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돈 쓸 줄 아는 사람이 똑똑한 소비자이자 짠순이예요

by My Money Story

재테크 유튜버 김짠부의 머니 스토리

원래는 극강의 욜로족이었어요.

28살 김지은이에요. ‘김짠부’로 더 많이 불리고 있고, <김짠부 재테크>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년 6월에 퇴사했어요. 요즘은 오전 9시쯤 일어나 메일을 확인하고 영상을 찍거나 편집하거나, 또는 외부 미팅을 하는 식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잠은 새벽 2시쯤 자고요. 영상 편집이 느낌 올 때 ‘파바박’ 해야 되니까 대부분 늦게 자게 돼요.

《살면서 한 번은 짠테크》란 책을 작년 11월에 냈어요. 사실 출간 제안은 제 유튜브 구독자 수가 2~3만 명일 때부터 꾸준히 들어왔는데, 다들 경제경영서를 원해서 계속 거절했어요. 그러다 처음으로 ‘그냥 김짠부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는 제안이 왔죠. 그건 자신 있었어요. 제 이야기를 하면 되니까요. 단순히 돈을 모으는 기술적인 방법보다는 제 감정에 솔직하게 쓴 책이에요. 출간 후 강연 일도 늘었어요. 회사에 있을 때는 일이 꽤 한정적이었거든요. 바깥세상으로 나오니 매우 다양한 일들이 있더군요.

전 20살 때부터 매우 다양한 일을 경험했어요. 혼자 창업한 적도 있고 미용실에서 예약받고 직원들 관리하는 실장으로 잠깐 일한 적도 있어요. 그러다가 24살 즈음 방송국 조연출에 지원했어요. 나중에 조연출 1년, PD 2년 이렇게 총 3년을 프리랜스 PD도 일했어요. 그곳에서 뉴스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미용실에서 일하면서 다들 프로페셔널하게 꾸미는 걸 보다 보니, 저도 이쪽 분야에 눈이 확 떠지더군요. 명품이나 반지 등의 액세서리를 엄청 샀었어요. 연쇄 소비라고 들어보셨나요? 꾸미면 밖에 나가고 싶어 져요. 보여주고 싶고. 나가면 또 술 마시면서 돈 쓰고…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1년 치 술값이 500만 원 정도였어요. 네일아트 회원권이나 비싼 반지 등 손가락에도 100만 원이나 썼더군요.

한참 사춘기인 15살 때 필리핀으로 유학을 갔었어요. 그때 친한 오빠가 저보고 남자를 만나려면 엄청 예뻐지거나 돈이 많아야 된다고 장난을 친 적이 있었는데, 실은 그 말이 엄청 상처가 됐었어요. 그 상처를 품고 어른이 된 뒤에 조금씩 성형을 한다던지, 외모를 꾸미는 식으로 표출됐던 것 같아요. 그때 어루만져야 할 건 옷이 아니라 제 마음이었는데 소비로 해결하려고 했던 거죠.

욜로족 시절 누군가 제게 “지은아, 소비로 너를 증명하지 않아도 돼”라는 말만 해줬더라도 전 조금 더 빨리 재테크에 눈을 떴을 것 같아요. 욜로족 부족원일 때 돈을 제일 많이 쓴 달에 가장 행복했을까요? 아뇨. 오히려 많이 불안했습니다. 내 감정을 어르고 달래는 수많은 방법 중 소비라는 선택밖에 못하는 누군가에게 이 책을 전합니다.

– 김짠부(김지은), 《살면서 한 번은 짠테크》, p.9


그땐 감정을 달래는 방법으로 소비밖에 몰랐어요. ‘그냥 돈 버니까 돈 쓰는 거 아니야?’ 돈을 모은다는 공식이 아예 없었죠. 한동안 우울증도 겪었고 26살까지 욜로족 생활을 지속하다가 허무함을 느낀 뒤 재테크를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엔 다 괜찮은 소비로 보였죠. 옷이나 립스틱 같은 거 살 수도 있잖아요?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봤어요. ‘이걸 왜 자꾸 사지?’ 비싼 옷이나 가방을 사서 어느 모임에 나가도 더 이쁘게 꾸민 타인이 눈에 들어왔어요. 어느 순간 제가 남의 눈치를 엄청 보고, 남에게 예쁨 받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지금도 수입의 70% 이상은 저축해요.

욜로족 생활을 하면서 현타를 겪고, 부모님 집에서 치유를 많이 받았어요. 전원주택이라 앞에 나무도 있고 예쁘거든요. 늘 교통이 불편하다고 불평만 했는데, 어느 날 가만히 앉아 있어 보니 이 공간이 주는 위로가 좋았어요. 맨날 시끄러운 데서 놀다가 주말에 절대 나가지 않는 집순이가 됐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난 20살 때부터 일을 했는데 왜 지금 모은 돈이 하나도 없지? 나는 언제쯤 내 돈으로 이런 집에서 살 수 있을까?’ 그때 좀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도망치지 말고 부딪혀야겠다는 생각으로 돈을 모으기 시작했죠. 돈을 아끼자는 마음보다는 ‘한 번 1억이라도 모아보자’는 생각으로요.

처음으로 월급이 적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대한 월급을 늘리고자 방송국에 다닐 때 연속 21일 정도를 주말에도 출근한 적이 있고요. 집에 있는 물건도 중고로 많이 팔았어요. 그런 식으로 부수입을 늘리면서 부족한 월급을 메꾸기 시작했죠.

두 번째 난관은 외로움이었어요. 돈 모으는 게 한참 재미있어질 때쯤 외로움이 찾아와요. 제가 돈을 아끼면서 모으고 있다는 얘기를 아무한테도 안 했거든요. 주변에 재테크하는 사람도 없었고요. ‘이 외로움을 어떻게 풀지?’ 고민하다가 제가 평소에 드나드는 네이버 카페와 유튜브를 모두 재테크 주제로 바꿨어요. 인스타그램도 공구나 플렉스, 뷰티 쪽은 다 취소하고 재테크 쪽으로 바꿨죠. 이런 식으로 제 환경을 바꿨어요.

세 번째 난관은 사람들의 시선이에요. 재테크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짠순이’라는 핀잔도 종종 들었는데요. 이미 재력을 갖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제 다짐이 결코 헛된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곤 외부의 시선을 이겨냈던 것 같아요.

회사 다닐 때는 월급의 80% 정도는 저축했고요. (회사를 나온) 지금도 수입의 70% 이상은 저축해요.

물론 부모로부터 이미 집을 물려받은 친구를 보면서 현타를 느낀 적도 있어요. 그날 집에 와서 막 울었어요. 순간적으로 ‘나도 쓰고 살까?’란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기엔 모아둔 돈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동안 제 삶은 1, 2, 3등으로 정해진 일직선의 경주인 줄 알았어요. 앞서 가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뒤에 있는 사람을 보면서 안심했거든요. 그때 스스로 그림을 다시 그렸어요. ‘나만의 길을 만들자’고요. 만약 저보다 더 가진 친구를 볼 때마다 부러워하면 그 경주엔 끝이 없으니까요.

재테크를 시작하면서 제일 기쁜 순간은 지금 사는 집을 전세로 구했을 때예요. 사실 전세나 대출, 부동산 이런 거 하나도 몰랐거든요. 집 구하려고 주변을 임장(부동산 답사)하고, 근처 부동산 사장님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나누면서 스스로도 놀랐어요. 1년 전이었다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겪은 걸 다 메모장에 적었어요. ‘이때 이랬음’, ‘이때 이거 조심해야 됨’ 등을 적어 놓고 그걸 유튜브 영상으로도 찍었고요. 그 영상 덕분에 많은 분들에게 도움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도 늘 이런 정보를 찾아보는 사람이었는데, 직접 경험하고, 거기서 느낀 걸 나눠주는 사람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했어요.

푼 돈을 너무 푼 돈처럼 여기지 않으면 좋겠어요.

전 <무한도전>을 보며 자란 B급 유머 세대입니다. 친구들과 드립치고 짤로 웃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죠. 한편 제가 관찰한 재테크 분야의 콘텐츠들은 대체로 고리타분하고 재미가 없더군요. ‘재테크 놀이터를 만들어 놓으면 그 안에서 정말 웃길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에 2019년 9월부터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당시 유행하던 명품 언박싱 콘텐츠를 비틀어서 소비 대신 저축을 자랑했더니 그게 약간 통했던 것 같아요. 자연히 구독자도 모였고요. ‘제가 성공할지 말지 지켜봐 주세요’ 보다는 ‘이거 웃기지 않나요?’, ‘재밌지 않아요?’라는 식으로 소통했어요.

유튜브 채널을 연 초기부터 봐주신 구독자 한 분이 딱 6개월 뒤 제게 메시지를 보냈어요. “언니, 저 그때 그 영상 보고 충격받아서, 바로 카드 자르고 저축 시작해서 지금 학자금 다 갚았어요.” 이처럼 저와 비슷한 시기부터 같이 변화하면서 뭔가 이룬 분들의 메시지가 꽤 많이 와요. 그 점이 제일 신기해요. 영상 하나로 누군가의 하루가 계속 바뀐 셈이잖아요.

퇴사 고민만 3개월 정도를 했어요. 회사에 다니는 동안 딱 2번, 유튜브로 얻는 수익이 월급을 넘은 적이 두 번 있었어요. 저축에 대한 집착이 커서 고정 수입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 수익을 보면서 ‘내가 8시간을 오로지 이쪽에만 쓰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결심했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도 만나봤어요. 이런 온라인 세상에 기회가 더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는데, 실제로 그렇더군요. 출판이나 강연뿐 아니라 각종 플랫폼에서도 제안이 오고, 방송 출연이나 사업 기회 등도 와요. 그러니 다른 분들도 언젠가 회사를 나와 본인만이 잡을 수 있는 기회들을 미리 준비해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회사를 나온 뒤에 회사원으로 받을 때보다 덜 번 적은 없었어요.

단순하게 ‘나도 돈 모아야 되는데’로 시작하면 오래 못 가요. 정확한 목표를 정해야 하죠. 저는 그걸 ‘재무목표’라고 불러요. 6개월, 1년 단위로 모을 금액을 정하고 그 돈으로 무얼 하겠다는 실천 계획이 있으면 훨씬 더 진취적으로 움직이게 돼요. 그리고 항상 가계부를 꼭 쓰라고 말씀드려요. 왜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주일 전에 뭘 샀는지 기억 못 하거든요. 딱히 사치스럽게 사는 것도 아닌데 ‘왜 맨날 돈이 없지?’라고 묻는 굴레에 살죠. 답은 가계부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마다 가계부를 쓰는 이유가 있겠지만, 나의 가장 큰 이유는 반성하기 위해서였다. 1년에 2000만원을 모으겠다는 목표. 그렇게 꾸준히 모아서 서른 살에는 집을 사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고, 그러기 위해선 매달 170만 원 이상의 금액을 모아야 했다. 하지만 월급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가계부를 쓰면서 내 지갑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1원까지 세세하게 따져야 했다.

– 김짠부(김지은), 《살면서 한 번은 짠테크》, p.125


돈 모을 때의 가장 큰 적은 나 자신이에요. ‘내가 이거 하나 참아야 하나?’,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이 두 가지 생각으로 모으기가 쉽지 않거든요. 전 자취하고 나서 배달음식을 시킨 적이 없어요. 다들 어떻게 배달도 안 시키냐고 물어보죠. (웃음) 돈 아끼겠다고 목표한 게 있으면 이 정도는 걸어갔다 올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답해요. 1억 원도 1천 원, 1만 원부터 모인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내가 아낄 수 있는 돈을 최대한 아끼면 목표로 한 금액까지 갈 수 있어요. 푼 돈을 너무 푼 돈처럼 여기지 않으면 좋겠어요. 이런 모든 과정을 너무 힘들게만 느끼지 않으면 누구든 다 돈을 모을 수 있으니까요.

돈은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던져 놓는 선물이에요.

구독자 중 한 분에게 브리타 정수기를 추천받았어요. 5~6천 원짜리 필터 하나로 두 달 정도 마실 수 있거든요. 참고로 생수 2L는 1500원 정도 해요. 최근 필터를 어떻게 재활용하냐는 논란이 있긴 했는데, 브리타에서 이걸 수거해가겠다고 하기도 했죠. 돈도 아끼고 환경에도 덜 해롭다고 느껴요. 자취생의 필수템이죠.

한편 생산자가 될 때는 돈을 아끼지 말라고 얘기해요. 얼마 전에는 슈어 마이크를 샀어요. 이게 나름 비싼 건데요. 온라인 강연이 많아졌고, 팟캐스트도 시작하려고 해서 3주째 사용 중이에요. 매일 저녁 이 마이크로 녹음한 팟캐스트를 업로드 중인데 재미있어요.

UAG 케이스도 산 지 4년은 넘은 것 같아요. 솔직히 이걸로 거울 앞에서 셀카 찍으면 친구들이 다 스타크래프트 하냐고 놀리거든요. 감성을 포기하는 대신 돈을 아끼기 위해 샀어요. (웃음) 제가 예전에 스마트폰을 세 번 떨어뜨리면 세 번 다 깨졌거든요. 수리비로만 50만 원 넘게 썼죠. 그런데 이 케이스를 사용한 뒤로 무겁긴 한데 절대 안 깨져요.

돈을 무조건 안 쓰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행복한 곳에 소비할 줄 아는 사람. 홍보 문구에 휘둘려서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의 필요를 스스로 정하는 사람. 바꿔 말하면 똑똑한 소비자? 그리고 언제, 어느 분야든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짠순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저 스스로도 그렇게 보이고 싶어요.

주로 토스와 카카오페이 2개만 쓰고 있다가 얼마 전 핀크(Finnq)가 나와서 이것도 써보고 있어요. 얼마 전 전세 대출받을 때는 사이버머니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사실 너무 큰돈이잖아요. ‘어떻게 억 단위가 왔다 갔다 하는 거지?’ 싶었는데, 제 계좌 통과 없이 집주인 계좌로 바로 넘어가더라고요. 그동안 은행은 묘한 긴장감이 너무 싫었거든요. 돈 빌리는 거니까 왠지 민망하고. 근데 요즘은 모바일로 신청하고 상담 전화도 친절해서 편리해요.

금융 언어는 일부러 어렵게 설계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저 역시 부동산이나 주식 자체를 너무 어렵게 느꼈고, 조금 공부해보려고 하면 어려운 단어가 많아서 막막해하고, 소비로 풀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막상 경험해보면, 여전히 용어들은 어렵지만 별 거 아니더라고요. 이제는 금융이 더 쉬워져야 하고, 시각화도 잘 돼야 된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금융 플랫폼이 이런 역할을 해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돈이 행복을 위한 도구라고 생각했어요. 요즘은 슬픔을 극복하는 도구가 돈이라고 느껴요. 제게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슬픔이나 좌절을 돈이 다 해결해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돈이 있으면 그런 슬픔을 유연하게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돈을 벌어요.

돈은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던져 놓는 선물이에요. 저한테는 그게 딱 맞는 것 같아요. 돈보다 더 소중한 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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