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자유를 얻은 사람이 파이어족이죠

by My Money Story

파이어족 이고은의 머니 스토리

10여 년 동안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은퇴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고은입니다. 국내외 금융회사에서 10여 년 동안 주식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2019년 은퇴했습니다. 지금은 저를 자산이라는 다양한 거위를 키우고 관리하는 거위농장주라고 소개합니다. 《투자의 재발견》이라는 책을 출간한 뒤 강연자, 유튜버, 투자가, 사업가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애널리스트가 천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사랑했던 핵심 업무는 금융업을 전망하면서 투자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일이었어요. 간단히 말하자면 금융의 미래를 전망하며, 어떤 종목을 사고팔아야 하는지 정리하는 것이죠. 리포트를 통해 이 내용을 논리적으로 정리한 후, 전 세계로 출장을 다니면서 펀드 매니저들을 만나 저희의 투자 아이디어를 소개했어요. 그 일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동시에 아쉬웠던 점도 존재했습니다. 우선 회사원 신분인 이상 리포트를 회사 이름을 달아서만 발표할 수 있었어요. 앞서 거위 농장주라고 소개했듯 저는 다양한 자산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주식 중에서도 한국 주식, 그 안에서도 금융업에 대해서만 말해야 하는 게 답답했습니다.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 금, 암호 화폐 등 다양한 자산을 다루며 좀 더 자유롭게 투자 아이디어를 내고 싶었죠. 

이런 갈증이 있어, 언젠가 회사를 나올 거라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나와서 내 브랜드를 쌓아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사실 블로그, 책, 유튜브 등을 통해 다양한 채널로 하는 일도 애널리스트의 일과 다를 바 없어요. 전처럼 제 투자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지만, 좀 더 자유로운 형태인 거죠. 파이어족

저의 목표는 시간의 자유예요 

사실 애널리스트는 업계를 떠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왜냐하면 돈을 정말 많이 주거든요. (웃음) 그 월급을 받다 보면 소비 수준도 확 올라가게 되어있으니, 직업을 포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애널리스트라고 하면 다양하게 투자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본업이 바빠서 다른 일을 하기 힘들어요. 저는 유난히 부동산, 금, 암호화폐 등 다른 자산에 관심이 많고, 여러 방면으로 투자를 했던 케이스죠.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시간 자산이에요. 사실 우리 인생이 시간이잖아요. 그래서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낸다는 건, 내 인생의 한 부분을 내어주는 거예요. 저는 이 사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회사에 내 시간을 아낌없이 바칠 수 있었는데, 넓은 관점으로 일하고 싶어지니 시간 가치가 떨어진다고 느꼈어요. 회사를 나가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같은 시간을 훨씬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죠.

부모님은 은퇴 이야기를 듣고 아쉬워하셨어요. 자식이 번듯한 회사에 다니는 게 좋잖아요. 그래도 제 결정을 지지해주셨어요. 남편이 저의 가장 큰 서포터였습니다. 은퇴 고민을 할 때 “손에 쥔 애널리스트라는 타이틀을 놓으면, 즐겁게 일하면서 성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격려해줬어요. 남편도 자영업을 하다 최근에 은퇴했어요. 근로소득보다 투자로 더 많은 가치를 낼 수 있고 시간의 자유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직장 생활에는 자의든 타의든 끝이 있다는 걸 직감했어요

회사에 다닐 동안 나에게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자산을 꾸준히 모았어요. 현금흐름은 크게 세 종류가 있는데요. 첫째는 부동산이 가져오는 전세금이나 월세, 주식이 주는 배당 등이 있고요. 두번째는 싸게 사고 비싸게 팔아서 얻는 시세차익 현금흐름, 마지막으로는 자산을 담보로 일으킬 수 있는 레버리지 현금흐름이 있어요. 이처럼 자산이 가져다주는 다양한  현금흐름이 생활비 이상이 된다면 제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이게 됩니다.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할 것인가? 새로운 길을 갈 것인가? 그때는 무엇을 선택해도 두렵지 않아요. 진정 자유로워지는 거죠. 

사람들은 투자를 결심하고 정말 아무렇게나 해요. 예들 들어 옆에 있는 사람이 어떤 종목이 좋다고 하면 바로 사보는 식이죠. 제가 항상 강조하는 건 투자는 자산을 ‘늘려가는’ 행위라는 거예요. 이렇게 관점을 바꾸어야 해요.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는 게 투자라고 생각하면 위험합니다.

어떻게 하면 자산을 늘릴 수 있을까요? 가치가 낮게 평가된 자산을 사서 현금흐름을 일으키면서 보유하는 거죠. 다시 말해 자산을 늘리면서 자산에서 현금 흐름이 나올 수 있게 하는 것. 이 방법은 질 수가 없는, 부자가 될 수밖에 없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말하면 “너무 당연한 거 아니야? 국영수 위주로 공부 열심히 하면 수능 잘 본다는 이야기잖아.”라는 이야기를 들어요. 중요한 건 이 원칙을 부동산, 암호화폐, 금 등 여러 자산에 적용할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거예요.

저는 주식 전문가였지만, 이 투자원칙을 주식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산에 적용해봤어요. 처음 시도하는 건 대부분 다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그럴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한번 해보고 돌아선 게 아니라, 그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다시 투자했습니다. 그런 시도가 누적되면서 투자 내공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결국 중요한 건 한두번 해보고 잘 안되었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는게 아니라 조금씩 발전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꾸준히 실행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 목표는 이런 원칙을 많이 퍼뜨리는 겁니다. 저와 다른 환경과 배경을 지닌 사람에게도 또 다른 아이디어가 있을 거예요. 이런 노하우를 발굴하고 적용해서, 제대로 된 투자가 무엇인지 알리고 싶습니다. 

단순히 놀기 위해 파이어족이 된 사람은 없을 거예요

제가 생각하는 ‘파이어족’ 은 경제적 자유를 넘어서서 시간의 자유를 얻은 사람입니다. 이들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되죠. 그 삶을 쟁취한 이유는 뭘까요? 이루고 싶은 또 다른 목표가 있기 때문 아닐까요? 그래서 의식주를 책임졌던 일을 벗어나는 거지, 단순히 놀기 위해 파이어족이 된 사람은 없을 겁니다.

물론 저도 사람들이 상상하는 파이어족 처럼, 잔잔한 일본 영화의 주인공처럼 바닷가에 누워 하릴없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어요. (웃음) 하지만 우리 가족이 꿈꾸는 라이프스타일은 이런 겁니다. 매년 1월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가전전시회(CES)에 가고, 5월이 되면 미국 오마하에서 워런 버펫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거예요. 인생에 가치 있는 성장을 가져다 줄 새로운 경험을 위해 제 시간을 쓰고 싶은 거죠. 

사람들은 고등학교 때는 대학 입학만 하면, 대학 때는 취업만 하면 다 해결될 것처럼 말해요. 하지만 겪어보면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잖아요. 거기서부터 다른 삶이 시작되죠. 더 큰 자유와 책임이 생기는 삶이요. 그래서 파이어족으로 살고 싶다면 그 이유를 더 고민하고 준비를 하시면 좋겠어요. 스타팅 포인트에만 가려고 노력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은퇴하면서 저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느낌이에요. 학교와 직장 생활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클 수 없는 규격화된 삶을 살았다면, 지금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느껴져요. ‘이 삶에서 내가 원하는 게 뭘까?’ 생각해보면 결국 나 자신의 무한한 성장인 것 같습니다.

Interview 이현아 Edit 이현아 이지영 Photo 김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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