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시작해 17명의 직원을 둔 건축 사무소가 되었습니다

by My Money Story

제이와이 아키텍츠 공동대표
원유민, 조장희의 마이 머니 스토리

Editor’s note
My Money Story는 사람들의 일과 삶, 그 사이에 담긴 돈 이야기를 풉니다. 격월마다 주제를 정하고, 주제와 관련된 돈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이번 주제는 ‘경제공동체: 함께 벌고 함께 쓴다는 것’ 입니다. 우리는 다른 이유와 방식으로 경제적 연대를 맺고 살아갑니다. 경제적으로 함께 한다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일이고, 때로는 감정적인 일이 되기도 하죠. 경제공동체의 장점과 단점, 현명한 공동체 생활을 위한 노하우까지. 함께 벌고 함께 쓰는 4팀의 진짜 돈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각자 500만 원씩 모아서 서른 한 살에 건축사 사무소를 열었습니다.

원유민: 제이와이아키텍츠 원유민입니다.

조장희: 조장희입니다. 저희가 사무소를 연지 올해로 딱 9년이 됐습니다.

원유민: 처음 시작할 때 각자 500만 원씩 출자금을 모아서 1천만 원으로 사무소를 구했습니다. 황학 시장 옆 숭인동에 있는 조그마한 사무실이었습니다. 근처에 고시 공부나 공무원 준비생이 많아서 한 끼 식사에 3,500원 하는 저렴한 곳이 많았습니다. 동네 물가에 맞춰서 사무실 임대료와 식비를 계산하니까 1천만 원이면 1년은 버틸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1년을 버텨보고 그 뒤로도 일이 없다면 해산을 하던 다시 500만 원을 모으던 결정을 하자는 얘기를 했습니다.

조장희: 그때 저희 나이가 서른하나였습니다. 저는 결혼해서 아이가 있었고 대형 건축사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안정적인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 상황이었죠. 퇴사할 때 받은 퇴직금의 절반을 아내에게 주고 절반을 사무소에 투자했습니다.

원유민: 전 네덜란드에서 유학 후 네덜란드 건축 사무소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들어올 준비를 하면서 조 소장에게 같이 사무소를 차리자고 제안했죠. 결혼을 계획하던 때이기도 해서 어느 누구도 이 선택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건축사 사무소를 차리는 일반적인 루트로는 취업을 해서 실무를 쌓고 인맥을 만듭니다. 본인이 맡을 수 있는 프로젝트가 생길 때쯤 회사에서 나오는데 그때면 대부분 40대 초반의 나이가 됩니다. 지금은 나이가 적어도 건축 사무소를 여는 추세지만 당시에는 저희가 가장 어린 축에 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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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희: 저는 이 일을 하기 전까지 학교나 회사에서 말주변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설계라는 걸 배우고 사무소를 다녀보니까 내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커졌습니다.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나설 용기는 절대 나지 않는 상황에서 원 소장이 한국에 돌아와 사무소를 같이 열자고 했던 겁니다. 대형 사무소에서 계속 일하면 여느 부장님들처럼 될 텐데 거기 있으면 뭐할거냐며 저를 꼬셨죠. 몇 년간 하다가 안되면 다시 취직하면 되지 그게 뭐 어려울까 싶어서 같이 일해보기로 했습니다.

원유민: 1년 동안 정말 일이 없었습니다. 아침에 사무실에 오면 인터넷으로 건축 소식 찾아보다가 시간이 되면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낮잠을 자다가 늦은 오후에 일어나서 프로 야구를 보다 집으로 돌아가는 게 일과였죠. 그때 박찬호 선수가 한국에 복귀한 첫해였습니다. 스트레스는 딱히 없었습니다. 어차피 2년 동안 아무 일도 없을 거라 생각했고 망할 거란 생각도 당연히 했으니까요.

둘이서 그 안에 있는 동안 굉장히 좋았습니다. 회사에 나와서 뭔가를 해본다는 것 자체로 굉장히 행복한 때였죠. 1년이 지나고 차츰 일이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예산이 적은 일들을 주로 맡았습니다. 두 프로젝트 준공을 마치고 오래된 가옥을 공사할 때쯤이 2013년인데 제이와이아키텍츠가 젊은 건축가 상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매스컴을 타고 조금씩 일이 생기면서 두 명의 직원을 뽑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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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두 건에 직원 두명은 말이 안 되는 운영이었죠.

조장희: 지금에야 한 명의 소장이 최소 2~3개의 프로젝트를 도맡아야 한다는 걸 알지만 당시는 프로젝트 하나 당 한 명의 직원이 설계를 하고 둘이 나눠서 보면 되겠다는 순진한 생각을 했습니다. 프로젝트 두 건에 두 명의 사람을 뽑는 건 사실 말이 안 되는 운영이었죠.

원유민: 당시 설계비 예산이 1,200만 원이었습니다. 직원 한 명의 연봉이 1,200만 원보다 훨씬 더 들어갈 거 아닙니까. 애초에 마이너스인 선택을 한 겁니다. 그런데 그것보단 일단 들어온 두 개의 프로젝트를 굉장히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컸습니다. 한편으로는 건축 사무소를 열든 다른 회사를 만들던 자기 사업을 시작하면 직원을 뽑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는 자기만족의 선택이기도 했고요.(웃음) 조 소장한테 말하기를 일이 들어왔으니 두 명을 뽑아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특별한 이견 없이 그렇게 하자고 하더군요.

조장희: 무리해서 직원을 뽑을 수 있던 건 뭐랄까. 돌아가는 상황을 볼 때 원 소장이 말한 게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였습니다. 2013년에 젊은 건축가 상을 수상하고서 조금씩 문의가 들어오는 상황이라 직원을 뽑아 내부적으로 체계화하고 일하면 좋겠다는 막연함이 있었습니다. 그때 원 소장이 이야기를 꺼냈고, 해보고 아니면 다시 후퇴하자는 생각으로 그러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미리 고민하고 판단해서 선택을 포기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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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월급주고 나서 한 달에 가져간 돈이 0원일 때도 있었습니다.

원유민: 사무소의 어떤 변화나 방향을 설정할 때 주로 제가 먼저 지르는 편입니다. 조 소장은 그것에 동의하고 맞춰줍니다. 돌아보면 계산적으로 움직였을 때는 쉽지 않은 선택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감이나 의지로 결정한 심플한 선택이었죠. 사실 저는 조 소장이 있기에 현실에서는 조금 발을 떼고 있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사무소에 정확히 얼마의 돈이 있는지 모릅니다.

오늘 토스와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조 소장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리가 도대체 한 프로젝트 당 수익이 얼마나 남았는지 정확하게 계산한 적이 한 번도 없더군요. 돈 때문에 힘들 때가 많지만 그래도 직원들의 월급을 못 준 적은 없었습니다. 초반에는 저희가 한 달에 가져갈 수 있는 돈이 0원일 때도 있었습니다. 저희 가정의 실질적 가장은 저희가 아니라 아내들입니다.(웃음) 저희의 일을 이해하는 일하는 아내들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기도 했죠.

그런데 무엇보다 저희에게 중요했던 건 돈보다 가치였습니다. 저희가 돈을 더 갖기 위해 직원을 내보내거나 월급이 밀려 직원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건 결국 프로젝트의 퀄리티를 낮추는 일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늘 맡은 프로젝트 규모보다 직원 수가 많았습니다. 현재 맡은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해야 그 일이 우리에게 다른 일을 불러온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생각은 여전히 같습니다. 왜 아틀리에 사무소도 아니고 대형 사무소도 아닌 17명의 직원을 둔 규모의 건축사 사무소가 됐는지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죠. 한편으로는 지금 프로젝트를 잘 하는 것이 우리 사무소의 유일한 마케팅이라고도 보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조 소장과 제가 적은 월급을 가져가기로 한 겁니다. 첫 직원이 생길 때부터 그래왔고 사무실 직원 중 일부는 항상 저희보다 더 많이 가져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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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와이 아키텍츠 직원들과 사무실 풍경 [이미지제공: 제이와이아키텍츠 블로그]

아마 혼자 했다면 벌써 포기했을 겁니다.

조장희: 사무소를 열기 전까지 원 소장과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두 사람의 역할이 혼재돼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각자가 잘하고 편하게 생각하는 일들과 조금은 싫어하고 꺼리는 일들이 구분됐습니다. 한 두명의 직원이 생기고 직원들과 엮이면서 해야 할 일들에 따라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눠졌습니다. 저는 전반적인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한국 건축사 자격증이 있어서 법적으로 체크해야 할 부분을 맡고 있고요.

원유민: 조 소장이 워낙 인상이 좋아서 이 친구가 사람을 꼬셔오면 제가 만나서 잡아먹는 역할을 합니다.(웃음) 저는 제가 잘하고 못하는 걸 압니다. 학교 다닐 때부터 조 소장의 성격을 당연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에게 부족한 것을 잘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아마 혼자 했으면 벌써 포기했거나 스트레스로 한 번은 미쳤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서로에게 없는 부분을 잘 보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장희: 저 역시 원 소장처럼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좋습니다. 지금의 사옥을 지은 것도 원 소장이 제안했고 저는 대체로 그 결정이 나면 제 머릿속으로 진행을 위한 계산을 시작합니다. 벌어진 일은 결국에 수습이 필요하니까요. 일을 수습 하는 동안 제게 부족했던 모습을 자연스럽게 채우는 것만 같았습니다. 현재 제 역할에 만족이 큽니다. 지난 시간 동안 원 소장과 함께 일을 벌이고 수습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다음 단계를 넘어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둘이 맨바닥부터 쌓아온 경험으로 지금까지 왔기 때문에 안주보다는 도전을 했던 이전의 결정들이 옳았다고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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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가치를 쌓을 때, 그 가치가 돈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합니다.

조장희: 저는 원 소장과 달리 계좌에 얼마의 돈이 있는지 자주 봅니다. 운영적인 면에서 나가는 돈과 들어오는 돈을 확인하는 게 제 일이기도 하죠. 어느 때는 여러 곳에서 돈이 들어와서 통장에 12억이 쌓여있다가도 돌아서면 금세 다 사라지고 없어요. 돈이란 게 덧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지만 직원들 월급도 주고 어느 곳에 가서 워크숍도 해야 하고 회식도 하면서 돈을 써야 하죠. 돈을 손에 쥐고 있어야 뭐가 되는 것도 아니고요. 통장에 찍힌 금액만 바라본다고 해서 되는 게 아무것도 없죠. 돈이 싫어서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쓸 때 잘 쓰고 들어오고 나가는 큰 흐름을 보면서 관리하면 되는 게 돈이라 생각이 듭니다.

원유민: 돈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항상 이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제 스스로 혹은 이 회사의 가치를 쌓을 때, 그 가치가 돈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관점과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건축집단이 되는 것을 꿈꿉니다. 저희 홈페이지에도 써놨어요. 한 두 명에 의해 의사결정되는 사무소가 아닌, 구성원의 역량이 모여서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꿈꾸는 대로 일할 수 있는 인력 구성과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런 가치관으로 사무소를 운영 해왔고 어쨌든 9년이란 시간이 흘러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되었습니다.

Edit 문주희 이지영 Photo 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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