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않는 건 아까운 것 같아요

by My Money Story

유튜브 <원의 독백> 운영자이자 크리에이터 임승원 님의 마이 머니 스토리

원의 독백은 제 인생의 아카이브예요

유튜브 <원의 독백>을 운영하는 임승원입니다. 원의 독백은 저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주제 삼아 3분짜리 영상으로 만드는 채널이에요. 제 인생의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죠. 제가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에 시네마틱한 효과를 더해 최대한 감각적인 비디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만족하자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채널을 열고 운영해나가는 과정에서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고 계세요. 저의 고민과 생각을 담담하게 올렸을 뿐인데 그 내용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생각보다 너무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 부담이 되는 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원동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비디오 카메라를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시절에는 아버지의 비디오 카메라가 신기해서 이리저리 가족들을 찍었는데, 나중에 티비 앞에 모여 함께 구경하니 가족들의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어린 마음에 칭찬받는 게 좋아서 점점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재미삼아 가족들과 친구들을 정말 많이 찍었어요. 그리고 한동안은 그 기억을 잊고 살았는데 10~20년 뒤에 그 자료들을 보니 카메라로 찍었던 순간들이 또렷하게 기억나더라고요. 비디오는 정말 생생해서 비교적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거든요. 찍은 날의 시청각적 정보뿐만 아니라 분위기나 냄새까지 느껴질 정도로요. 제 삶을 기록하기에 비디오만큼 좋은 매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도구나 상황을 가리지 않고 일단 영상을 찍어 클라우드에 올려두기 시작했습니다. 

이미지 = 임승원 제공

대학생 때는 마케팅이나 광고 업계 쪽 직업을 가지고 싶었어요. 관련 공모전에 많이 지원하면서 영상 만드는 취미를 유용하게 써먹었죠. 덕분에 영상 만드는 일이 저와 꽤 잘 맞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즈음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 싶었는데, 저는 예나 지금이나 좋아하는 게 정말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냥 두면 언젠가 휘발되고 없어질 일상과 취향, 경험과 감정, 취미와 흥미를 동영상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붙잡아두고 싶었어요. 물론 그 당시 취업준비생이었던 만큼, 지금까지 배웠던 브랜딩 지식을 적용해보고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생각도 없진 않았죠. 이런 여러가지 마음이 모여 ‘원의 독백’ 채널이 시작됐어요. 가볍게 시작한 채널이었는데 벌써 3년 째, 59개의 영상이 모였네요.

어느 날, 무신사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쌓아가던 어느 날, 무신사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정확히는 무신사 자회사인 오리지널 랩의 대표님께서 스카우트 제의를 주셨어요. 무신사 오리지널랩의 콘텐츠 PD가 되어달라고요. 처음에는 거절했어요. 저는 영상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콘텐츠 만드는 걸 공부해본 사람도 아닌데 돈을 받고 일한다는 게 부담스럽더라고요. 돈을 받았는데 그만큼 해내지 못한다면 너무 죄송할 것 같은 마음도 있었어요. 마케터처럼 콘텐츠를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메이커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그러니까 크리에이터는 한 번도 꿈꿔보지 않은 길이었던 거죠. 

그럼에도 대표님은 여러 차례 제안을 주셨고, 많은 고민 끝에 제안을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조직에 합류하기로 결심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결정적으로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 기록이 되는 일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취준 시절에도 여러 영상 제작 외주 작업을 했는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단기 아르바이트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어렵더라고요. 조직에서 팀원들과 함께 비전을 꾸준히 달성해나가는 작업을 한다면 훨씬 보람을 느끼고, 성장하는 기분이 들 것 같았어요. 합류한지 1년이 넘은 지금, 즐거울 때도 좌절할 때도 있지만 꽤 행복하게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제게 투자는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영감과 경험을 얻기 위해 하는 소비예요

저는 돈 욕심이 크게 없어요. 저축해서 큰 것을 갖는 미래를 꿈꾸기보다 지금 갖고 싶은 것을 갖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데 소비하는 편이에요. 실제로 좋아하는 것을 살 때는 정말 계획 없이 돈을 써요. 예를 들어 사고 싶은 카메라가 500만 원인데 수중에 있는 돈이 500만 원뿐이라면… 사실 카메라를 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냥 저는 사요(웃음). 그리고 돈이 없으니까 대중교통비 아끼려고 걸어다니고, 밖에서 외식하기보다 집 반찬으로 대충 먹고 하는 거예요. 

말도 안 되는 결정 같지만, 카메라를 안 사더라도 500만 원은 생활비로 야금야금 없어질 돈이잖아요. 물론 필요한 데 쓰는 거지만, 일단 돈이 생겼을 때 갖고 싶은 것을 지르고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던 것 같아요. 대신 저한테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건 안 사요. 덕분에 제가 사고 싶던 카메라 장비들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자산이 되는 든든한 장비들이죠. 좋은 장비를 구비한 덕분에, 퀄리티 있는 영상 작업을 할 수 있게 됐고, 외주도 할 수 있었고, 결국 직장도 생겼으니까요. 

그렇다고 미래 계획을 정해두고 그걸 이루기 위해 장비를 산 것도 아니에요. 그냥 영상 찍는 게 좋아서, 그러다 보니 더 좋은 카메라로 찍고 싶어져서, 그러니까 좋아하는 것을 더 열심히 좋아하기 위해 했던 소비였어요. 제게 투자는 이런 거예요.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영감과 경험을 얻기 위해 소비를 하는 것. 결국 그것들이 제가 일하는 데에 좋은 레퍼런스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지만 제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도 굉장히 의미 있고 결국 그 투자 덕분에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믿고요. 물론 조금씩 저축도 하고, 재테크도 해야겠지만 아직은 그렇게 생각해요. 

비슷한 맥락으로, 원의 독백 채널로 얻는 유튜브 채널 수익도 전혀 없어요. 저는 주로 저작권이 있는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거든요. 쏠쏠할 수도 있는 광고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쓰고 싶은 음악을 사용하는 이유는 하나예요. 원의 독백은 제 인생의 아카이브인데, 제가 당시에 좋아했던 음악과 취향도 아카이브의 중요한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채널로 벌 수 있는 수익보다는, 제가 만들고 싶은 영상을 만드는 게 저에게는 훨씬 중요한 목표에요.

소속이 생김으로써 변화될 삶이 궁금해요

원의 독백을 운영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영상 제작 외주를 받았어요. 이미 장비가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저의 노동력만 필요한 일이었죠. 편차가 있기는 했지만, 적지 않게 벌었습니다. 스카우트 제안이 오기 전까지는 이렇게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제안을 받았을 때도 직장을 가지는 것이 경제적인 이유 외에 어떤 장점이 있을지를 더 고민했고요. 

사실 지금도 기획, 촬영, 편집 같은 기본적인 작업은 혼자 하고 있어요. 하지만 혼자서 영상을 만들 때와 가장 큰 차이점이 있죠. 바로 팀원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거예요. 원의 독백을 운영할 때는 혼자 기획하고 촬영해서 올린 영상이 바로 저의 실적과 같은 조회수에 반영된다는 게 큰 부담이었거든요. 아무리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그 부담감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기획은 물론,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마음이 편해요. 실제 대중의 평가가 어떻든 간에, 세상에 공개하기 전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감을 많이 줄여줬어요.

예상과 다르게 정기적인 수입이 있다는 점도 꽤 의미있는 변화였어요. 월급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고정적으로 수입이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거든요. 그런 월급에서 오는 안정감과 책임감은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이었어요. 원래 계획성 있게 돈을 쓰는 편이 아닌데, 고정적인 수익이 있으니 이제 투자나 청약 같은 걸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아직은 공부해야할 게 너무 많지만, 이로 인해 앞으로 변화될 삶이 궁금해요. 

이외에도 소속이 생겨 좋은 점이 많지만, 그렇다고 원의 독백을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어요. 회사에 다니면서 업로드 주기는 뜸해졌어도 여전히 채널을 운영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에요. 원의 독백은 제 정체성이기도 하니까요. 이 채널이 탄탄해지면 제가 회사에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텐데, 그렇게 되면 보람도 커지고 여러가지 재밌는 일도 벌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 처음으로 원의 독백 구독자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무신사와 협업한 덕분에 더 질 좋은 스웻셔츠를 굿즈로 제작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서로에게 더욱 도움이 되는 관계가 되고 싶어요.

그냥 지금 제가 좋아하는 것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 해요

1년 전 무신사에 합류할 때 쯤, 영상을 통해 원의 독백 구독자 분들께 이 사실을 알렸는데요. 그 영상의 마지막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 하루도 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라는 공자님의 말씀을 인용했어요. 입사 전 여러가지 기대감에 올린 영상이긴 하지만, 전 아직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좋아하는 걸 하면 그게 일처럼 안 느껴지는 것 같아요. 주변에 일하기 싫다는 친구들도 많은데, 저는 가끔 일찍 출근해서 작업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거든요. 너무 재밌게 작업을 하다가 일정 때문에 마치지 못하면 퇴근길에도 ‘이 부분은 이렇게 바꿔볼까’하는 아이디어들이 계속 생각나요. 가끔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힘들기보다는 어떻게 바꿔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즐겁더라고요. 

취미였던 일을 직업으로 삼아보니 배운 점이 많아요. 취미로 할 때보다 훨씬 더 헌신해야 하고, 그 일을 사랑하는 만큼 상처받을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하죠. 그런데 그게 두렵다고 취미로 두면 그냥 혼자 좋아하는 것으로 끝나잖아요. 저는 좋아하는 것을 얼마든지 내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자신감이 없다는 이유로 직업으로 삼지 않는 건 아까운 것 같아요. 오히려 직업으로 그 일을 대하면 실력이 확 늘 수도 있거든요. 한 가지 일을 무조건 계속해야하는 것도 아닌데, 부담감을 버리고 한번쯤 시도해보면 좋겠어요.  

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좋아하는 게 많은 평범한 사람이에요. 노래하는 것도, 넷플릭스 보는 것도, 영어로 말하는 것도 모두 좋아서 시작한 취미죠. 지금은 카메라 안팎에서 플레이어로 일하지만, 앞으로 또 어떤 기회가 올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가볍게 노래 부르고 기타 치는 취미도 있는데, 언젠가는 노래로 무대를 서고 싶은 꿈도 있고요. 너무 먼 미래에 목표를 두기보다는 그냥 지금 제가 좋아하는 것과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해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냥 꾸준히 좋아하는 마음에 힘을 실어주다 보면 나중에 빛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계속 용기 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기회가 다가온다면 놓치지 않고 잡는 거예요.  

서로에게 애정 어린 피드백을 나누는 창작자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어쩌다 보니 채널을 운영하면서 사랑받고 여러가지 기회를 얻었지만, 사실 비디오는 제게 표현의 수단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예전에 광고나 마케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본질적으로 ‘포장하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원래 있는 것들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서 더 돋보이게 만들어줄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던 거죠. 저처럼 예쁘지도 않고 특출난 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도 브랜딩 활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발견되고 사랑받고 있잖아요. 저는 무엇이든지 사랑받을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포인트를 사람들에게 설득하기 위한 과정을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게 재밌어요. 결국 저는 어떤 인물이나 메세지를 더 매력적이게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거죠. 원의 독백을 통해서 여러가지를 배우고 시도해보고 있지만, 표현하는 방법이나 창구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궁극적으로는 창작자를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제가 원의 독백과 조직생활을 모두 겪으면서 느낀 건데, 하고 싶은 일을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피드백’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리 즐거운 취미여도, 주위 사람들의 인정과 관심이 있어야 더 애정이 생기고 꾸준히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잖아요. 평가보다는 영감을 나누려는 사람들이 모여서 낼 수 있는 시너지를 믿어요. 그래서 각자의 작업을 서로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협업하는, 그런 문화가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영상 작업하시는 분들만 해당하는 커뮤니티가 아니라, 하고 싶은 작업을 하는 모든 창작자를 위한 커뮤니티를요. 사람들이 자기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고, 발전하는 기회를 얻어갔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원의 독백도 그런 작업 중 하나의 예시겠죠? 비슷한 분들이 모일 수 있는, 아지트 같은 오프라인 공간을 만드는 게 최종 꿈이에요. 

Interview 이주하 Edit 이주하 송수아 Photo 김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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