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부동산 데이트를 했습니다

by My Money Story

일곱글자부부
김성진 안정호의 머니 스토리

Editor’s note
My Money Story는 사람들의 일과 삶, 그 사이에 담긴 돈 이야기를 풉니다. 격월마다 주제를 정하고, 주제와 관련된 돈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이번 주제는 ‘경제공동체: 함께 벌고 함께 쓴다는 것’ 입니다. 우리는 다른 이유와 방식으로 경제적 연대를 맺고 살아갑니다. 경제적으로 함께 한다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일이고, 때로는 감정적인 일이 되기도 하죠. 경제공동체의 장점과 단점, 현명한 공동체 생활을 위한 노하우까지. 함께 벌고 함께 쓰는 4팀의 ‘진짜 돈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단독 주택에서 살고 싶은 로망이 있었어요.

김: 일곱 글자 부부 김성진입니다. 젊은 건축가 그룹 에이더스에서 건축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안: 안정호예요. UI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이 집은 저희의 두 번째 집이에요. 2020년에 단독주택을 매매하고 전체 리모델링 후에 이사와서 살고 있어요.

김: 일곱 글자 부부는 저희가 공동으로 쓰는 브런치 계정의 아이디입니다. 아이디에 ‘여섯 글자 이상으로 입력하시오’ 라고 적힌 것을 보고 어떤 이름을 넣을까 하다가 ‘일곱 글자’라고 영문으로 적었습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이름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저희를 소개하는 이름으로 계속 쓰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부동산 데이트를 했습니다.

안: 언젠가 일본에 갔을 때 맨션이나 단독 주택을 보면서 저렇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일었어요. 단독 주택은 나이 들어서 살아도 되겠지 생각했는데, 주변에서는 단독 주택 관리가 많이 필요하니까 젊을 때 살아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남편도 오히려 나이 들어서는 아파트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요. 굳이 아파트를 고집하지 않으려 했죠.

김: 첫 신혼집에서 이 집으로 오기까지 심적으로 오래 준비했습니다. 저희가 가진 경제적 규모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평수를 찾으려 했죠. 아내와 주말마다 서울로 부동산 데이트를 다녔어요. 신도시는 구획이 잘 돼 있다 보니 큰 평수의 집이 많습니다. 그래서 왕십리나 종로 등의 강북 구도심에 비교적 작은 평수의 집 위주로 알아보고 다녔죠. 어느 주말에 갑자기 이 집을 보았고 덜컥 계약을 했습니다. 당시 대지와 건물을 포함해 2억 6천 정도로 매매를 했어요.

안: 직장과 멀지 않고 서울 어디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곳에 살길 바랐어요. 교통 면에서 이 집은 만족스러운 조건이었죠. 단독 주택에 살고 싶은 로망을 충족할 수 있는 집이기도 했고요.

김: 저희는 집을 보는 관점이 서로 달랐습니다. 아내는 부동산의 지리적 이점이나 개발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가치를 관심 있게 봤습니다. 저는 그런 부동산을 어떻게 고치고 보여줄지 현실적으로 고민했고요. 다른 의견을 통해서 조금 더 좋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던 게 큰 힘이 됐죠. 아내를 만났기 때문에 왕십리에 이 집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 벌이기를 좋아합니다. 컨디션이 좋은 집은 아니었지만 고치고 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 집이었어요. 둘 다 직장에 다니며 경제활동을 하니까 재정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기도 했고요. 만약 제가 혼자 집을 보러 다녔다면 창신동 언덕에 5평 남짓한 작은 집을 고쳐서 살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안: 만약 첫 신혼집으로 이 집을 고쳐서 살아야 했다면 못 살 것 같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이전에 신혼집 공사를 해봤으니까 어떻게 고쳐야 할지 약간의 감이 있어서 가능했죠. 건축 관련 일을 하는 남편을 만났으니까 가능한 일이기도 했고요. 제가 혼자였다면 아마 단독 주택에 살아볼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을 거예요. 처음에 엄마는 이 집을 보시고 걱정이 많으셨어요. 단독 주택에 한 번도 살아보지 않았는데 괜찮겠냐 하셨죠. 부모님은 부동산 환급성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나중에 집이 안 팔릴까 봐 우려하셨어요.

단독 주택

김: 2020년 5월쯤 매매를 하고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어디서부터 손대고 고쳐야 할지 막막한 집이긴 했습니다. 지붕은 완전히 썩어서 문드러지고 있었고, 바닥도 널빤지 그대로였어요.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았다고 하는데 오래된 건물 상태를 보고서 못 살겠다며 돌아가곤 했답니다. 앞전 세입자는 이곳에서 40~50년 가까이 살았는데, 어릴 적부터 살아서 가족들을 다 키우고 집을 팔아 떠났다고 해요.

할 일이 많았습니다. 지붕을 걷어내고 좁게 나눠진 방의 벽을 헐었어요. 외부에 화장실이던 곳은 재정비를 해서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어 작은 테라스 공간으로 만들었고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실비를 줄이려고 계산을 했어요. 공사비를 절감하는 게 과정상 필요하지만 무작정 줄이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적은 예산으로 마냥 잘 만들어보자는 게 이 집에 들어온 목적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창호나 단열 같은 부분에서는 과감하게 비용을 썼습니다.

안: 설계하고 시공을 위해 정해둔 예산이 있었어요. 이 작은 집에 무한정 투자할 수는 없으니까 어디에 힘주어 만들지를 정했죠. 1층은 침실과 욕실로 기능적으로 만들고, 2층은 부엌 겸 거실로 탁 트인 생활 공간을 만들었어요. 저희는 주로 2층에서 모든 생활을 하고 있어요.

김: 건물을 전체 리모델링을 했지만 1억보다 낮은 금액이 들었습니다.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많은 분들이 물어보시는데, 정확한 금액을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저는 건축 쪽에 있는 사람이니까 오해 있을 여지가 많습니다. 거래처 사람들과 이미 알던 사이기 때문의 디스카운트를 받은 부분이 있고요. 절약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으니 가능했던 거죠. 만약 이 집을 클라이언트의 요청으로 리모델링 했다면 1억 원 내외의 예산이 들기는 할 겁니다. 이 집에 넣은 기능보다 더 꼼꼼하게 작업하기도 했을 거고요. 여긴 제가 사는 집이고 어떻게 보수해야 하는지 아니까 일부 포기한 부분도 있습니다.

공사가 끝나고 8월 말부터 입주해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에서 단독 주택으로 이사를 왔지만 생활비에서 크게 달라진 비용은 없는 것 같습니다. 첫 집을 팔면서 대출을 정리했는데, 대출 이자가 줄어든 만큼 공영주차장에 내는 월 주차비와 세스코 같은 보안비 등의 새로운 고정 비용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대출을 정리한 게 잘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 회사에서 경영 및 회계 업무를 맡아서 해보니 대출도 내 자본이더군요. 대출을 계속 갖고 있던 게 득인지, 그 돈으로 집을 더 고치는 게 득인지 판단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내는 대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어서 바로 갚기를 바랐습니다. 당시의 아내를 더 설득해 볼 수도 있었지만 그 불안감을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돈도 필요하지만 서로 같이 잘 사는 게 더 중요하니까 아내의 결정을 따랐죠.

일곱글자부부의 단독주택이 완성되는 과정. [이미지 출처: 김성진, 안정호 제공]

단독 주택

△ 철거 작업자의 안목으로 남겨진 리모델링 전 지붕에 붙어 있던 대들보.
집의 기운과 흐름을 돋아주는 의미를 담았다. [이미지 출처: 김성진, 안정호 제공]

결혼 후에 경제관념이 많이 바뀌었어요.

안: 저는 자취를 한 번도 해보지 않고 결혼을 해서 큰돈을 빌리거나 써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대출이 더 무서웠던 것 같아요. 빚을 최대한 조금 지고 싶었죠. 그런데 결혼 후에 집값이 달라지는 걸 보고, 부동산 추세를 보니까 그게 아니었던 거예요. 주변에 저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사람들 중에 어떤 사람은 집을 샀고, 어떤 사람들은 사지 않았는데 현재 자산의 격차가 많이 벌어지는 걸 실제로 보니까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지금은 경제 관련 기사나 책을 읽는 등 부동산이나 돈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2018년에 남편이 은행 대출 이자가 이보다 좋을 수 없으니 최대치로 대출을 받자고 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에 저는 원하지 않았는데, 지금 보면 그때 제가 잘못 생각한 것 같아요. 남편과 그 얘기를 할 때면 미안하다고 바로 인정해 버려요.(웃음)

김: 사실 제 경제관 자체는 결혼 전후로 바뀐 게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나와 우리의 행복이죠. 저에게 돈은 말 그대로 수단입니다. 그래서 사실 자본주의라는 말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라는 게 돈 자체가 목적이 되는 거니까요.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만약에 어딘가로 가는 것을 예로 들자면요. 저는 걸어갈 수 있고, 자전거를 탈 수도 있습니다. 돈이 있다면 택시를 타고 갈 수 있을 테고요. 저는 나의 몸과 정신, 지식으로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한때는 무정부주의 투사 같은 마인드를 갖기도 했었습니다. 당시에 돈은 삶의 우선순위를 둘 때 가장 하단에 있었고, 그런 저의 생각과 태도에 어머니와 많이 싸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고 클라이언트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돈과 관련된 얘기를 많이 듣게 됐습니다. 결혼을 하면서 알게 된 것도 많고요.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지향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돈도 수단으로서 충분히 인정할 만하고, 관리하고 잘 모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바꾸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우선순위에서 돈의 단계가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여전히 높은 순위는 아니고요.

단독 주택

단독주택

안: 연애 초반만 해도 이상을 꿈꾸는 듯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결혼을 할 때 ‘이 사람 괜찮을까?’ 하고 조금은 생각을 했었죠.(웃음) 그런데 한 번은 대출을 받으려 할 때 엑셀로 계획을 정리해온 걸 보고 굉장히 놀랐어요. 남편은 저보다 계산이 빠르고 디테일한 부분을 잘 챙기는 편이에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굉장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생각하더라고요. 그게 매번 이상을 꿈꾸는 이야기에 묻히지만요.

김: 아내와 어머니가 저에 대해 착각하는 부분입니다.(웃음) 제가 가장 최고로 두는 가치는 저만의 행복이 아니라 제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감성적인 사람입니다. 다만 그 상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이성적으로 움직이고 뭔가를 희생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의 시간을 들이고 할애해야 실현 가능한지 계획하는 걸 필요로 하죠.

아무래도 성향이나 성격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났을 때, 경제공동체로 움직이려면 공동의 목적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거시적으로 우리가 왜 돈을 모아야 하고, 사회적으로 돈의 흐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얘기를 많이 나누려 합니다. 미시적으로는 우리의 월급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이야기를 하고요. 저희가 지금 돈을 모으는 목적은 다음 집을 위한 준비입니다. 경제관념이나 돈의 가치는 다르지만 다행히 소비 습관이 비슷해서 함께 계획을 세우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안: 부부가 되니 서로의 소비 습관을 더 가까이서 보잖아요. 그래서 서로 씀씀이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도 해요. 브레이크를 걸어주듯이 하는 거죠.

김: 공동으로 관리하면서 신경 쓰는 부분은 어쨌든 돈 때문에 감정적인 문제를 키우지 않는 것이에요. 서로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 뭘까 계속 고민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단독 주택

안: 저희는 서로가 하는 돈 관리에 대해 어느 정도 믿음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고 사려고 하는 걸 남편이 따라주니까 크게 다툴 일은 없어요. 평소에 둘 다 돈을 펑펑 쓰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공동의 생활비를 모으는 데 있어서도 각자 쓰는 비용을 알아서 제외하고서 공동 계좌로 보내요. 저희는 한 달에 생활비로 200만 원 초반 정도를 쓰고 있어요. 특별히 경조사가 있거나 집에 손님을 초대하는 등의 일이 없다면 대체로 비슷한 편이죠. 서로의 월급날이 다르니까 관리비, 수도세, 가스비, 방범비 등의 고정비는 공동 계좌에서 나가도록 하고요. 장을 보거나 외식비 등의 생활비는 주로 카드로 해결하고 있어요.

저희는 지금 둘 다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40대가 됐을 때 서로 잘하는 일로 새롭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일이 무얼까 이야기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이 집 이후에 다른 근린 생활 시설을 예쁘게 개조해서 임대 수익을 얻을 방법도 있을 거고요. 저희가 할 수 있는 능력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김: 아내는 디자이너로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저는 건축하는 사람으로서 계획자적인 면이 있으니 이를 잘 합쳐보려고 합니다.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실제로 수익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이죠.

Edit 문주희 이지영 Photo 김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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