 중계권료가 오른 이유 중 하나가 유료 TV와 OTT 플랫폼 때문인데요. 이 플랫폼들은 광고 수입뿐 아니라 팬들이 내는 구독료를 통해 챔피언스리그 중계권료를 마련하고 있죠. 결국 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높아지는 경기장 티켓 가격 역시 팬들에게 큰 부담입니다. 지난 해 10월 아스톤 빌라는 바이에른 뮌헨과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펼쳤어요. 챔피언스리그로 명칭이 바뀐 뒤 처음으로 대회에 나선 아스톤 빌라는 이 경기의 입장료를 가장 저렴한 좌석마저 13만 원에 책정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경기 일반석 최저가격이 약 24,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금액이었죠.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기대하며 홈 경기장을 찾으려던 팬들에게는 너무나 높은 가격이라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물론 아스톤 빌라 사례는 다소 이례적인 예이긴 했지만, 유럽 전역에서 챔피언스리그 경기 티켓은 대체로 비싼 편이에요. 국제 경기의 성격을 띠면서 최고의 선수들이 나오는 만큼, 클럽 입장에서는 티켓 가격을 높여 입장 수입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니까요. 하지만 이런 현상에 대해 팬들은 클럽이 자신들의 충성심을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열정적인 응원 문화로 유명한 도르트문트 팬들 / 사진: 로이터
챔피언스리그에 돈이 몰리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들이 맞붙고, 전 세계 팬들이 열광하는 무대니까요. 하지만 별들의 잔치가 팬들과 멀어지는 돈 잔치로만 남게 된다면, 그 무대는 점점 빛을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챔피언스리그가 앞으로도 사랑받는 무대로 남기 위해서는, 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균형을 놓치지 않아야 할 겁니다. 팬이 있어야 축구 산업도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
Edit 윤동해 Graphic 이은호 윤자영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과학부 교수.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서 스포츠 기자로 일하던 중, 스포츠가 사회문화 현상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실에 매료됐다. 늦은 나이에 영국 DMU(드몽포트) 대학에서 남북한 축구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야구의 나라》, 《스포츠문화사》, 《세계사를 바꾼 월드컵》과 《A History of Football in North and South Korea: c. 1910~2002》 등이 있다.
필진 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