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병원 처음 가면 치료비 얼마일까?

by 월간 토스픽

세계 최고를 기록하는 우리나라 자살률이 지난해보다 10% 더 늘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6,375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증가한 수치라고 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은 모두 1만 3,770명.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인데요. 올해는 작년보다 자살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OECD 자살률 1위'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습니다. 21년 동안, 단 두 번을 제외하고 줄곧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있죠.* 결코 익숙해지거나, 무뎌져서는 안 될 불명예입니다. 자살 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정신적 문제'입니다.** 건강한 정신과 마음은 ‘내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 필요하지만, 마음의 건강을 돌보는 일은 더 이상 개인의 영역이 아닌 사회와 국가의 과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리투아니아가 자살률 1위, 우리나라는 2위를 기록했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2021년 자살 원인 중 정신적 문제가 38.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마음이 무너질 때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람들의 불안과 우울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국내총생산이 4%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정신건강 문제는 생산력 저하, 직장생활자의 경우 결근, 병가, 실직, 퇴사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인데요. 2009년 고용노동부는 우울증을 겪는 근로자 1인당 결근으로 연간 252만 원, 비효율 근무로 연간 488만 원의 비용 손실이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었죠. *2023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가 발표한 '직장 노동자들에 대한 정신 건강 관리 지침'

정신건강 문제를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일이 낯설게 느껴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마음의 건강을 지키지 못하면,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경제활동도 함께 무너지게 됩니다. 근로소득을 위해 일터로 향하거나, 소비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챙기는 일상적인 일들이 어렵고 힘들어집니다. 때문에 많은 국가들은 정신건강을 국가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투자하고 있죠.

영국은 올해 국민 정신건강 프로그램 예산을 늘려 11억 파운드(약 1조 9,200억 원) 투자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한 사람이 받는 치료의 횟수를 늘리는 데 집중한다고 해요. 노르웨이의 경우, 국민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에 투자해 취업률을 높였고, 사회복지비용이 줄면서 투자대비 3.6배의 경제적 이익을 얻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2021년부터 5년간 정신건강 분야에 약 2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우울과 불안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상담 서비스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을 16만 명까지 늘리고, 자살을 시도한 청년은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치료비를 지원하고, 24시간 전문상담 운영 등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월 하나의 키워드를 선정해 경제적 시선으로 질문을 던져보는 <월간 토스픽>. 이번 달에는 정신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우리 마음을 건강하게 돌보기 위해서 필요한 비용과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눠봅니다.

정신과 병원 처음 가면 치료비 얼마일까?

Q1. 일상을 살다가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마음 건강을 체크하면 좋을까요? ‘병원에 가야 할 때’의 기준이 있나요?

오동훈(이하 ‘동훈'): 마음 건강의 이상 징후는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우울증을 예로 들면 기분의 저하를 직접적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피로감이나 에너지가 달린다는 느낌으로 나타나기도 하죠. 그래서 ‘이 증상이 있을 때'라고 한 가지를 꼽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정신과 질환을 진단할 때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기준은 ‘사회적, 직업적 기능에 이상이 생겼을 때'예요.

사회적 기능의 이상이란 평소보다 더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아서 대인관계를 피한다든지,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다른 사람들과 트러블이 늘어난다든지 하는 변화를 말합니다. 직업적 기능의 변화는 업무 효율이 부쩍 떨어지고, 제시간에 출근을 못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반복적으로 받는 것이 예시이고요. 이런 문제가 자꾸 생기면 마음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나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믿을 만한 사람에게 직접 털어놓고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내가 캐치하지 못한 부분을 주변에서는 이미 인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김지용(이하 ‘지용'): 예전에 이 질문에 대해서 허규형 선생님이 했던 대답이 인상적이어서 저도 자주 쓰는데, ‘가야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면 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몸 어딘가가 아프면 스스로 정확한 병명을 몰라도 내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등에 자연스럽게 가서 진료를 먼저 받아보게 되죠. 그리고 별 문제 아니란 얘기를 들으면 정말 다행이라고 여기며 홀가분하게 나오고요. 그런데 정신과는 심리적 문턱이 높다 보니까 고민하시다가 초기에 치료할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규형(이하 ‘규형'): 세 가지 변화가 있으면 고민이 필요해요. 수면의 변화, 식욕의 변화, 흥미의 변화입니다. 평소 내 패턴과 비교해서 잠이 너무 안 오거나 너무 많이 잘 때, 입맛이 너무 없거나 너무 많이 먹을 때, 재밌게 하던 것들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할 때는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Q2. 온라인상에 ‘우울증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같은 것이 떠돌아 다니는데, 신뢰할 만한가요?

규형: 출처가 불분명한 체크리스트만으로 속단하는 것은 조심하셔야 하고요, 검색해서 나오는 것 중 우울증 진단에 사용하는 ‘CES-D, PHQ-9’, ADHD 진단에 쓰는 ‘ASRS’는 저작권 없이 해볼 수 있는 검사 중에 추천할 만한 것들입니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운영하는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이라는 웹사이트가 있는데요, 거기서 질환별 자가검진을 해보는 것도 추천드려요.

지용: 마음이 힘들 때 체크리스트를 이용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DSM이라는,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진단 편람상 등재된 기준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어느 정도 스크리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런데 솔직히 정신과 진단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전문가들도 헷갈릴 때가 많고, 오래 진료를 받아온 환자의 진단이 나중에 바뀌는 경우도 있지요. 같은 증상이라도 다양한 질병에서 비롯됐을 수 있기 때문에 테스트 결과는 ‘내가 의사를 한 번 만나봐야 하는 상태구나'라는 정도로 받아들여주시면 좋겠습니다.

Q3. 마음건강 관리에 있어 우리나라 사람이 유독 힘들어하는 요인이 있는지요?

동훈: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정신과적 문제를 ‘의지의 문제'로 취급하는 경향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우울증 같은 병이 생겨도 내가 나약해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해 병원 찾는 것을 미루고, 진단을 받아도 치부를 들킨 것처럼 부정하거나 치료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다른 병들처럼 우울증도 증상 발생 후 얼마나 빨리 치료받느냐가 예후에 영향을 많이 미쳐요. 미룰수록 치료가 어렵고 회복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한 것도 똑같고요. 우리가 감기에 걸렸을 때 나약해서 생긴 거라고 생각하지 않듯이, 마음의 문제 또한 치료받아야 하는 질환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용: 대부분 정신과 질환에는 수면 문제가 동반되고, 회복을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 시간이 필요해요. 위에서 말씀하셨듯 정신질환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뇌과학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의 99%는 7~9시간 사이가 적정 수면시간이라고 해요. 7시간 미만은 안 잔 것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그런데 우리나라 평균 수면 시간은 꾸준히 세계 최하위권으로, 7시간 미만으로 보고됩니다. 우리나라는 충분히 자는 것을 게으르다고 보는 시각이 있고, 스스로도 죄책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요. 수면 부족은 우리가 간과해온 정신질환 발병의 큰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Q4. 처음 병원에 가면 어떤 방법으로 진료를 받게 되나요?

동훈: 첫 진료(초진) 시에는 내원 목적과 심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일정 분량의 설문지를 작성해요. 그러고 나서 응답 내용을 바탕으로 약 40분 정도 상담을 진행하고요. 지금 가진 가장 큰 불편함은 무엇인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거기에 영향을 준 스트레스나 외부적 요인은 어떤게 있었는지 등을 면담을 통해 파악하고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한 번의 면담으로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면 추가적인 세션을 갖거나, 심리검사를 진행해서 보다 정확하게 진단을 내리기도 해요. 면담 혹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춰서 실제 치료를 진행하게 되는데, 보통 초진 이후의 진료는 20분 내외로 진행되고 병원에 오시는 주기는 치료 경과에 따라 1~4주 사이에서 정합니다.

지용: 지금까지 말씀드린 절차는 저희가 근무한 병원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같은 개인 정신과 의원이라고 할지라도 병원마다 진료 방침과 절차가 다를 수 있어요. 저희 셋도 서로 약간씩 다르거든요. 짧게 증상만 물어보고 약물 처방 위주의 3분 진료를 위주로 진행되는 곳도, 충분한 상담시간을 두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곳들도 있죠. 꼭 어디가 좋다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것이, 환자들도 각자 선호하는 스타일이 달라요. 저는 충분히 얘기 나눠보고 싶은데 그걸 불편해하시고 빠른 처방을 바라시는 분들도 꽤 계시거든요. 그래서 가장 좋은 건 방문하고자 하는 병원에 미리 문의를 하는 거예요. 초진 시간은 보통 얼마나 되는지, 기본적으로 진행되는 검사가 있는지, 대강의 진료비가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 알아보시면 좋겠습니다.

Q5. 정신과 진료비나 치료비는 보통 얼마쯤 예상하면 될까요?

규형: 치료비도 일괄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요. 치료 옵션이 다양하고, 면담 시간이나 기법 등에 따라 비용이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이죠. 또 기관의 규모가 의원급인지, 대학병원 같은 상급 종합병원인지에 따라서도 환자가 지급해야 하는 부담률에 차등이 있어요.

그래도 대략적인 선을 말씀드리자면 상담과 약물 처방을 포함해 초진 시에는 4~5만 원, 재진 시에는 2만 원대 정도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심리 검사의 경우도 어떤 검사들이 포함되었는지 그 구성에 따라 20만 원대부터 40만 원대까지 다양해요.

Q6. 정신과 치료는 의료보험과 실비보험 적용이 되나요?

지용: 정신과 치료도 내과, 소아과 등 다른 의료 영역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요. 뿐만 아니라 다른 과에 비해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영역이 굉장히 적은 편입니다.

실비보험 적용되는지도 진료실에서 종종 질문을 받는데요, 가입한 상품마다 보장 범위가 달라서 바로 대답해드리기는 어려웠어요. 예전에는 정신과 치료가 기간이 오래 걸리고 예후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보험 상품에서 배제되는 경향이 강했지만, 금융감독원에서 실손보험 표준약관을 개선한 뒤로는 보장해주는 상품이 예전보다 늘어났습니다.

Q7.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나에게 불리하게 활용될 일, 정말 없을까요?

동훈: 정신과 진료 기록은 본인 외에 가족을 포함해서 누구도 임의로 열람할 수 없어요. 면담 시 이야기한 것을 기록하는 진료기록부는 내용 또한 타 병원이나 건강보험공단에도 전송되지 않고요. 특정 질병으로 진료를 받았다는 질병 코드는 건강보험에 이력이 남지만 타인이 조회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몇몇 분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입시나 취업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거의 없어요. ‘거의'라고 표현한 것은 국정원, 항공사 파일럿처럼 일부 특수 직군의 경우 본인의 동의를 얻어 정신과 치료 이력을 조회하기 때문입니다.

Q8. 정신과 약은 의존성이 높아 평생 먹어야 한다는 걱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동훈: 정신과 약이 의존성이 높다는 것은 편견입니다. 물론 신경안정제나 수면제와 같은 몇몇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내성과 금단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사실인데, 일정 기간 동안 적정량을 사용한다는 전제하에서는 어렵지 않게 약을 줄여서 끊을 수 있어요. 그리고 그 외의 항우울제나 기분조절제, 항정신병약물 등 주 치료제로 사용되는 대부분의 약들은 의존성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편견이 생겼을까요? 우선 치료 기간이 비교적 길기 때문일 겁니다. 보통 초진으로 우울증 환자분이 오면 저는 9개월에서 1년가량 치료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려요. 충분히 좋아졌어도 일정 기간 치료를 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는 다 좋아진 거 같은데 굳이 약을 계속 먹어야 할까?’ 하며 이 기간을 견디지 못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임의로 약을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해 병원을 찾는 일도 생깁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몇년간 약을 먹어도 병이 낫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게 돼요.

Q9. 정신과 병원과 심리상담소는 각각 어떤 때 가야 하고, 받는 치료는 어떻게 다른지요?

규형: 내가 어떤 문제를 가진 건지,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지 잘 모르는 상황이라면 우선 병원에 내원하는 것을 권유드려요. 정신과 의사들은 정해진 기준에 맞춰 어떤 정신질환인지 진단하도록 훈련받은 사람들이므로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내는 데 좀 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에서는 상담치료 외에 약물치료, 자기장이나 전류를 이용해 뇌를 직접 자극하는 TDCS나 TMS 같은 치료들도 이뤄져요. 이렇게 다양한 치료적 옵션이 존재하기 때문에, 적합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여지도 크다는 것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동훈: 심리상담소에서는 병원에 비해 더 긴 시간 동안 상담 전문가에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병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재진 진료는 20분 내외로 이뤄집니다. 하지만 상담소에서는 한 세션당 40분에서 1시간가량을 할애하기 때문에 여유 있게 풀어놓고 싶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좀 더 깊이 있는 상담이 이루어질 여지가 있다는 것이 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10. 정신과와 심리상담소는 환자의 증상에 따라 서로 추천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자주 있는 일인가요?

동훈: 심리상담소에서도 충분히 좋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특히, 상대적으로 긴 면담을 정기적으로 원하시는 경우에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특정 심리상담소 방문을 추천할 때는 저와 같이 근무했거나 직접 만나뵌 경험이 있어서 인품과 치료 방식을 알고 있을 때만 드려요. 환자분이 가셔서 잘 맞지 않거나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규형: 저도 상담을 추천드리는 경우가 꽤 자주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긴 상담을 원하시는 분이나 부부 상담, 커플 상담, 가족 상담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상담해야 하는 경우에 심리상담소를 권유해요. 저 역시 연계된 심리상담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서, 근처에 공인된 자격증을 가진 분을 찾아가도록 안내해 드립니다. 예를 들어 한국상담심리학회 공인 상담심리사나 보건복지부 공인 정신건강임상심리사 같은 자격증을 확인하시면 됩니다.

Q11. 어떤 기준으로 좋은(혹은 나쁜)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사라는 판단을 할 수 있을까요? 치료 잘 받는 방법이 있나요?

동훈: 심리 치료와 정신과 치료 모두 가능한 한 가까운 곳에서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치료를 잘 받기 위해서는 회사나 집에서 가까워서 가기 편한 곳을 선택하는 게 중요해요. 근처 병원이나 상담소 중에서 치료자의 이력이나 첫인상을 보고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다면, 전화를 걸어 치료 절차에 대해 문의해보세요. 예를 들어, 일반적인 치료 시간, 대략적인 비용, 예약제로 운영되는지 여부 등을 물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정신과 병원의 경우, 약 처방 위주로 짧게 진료하는 곳도 있고, 상담을 충분히 하는 곳도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짧게 진료한다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고, 상담을 길게 한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것도 아니에요. 각자의 필요와 상황에 맞게 결정하면 됩니다. 치료자가 자신과 잘 맞을지는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규형: 정신과 의사나 상담사와 환자(내담자) 간에도 '케미'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어떤 치료자가 누군가에게는 별로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매우 좋은 치료자가 될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죠. 만약 치료자가 자신과 맞지 않는 것 같다면 그 부분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고 서로 맞춰 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래도 안 맞으면 치료자를 바꾸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고요. 처음부터 딱 맞는 사람을 기대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Q12. 정신과 병원을 찾아가는 것도, 회당 10만 원 내외인 상담료를 부담하며 심리상담소를 찾아가는 것도 결심이 잘 서지 않는다면 시도해볼 방법이 있을까요?

동훈: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일정 회기 동안 무료로 상담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병원이나 상담소에 바로 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이러한 프로그램을 먼저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 과정에서 만약 보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병원으로 연계해 줄 수도 있습니다.

지용: 정신질환이 만성화되면 사회적 혹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돼서 치료 자체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무료로 제공되는 치료 프로그램들이 매우 소중하죠. 하지만 무료 프로그램들은 제한된 자원으로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다 보니 아직 아쉬운 점들이 있고, 특히 장기간 지속되기가 어려워요.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무료 프로그램을 본격적인 치료로 이어지는 첫 단계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정신 치료와 상담의 가치를 낮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말 좀 들어주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해주면서 돈을 받느냐"는 식의 시각이 있죠. 하지만 우리의 정신을 담는 그릇인 뇌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이며, 그 정신을 다루는 상담 치료는 우리의 인생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적절한 투자를 한다는 마인드를 지니면 더 큰 변화를 경험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dit 주소은, 이지영 Graphic 조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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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토스픽

토스가 매월 하나의 키워드를 선정해 이슈를 요약하고, 경제적 시선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매일,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흘려보내기 아까운 이야기를 모아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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