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노벨문학상을 또 받을 수 있을까?
ㆍby 월간 토스픽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10월 10일 저녁, 평소엔 쥐 죽은 듯 조용한 카톡이 갑자기 시끌벅적해졌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초등학교 동창, 대학 동기, 회사 동료들 채팅방까지 ‘대박’과 ‘감동’이 쏟아졌어요. 예고 없이 찾아온 대한민국의 첫 노벨문학상 소식에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퍼져나갔죠. *한강 작가는 수상 직후 서면으로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 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는 짧은 소감을 밝혔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었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이 2012년부터 남녀를 번갈아 수상자로 선정했기 때문에 올해는 여성 작가가 유력하다고 봤지만, 후보로 주목받던 중국의 찬쉐를 제치고 한강이 선택된 것은 놀라움 그 자체였죠. 뉴욕타임스도 “한강의 수상은 서프라이즈”라며 출판가 역시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고 전했습니다.
온라인 반응 역시 기쁨과 환희로 넘쳤습니다. ‘오늘부터 ‘문송합니다’ 금지’, ‘국문과 졸업하면 무엇을 하냐고? 노벨문학상을 받는 거다!’ 같은 유쾌한 반응들이 넘쳤고,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원서로 읽을 수 있다는 뿌듯함도 더해졌죠.
6일 만에 달성한 대형 출판사의 1년 매출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지금까지 출판 시장은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온라인 서점은 접속자가 몰려 마비되고,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오픈런’까지 이어졌죠. 인쇄소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밤새 기계를 돌렸지만, 폭발적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중고 앱에서는 한강 작가의 단행본이 14만 원까지 올라오기도 하고요.
수상 단 6일 만에 한강 작가의 책은 100만 부가 판매되었습니다. 이 시기 예상 매출액이 유명 출판사의 한 해 매출 전체와 비슷하다고 하니, 한국 출판 시장에 그야말로 ‘기적’이 찾아온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강 작가의 도서를 제외한 국내 도서 판매량도 전년 대비 7% 증가하며 출판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사 속에서도 동네 서점들은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는데요. 도·소매를 함께하는 대형 서점이 사실상 출판 유통을 독점해 한강 작가의 책을 찍어내고 판매하는 사이, 동네 책방들은 책을 구하지 못해 손님들을 되돌려 보내야 했거든요.
논란이 계속되자 교보문고는 한강 작가의 책을 10월 22일부터 31일까지 한시적으로 판매하지 않고, 해당 기간 입고된 책은 모두 동네 서점에 공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노벨문학상은 한국의 ‘도서 유통 구조’까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했죠.
매월 하나의 키워드를 선정해 경제적 시선으로 질문을 던져보는 <월간 토스픽>. 이번 달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편집한 김선영 편집자와 함께합니다. 한강 작가님과 함께 울어버린 비하인드부터 책 한 권을 팔면 출판사는 얼마를 남기는지, 출판업계의 수익 구조와 다음 노벨문학상 후보로 주목하면 좋을 작가들까지 살펴봅니다.
우리나라는 노벨문학상을 또 받을 수 있을까?
우리가 좋은 문학 작품을 만나기까지 벌어지는 일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에 《소년이 온다》 담당 편집자임을 밝히며 축하 게시물을 올리셨지요. 기분이 어떠셨나요?
막히는 강변북로 위에서 지루하게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한강 작가님의 대표작을 함께 만든 편집자로서 이미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언젠가 한국에서도 노벨문학상을 받는 날이 온다면 한강 작가님이 받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올해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덕분에 《소년이 온다》의 편집자로서 덩달아 저도 많은 축하를 받았습니다. 그날 이후 "한국문학, 만세!"를 여러 번 외쳤어요.
편집자가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는 점은 어느 분야나 비슷하겠지만, 특히 문학 편집자는 소설이 출간되기까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문학 작품은 작가의 세계를 인정한 상태에서 출간 결정을 하는 것이라서 먼저 아이템을 제안하는 경우보다는 ‘작가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때가 많아요. 대신 편집자는 작품의 전체 흐름을 보고 피드백하며 수정을 같이 해나가게 됩니다. 한 인물이 갑자기 개연성 없는 행동을 한다든지, 결말에 와서 이야기를 끌어온 힘이 떨어졌다든지 하면 원고의 첫 번째 독자로서 작가와 대화도 많이 나눠요.
작가나 작품마다 해야 하는 역할도 달라져서 초교(첫 교정)를 시작할 때는 늘 떨려요. 처음 담당하는 작가의 작품이면 전작들을 읽어보면서 문체나 톤을 공부하고 그에 맞는 편집을 합니다. 특정 장면에서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함께 찾기도 하고, 소설집의 경우에는 몇년간 쌓아온 단편들의 순서를 잡고, 작품들을 아우를 수 있는 제목도 붙이죠. 그러다 때로는 어떤 단편의 소재나 세계관을 살려 장편으로 써보실 것을 제안하기도 해요. 《채식주의자》가 이전작인 단편 〈내 여자의 열매〉에서 상상력을 극대화해 탄생하게 된 작품인 것처럼요.
《소년이 온다》의 작업 과정은 어땠나요?
《소년이 온다》는 창비의 문학블로그 ‘창문’에서 2013년에 먼저 공개했어요. 무려 매일 연재였죠. 문예지가 새롭게 독자를 만나는 방법이 한창 블로그나 웹진일 때가 있었거든요.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 피플》, 천운영 작가의 《생강》 등도 모두 창문에서의 연재로 선보인 작품이에요. 신문에 연재하는 것처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올려야 하다 보니까 힘든 마감도 많았는데 한강 작가님은 미리 원고를 꽤 보내주셔서 제가 여유롭게 편집하고 임의로 분량을 나눠서 올릴 수 있었어요.
뵌 적은 없지만 왠지 인터뷰만 봐도 원고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연재 시작을 안 하실 것 같아요.
맞아요. 큰 틀이 잡혀 있었고, 아무리 늦어도 몇 주 전에는 원고가 들어왔어요. 그렇게 2014년 1월까지 연재하며 초고를 마련하고 몇달 시간을 가지면서 수정한 뒤 2014년 5월에 출간했어요. 그 기간 동안 편집부 의견도 드려서 뒷부분 수정도 좀 있었고요.
《소년이 온다》 작업 후에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소년이 온다》는 제게도 각별한 작품이었는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책을 만들고 작가님과 소통하던 많은 장면들이 오래 남아 있어요. 책이 출간되고 나서 작가가 직접 낭독하는 오디오북을 제작하기 위해 스튜디오에서 만났는데, 1장을 녹음하다가 한강 작가님과 스태프 모두가 눈물이 터지는 바람에 녹음을 멈춘 적이 있었어요. 한참을 쉬다가 결국 한 권 낭독은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녹음을 중단했습니다. 작품 속 인물의 목소리를 한강 작가님의 음성으로 들으니 더 애틋했어요. 이런 호흡과 감정으로 쓰셨구나를 느낀 순간 다 같이 울어버렸습니다.
노벨문학상이 발표되고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출간한 출판사들까지도 화제에 올랐죠. 창비,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모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학 출판사들이더라고요. 한국 문학계는 대형 출판사만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낼 수 있는 환경인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만약 한 출판사의 문예지로 등단을 했다면 7~10편 정도의 단편 소설이 쌓였을 때 보통은 등단한 출판사에서 첫 소설집을 내요. 그러고 나면 다른 출판사들에게도 기회가 생깁니다. 그 작가의 초기작을 보고 너무 좋았다면 가능성을 보고 작품이 아직 다 모이지 않았지만 미리 출간 제안을 해서 두 번째 소설집 계약을 해두는 거예요.
문예지가 있는 곳, 혹은 작품을 아직 못 봤어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곳은 대부분 규모가 큰 출판사이다 보니까 좋은 작가의 작품을 가져가게 될 가능성이 큰 것은 맞죠. 그런데 요즘은 작은 출판사가 신선한 기획을 많이들 하고 있어서 알려진 소설가들이 규모가 작은 곳에서 소설집이나 에세이를 내는 경우도 늘고 있어요. 레제에서 출간한 김연수 작가의 《너무나 많은 여름이》처럼 늘 호흡 맞추던 편집자가 독립해서 함께한 케이스도 있고, 프란츠에서 출간한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 작가의 《음악소설집》은 안정적인 기획을 보여주는 소규모 출판사의 재밌는 시도라 응원하는 마음이에요.
만약 1인 출판사를 한다면 저도 좋은 문학 작품을 낼 수 있나요?
다른 곳보다 빠르게 제안할 수 있도록 작품을 알아보는 눈, 이전 작업에서 쌓은 신뢰관계,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돈. 셋 중 하나가 있으면 가능하지요. 다만 셋 중 셋이 다 있더라도 고려해야 할 것은 소설이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점이에요. 좋은 작가들은 앞으로 쓸 작품이 서너 편씩 이미 계약되어 있어요. 그럼 저는 다섯 번째에 줄을 서는 거죠.
최근 실제로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어요. 친한 작가에게 “우리도 같이 작업하자”고 했더니 “너무 좋은데 계약이 많이 쌓여 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부터 장편 소설 다섯 편이 나오려면 최소 10년은 걸리잖아요? 그래서 저도 얘기했어요. “10년 금방이더라. 그럼 우리는 10년 뒤에 작업하는 걸로 하자.”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사실 농담이 아니라는 걸 서로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작가에 대한 믿음으로 10년 뒤를 계약하는 게 엄청난 것처럼 보이지만 살아남는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니까요. 작가는 글 쓰기를 멈추지 않고, 출판사는 잘 살아남기를 멈추지 않아서 언젠가는 만나는 것, 이게 지금 저에게는 가장 큰 숙제예요.
작가, 출판사, 서점은 책 한 권 팔면 얼마를 벌까
‘살아남기’에 대해 말씀하시니 출판시장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한강 작가님의 작품들이 일주일 만에 100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는 게 알려졌을 때,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100만 부의 예상 매출액이 유명 출판사의 한 해 매출 전체와 비슷하다”는 글이 떠돌았어요. 댓글에서는 “그 출판사 좋아하는데 그거밖에 안 되냐”는 반응들이 있었고요.
‘업계에서 손에 꼽히게 인지도 높은 브랜드의 매출이 그 정도?’라고 생각하실 테니 이해가 되는 반응이에요. 아마 그 매출에서 출판사가 실제로 남길 수 있는 비율을 알면 더 놀라실 텐데요… 10%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B주류경제학 - 출판 편〉에서 살펴본 주요 출판사들의 손익계산서를 들여다보면, 매출액에서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남는 영업이익률이 1~18%였으며 평균적으로 10% 안쪽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이것도 대형 출판사로 꼽히는 곳들의 손익임을 고려하면, 영상의 제목 ‘재무쟁이는 이해를 포기한 산업’이 이해되고 맙니다. (출처=머니그라피)
책 한 권이 팔리면 얼마 남게 되는지 더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보통 책이 나오면 40% 정도가 도소매 서점 수수료로 나가고 출판사에 60%가 남아요. 그 안에서 20~25% 정도가 제작비와 유통·물류비로 나가고, 저자 인세 10%를 드립니다. 그럼 다시 남은 20~25%를 출판사 매출(마진)로 볼 수 있고, 출판사는 그 안에서 다시 책 마케팅비, 디자인비, 인건비 등을 써요. 그러다 보면 영업이 잘된 출판사는 10% 이상, 안 된 출판사는 10% 미만이 남게 됩니다.
요즘 중쇄 찍기가 힘들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저처럼 소규모 출판사는 한 권당 제작원가가 더 비싸기 때문에 1쇄만 다 팔아서는 영업이익 남기기가 힘들어요. 그럼에도 좋은 책을 만들어서 2쇄부터 조금씩 수익을 남겨야 하는 거죠. 제 인건비도 그때부터 발생한다고 봐야 해요.
정가가 15,000원인 책 한 권을 팔았을 때 출판사는 1,500원도 못 남기는 경우도 많겠네요.
그렇죠. 저는 출판사 입장에서 말씀드렸지만 비율이 가장 큰 서점 마진도 영업이익률이 높기는 힘들어요. 우선 30~45% 안에 독자분들께 해드리는 가격 할인 10%, 마일리지 등 간접적으로 해주는 할인 5%가 들어가 있어요. 그게 도서정가제*에서 정한 할인의 상한선이고요. 그럼 서점에게도 15~30%가 남죠? 그 안에서 당일 배송도 해드려야 하고, 인건비 등 비용을 쓰고 수익을 남겨야 합니다. *도서정가제: 책값 인하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고 문화상품을 보호하기 위해 정해진 비율 이상으로 책을 할인 할 수 없게 한 제도.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도 인세가 10%인 것이겠죠? 인센티브, 혹은 전자책·장르물 등의 높은 인세는 예외로 두고요.
저자 인세가 10%로 동일하다는 것은 출판계에 자리 잡은 합리적이고 공평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몇년 동안 한 작품을 써냈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상으로 적당한가?’를 작가 입장에서 계산해보면 너무 적은 것도 사실이죠. 15,000원짜리 책을 냈을 때 한 권이 팔리면 1,500원을 받아요. 신입사원 초봉 3천만 원만큼 벌려면 2만 권이 팔려야 합니다. 그런데 2만 부 팔리는 책은 너무 적고, 초판 1쇄 2천 부를 겨우 다 팔았다면 3백만 원을 벌어요. 그 책을 3년간 썼다면 연봉 1백만 원이죠. 웬만해서는 전업작가를 하기 힘든 게 현실이고요.
책값이 너무 저렴하다 보니 ‘적은 마진’이라는 짐을 출판사, 서점, 작가가 나눠 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일반적인 단행본의 평균 가격이 15,000원 미만에서 이제는 1만 원 후반대~2만 원대*로 올랐고, 서점의 무료 배송 기준도 10,000원에서 15,000원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다른 비용 상승에 비하면 책값은 너무 싸요. 예를 들어 종잇값과 인쇄비 등 제작비는 정말 많이 올랐거든요. *2023년 발행 도서의 평균 가격은 1만 8,633원으로 전년 대비 4.3% 올랐다.(출처=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23년 기준 한국 출판생산 통계')
책을 즐겨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어서 출판시장 자체가 작아지고 있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겠지만, 매출을 낼 수 있는 단가(책값)가 비용에 비해 낮다는 것도 고질적인 문제예요. 동시에 책은 학습·교양 등의 목적으로 사치재보다는 필수재로 여겨지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므로 가격 저항이 센 편이라서 갑자기 올리기는 어렵고 민감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한강 작가님 또한 작은 서점을 운영 중이었다는 게 알려져서 화제였지요. 한편 대형서점과 동네서점의 책 공급 관련 갈등도 불거졌고요. ‘제2의 한강’이 나오려면 출판 생태계가 건강하게 돌아가고, 다양성이 지켜져서 좋은 작가, 좋은 작품 풀이 넓어져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소비적인 가격 경쟁을 막고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도서정가제가 잘 지켜지는 것, 두 번째는 세상에 너무나 다양한 책이 있으니 취향에 맞거나 필요한 책을 발견해서 읽어보고 그 좋은 경험을 잊지 못하는 독자들이 늘어나는 것이에요.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원서로 읽는 기쁨이 우리에게 찾아왔어요. 출판계로서는 듬뿍 관심을 받는 드문 기회였는데, 이번 기회에 ‘책 읽는 것 너무 좋다’를 경험하는 독자들이 많이 생길 수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한강 작가의 책을 샀지만 마냥 쉬운 작품들은 아니라서 갑자기 한 권을 다 읽어내기 어려울 수 있어요. 《채식주의자》가 힘들었다면 잠시 내려놓고 다른 책을 읽어보면 돼요. 저는 사적인 애정까지 조금 담아서 《소년이 온다》를 추천하고 싶고, 한강 작가님은 수상 후 인터뷰에서 "모든 작가는 자신의 가장 최근 작품을 좋아한다. 따라서 나의 가장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셨어요. 이제 곧 겨울이 오니까 《흰》도 계절의 분위기와 잘 어울릴 거예요.
그러다 한강 작가님이 최근에 읽었다고 밝힌 조해진 작가의 《빛과 멜로디》, 김애란 작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로 넘어가 보셔도 좋고, 뭐가 재밌을지 잘 모르겠다면 동네서점에 찾아가보셔도 좋아요. 그럼 또 다른 취향이 묻어나는 추천을 받을 수 있거든요.
같이 읽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권하고 싶어요.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사람의 언어로 해석하는 걸 듣고, 여러 세계가 겹쳐지면서 내 세계가 풍부해지는 경험이 되게 좋아요. 관심 있는 작가가 있으면 북토크도 가보고, 어느 날은 가방에 책도 챙겨서 나와보고요. 읽다 말아도 괜찮으니 책 읽기를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올해 노벨문학상은 ‘아시아 여성 작가’ 차례라며 중국 작가 찬쉐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었지요. 또 다른 후보로는 노르웨이의 욘 포세, 호주의 제럴드 머네인, 캐나다 시인 앤 카슨 등이 있었던 한편 한국 작가는 상위권에 없었다는 것도 이야깃거리였어요. 해외에서 K-문학 열풍은 이제 진짜 시작이 아닐까 싶은데, 어떤 작가들이 다음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나요?
한강 작가의 수상을 계기로 더 많은 한국 문학 작품이 번역되면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오겠죠. 김혜순 시인, 황석영 작가는 늘 수상 가능성이 있는 분들이고, 개인적으로는 《단 한 사람》을 쓴 최진영 작가, 《여름과 루비》를 쓴 박연준 작가, 《자두》를 쓴 이주혜 작가를 눈여겨 봐주셨으면 해요.
대표님도 눈여겨 보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출간할 계획인가요?
네, 자유롭게 작업하려고 소규모 출판을 시작했으니 재밌는 시도 많이 해봐야죠. 오래된 작품을 복원하는 것, 지금 좋은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 그리고 글이 좋지만 한번도 책을 내보지 않은 분들 발굴해서 ‘첫 책’을 탄생시키는 것, 세 가지 일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Interview・Edit 주소은, 이지영 Graphic 조수희, 이제현
토스가 매월 하나의 키워드를 선정해 이슈를 요약하고, 경제적 시선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매일,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흘려보내기 아까운 이야기를 모아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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