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로 살면서 돈 욕심이 더욱 커져가요

by My Money Story

협동조합주택 오늘공동체 김유신, 이선영, 정혜영의 마이 머니 스토리

도봉산 안자락에 4층 집을 짓고  51명 20여 가구가 한집에서 살아요.

정혜영: 안녕하세요. 오늘공동체 1부족의 부족장 정혜영입니다. 이곳은 가족의 형태에 따라 네 개의 ‘부족’으로 나눠져 있어요. 제가 있는 1부족은 어린 자녀가 있는 젊은 부부와 동거하는 커플이 살아요. 제 나이는 서른 일곱이고요. 오늘공동체와 5분 거리에 있는 곳에서 마사지 숍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선영: 안녕하세요. 이선영입니다. 저는 2부족 부족장이에요. 2부족은 초등학생 이상의 자녀가 있는 가족이 모여 살아요. 저희 부족은 주로 공동체 아이들의 돌봄이 이뤄지는 곳이에요. 오늘공동체 내에 오늘도시락, 데이케어센터, 대안학교 등 여러 조직 및 사업장이 있는데요. 그 중에 데이케어센터에서 공동체원들과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어요. 

김유신: 안녕하세요. 김유신입니다. 4부족의 부족장이에요. 제 나이는 쉰입니다. 우리 부족은 싱글 여성 열한 명이 모여 살고 있어요. 돌싱이거나 공동체 오기 전 혼자 살던 여성들과 청소년 한 명, 대학생 한 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제 아이들은 다른 부족에서 살고 있죠.

3부족을 대신해서 설명하자면요. 총 10명인데 딩크족 부부 세 커플과 청소년 학생들과 자녀 둘을 둔 엄마 한명이 모여서 지내요. 각 부족은 2층과 3층에 마련된 부족 단위의 공간에 나눠 살아요. 저희가 여기서 지낸 지는 4년 정도 됐어요. 지금의 가족형태와 같은 공동체 생활을 제안한 건 혜영이였어요. 

△ 오늘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이선영, 김유신, 정혜영 님(왼쪽부터)

정혜영: 조금 부끄럽네요. 최초에는 층마다 가구별로 독립된 집을 지어 살자는 제안이 있었어요. 진행하려고 보니 결국 돈이 있는 사람들만 같이 살 수 있는 상황이 되더라고요. 돈을 떠나서 누구나 살 수 있는 집이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한 집에서 함께 사는 연합 가정이 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죠. 저희는 이미 10년 전부터 서울 회기동에서 타운을 이루고 살면서 알고 지낸 사이예요. 타운에는 단일 가정과 여러 사람들이 함께 사는 연합 가정이 있었는데요. 친하면 서로의 집에 놀러 다니잖아요. 대체로 연합 가정인 집에 편히 들르게 되더라고요. 연합 가정은 한 가정의 소유가 아니고 여러 사람이 나누고 사니까 언제나 열려 있는 게 좋았죠. 그것에 착안해서 연합가정 형태로 살아 갈 수 있는 쉐어형 주택을 제안했는데 이 안이 채택되어 지금의 건물을 짓게 되었어요. 

△ 오늘공동체 공간 창 밖 너머로 보이는 도봉산

김유신: 사람들과 같이 살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일단 공동체주택에 신청할 수 있었어요. 이 건물의 주인은 오늘공동체의 조합이고요. 저희는 세를 들어 사는 개념과 같은 방식으로 이곳에서 살고 있어요. 공동체주택에 입주하기로 한 결정에는 주거 불안을 해결하고 싶은 부분도 있어요. 매년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기가 어렵고, 이사도 자주 다녀야 했는데 평생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거죠. 처음 입주 기준을 정할 때 소득을 반영해서 보증금과 전월세를 정했는데요. 저희 내에선 파격적인 일이었어요. 

이선영: 보증금을 책정하는 기준이 크게 두 가지가 있었는데요. 첫째는 개인의 연봉, 둘째는 개인이 차지하는 공간(공유 공간 포함)이었어요. 처음 정하고 4년이 넘는 거주 기간 동안 보증금이나 월세 변화 없이 왔어요. 이곳에 함께 들어온 사람들도 거의 그대로 지내고 있고요. 꼬맹이 하나가 태어나서 한 명이 더 늘어나긴 했네요. 

김유신: 2017년에 들어올 때만 해도 이곳의 이름은 은혜공동체였어요. ‘은혜’라는 단어가 종교적인 느낌이 강해서 근래 오늘공동체로 이름을 바꾸었죠. 이곳에는 종교가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어요. 20년전 은혜공동체는 종교를 매개로 모인 것은 맞는데요. 사람들과 오랜 시간 알고 지내면서 기존 기독교의 형식적인 면에서 벗어난 부분이 생겼어요. 현생에서 천국처럼 지낼 수 있는 인간의 소양을 만들자는 깨달음의 시기가 있었죠. 

이곳에서의 종교 생활은 각자 알아서 하는 영역으로 남겨뒀어요. 그래서 지금은 다양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어요. 때문에 하나의 종교로 비칠 수 있는 ‘은혜’라는 말이 계속 붙어다니는 게 좀 맞지 않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공모를 하고 이름을 다시 정하기까지 1년이 걸렸죠. 은하수, 순수 등의 후보가 있었는데, 현재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면에서 ‘오늘’로 의견이 일치됐어요. 

공금으로 내는 생활비는 부족별로 관리해요.

김유신: 제가 속한 부족은 1인당 15만 원의 생활비를 내고 있어요. 생활비에는 식비, 생필품, 전기세, 가스비, 관리비 등등이 포함돼요. 4부족은 총 11명 이니까 165만 원으로 한 달 생활비를 쓰고 있죠. 추가로 함께 여행을 가려고 1만원 씩 모으고 있고요.

이선영: 2부족은 4인가족2팀, 5인가족1팀 총 세 가족이 모였어요. 4인가족은 60만원, 5인가족은 65만원(5인가족은 주말부부이기에 할인해줬어요)의 생활비를 내요. 네 개의 부족의 생활비가 15만 원이라서 그걸 따라 우리도 15만 원으로 하자고 정한 건 아니고요. 2부족 생활 기준에 필요한 비용을 가늠해서 내린 결정이에요. 공동으로 생활비를 낸다고 꼭 모여서 식사를 하진 않아요. 부족별 공간에 주방과 냉장고가 있어서 각자 먹고 싶은 시간대에 알아서 먹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먹고 싶어서 사둔 게 있으면 본인 이름을 써서 냉장고에 두면 돼요. 이름이 써 있으면 절대 먹지 않아요. 대신 안 써 놓으면 금방 사라지고 없어지죠.

정혜영: 1부족은 기본 15만 원의 생활비를 내는데요. 때에 따라 생활비를 조절하고 있어요. 통장에 잔고가 많아지면 몇 개월 간 13만 원으로 생활비를 줄이고요. 부족해지면 다시 15만 원씩 내주세요, 하고 총무가 생활 비용을 조절해요. 보통 1인 당 15만 원이면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 총금액에서 매월 7만 원씩 빼서 따로 모아두고 있어요.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좋은 일에 써보려고요. 

이선영: 부족 전체가 공동으로 주문하는 것들도 여러가지가 있어요. 계란방, 우유방, 제철 과일방 등 카카오톡 그룹 채팅에 각 방을 담당하는 사람이 지정돼 있어요. 필요한 게 있으면 각 방에 올려서 같이 살 부족들을 모아요. 같이 사니까 다양하고 저렴하게 재료를 구할 수 있는 점이 좋아요.

정혜영: 공동 주문의 장점이 머리 아프게 찾지 않는데도 좋은 정보를 쉽게 취할 수 있다는 거예요. 여기는 간호사, 디자이너, 학교 선생님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모여 사니까 궁금한 점을 바로 물어보기도 좋아요. 내가 컴퓨터는 잘 모르지만 노트북을 사고 싶을 때 잘 아는 사람에게 바로 이야기를 할 수 있죠. 아, 저희는 차량방도 있어요. 누구나 운전 가능한 보험을 든 차량 몇대를 공유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차 주인이 없는 건 아니에요. 차량마다 죽가마, 위세차, 할배, 고조카, 쏘랭이, 레이 등 차주나 차종의 특징을 따온 이름이 있거든요. 

이선영: 차량방에는 차종 별로 키로당 연비와 해당 차주의 계좌번호가 적혀있어요. 본인이 탄 만큼 계기판을 확인하고 연비를 계산해서 알아서 입금을 해요. 처음부터 이렇게 된 건 아니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끼리 현명하게 공유하는 방법을 터득해가고 있어요. 

함께 돈을 모으고 사니까 확실히 경제적 안정감이 생겨요. 

김유신: 저희는 개인별로 수입 10%를 공동 기금으로 모으고 있기도 해요. 직장을 잃고 나라에서 실업 급여를 받지 못하더라고 그동안 모아둔 공동체기금에서 실업급여를 받을수 있어요. 직전 급여의 80%를 유지해주고 다른 직장을 구할 때까지 6개월 간 지급해요. 의료비는 전액지원이 되고, 자녀 대학 등록금도 학비의 절반은 지원을 하고요. 함께 돈을 모으고 사니까 확실히 경제적 안정감이 생겨요.

정혜영: 언니가 말한 것처럼 살면서 목돈 들어갈 일에 대한 불안은 별로 없어요. 대부분은 여기서 같이 준비하고 있고 지원 받을 수 있으니까요. 

정혜영: 오늘공동체 건물을 지은 다음부터 방문객들이 많아졌어요. 저희 공동체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함께 사는 것을 열망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걸 느껴요. 저는 신랑을 따라서 오늘공동체에 왔어요. 결혼하고 이곳에 같이 살면 좋다는 말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온 셈이죠. 현재까지도 제가 공동체성이 있는 사람인가 하는 고민을 해요. 그런데 매일이 즐거운건 사실이에요. 퇴근하고 들어왔을 때부터 인사할 사람도 너무 많고 늘 환영해 주니까요. 예전엔 불 꺼진 집에 들어갈 때도 많아서 적적하고 심심하곤 했는데 여기는 어딜 가도 꺄르르 웃을 일이 생겨요. 하지만 즐거운 것만 있는 건 또 아니예요. 같이 사는 것 자체로 무수히 많은 CCTV와 사는 기분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게 제 스스로를 객관화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고통의 직면이 되기도 하고 나 자신을 제대로 알아갈 수 있다는 부분에서 엄청난 기회가 되기도 하죠.

정혜영: 저에게 돈은 함께 쓰면서 즐기는 것이에요. 예전에는 무언가 살 때 제품의 가격이나 성능이 어느 정도면 됐거든요. 좀 쓰다가 망가지면 버리고 또 사고 했어요. 지금은 서로 빌려주고 공유하면서 함께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러니까 그저 그런 거는 안사고 싶어요. 뭐하나 살 때도 이 공간에 어울리는 디자인에 성능이나 내구성이 좋은 디자인으로 제품을 골라서 돈을 쓰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하나를 제대로 사니까 물건을 사는 빈도 자체가 줄긴 했어요.

김유신: 돈은 축적하는 것이기보다 현재를 행복하게 살기 위해 사용하는 것에 더 가까운 것이에요. 제가 돈이 없을 때 공동체는 큰 버팀목이 되어 줬어요. 모두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우리가족이 어려울 때 도와 주셨어요. 자신의 주머니를 기꺼이 열어주신 분들이에요. 저도 받은 것 이상 공동체에 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래서 공동체 사람들이 더 행복하기 위해서 돈을 벌고 싶고, 공동체가 더 건강하고 즐겁게 살기 위해 쓰고 싶어요.

이선영: 공동체에 오기 전에는 나와 나의 가족이 살아가야 할 삶이 불안해서 돈을 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함께 사는 사람들과 더 행복하기 위해 돈을 벌고 싶어요. 미래에 대한 불안함도 남들만큼 사는 것에 대한 바람도 현저하게 줄었죠. 저는 이 사람들과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벌고 싶어요. 그래서 되려 전보다 더 돈 욕심이 커지는 것 같아요. 돈이 있으면 오늘공동체 사람들과 이런 사업도 해보고 저런 사업도 시도해보고 싶어요. 

돌이켜보면 신기해요. 처음엔 공동체에 대한 막연한 환상 조차 없었거든요. 저는 그저 살면서 힘든 부분을 이야기하고 상담받고 싶어서 오늘공동체에 왔어요. 이곳에는 1:1 멘토를 지정해 주거든요. 정말 공동체에 ‘공’자도 모르면서 여기에 살고 있죠? 그런데 살면 살수록 사람들이 원하는 삶의 형태가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공동체로 사는 건 특별한 게 아니에요. 내가 좋아하고 함께 하고 싶은 친구 같은 사람들과 일생을 같이 부대끼며 사는 거더라고요. 

Edit 문주희 이지영 Photo 김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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