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하라는 세상의 말에 휘둘릴 필요는 없어요

by My Money Story

<콘텐츠 로그> 발행인이자 프리랜서 에디터
서해인 님의 마이 머니 스토리

Editor’s Note

My Money Story는 사람들의 일과 삶, 그 사이에 담긴 돈 이야기를 풉니다. 격월마다 주제를 정하고, 주제와 관련된 돈 이야기를 들려드리는데요. 이번 주제는 ‘하비프러너: 나다운 삶과 지속가능함의 교집합’입니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답이 YES인 것도, NO인 것도 같은 요즘 시대에 좋아서 시작한 일을 자신의 생업으로 발전시킨 4명의 대답을 들어보았습니다.

3년차 프리랜서 에디터 서해인입니다

안녕하세요. 뉴스레터 <콘텐츠 로그> 발행인이자 프리랜서 에디터 서해인입니다. 마케터로 6년간 회사 생활을 하다가 1년 반 전부터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요. 현재는 꾸준히 발행 중인 뉴스레터를 모회사처럼 두고, 여러가지 일들을 자회사처럼 벌이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콘텐츠 로그>는 10일 동안 제가 보고, 읽고, 들은 모든 콘텐츠를 소개하는 뉴스레터예요. 전문적인 비평보다는, 한 명의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저의 생각과 감상을 기록하는 콘텐츠 리뷰에 가까워요. <콘텐츠 로그>에서는 먼저 제가 10일간 소화한 콘텐츠의 제목을 모두 나열하고, 이어서 10일 동안 접했던 콘텐츠 중 가장 좋았던 것 2가지에 의견을 더해 길게 리뷰합니다. 그다음 10일 동안 기다려지는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어요. 수많은 콘텐츠를 즐겨보는 사람으로서 기록을 남기기 위해 취미로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였는데, 이제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저의 정체성 같은 뉴스레터가 됐네요.

콘텐츠로그

수시로 콘텐츠를 디깅하고 즐기는 자연스러워요

저는 장르나 포맷의 구애를 받지 않고 온갖 종류의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이에요. OTT 서비스나 뉴스레터, 월간지처럼 콘텐츠를 접하는 채널도 무척 다양한데요. 책, 영화, 드라마, 음악, 칼럼, 팟캐스트, 유튜브 등 평소에 많은 것을 보고 즐기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회사 다니면서 어떻게 이 많은 콘텐츠를 찾아보고 소화하냐’며 신기해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남들이 저만큼 콘텐츠를 많이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놀랐어요. 그만큼 수많은 콘텐츠를 즐기는 건 저에게 너무 자연스러운 취미이자 일상이었던 거죠.

특히 좋아하는 책과 K-pop에 대해서는 수시로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습관이 있어요. 책은 온라인 서점 앱에 수시로 접속해 신간을 살펴보는 것으로, K-pop은 음원이 발매되는 오후 6시에 자주 사용하는 음악 플랫폼에 들어가 새로 나온 앨범을 일단 다 한 번씩 들어보는 방식으로 정보를 접하는 편이에요. 지금은 관련 정보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원래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보고 즐기는 건 저에게 취미의 영역이었어요. 그렇게 밥 먹듯이 보고 들은 콘텐츠를 코멘트와 함께 각종 SNS에 업로드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도 기록하는 걸 좋아했고,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그냥 증발시키고 싶지 않았거든요. 싸이월드, 티스토리,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그 당시 하고 있던 온갖 SNS에 콘텐츠에 대한 감상을 올렸던 것 같아요.

콘텐츠로그

그즈음 모든 SNS에서 같은 질문을 받기 시작했어요. 제가 워낙 콘텐츠를 많이 보니까 사람들이 ‘볼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 달라’고 하기 시작한 거예요. 물론 열심히 답해드렸죠. 그런데 SNS마다 맺고 있는 관계들이 다르잖아요. 페이스북에서 답한 내용을, 트위터에서 똑같이 답하고 있는 일이 반복되며 힘들어하던 차에 ‘뉴스레터’라는 플랫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당시 일간 이슬아, 뉴닉 등 양질의 뉴스레터가 국내에도 생기고 있었는데, 뉴스레터가 발행인의 주관적인 생각을 표현할 수 있으면서도 시의적인 내용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으로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SNS에 기록하던 내용을 뉴스레터에 취합하고, 확장하면 모두가 그 내용을 받아볼 수 있을 테고요. 그렇게 저의 산만한 콘텐츠 생활을 기록하는 뉴스레터, <콘텐츠 로그>가 시작되었습니다.

수입이 없어 막막했지만, 기회가 때까지 기다렸어요

2014년에 마케터로 첫 커리어를 시작해 2020년까지 비슷한 직무로 이직을 8회 정도 했어요. 주로 SNS 채널 관리, 콘텐츠 기획, 뉴스레터 발행 등 콘텐츠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는데요. 몇 번의 퇴사와 이직 끝에 스스로 조직 생활과 맞지 않는 타입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결국 2020년 9월 즈음, 마지막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 에디터의 길을 걷게 됐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가 되게 명확한 편이었는데, 조직 구성원을 설득하는 과정에 어려움을 많이 느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습니다. 마지막 회사를 6개월 정도만 다녔기 때문에 퇴직금이 없었거든요. 수중에는 당시 혼자 살던 집의 월세를 반 년 정도 더 낼 수 있는 정도의 돈만 있었고요. 모아둔 돈도 많지 않았고, 무언가를 대단히 계획한 것도 아니었고… 아무런 대책 없이 프리랜서가 된 거예요.

첫 세 달 동안의 수입은 70만 원이 전부였어요. 감사하게도 회사를 그만둘 즈음 몇몇 플랫폼에서 연재 제안을 받긴 했지만, 계약이 당장 입금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수입이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걸 넘어, 아예 없는 수준이 되니 정말 막막한 기분이 들었어요. 수많은 프리랜서 선배들이 경제적 불안정성 때문에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았지만, 일단 뛰어들면 답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수입이 계속 없을 수 있다는 걸 느껴보니 아찔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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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진지하게 본가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실은 여러가지 이유로 현재 본가에 살고 있는데요. 덕분에 프리랜서 생활 초반에 있을 법한 큰 지출을 막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많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국가에서 주는 재난지원금도 큰 도움이 됐고요. 사실 수입이 없던 초반에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싶은 유혹도 있었어요.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건 제 시간을 일정 부분 써야 한다는 뜻이고, 그건 회사 다니는 거랑 별 차이가 없는 거잖아요. 그냥 내가 가진 역량을 연결할 수 있는 일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기회가 왔을 때 최대한 잘 살려보자고 다짐했어요.

프리랜서는 제가 가장 자연스럽게 일할 있는 환경이에요. 반 년이 지나고 나서야 뉴스레터 발행인으로서 기획할 수 있는 이런저런 일감들을 받기 시작했어요. 확실히 경제적으로 안정될 때까지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1년 반이 된 지금은 월급생활자일 때보다 높은 수익을 내고 있어요. 물론 항상 이 정도의 수입이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죠. 프리랜서를 1년 반 정도 해보니, 내가 일한 만큼 수익이 돌아오기 때문에 흐름을 면밀하게 관리하는 것도 프리랜서의 하나라는 깨달았어요. 많이 벌지는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삶의 형태를 지속할 수 있을만큼은 벌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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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언제든 수입이 없는 시기가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프리랜서 생활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건, 저와 잘 맞는 일의 형태이기 때문이에요. 프리랜서일 때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거든요. 저는 불편하거나 부자연스러운 상태를 참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조직 생활은 물론, 콘텐츠를 볼 때도 마찬가지라 전 세계인이 본 넷플릭스 콘텐츠 ‘오징어 게임’도 보지 않았어요. <콘텐츠 로그>의 발행인으로서 수많은 사람들이 본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되는지 고민했지만, 그래도 경쟁의 극한으로 사람을 몰아가는 게임 장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끝까지 보지 않겠다는 선택을 유지한 거죠.


결국 제게 중요한 것은 ‘내가 자연스럽게 소비하지 않는 콘텐츠’를 굳이 보지 않는 것, 그리고 ‘그런 환경에 나를 두지 않는 것’이란 걸 깨달았어요.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프로처럼 일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스스로 부자연스러운 걸 감수하면서까지 일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의 형태는 제가 가장 나답게, 자연스러울 있는 환경을 세팅해둔 거라고 있죠. 제가 즐겨보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조직 밖에서 자율적으로 일을 꾸려나가고 있으니까요. 그게 경제적 불안정성이 높더라도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은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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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했을 뿐인데, 저의 영역이 확장됐어요

현재 들어오는 일의 95%는 <콘텐츠 로그> 덕분이에요. 제가 뉴스레터를 쓰거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보고 관련된 일을 제안해주시는 경우가 많죠. 주로 아티클을 기고하거나 강연을 하는 일이 많은데, 최근에는 익숙하지 않던 오디오 콘텐츠로도 일을 확장할 기회가 생겼어요. 네이버 음원 플랫폼 ‘바이브’에서 노래를 선곡하고 진행할 수 있는 파티룸이라는 기능이 있는데, 일주일에 두 시간씩 자유롭게 테마를 선정해 선곡과 진행을 하는 ‘파티룸 호스트’를 맡게 되었거든요.

이 일을 맡게 된 건 몇 달 전 시작한 <두둠칫 스테이션>이라는 팟캐스트 덕분이에요. 책 편집자로 일하던 지인이 함께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면서 정말 ‘재미’로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됐어요. 마침 K-pop을 주제로 한 뉴스레터를 만들고 싶었는데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해보자 싶었죠. 사실 이 일은 수익이 생기기는 커녕 스튜디오 대관료나 섭외비 등 매번 고정 비용이 나가는 일이에요. 한 번의 방송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도 어마어마하고요. 그런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글이 아닌 말로 사람을 만나는 일에 자신이 없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니까 정말 즐거웠어요. 완전 취미로 시작한 일이라 부담감도 내려놓을 수 있었고요.

팟캐스트에서는 책 한 권을 선정하고, 연상되는 K-pop 3곡을 소개하는데요. 공들여 준비한 내용을 팟캐스트에서만 다루기에는 아쉬워 일부를 정제해 뉴스레터 구독자 분들에게도 보내드리기 시작했어요. 노래를 소개하기 위해 별 생각 없이 원래 쓰던 음원 플랫폼 ‘바이브’의 링크를 추가했고요. 그런데 우연히도 구독자 중에 ‘바이브’ 담당자 님이 계셨던 거예요. 제 뉴스레터를 본 담당자님이 연락을 주시면서 파티룸 호스트가 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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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놀랐던 점은 처음부터 기획의 주도권을 많이 내주셨다는 점이에요. 사실 기업 담당자가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콘텐츠 로그>를 구독하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큐레이션하고 만들어가는지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 있었던 거죠. 꾸준히 발행해온 레터를 구독하는 분이라면, 제가 무언가를 제안하거나 기획했을 때의 맥락을 알거나 결과물을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콘텐츠 로그>를 보고 일을 의뢰하시는 경우, 저도 클라이언트도 만족할 확률이 높은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을 제안주시기도 하고요.

사실 <콘텐츠 로그>도, <두둠칫 스테이션>도 정말 좋아하는 걸 했을 뿐인데, 이 콘텐츠를 통해 더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됐어요. 더 다양한 영역의 일을 해볼 수도 있게 되었고요. 그 점이 좋아하는 것을 일로 만들어가는 사람으로서 제일 감사한 부분인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해봐야 하는 임계점이 왔을
외면하지 말고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언제나 무언가를 보고 듣는 걸 좋아했지만 <콘텐츠 로그>를 시작한 뒤에는 콘텐츠를 보는 시간과 만드는 시간, 이 두 가지에 해당하지 않는 시간이 현저하게 적어졌어요. 마냥 즐기기만 하면서 콘텐츠를 소화하기도 힘들고요. 지금 당장 정제된 글로 콘텐츠를 소개하지 못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모든 콘텐츠를 조금씩 기록해두는 습관이 생겼거든요. 이제는 아무 생각 없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진 거죠.

아무리 힘들어도, 제가 좋아하는 행위를 일로 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커요. 콘텐츠를 보기 좋게 정제하고 가공해서 세상에 내놓는 일을 계속 하고 싶었거든요.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좋은 것을 건져올려 소개하는 큐레이터의 역할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작년까지는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3년차에 접어드니까 확실히 제 정체성과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되고, 할 수 있는 한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앞으로는 K-pop의 다양한 모습을 대중들에게 알리거나, 저처럼 콘텐츠를 유통하는 분들과 재미있는 판을 벌려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분명 저 같은 사람이,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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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회사에 다닐 때보다 더 많은 수익을 벌고 있어요. 물론, 앞으로도 이 정도로 수익이 있을 것이라고는 보장하지 못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꾸준히 돈을 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런 성과를 얻었다고 해서 남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뉴스레터 시장이 막 커지기 시작할 때 <콘텐츠 로그>를 시작했고, 그래서 더 조명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든 일이 그렇지만 타이밍과 운도 중요하잖아요. 저는 퇴사를 하라거나, 자신의 역량을 찾아 혼자 일하라는 세상의 말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꾸준히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이 어떤지,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어요. 저는 누구에게나 반드시 ‘내가 원하는 걸 해봐야 하는 임계점’이 온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임계점을 느꼈기 때문에 퇴사 후 프리랜서 생활을 선택했던 것이고요.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시도해야 하는 타이밍이 온다면 외면하지 마세요. 만약 그 시점이 찾아왔다고 생각된다면,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Interview 이주하 Edit 이주하 송수아 Photo 김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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